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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9일 토요일

넷플릭스의 자체제작 다큐멘터리 "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다큐멘터리 "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을 조금 봤습니다. 최근에 복원된 컬러 영상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 일단 눈에 띕니다. 시즌 1로 공개된 10편의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전격전
2. 영국 본토 항공전
3. 진주만
4. 미드웨이 해전
5. 스탈린그라드 포위전
6. 디데이
7. 벌지 전투
8. 드레스덴 폭격
9. 부헨발트 수용소 해방
10. 히로시마

미국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답게 미국을 중심으로 10대 사건을 선정한게 눈에 띕니다. 독소전쟁을 다루는 부분은 5화 스탈린그라드 포위전 하나 뿐이더군요. 아직 시즌1만 공개되었으니 시즌2가 나온다면 독소전쟁을 다루는 내용이 더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문가 섭외는 잘 된 편 입니다. 스탈린그라드 포위전 편에서는 저명한 군사사가 데이비드 글랜츠 선생이 나옵니다. 이 외에도 미국의 저명한 독일군사사가 조프리 와로(Geoffrey Wawro), 한국에는 『나치의 병사들』로 잘 알려진 독일 역사가 죈케 나이첼(Sönke Neitzel) 같이 인지도 있는 전문가들을 다수 섭외했습니다.

내용 자체는 좋은 편이지만 평이합니다. 대중성을 고려한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합니다. 그러나 제2차 대전당시 촬영된 영상들을 컬러로 복원해서 보여주는 점이 장점입니다.

2018년 12월 6일 목요일

데이비드 글랜츠 저, 유승현 옮김, 『8월의 폭풍』 길찾기, 2018

길찾기 출판사의 신간 『8월의 폭풍: 1945년 8월 9~16일, 소련의 만주전역 전략 공세』를 읽었습니다. 길찾기 출판사는 대중을 대상으로 한 군사서적을 꾸준히 간행하면서 군사분야에 관한 대중의 관심을 확대하는데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독일군의 신화와 진실』을 시작으로 대중서를 넘어 전문적인 군사사 연구로 범위를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8월의 폭풍』은 길찾기 출판사가 내놓은 군사사 연구의 두번째 저작입니다.

