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7일 월요일

"죽 쒀서 개 준다"

한국에는  『나치의 병사들』로 잘 알려진 독일 역사학자 죈케 나이첼(Sönke Neitzel)이 해제를 달아 간행한 사료집 Abgehört- Deutsche Generäle in britischer Kriegsgefangenschaft 1942-1945을 읽다보니 씁슬한 웃음이 나오는 내용이 간혹 있습니다. 이 사료집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에 포로가 된 독일 고급 장교들의 사적인 대화를 감청한 녹취록들을 정리한 것으로 영어판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웃겼던 부분은 1944년 서부전역에서 서부기갑집단, 제7군 사령관을 역임한 에버바흐(Heinrich Eberbach) 기갑대장이 제12SS기갑사단장 쿠르트 마이어(Kurt Meyer)와 대화를 나누던 중 한 발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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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바흐 : 잘 보면 러시아군은 바르샤바 부터는 아주 훌륭한 자동차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걸 알 수 있지. 우리가 만든 도로말이야. 바르샤바-포젠-베를린으로 이어지는. 설사 해빙기가 닥치더라도 보급이 예전 처럼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 이 동부 도로는 우리가 러시아를 침공할때에도 이미 상태가 좋았어. 차선도 여러개였지. 그리고 나중에는 (폴란드) 총독부에서 매우 큰 노력을 기울여서 도로를 개선했어. 이제 러시아군은 보급을 하는데 더이상 어려움이 없을 거야. 소련군을 오데르강에서 오래 저지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군.

Wenn man sich anguckt, von Warschau hat der Russe diese wunderbare Autostrasse, die wir gebaut haben : Warschau-Posen-Berlin. Der Nachschub wird also für die nicht mehr die gross Schwierigkeit spielen, wie früher, selbst dann nicht, wenn Tauwetter eintritt. Denn diese Aufmarchstrassen im Osten hatten wir seinerzeit für den Angriff auf Russland schon ausgezeichnet ausgebaut, mehrgleisig - sind späterhin noch weiterhin ausgebaut worden, im General Gouvernement, wo ja sehr viel für Strassen getan worden ist. Ich bin nicht einmal sicher, dass es gelingen wird, ihn an der Oder Iange aufzuhalten.

 Sönke Neitzel, Abgehört- Deutsche Generäle in britischer Kriegsgefangenschaft 1942-1945, (Berlin: List, 2007), p.408.


에버바흐는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기 위해 건설한 도로가 독일의 멸망을 재촉하는 수단이 된 역설적인 상황을 씁슬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러니함이 제3자의 입장에서는 꽤 웃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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