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다큐멘터리 "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을 조금 봤습니다. 최근에 복원된 컬러 영상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 일단 눈에 띕니다. 시즌 1로 공개된 10편의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전격전
2. 영국 본토 항공전
3. 진주만
4. 미드웨이 해전
5. 스탈린그라드 포위전
6. 디데이
7. 벌지 전투
8. 드레스덴 폭격
9. 부헨발트 수용소 해방
10. 히로시마
미국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답게 미국을 중심으로 10대 사건을 선정한게 눈에 띕니다. 독소전쟁을 다루는 부분은 5화 스탈린그라드 포위전 하나 뿐이더군요. 아직 시즌1만 공개되었으니 시즌2가 나온다면 독소전쟁을 다루는 내용이 더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문가 섭외는 잘 된 편 입니다. 스탈린그라드 포위전 편에서는 저명한 군사사가 데이비드 글랜츠 선생이 나옵니다. 이 외에도 미국의 저명한 독일군사사가 조프리 와로(Geoffrey Wawro), 한국에는 『나치의 병사들』로 잘 알려진 독일 역사가 죈케 나이첼(Sönke Neitzel) 같이 인지도 있는 전문가들을 다수 섭외했습니다.
내용 자체는 좋은 편이지만 평이합니다. 대중성을 고려한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합니다. 그러나 제2차 대전당시 촬영된 영상들을 컬러로 복원해서 보여주는 점이 장점입니다.
2019년 11월 9일 토요일
2012년 4월 29일 일요일
아르마딜로(2010)
얼마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덴마크군 병사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아르마딜로”가 개봉했습니다. 생소한 “덴마크” 영화인데다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니 흥행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아트선재센터의 지하에 있는 시네코드선재에서 단관개봉을
했습니다. 이미 외국에서는 블루레이까지 출시된 마당에 너무 늦은 개봉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극장에서 볼 기회가 생긴것은
다행입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2009년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의 전진작전기지 아르마딜로에 파견된 병사들입니다. 영화포스터에는 충격받은 병사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나와 있어 매우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실제 영화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덴마크 병사들의 활동을 무미건조하게 보여줄 뿐입니다. 반복되는 정찰, 가끔씩 벌어지는 교전, 그리고 덴마크 병사들의 시각으로 보여주는 뭔가 알수없고 불쾌한 현지인들. 전쟁영화의 절정부에서 보여주는 요란한 교전은 없습니다. 영화가 밋밋해서인지 제 옆자리에서 관람하던 부부는 상영되는 내내 지루하다고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물론 저는 그들의 잡담 때문에 더 화가났습니다만.
그런데 이런 무미건조한 시각이 매력입니다. 제작과정에 대해 알지 못하니 어느 정도 감독의 의도가 내포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반복되는 지루한 작전과 일상에 시달리던 병사들이 마침내 전투에서 탈레반을 무찌르고 환희를 느끼는 부분은 깊은 인상을 줍니다. 수류탄으로 탈레반 네명을 죽인 병사는 마치 축구에서 첫 골을 넣은 것 처럼 흥분과 자부심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파병직전 약간의 불안함을 느끼던 젊은 병사들은 적응해 가면서 전투의 흥분을 갈구하게 됩니다. 영화에는 수류탄에 치명상을 입은 탈레반을 사살하고 시체를 정리하는 모습이 묘사됩니다. 이 장면은 영화가 개봉됐을 당시 덴마크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인간이 전쟁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덤덤하게 묘사하는 것은 관객에게 압도적인 인상을 줍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는 주인공들 중 한명을 제외하고는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다시 아프가니스탄에 자원하거나 파견을 갈망하게 되었다고 알려줍니다.
시네코드선재에서 제공하는 안내전단지의 설명은 반전평화운동가가 썼는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소개해주기에는 부족한 글 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은 여러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고 이 영화의 감독 Janus Mets Pedersen은 그 중 하나의 얼굴을 보여주고자 노력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 영화에 대한 반응들은 감독의 시도가 상당히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침략전쟁(???)은 나빠요!" 같은 식의 비판은 이 영화를 제대로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영화 포스터는 상당히 잘만들었습니다. 굉장히 깊은 인상을 줍니다.