1945년 8월에 있었던 소련의 대일전 참전은 외교사의 범주에서 많은 연구가 있었습니다. 제2차대전 종전후 아시아의 정치 지형을 결정한 사건이기에 많은 관심이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군사작전'에 관해 주목하는 연구는 거의 없었습니다. 제2차대전 종전 직전의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된 군사작전이라는 점, 자료가 러시아어와 일본어 등 영어권 연구자가 접근하기에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점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쳤을 것 입니다. 영어권에서 손꼽히는 소련-러시아 군사사의 대가 데이비드 글랜츠의 이 연구는 글자 그대로 선구적인 저작이라 하겠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연구자의 저작이기 때문에 내용을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소련군의 만주지역 전략 공세를 다루고 있지만 제2차대전 중 소련군의 발전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을 줍니다. 소련은 1941년 부터 시작된 독일과의 전쟁을 계기로 전략, 작전술, 전술적인 측면에서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룩했습니다. 전쟁 종결 직전에 있었던 만주지역 전략 공세는 소련군이 그동안 유럽 전역에서 쌓아온 역량이 총체적으로 발휘된 무대였습니다. 4장 부터 9장에 이르는 소련군의 공세 준비와 실행 과정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실제 작전 시행과정을 다루는 장에서는 1939년 이후로 큰 발전이 없이 교리와 장비면에서 정체되어 있던 일본군을 상대로 신속한 전략적 승리를 달성하는 과정을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일본군의 전술적인 분전도 빠트리지 않고 언급하면서도 이것이 전략-작전술의 차원에서는 별 영향이 없었음을 지적합니다. 개념적인 측면에서 전략-작전-전술의 차원을 명쾌하게 분리해 설명하면서 일본군의 전략-작전 차원의 패배 원인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데이비드 글랜츠의 초기 연구에 속하지만 작전연구라는 측면에서 매우 훌륭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측 시각을 보여주는 자료 대부분이 1950년대 미육군에서 수행한 작전연구들에 제한되어 있지만 소련에 편향되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전략~작전술 차원의 연구이기 때문에 일본군에 대한 서술도 이 범주에 국한하고 있습니다. 만주에 주둔한 일본군의 질적 수준과 전략-작전 단위 방어 계획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로 충분합니다. 오히려 1990년대 이후에 나온 글랜츠의 일부 연구가 소련 자료에 대한 과도한 편향성으로 작전연구 차원에서 아쉬운 면이 있었던 점을 생각한다면 1980년대에 나온 『8월의 폭풍』에서 보여주는 공정한 시각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길찾기 출판사 편집부의 실력은 기존에 간행된 『독일군의 신화와 진실』등을 통해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만 『8월의 폭풍』에서도 그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습니다. 만주 전역의 특성상 고유명사를 번역하는데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길찾기 출판사에서는 이 어려운 작업을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내용 외적인 부분에서도 장점이 많습니다. 특히 큰 판형을 채택해서 본문에 지도와 도판이 많이 포함된 장점을 살리고 있습니다. 편집부가 지도 편집에 많은 공을 들여서 약간의 예외를 제외하면 지도의 가독성도 높습니다. 게다가 초판 한정 부록에 포함된 대형 작전도는 즐거운 깜짝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후 상업출판사에서 출간된 증보개정판이 아니라 미육군에서 간행한 초판이라는 점 입니다. 물론 초판으로도 만주 전략 공세를 전략-작전술적으로 이해하는데는 충분합니다. 증보개정판은 내용면에서도 보완이 있었고 부록으로 1차사료의 영역본을 제공하고 있어 만주 전략 공세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역자인 유승현님을 비롯해 감수를 맡으신 주은식 장군님, 그리고 길찾기 출판사 편집진을 비롯해 많은 분들의 노력이 들어간 책인 만큼 군사사에 관심 가지신 분들이 많이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2016년 12월 7일 수요일

데이빗 글랜츠의 '스탈린그라드 전투' 축약판이 나온다고 합니다


데이빗 글랜츠의 스탈린그라드 전투 삼부작은 자료집까지 포함해 다섯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했습니다. 군사사 연구에 있어 중요한 저작이긴 했습니다만 그 엄청난 볼륨은 읽는이에게 부담을 주는 면이 있었죠.

그런데 이 대작을 한권의 분량으로 압축한 단행본이 내년 봄에 나온다고 합니다.




 기존의 삼부작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대한 연구서 중 최고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여기에 부담을 가지고 계시던 분들은 축약본을 구매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 축약본도 640쪽의 두툼한 단행본이라고 합니다만 그래도 훨씬 부담이 덜 가는 분량으로 줄어들었군요.

 예전에 스탈린그라드 삼부작의 번역출간을 추진하다가 그 방대한 분량때문에 좌절한 경험이 있는데 축약본으로 재도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2016년 5월 14일 토요일

책 이야기 조금


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읽지도 못하는 책을 자꾸 지르기만 하는게 일상이 됐습니다만, 그래도 새 책이 나온다고 하면 땡기는게 어쩔 수 없군요.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책 몇권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1. David M. Glantz, The Battle for Belorussia The Red Army's Forgotten Campaign of October 1943 - April 1944

올해 말에 출간될 데이빗 글랜츠 선생의 차기작입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1943년 겨울 부터 1944년 봄 까지 벨로루시아에서 전개된 붉은군대의 일련의 공세작전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종결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글랜츠가 이 책의 집필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은 대략 4년 정도 된 듯 한데, 그 사이에 스탈린그라드 3부작과 독소전쟁사 개정판 집필이 있어 연기된 듯 합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글랜츠가 개인출간을 했던 Forgotten Battles on the German-Soviet War 시리즈의 해당 편을 보강한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또한 연구사적으로 볼 때 이 책은 Zhukov's Greatest Defeat: The Red Army's Epic Disaster in Operation Mars, 1942와 Red Storm Over the Balkans: The Failed Soviet Invasion of Romania, Spring 1944의 후속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글랜츠 선생께서 만수무강 하셔서 더 많은 연구를 발표해 주시길 바랄 뿐 입니다.


