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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29일 월요일

김석원의 군사적 능력에 대한 미군사고문단의 평가

원래는 어제 올렸던 한국전쟁 이전 국군의 사단편제에 대한 글을 좀 더 보강해서 올릴 생각이었는데 재미있는 자료가 조금 더 굴러 들어와서 이 글은 다음 번에 더 보강해서 쓰려고 합니다. 그 대신 땜빵 포스팅으로 김석원 이야기나 조금 해 볼까 합니다.

예전에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이전 미군사고문단장이 평가한 한국군장성들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미군사고문단장 로버츠 준장은 보통 일본군 출신 장교들의 군사적 능력을 중국군 출신 장교들에 비해 더 높게 평가했습니다. 그렇지만 몇몇 예외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1사단장을 지낸 김석원 준장이었습니다.

로버츠 준장은 1950년 3월 18일 신성모에게 보낸 서한에서 김석원의 군사적 능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혹평했습니다.


각하(신성모) 께서도 기억하시겠지만 저는 지난해 7월과 8월 김석원이 공금횡령과 부정행위를 저질렀으며 부패한데다 공직을 남용하고 장교에게 필요한 윤리와 도덕적 기준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를 자행한 데 관한 저의 견해를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이미 지적한 문제점 외에도 제가 직업군인의 관점에서 진지하게 평가하면 김석원의 군사 과학과 전술에 대한 지식은 매우 형편없습니다. 김석원은 그가 맡은 방어책임구역의 방어 준비를 하는데 기본적인 원칙조차 이해하지 못했으며 설사 말단 초급장교라 하더라도 용납 못할 정도로 전술원칙에 대해 근본적으로 무지합니다. 저는 김석원이 전술가로서의 능력이 형편없기 때문에 만약 그가 더 책임 있는 직위를 맡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안보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s you will remember, I expressed myself unequivocally on the subject of this ex-officer last July and August when his peculations, dishonesty, corruption, misuse of public office and total disregard of the ethics and moral standards required of an officer were brought to light. In addition to the deficiencies I have just cited, it was my considered opinion at the time, as a professional soldier, that his knowledge of military science and tactics was extremely limited. He had failed to grasp the basic principles of the organization of his sector for defense and exhibited a fundamental ignorance of tactical principles which I would not tolerate even in a very junior officer. I feel that his deficiencies as a tactician would, if he were placed once more in a responsible position, seriously jeopardize the security pf the Republic.

March 25, 1950, ‘Activities of Brig Gen. Kim Suk Won’, Enclosure 1; RG 59, Records of State Department

굉장한 혹평입니다. 특히 전술적 능력이 초급장교 보다 못하다고 하는 부분은 왜 저렇게 심각한 비난을 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혹평은 김석원을 옹호하는 측에서 주장하듯 김석원과 군사고문단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이 주된 원인일까요?

김석원은 1949년의 38선 충돌에서 핵심적인 지역이었던 개성 방면의 1사단장으로 재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전쟁 이전에 그의 전술적 능력을 평가할 만한 기회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1949년 여름에 미군사고문단이 1사단의 방어구역을 시찰하고 김석원의 부대 운용에 대해 분석한 내용입니다.

이번 조사의 결과 현재 1사단 구역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과 방어상의 위험한 취약점이 있음이 드러났다.

a. 경계 순찰이 전무한 상태이다.

b. 현재 38선상에서 돌파되어 침범당한 지역에 전초저항선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

c. 사단 정면에 주저항선이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단 주력이 북한군으로부터 공격에 노출되어 있을 뿐 아니라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

d. 11연대가 부적절하게 투입, 배치되어 있다. 이 부대는 연대지휘소와 대대가 개성에 위치해 있는데 현재 위치에서는 개성 회랑 동쪽으로 부터의 공격에 후방이 차단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 이 연대는 개성-문산 도로의 약간 남쪽에 배치되어 있으며 개성-문산 도로를 따라 종심 깊게 배치되는 대신 연대 전체가 북쪽을 향하고 있어 배치가 잘못 되어있다. 만약 임진리의 교량이 적의 신속한 진격에 탈취될 경우 1개 연대와 여기에 배속된 포병은 고립될 것이다. 제대로 된 군대가 적용하는 올바른 부대 배치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 진다. 각 대대와 중대는 소수의 병력만 전방에 배치하고 예비대를 확보한다.; 최소한 1개 연대에는 1개 대대가, 1개 사단에는 1개 연대가 예비로 있어야 한다. 그러나 1사단은 사단 예비는 물론 연대 예비대도 전무한 상태이다. 사단장은 예비대 없이는 보다 결정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

e. 나머지 2개 연대 -12연대와 13연대- 도 마찬가지로 종심이 깊지 못하고 예비대가 전무한 상태로 전술적으로 불안정하게 배치되어 있다.

This investigation revealed the following deficiencies and dangerous defensive weakness in the present zone of the 1st Division.

a. Total absence of security patrolling

b. No established outpost line of resistance to present penetration and violation of the 38th degree North Parallel.

c. Absence of a main line of resistance on the Division front, thus exposing the Division’s main element to an attack and possible demoralization by North Korean Forces.

d. Improper placement and disposition of the 11th Regiment. This unit, with the Command Post and battalion located at KAESONG is, in its present position, highly vulnerable to being cut off and destroyed by a force attacking east through the KAESONG corridor. This regiment is incorrectly disposed, inasmuch as it is slightly south of KAESONG-MUNSAN road and the entire regiment is facing directly north rather than being astride the above-mentioned road and disposed in depth. If the bridges over the Im-Jin-ni River are taken by a quick thrust of the enemy, over one regiment and artillery will be cut off. Correct dispositions, as applied by all real armies, are as follows : each Battalion and Company Keeps few troops in front and each has a Reserves; at least 1 Battalion of a Regiment must be in reserve; at least 1 Regiment of a Division must be in reserve. As it is, there are no Regimental reserves nor Division reserves. Not having these, the Division Commander is unable to accomplish much decisively.

e. The two remaining Regiments – the 12th and 13th – are similarly placed in tactically-unsound position in that they are not disposed in depth and no reserves have been established.

August 1, 1949, ‘Tactical Disposition of the 1st Division, Korean Army’; RG 338, KMAG, Box 8, Brig General W. L. Roberts(Personaal Correspondence, Memorandum) 1949

일단 위의 보고서에서 지적된 것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김석원이 ‘예비대’라는 것을 전혀 확보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비대를 확보하는 것은 부대 지휘관이라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인데 김석원은 사단장이 되어 제대로 된 예비대 없이 사단 전 병력을 전방에 배치해 놓은 것 입니다. 초급장교 만도 못하다는 혹평이 단순한 비난이 아닌 것이죠. 전면전도 아닌 상황에 사단의 전 병력이 전방에 배치되어 방어 종심도 얕아 제대로 된 공격을 받으면 한방에 붕괴될 수 있는 위태로운 상태였습니다. 여기에 예비대도 없으니 만약 이 상태로 전면전이 발발했다면 개성-문산 지구는 순식간에 붕괴됐을 것 입니다.

김석원의 후임으로 부임한 유승렬과 백선엽은 이런 비상식적인 부대운용을 하지 않았습니다. 개전 당시 1사단은 11연대를 예비대로 확보해 놓았고 기습 공격과 전력상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선전합니다. 김석원이 하던 대로 1사단이 배치되어 있었다면 서부전선이 일거에 붕괴되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