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책은 읽으려고 산 책이 아니다. 서점에서 책을 뒤지다 보니 책 제본이 통째로 뒤집어져 있는 책이 있기에 소장용으로 산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을 샀으니 읽긴 해야 할 터. 그러나 이 책은 특이하게 제본 된 것을 제외하면 나를 철저히 실망시켰다.
인물평전은 쓰기가 어려운 글이다. 자칫 잘못하면 해당 인물에 대한 찬양으로 빠져 그저 분량만 긴 어린이 위인전 수준을 못 벗어나게 되고 그 반대의 경우 비난만 가득 찬 잡글 덩어리가 되기 때문이다. 유감스럽도 근-현대사 인물의 평전은 이런 경우가 많다.
김삼웅이라는 양반이 지은 단재 신채호 평전은 바로 위에서 지적한 분량만 많은 어린이 위인전 수준을 못 벗어난 책이다. 저자의 약력을 보니 현재 독립기념관장 이라고 한다. 아. 그러나 최소한 글을 쓸 때는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해야지 이 책은 너무 직업정신을 충실히 구현했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 책은 신채호 찬양으로 시작해 신채호 찬양으로 끝난다.
저자는 신채호에 대한 찬양만 늘어놓다 보니 중간 중간 쓸데 없는 과잉 논리를 펼치는데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단재의 고대사 연구만 제대로 배웠대도 중국이 ‘동북공정 프로젝트’ 따위는 엄두도 내지 못 했을 터이다.”
요즘 시각에서 보면 단재 신채호의 역사 연구 방법은 비판받을 여지가 많다. 지나칠 정도로 구전 설화를 확대 해석하는 점이 대표적이다. 오늘날 이런 방식으로 역사를 연구한다면 비웃음 거리도 못 되리라.
단재에 대한 저자의 찬양은 책이 끝날 때 까지 그칠 줄 모른다. 저자는 단재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 내용만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출처는 상당수가 ‘신X하 교수’등 뭔가 미심쩍은 양반들이다.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고 독립을 위해 헌신한 분들을 기리는 것 역시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독립운동가들을 우상시하고 거의 종교적으로 숭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어쩐지 두렵다. 우리가 진지하게 지난날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면 이런 식의 우상숭배(?)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꽤나 말썽이 됐던 “만화 박정희”를 출간한 “시대의 창”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어쩐지 책장을 덮을 때 뭔가 찝찝했다. 아무래도 이 출판사는 출간할 책을 선정할 때 객관성과는 베를린 장벽을 친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