2. Leaping Horseman Books의 차기작

제2차 세계대전 시기 동부전선 관련 서적을 전문적으로 간행하는 Leaping Horseman Books에서는 흥미로운 신작을 예고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244돌격포여단을 다룬 Iron Cross Brigade입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Werner Gösel의 회고록+부대사를 겸하는 Ohne Schutzengel geht es nicht: Im Sturmgeschütz an den Brennpunkten der Ostfront의 영어번역본인데, 영어판은 대대적으로 증보되어 부대일지 등 흥미로운 자료를 보강했다고 합니다. 지금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예약 주문을 받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제목만 공개된 Stalingrad: Graveyard of the Panzers라는 책 입니다. 출판사 페이스북에서 제목과 함께 책에 실릴 사진을 조금 공개했는데, 일단 제목만 봐서는 스탈린그라드 일대에서 전개된 독일 기갑부대의 작전을 다루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출판사의 책들은 한번도 실망을 준 적이 없어서 제목만으로 기대가 되네요.


3. Der Panzer und die Mechanisierung des Krieges: Eine deutsche Geschichte 1890 bis 1945

음. 이 책은 출간 예정일이 자꾸 지연되고 있습니다. 원래는 2012년 『독일군의 신화와 진실』이 독일에서 출간됐을 당시 후속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작년 말로 밀렸다가 지금은 2016년 7월에 나온다고 변경됐습니다. 독일 기갑부대의 역사를 학술적으로 다루는 단행본이니 만큼 기대가 큽니다.

2012년 8월 15일 수요일

냉전기 "독일편향적" 독소전쟁 서술을 비판하는 경향에 대한 잡상

습기찬 여름철 눅눅해지는 헌책들을 정리하다가 빼든 Stalingrad to Berlin 때문에 뻘글 하나 써봅니다.

유명한 군사사가 데이빗 글랜츠David Glantz가 1987년에 발표한 「2차대전기 동부전선에서 전개된 작전에 대한 미국의 시각American Perspectives on Eastern Front Operations in World War II이라는 글은 발표 당시 냉전으로 인한 사료적 한계, 반공적 시각이 결합된 영어권의 2차대전 인식을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이 글이 발표된 시점은 마침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정책이 진행되던 시기와 맞물리기도 합니다. 발표된 시점 때문인지 몰라도 이 글은 몇년 뒤 폭발적으로 발전하게 될 독소전쟁사 연구의 신경향을 알리는 나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세부적으로 따지자면 글랜츠의 글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영어권 국가를 중심으로 비판하는 것이기에 이 글이 냉전기 서방의 독소전쟁사 연구를 총괄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체적인 틀에서 25년전 글랜츠가 비판한 내용은 핵심을 정확하게 찌르고 있습니다. 존 에릭슨John Erickson과 같은 걸출한 연구자가 소련의 목소리를 담은 몇 권의 대작을 내기도 했습니다만 냉전기 영어권의 독자들이 접할 수 있던 독소전쟁 관계 서적은 독일의 시각을 반영한 것이 다수였고 소련의 시각을 반영한 것은 소련의 공식출판물을 영어로 번역한 것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따져보면 미국의 독일 편향을 비판한 글랜츠도 몇몇 저작에서 지나친 러시아 편향이라는 문제를 드러냈지요. 더 들어가면 냉전기 소련의 시각을 반영한 저작들도 정치적인 이유로 왜곡이 극심하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냉전기 영어권에서는 오히려 소련 편향으로 인한 역사인식의 왜곡도 제법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명한 쿠르스크 전투에 대한 해석이지요. 오늘날에는 매우 잘 알려진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만 냉전시기 쿠르스크 전투에 대한 서술은 존 에릭슨의 The Road to Berlin나 쥬크스Geoffrey JukesKursk는 거의 전적으로 소련의 공식서술에 따라 쿠르스크 전투를 재구성했으며 1990년대 까지 쿠르스크 전투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의 틀을 만들었지요.

