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리에쥬에서 아헨으로 가는 단거리 열차를 타기 위해서 두 시간을 썰렁한 플랫폼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아헨으로 가는 열차가 오지 않았습니다. 퇴근시간이 다 돼서 매표소는 모두 퇴근했고 야간 근무서는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영어를 못 하더군요.;;;;;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아는 Mons에서 왔다는 벨기에 친구가 자신도 아헨으로 친구만나러 간다면서 역무원에게 통역을 해 줬는데...
아헨행 열차가 없어졌답니다!
한동안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고민하다가 리에쥬역에서 밤 새는 것도 그다지 내키지 않아서 암스테르담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암스테르담 밤거리를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더군요.
벨기에에서 네덜란드로 넘어간 뒤 다시 국경에서 아인트호벤으로 갔습니다.
아인트호벤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마지막 열차를 탔습니다. 대부분의 막차가 그렇듯 사람이 없어 조용하고 좋았습니다. 열차에서 잠을 보충했습니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했지만 야밤이라 문 연 곳은 맥도날드 하나 뿐이었습니다. 밤거리를 싸돌아다니는 것도 기운이 빠져서인지 별로 재미가 없더군요. 한 두어시간 돌아다니다가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암스테르담 역으로 돌아와서 첫차를 기다렸습니다.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고 정말 지겹더군요. 암스테르담에서 ICE를 타고 쾰른으로 들어왔습니다.
쾰른에 도착해서 아침식사로 소시지를 먹었습니다. 음. 언제나 그렇지만 이 어린양은 육식을 즐깁니다. Heil Currywurst!
아침을 먹은 뒤 쾰른 지도를 사서 시내로 나갔습니다. 쓸만한 서점을 찾아 몇 시간 돌아다녔는데 허탕만 쳤습니다.
결국 시간도 부족한지라 쾰른대성당 구경이나 하고 슈투트가르트로 가기로 했습니다.
성당내부에는 다른 많은 성당들이 그렇듯 예수의 생애를 형상화한 조각들이 있었습니다. 로마군인을 중세기사처럼 묘사한게 아주 재미있어 보이더군요.
하지만 성당에서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성당의 거대한 크기가 아니라 수많은 스테인드글라스들이었습니다. 유럽여행하면서 많이 구경하지만 스테인드글라스는 볼 때 마다 그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할 수 가 없습니다. 어린양 같은 무신론자의 마음에도 감동을 주는 것을 보면 예술에 있어서는 독실한 신앙심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쾰른대성당 구경을 마친 뒤 슈투트가르트로 직행하려던 계획을 바꿔 먼저 코블렌츠를 들러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어차피 쾰른에서 책 살 돈을 쓰지 못 했으니 코블렌츠에 가서 책을 산 다음에 슈투트가르트로 가는게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약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줄이야...
전에 갔던 서점에 가서 아주 쓸만한 책을 건질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아주 좋았는데...
책 사고 역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졸았습니다.;;;;; 그리고 버스 종점까지 그대로 가 버렸지요. 결국 코블렌츠에서 슈투트가르트로 가는 기차를 놓쳤습니다.;;;;;; 여기서 하루의 계획이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일단 낭패감을 안고서 코블렌츠 역에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어쨌건 슈투트가르트로 가려먼 다시 쾰른으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쾰른역에 도착해서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쾰른역 구내서점 구경을 했는데 역시 이곳 또한 군사서적을 많이 비치해 놓고 있었습니다.
쾰른에서 슈투트가르트로 가는 직행노선은 끊겨서 먼저 프랑크푸르트 공항역으로 갔습니다. 프랑크푸르트는 5년 전에 한달 정도 머무른 적이 있어서 이번 여행에서도 한번 쯤 들러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그냥 스쳐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많이 아쉽더군요.
다시 이 역에서 슈투트가르트로 가는 막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한참 전에 도착해서 슈투트가르트에서 여유있게 저녁을 먹고 시내구경을 했었어야 하는데... 에휴~
슈투트가르트에 막차로 도착한 다음에는 피곤하다 보니 아무 여관이나 들어가서 자기로 했습니다. 다행히도 적당한 가격에 아침식사를 주는 곳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샤워를 하고 TV를 틀어보니 낯익은 얼굴이 나오더군요. 윈터스 소령님이 독일어로 말씀하시는 것이 너무 신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