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정책(Ostpolitik)에 대한 연구는 넘쳐나기 때문에 이 주제에 대해서 새로운 접근을 할 여지가 있는지(나의 연구는 새로운 접근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동방정책에 대한 연구에 기여할 여지가 있는지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은 매우 간단하다. 이 연구는 1차사료에 근거하여 신동방정책(新東方政策)이 공식화되고 구체화되어가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최초의 연구이다. 베르너 링크(Werner Link)가 옳게 지적한 것 처럼 최근 공개된 문헌 자료들에 의거해 신동방정책을 총괄적으로 서술하는 것은 역사가들에게 남겨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면, 최근 공개된 문헌 자료들은 과거 동방정책에 대한 연구들이 구술자료, 신문, 또는 개인이 소장한 부분적인 문서를 활용했던 것과는 달리 외교문서와 그밖의 문헌자료들을 통해 '총괄적인 역사상'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므로 이 책을 통해 (동방정책이라는) 잘 알려진 주제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새로운 연구를 촉진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von Dannenberg, Julia. The Foundations of Ostpolitik : The Making of the Moscow Treaty between West Germany and the USSR, Oxford University Press, 2008, p.11
현대사에 대해 역사학적 접근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을 잘 보여줬다는 생각입니다. 현대 정치 문제는 자료의 문제 때문에 정치학 등 다른 학문이 먼저 다루게 됩니다. 현대 정치문제는 1차사료라고 할 수 있는 정부문서가 공개되어야 본격적인 역사학적 접근이 가능해 집니다. 그러나 정부의 공문서, 특히 외교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문서들은 공개가 수십년간 제한되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역사학은 현대 정치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대부분 정치학에 대해 후발주자일 수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그러니 역사학적인 접근이 시작될 때 쯤 되면 해당 주제는 이미 수십년 동안 정치학 등 다른 학문 분야에서 많은 연구성과를 내놓은 이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연구들이 활용할 수 없었던 새로운 사료의 활용은 (뒷북을 치는) 역사학적 접근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해 줍니다. 후발주자가 누리는 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