재미있는 점은 냉전기 쿠르스크 전투에 대한 서술은 독일자료를 활용한 쪽이 더 정확하다는 점 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Stalingrad to Berlin은 글랜츠가 1987년에 쓴 글에서 상당히 높게 평가한 역작입니다. 이 책은 1966년에 출간됐는데 제한적으로 소련 자료들을 활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료는 미국이 노획한 독일 문서들이죠. 작전단위에서 서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술이 세밀하지는 않지만 출간된 시점을 고려하면 걸작이라 칭할만 합니다. Stalingrad to Berlin에서는 쿠르스크 전투의 클라이맥스(???)라 할만한 프로호로프가 방면의 전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짤막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한편 남부집단군의 상황은 호전되고 있었다. 7월 11일 친위대 제2기갑군단은 쁘숄Псёл강 북안에 교두보를 확보했다. 소련군은 아직 독일 제48기갑군단의 작전지역에서는 프숄강 남쪽에서 완강하게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독일 제4기갑군은 프숄강 남안의 소련군이 버틸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호트Herman Hoth는 프숄강 북쪽으로 진출하는 것은 쉬울 것 같다고 보고했다.바투틴Никола́й Фёдорович Вату́ти은 가용가능한 예비대가 고갈되기 직전이었다. 반면 만슈타인은 아직 쓸수 있는 패가 남아있었다. 만슈타인은 쿠르스크로 향하는 최후의 일격에 무게를 실을 때가 됐다고 판단하고 제24기갑군단(제23기갑사단과 친위대 비킹사단으로 편성)을 제1기갑군 후방의 예비대에서 빼내 벨고로드 지구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켐프 분견군Armee-abteilung Kempf은 도네츠강 동안에서 공세를 시작한 뒤 6일 동안 진격에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7월 11일에 필사적으로 공세를 가해 제3기갑군단이 북쪽으로 돌파할 수 있었다. 다음날 바투틴은 스텝전선군에 소속되어 있던 제5근위군과 예비대로 있던 제5근위전차군을 반격에 투입했다. 그러나 제3전차군단은 진격을 계속했으며 13일 밤에는 상당한 규모의 소련군을 제3기갑군단의 측익과 친위대 제2기갑군단의 우익으로 포위할 수 있었다.
Earl A. Ziemke, Stalingrad to Berlin : The German Defeat in the East, (USGPO, 1966), p.137.

1996년에 출간되어 화제가 되었던 나이페George NipeDecision in the Ukraine를 읽으신 분들이라면 바로 아시겠지만 사실상 나이페의 저작은 친위대 제2기갑군단에 중점을 두고 전술단위로 자세한 분석을 했라는 점을 제외하면 짐케가 30년 전에 했던 서술의 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냉전기 소련의 공식서술 보다는 객관적인 서술이었던 셈 입니다.

짐케는 그 뒤에 쓴 Moscow to Stalingrad : Decision in the East에서도 마찬가지로 독일측 사료를 중심으로 독소전쟁의 작전사를 서술했는데 여기서도 냉전기 소련의 연구가 외면하거나 놓친 부분들을 독일 사료를 활용해 잘 잡아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주코프가 1942년 겨울 중부집단군을 상대로 감행한 “마르스” 작전에 대해 서술한 것 입니다. 서방측 문헌에서 이 작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대부분 독일자료에 의존한 짐케가 처음이었던 것 입니다. 이렇게 냉전기의 “독일편향”적인 저술들은 소련측이 외면하거나 왜곡한 사실들에 균형을 맞춰주는 기능을 어느정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냉전기 독소전쟁 서술에서 “독일편향”을 비판하는 것이 때로는 너무 야박한건 아닐까 하는 잡생각도 들곤 합니다.

