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딱부러지게 정리하는 데 소질이 없다 보니 제가 생각하는 '독서'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독서란 일종의 스위스 아미 나이프 입니다.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은 오락(?)이 되겠습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한 문장 한 문장의 의미를 곰곰히 생각하면서 하는 독서는 여름날의 여행 다음으로 즐거운 일 입니다. 특히 일요일이나 연휴 기간에 밀린 빨래나 방청소를 끝내고 소설이나 비사(秘史)류의 논픽션을 읽는 것은 정말 즐겁습니다. 그리고 읽는 것 만큼이나 책을 사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경제적인 부담이 조금씩 커진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요즘 돈 안들어가는 취미를 찾는다는게 쉬운것은 아니지요. 인쇄소에서 바로 나와 접착제 냄새를 풍기는 새 책 부터 누군가가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했던 헌 책 까지 모두 사 모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새 책 한 꾸러미가 도착할 때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경험을 하신 분들이라면 저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그리고 가장 유용한 기능은 생각을 가다듬는 도구라는 점 입니다. 생각이 막혀 답답할 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다른 사람의 책을 읽으면서 제 나름대로의 돌파구를 발견하고는 합니다. 독서를 하면서 몰랐던 사실을 알기도 하고 또는 잘못 알고 있었던 점을 깨닫기도 하면서 조금씩 생각의 틀이 넓어진다고 느낍니다. 또 다른 사람의 좋은 문장을 통해 저 자신의 표현력을 다듬기도 합니다. 물론 재주가 부족해 독서의 효율은 낮다고 반성하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받는 분들께서 부담되지 않으신다면 진화심리학과 생물학 쪽으로 즐거운 서평을 올려주시는 漁夫님과 유익한 조언을 주시는 B군님께 바톤을 넘겨보고 싶습니다. 굽신굽신^^;;;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