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김삼웅이 쓴 리영희 평전을 봤습니다. 저자를 보고 책의 내용을 대략 짐작할 수 있겠더군요. 한번 읽어 봤는데 역시나였습니다.
김삼웅은 근현대사와 관련해서 많은 인물 평전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은 많지만 좋은 책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김삼웅의 글 쓰기는 지나치게 단조롭습니다. 일단 인물에 따른 호불호가 너무 명확한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특정한 인물에 대해서는 한없는 애정이 묻어납니다. 한마디로 분량만 많을 뿐 그 수준은 초등학생들에게 읽히는 어린이 위인전에 불과합니다.
리영희 평전도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김삼웅은 리영희에 대해 한없는 애정과 존경을 담아 글을 써나가고 있습니다. 70~80년대 지식인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리영희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빼고 나면 뭐가 남는지 의문입니다. 조금 더 객관적인 평전이 되려면 다루고 있는 인물의 한계나 문제점에 대해서도 냉철한 비판이 있어야 하지만 이 책에는 그런 요소가 없습니다.
리영희 교수를 존경하는 분이라면 괜찮겠지만 그 외의 분들에게는 별로 추천할 만한 책이 아닙니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리영희 교수에 대한 존경을 강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굉장히 불쾌했습니다. 이보다는 리영희 교수의 대담식 자서전인 『대화』를 읽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