2012년 7월 4일 수요일

데이빗 글랜츠의 스탈린그라드 3부작에 대한 잡상

군사사가 데이빗 글랜츠와 조나단 하우스의 스탈린그라드 3부작이 처음 출간된 것이 2009년 이었습니다. 놀랍게도 1부와 2부가 2009년에 출간되어 2010년 에는 3부작이 완결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는데 2012년 7월이 된 지금도 마지막 3부 소식이 들리지 않는군요. 1부와 2부 사이의 출간 간격이 그다지 길지 않아서 일찍 완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했는데 의외로 늦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왜 마지막 3부가 늦어질까 생각을 해 봤는데 아무래도 답은 단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1974년에 출간된 만프레드 케리히Manfred KehrigStalingrad :  Analyse und Dokumentation einer Schlacht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만프레드 케리히의 Stalingrad는 독일 제6군이 스탈린그라드에 포위된 뒤 항복하기까지의 과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바로 글랜츠의 스탈린그라드 3부작의 3부와 똑같은 시기를 다루고 있는 것 입니다. 케리히의 저작은 당시 접근 가능한 독일사료에 최대한 접근하였고 이 책은 분량의 방대함 만큼이나 포위전의 주요 국면에 대해 미시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에 나온 저작이어서 소련측 사료의 이용이 제한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다룬 작전사로서 오늘날까지 유효한 표준적인 저작이라 할만합니다.

그러므로 소련 군사사에 정통한 글랜츠가 케리히의 저작에서 부족한 부분인 소련의 움직임을 보충한다면 글자 그대로 표준이라 할만한 저작이 나올 것입니다. 글랜츠의 3부작이 스탈린그라드 전역 전체를 커버하는 역작이 되는 것 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독일군의 움직임을 서술하는 것이 글랜츠의 저작에서 줄곧 약점으로 지적되던 부분이란 점입니다. 당장 스탈린그라드 3부작에서 스탈린그라드 시가전을 다룬 2부만 하더라도 글랜츠 스스로가 독일군에 초점을 맞춰 스탈린그라드 전역을 연구하는 제이슨 마크Jason D. Mark의 도움을 크게 받았음을 인정하고 있지요. 전통적인 서술에서 스탈린그라드에서 소련군의 반격이 시작된 이후 이야기의 중심은 포위된 독일군에 집중되었고 사실 그 부분이 후대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소련군이 11월까지 계속된 독일군의 공세를 필사적으로 막아낸 이후로는 관심의 초점이 공격자에서 방어자로 바뀐 독일군으로 이동하는 것 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위에서 서술한 케리히의 걸작이 버티고 있습니다. 글랜츠의 입장에서는 거의 40년 이전에 나온 이 걸작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입니다.

굳이 케리히의 저작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글랜츠는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쓸때 소련군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독일군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취약한 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예를들어 From the Don to the Dnepr : Soviet Offensive Operations, December 1942~Augst 1943에서 소련군의 1942년 동계 공세에서 독일군의 움직임은 상당부분 1985년에 나온 에버하르트 슈바르츠Eberhard Schwarz의  Die Stabilisierung der Ostfront nach Stalingrad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데이빗 글랜츠와 조나단 하우스의 역작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흥미롭습니다.

2007년 10월 3일 수요일

David M. Glantz의 새 저작

독소전쟁사(When Titans Clashed)와 관련된 문제로 David Glantz씨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에 꽤 재미있는 소식 하나가 있었습니다.

이 양반이 차기작으로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대한 책을 준비중이라는 것 입니다.


편지내용만 놓고 보면 두 권 이상으로 이뤄진 대작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기대되는 저작입니다. 물론 출간은 2009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때까지 기다릴 가치는 있을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