단관개봉인데다 상영도 하루걸러서 1회씩이라는게 좀 아쉽습니다. 어둠의 루트로 쉽게 구해볼수 있는 영화입니다만 극장에서 보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니 말입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2009년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의 전진작전기지 아르마딜로에 파견된 병사들입니다. 영화포스터에는 충격받은 병사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나와 있어 매우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실제 영화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덴마크 병사들의 활동을 무미건조하게 보여줄 뿐입니다. 반복되는 정찰, 가끔씩 벌어지는 교전, 그리고 덴마크 병사들의 시각으로 보여주는 뭔가 알수없고 불쾌한 현지인들. 전쟁영화의 절정부에서 보여주는 요란한 교전은 없습니다. 영화가 밋밋해서인지 제 옆자리에서 관람하던 부부는 상영되는 내내 지루하다고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물론 저는 그들의 잡담 때문에 더 화가났습니다만.
그런데 이런 무미건조한 시각이 매력입니다. 제작과정에 대해 알지 못하니 어느 정도 감독의 의도가 내포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반복되는 지루한 작전과 일상에 시달리던 병사들이 마침내 전투에서 탈레반을 무찌르고 환희를 느끼는 부분은 깊은 인상을 줍니다. 수류탄으로 탈레반 네명을 죽인 병사는 마치 축구에서 첫 골을 넣은 것 처럼 흥분과 자부심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파병직전 약간의 불안함을 느끼던 젊은 병사들은 적응해 가면서 전투의 흥분을 갈구하게 됩니다. 영화에는 수류탄에 치명상을 입은 탈레반을 사살하고 시체를 정리하는 모습이 묘사됩니다. 이 장면은 영화가 개봉됐을 당시 덴마크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인간이 전쟁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덤덤하게 묘사하는 것은 관객에게 압도적인 인상을 줍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는 주인공들 중 한명을 제외하고는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다시 아프가니스탄에 자원하거나 파견을 갈망하게 되었다고 알려줍니다.
시네코드선재에서 제공하는 안내전단지의 설명은 반전평화운동가가 썼는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소개해주기에는 부족한 글 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은 여러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고 이 영화의 감독 Janus Mets Pedersen은 그 중 하나의 얼굴을 보여주고자 노력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 영화에 대한 반응들은 감독의 시도가 상당히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침략전쟁(???)은 나빠요!" 같은 식의 비판은 이 영화를 제대로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영화 포스터는 상당히 잘만들었습니다. 굉장히 깊은 인상을 줍니다.
단관개봉인데다 상영도 하루걸러서 1회씩이라는게 좀 아쉽습니다. 어둠의 루트로 쉽게 구해볼수 있는 영화입니다만 극장에서 보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니 말입니다.
2006년 10월 16일 월요일
Die Gefangenen - Guido Knopp
귀도 크놉(Guido Knopp)의 저작들은 대부분 방송용 다큐멘터리와 함께 기획됐고 독일 제 3제국 시기를 다루고 있다. 이중 일부는 국내에도 번역된 바 있다.
Die Gefangenen은 2003년 ZDF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로 편성표를 보니 책 또한 다큐멘터리와 같은 구성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하긴, 그러고 보니 이건 크놉의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다. 어쨌건 2003년에 한 이 다큐멘터리는 아직 보지 못했으니 뭐라고 말 할건 없고 간단히 이 책을 훑어본 느낌만 적어볼까 한다.
첫 장은 스탈린그라드에서 생포된 포로들부터 시작해 바그라티온 작전까지 동부전선에서 생포된 포로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주제는 잘 알려져 있고 다른 저작들에서도 많이 다루는지라 특별히 흥미가 당기진 않는다.
