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1일 금요일

밀리터리 무크지 "헤드쿼터" 창간호 "판터의 모든 것"

 밀리터리 무크지 "헤드쿼터" 창간호 "판터의 모든 것"이 도착해서 읽어봤습니다. 참 좋은 시도인데 결과물이 조금 아쉽습니다. 

이 무크지의 서두를 장식하고 있는 것은 취미가의 편집장이었던 이대영님의 글 「판터는 성공한 짝퉁이다」입니다. 옛날 취미가 시절이 생각나는 글 입니다. 이대영님의 문체는 유려하지만 좀 알맹이는 부실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판터의 변속기와 구동장치가 전쟁이 끝날때 까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약간 부정확한 서술 등이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판터의 개발사를 논하기에는 부족한 글 입니다.

내용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채승병님, 진중근 중령님 같은 분을 섭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분들에게 지면을 적게 할애해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느낌입니다. 채승병님이 집필한 판터의 첫 실전투입을 다룬 「촉박한 일정 속의 예고된 재앙: 쿠르스크 전투」는 14~21쪽에 걸쳐 실려있으나 다수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있어서 실제 분량은 이것보다 훨씬 적습니다. 채승병님의 글은 짧은 분량 내에서 쿠르스크 전투의 전략적 배경, 판터가 투입되게 된 작전적 배경, 그리고 실제 전투에서 전술적 운용을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분량이 조금 더 많았다면 좋았을 것 입니다. 역시 채승병님의 글인 「에른스트 바르크만의 만헤이 활극」은 과거 채승병님의 인터넷 사이트 '페리스코프'에 실렸던 글인데 원문 보다 많이 축약됐습니다.

읽고 나니 이 무크지가 얇은 편이라는걸 감안하더라도 제한된 분량을 낭비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54쪽 부터 59쪽 까지는 판터의 사진들이 실려있는데 딱히 고화질의 화보도 아니라서 이런걸 왜 넣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불필요한 화보를 넣을 지면에 다른 분들의 글을 더 보충하는게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유감스러운 부분은 이성주씨의 「나는 왜 야크트판터를 좋아하는가」, 그리고 역시 이성주씨의 소설 「요람안에서」가 상당한 분량을 잡아먹고 있다는 점 입니다. 전자는 그냥 단순한 잡담이고 후자는 소설입니다. 이성주씨의 소설은 66쪽에서 76쪽까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걸 빼고 판터의 기술적 측면이나 실전 운용을 분석한 글을 더 넣는게 이 무크지를 충실하게 했을겁니다. 

무크지의 제목은 「판터의 모든 것」인데 제목값을 못한다는 느낌입니다. 소설을 넣을 공간에 독일군이 판터를 집중운용한 노르망디 전역이나 1944년 동부전선의 작전들(예를들어 바그라티온 작전 당시 독일 기갑사단들의 작전)을 분석한 글을 넣는게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 무크지에서는 「촉박한 일정 속의 예고된 재앙: 쿠르스크 전투」와 우에스기라는 분의 「판터의 사라지는 전설: 아라쿠르 전투」 등 두편의 글이 판터가 투입된 작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판터 특집이라는데 어째 판터가 굴욕을 당한 전투만 선정을 했군요.

그리고 '판터의 모든 것'을 다루고자 했다면 판터와 관련된 참고문헌들을 정리해서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하는 것도 좋았을 것 입니다. 판터는 꽤 유명한 전차이고 이 전차를 분석한 서적은 여러종이 나와 있습니다. 과거 취미가 같은 잡지에서는 모형인들을 대상으로 간헐적으로 군사관련 참고문헌을 소개하는 기사를 마련하곤 했지요. 「판터의 모든 것」에는 이성주씨의 잡담이 들어간 지면은 있지만 판터에 대한 참고문헌들을 다루는 지면은 없습니다. 매우 유감입니다.

아카데미과학 개발부의 이선구 부장님을 인터뷰한 「독일 대전물의 라인업을 완성하다」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드는 기사였습니다. 이 기사는 무크지 「판터의 모든 것」에 부록으로 들어간 아카데미과학의 판터G형 모형 개발에 대한 이야기인데 개인적으로 이 키트를 꽤 좋아하기 때문에 즐겁게 읽었습니다.

마무리는 정경찬님의 글 「전후세계의 판터는 어떻게 되었을까」입니다. 1945년 이후 각국의 판터 운용에 대해서 소개하는 글 입니다. 무크지의 성격에 맞는 마무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록은 꽤 충실합니다. 독일군의 교범인 판터 피벨의 원문 복각판과 한국어 번역판, 그리고 웹툰 70의 작가인 김재희님의 단편만화가 있습니다. 

「판터의 모든 것」은 전체적으로 좋은 시도입니다.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둬서 앞으로도 이런 시도가 계속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첫번째 타자의 단점들을 보완하면 좋겠네요.


댓글 4개:

  1. 아무래도 출판주체가 주체다보니 좀 더 대중적으로 팔릴만한 컨텐츠 위주로 수록한게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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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성주씨의 소설이 대중적으로 팔릴만한 컨텐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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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완벽이라하여 기대했으나, 사족같은 글이 너무 많아 잘 안읽어지더군요. 도면 등 일러스트의 수준도 기대만큼은 아니고. 제작의 한계는 이해하지만... 좀 도 텍스트에 산경울 썼더라면 어땠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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