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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22일 목요일

Robert M. Citino著, The Wehrmacht's Last Stand: The German Campaigns of 1944~1945


Robert M. Citino著, The Wehrmacht Retreats : Fighting a Lost War, 1943


2017년에 출간된 로버트 시티노의 The Wehrmacht's Last Stand는 프로이센-독일의 전쟁방식의 탄생과 몰락을 추적하는 연작 The German Way of War : From the Thirty Years’ War to the Third ReichDeath of the Wehrmacht : The German Campaigns of 1942, 그리고 The Wehrmacht Retreats : Fighting a Lost War, 1943의 마지막 권입니다. 첫 번째 책 The German Way of War에서는 중부유럽을 지리적 배경으로 단기 결전에 초점을 맞춘 독일식 전쟁수행방식이 등장하고 1940년 프랑스 전역에서 그 정점을 찍는 과정을 서술했습니다. 두 번째 책인 Death of the Wehrmacht는 독일군이 소련과 북아프리카로 전장을 확대해 나가면서 전쟁을 수행하는 공간의 확대와 단기전으로 격퇴할 수 없는 막대한 물량을 갖춘 적 앞에서 예봉이 꺾이는 과정을 추적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권인 The Wehrmacht Retreats에서는 동서 양면으로 조여오는 연합군의 압박에 전통적인 기동전으로 대응한 독일군의 전쟁 수행 방식이 무너지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권인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핵심적인 이야기를 기존의 저작에서 모두 풀어놓았기 때문에 신선함은 덜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티노는 독일군의 전쟁 수행방식의 핵심은 '가난한 국가의 가난한 군대'인 독일군이 승리하기 위해서 단기결전을 추구하는데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장의 공간적인 규모가 확대되고 군대의 규모가 커지면서 독일의 전쟁 수행 방식은 한계에 봉착했고 그 결과는 1942년 이후 계속되는 패배로 이어졌다고 지적합니다. 저자는 Death of the Wehrmacht와 The Wehrmacht Retreats에서 이것을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마지막권인 The Wehrmacht's Last Stand는 전쟁의 마지막 단계에서 완전히 소모된 독일군이 철저하게 붕괴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독일군은 전쟁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술-작전 단위에서 강력한 면모를 보여주었지만 이것은 전략적인 실책을 만회할 수 없었습니다. 저자가 1944년 여름 동부전선의 전황을 설명하면서 "독일군이 국지적인 승리를 거두면 전선의 다른 곳에서 더 큰 구멍이 뚫리고 있었다"고 평가한 구절은 이 책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1943년 이후 전략적인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한 독일군은 "수술대 위의 환자처럼" 무기력하게 동서 양면으로 큰 타격을 받으며 붕괴됩니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독일식 전쟁 방식은 어떠한 해법도 제시하지 못 합니다. 저자는 1944년 초 만슈타인과 히틀러의 논쟁을 그 예로 듭니다. 만슈타인은 군사적(작전적)으로 타당한 대안을 제시하지만 그 대안에는 정치적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었고, 히틀러는 정치적으로 타당한 주장을 펼치지만 군사적으로는 재앙을 불러오는 주장만을 펼쳤을 뿐 입니다. 1940년 이후 전략적인 초점을 상실한 채 작전적인 승리를 맹신하며 불리한 환경을 조성한 결과 독일군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된 것 입니다.

저자는 1944년 여름 동서 양면으로 연합군의 대공세에 직면해 독일군 수뇌부가 내린 전략적 판단을 비판하면서 그 비합리성을 지적합니다. 1944년 여름 서부전선 방어를 다룬 부분에서는 히틀러 체제하에서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지휘체계의 파탄을 보여줍니다. 국방군 총사령부로 만들어진 OKW는 3군 통합작전 지휘 보다는 비대한 육군을 견제하기 위한 관료기구의 성격이 강했고, 예하의 3군은 이 체제하에서 통합작전 보다는 타군을 정치적으로 견제해 왔으며 이 모순이 결국 1944년 프랑스 방어의 실패로 나타난다는 것 입니다. 서부전구 사령관 룬트슈테트는 명목상 서부전선의 3군을 통합 지휘해야 하지만 실제로 공군과 해군은 서부전구 사령부 보다는 자군 사령부의 지휘통제를 받았으며, 육군을 지휘하는 롬멜도 룬트슈테트를 무시하고 히틀러에 직보하는 등의 난맥상을 보였다고 지적합니다. 지휘체계의 난맥은 기갑사단의 분산 배치라는 치명적인 실책을 저지르는 원인이 됩니다. 전략적인 파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히틀러를 정점으로 한 최고수뇌부의 오판을 거듭해서 지적하고 있습니다. 1944년 여름 소련군의 하계대공세 직전 히틀러가 내린 여러가지 잘못된 결정들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시티노는 히틀러를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하계 공세 직전 철수를 주장하다가 히틀러의 압박에 물러선 뒤 히틀러의 전선 사수 명령만을 수동적으로 전달하는데 그친 무기력한 지휘관 부슈, 적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없이 낙관적인 예측만으로 허황된 작전을 수립하는 요들, 연합군의 역량을 과소평가하며 이탈리아에서 무의미한 소모전을 전개한 케셀링 등 고위 장성들의 실책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물론 1944년 1월 만슈타인이 거둔 우마니 지구의 승리, 1944년 8월 모델이 바르샤바에서 거둔 승리 등 독일군의 작전적인 탁월함을 보여준 사례도 빠트리지 않고 언급합니다. 저자는 전쟁 말기 까지도 독일군은 기동과 화력을 조합한 작전에서 우수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독일군의 모든 지휘관들이 군수보급과 정보라는 측면에서 형편없었음을 빠트리지 않고 지적합니다. 또한 이들은 정치, 대전략, 경제에 완전히 무지했다고 평가합니다. 즉 독일 장교단은 현대의 총력전을 수행하기에 부족한 집단이었다는 것입니다. 장교단이 전쟁 말기로 갈수록 히틀러에 충성하며 정치화된 점도 빠트리지 않고 비판합니다. 결론 부분에서는 패전이 임박하자 부하들을 버리고 도망친 쇠르너의 초라한 말로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처럼 독일 장교단의 몰락을 보여주기에 알맞은 사례도 없을 것 입니다.

부대 명칭 오류 같은 소소한 문제가 있지만 상당히 재미있고 균형잡힌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맥락상 앞선 책들에 논리적으로 부속되어 있다 보니 뭔가 좀 애매한 느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