두 번째 장은 영국에 잡힌 포로들의 이야기이고 세 번째 장은 소련에 강제 이송된 민간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강제 이송된 민간인들의 이야기는 이전에는 단편적으로 접했는데 이 책에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네 번째 장은 포로생활치고는 팔자가 늘어졌다는 미국의 포로수용소에 대해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장에는 재미있는 사진이 많다.(대표적인 것이라면 역시 콜라를 마시면서 즐거워하는 독일 포로들. 코카콜라 광고에 이 사진을 써먹으면 어떨가?)
다섯번째 장은 전쟁 종결 직후 독일내의 임시수용소에 수용된 포로들의 생고생을 다루고 있다. 이 주제는 우익 작가들이 “아이젠하워의 학살” 같은 선정적인 제목으로 즐겨 써먹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프랑스에 끌려간 포로들의 이야기도 있는데 원래 유태인의 추방지로 고려됐던 마다가스카르에 독일 포로수용소가 설치됐다는 것은 꽤 아이러니하다.
마지막 장은 포로들, 특히 소련에 수용됐던 포로들의 귀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어떻게 보면 2차 대전은 사실상 이 때 끝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쟁으로 완전히 붕괴된 한 세대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장이다.
간혹 2차 대전당시 독일인들이 겪은 고난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독일은 전범국이네” 어쩌구 하는 이야기들을 신물나게 듣게 된다. 글쎄? 하지만 역사적인 고통이 어떤 한 집단의 전유물 인 것 처럼 떠드는 것 보다 더한 위선이 어디 있겠는가. 어차피 전쟁은 모든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 뿐이다. 가끔씩 손가락질 당하는 사람들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도 정신건강엔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딱딱하지 않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이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오늘부터 조금씩 번역을 해 볼 생각이다.
Die Gefangenen은 2003년 ZDF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로 편성표를 보니 책 또한 다큐멘터리와 같은 구성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하긴, 그러고 보니 이건 크놉의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다. 어쨌건 2003년에 한 이 다큐멘터리는 아직 보지 못했으니 뭐라고 말 할건 없고 간단히 이 책을 훑어본 느낌만 적어볼까 한다.
첫 장은 스탈린그라드에서 생포된 포로들부터 시작해 바그라티온 작전까지 동부전선에서 생포된 포로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주제는 잘 알려져 있고 다른 저작들에서도 많이 다루는지라 특별히 흥미가 당기진 않는다.
두 번째 장은 영국에 잡힌 포로들의 이야기이고 세 번째 장은 소련에 강제 이송된 민간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강제 이송된 민간인들의 이야기는 이전에는 단편적으로 접했는데 이 책에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네 번째 장은 포로생활치고는 팔자가 늘어졌다는 미국의 포로수용소에 대해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장에는 재미있는 사진이 많다.(대표적인 것이라면 역시 콜라를 마시면서 즐거워하는 독일 포로들. 코카콜라 광고에 이 사진을 써먹으면 어떨가?)
다섯번째 장은 전쟁 종결 직후 독일내의 임시수용소에 수용된 포로들의 생고생을 다루고 있다. 이 주제는 우익 작가들이 “아이젠하워의 학살” 같은 선정적인 제목으로 즐겨 써먹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프랑스에 끌려간 포로들의 이야기도 있는데 원래 유태인의 추방지로 고려됐던 마다가스카르에 독일 포로수용소가 설치됐다는 것은 꽤 아이러니하다.
마지막 장은 포로들, 특히 소련에 수용됐던 포로들의 귀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어떻게 보면 2차 대전은 사실상 이 때 끝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쟁으로 완전히 붕괴된 한 세대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장이다.
간혹 2차 대전당시 독일인들이 겪은 고난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독일은 전범국이네” 어쩌구 하는 이야기들을 신물나게 듣게 된다. 글쎄? 하지만 역사적인 고통이 어떤 한 집단의 전유물 인 것 처럼 떠드는 것 보다 더한 위선이 어디 있겠는가. 어차피 전쟁은 모든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 뿐이다. 가끔씩 손가락질 당하는 사람들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도 정신건강엔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딱딱하지 않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이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오늘부터 조금씩 번역을 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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