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이준님의 블로그에서 이현상 평전과 관련된 글을 읽고 시간이 나는대로 이 책을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종각역의 반디 앤 루니스에 들렀는데 인문서적 코너에서 이 책이 눈에 확 띄더군요.
책 디자인도 예쁘게 잘 되어 있고 저자도 제법 재미있게 읽었던 경성 트로이카의 안재성씨 인지라 어떤 내용인가 보자 하고 집어서 쭉 훑어 봤는데…
아아. 대 실망입니다.
대한민국의 평전 문화가 너무 수준이 낮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망했습니다.
열심히 쓰신 저자 분께 죄송하지만 이 책의 수준은 그저 분량만 많은 아동용 위인전에 불과했습니다.
경성 트로이카나 이관술에 대한 책을 읽을 때도 느꼈지만 안재성씨는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애정이 많은 분 같습니다. 그렇지만 최소한 평전을 쓸 때는 그 애정을 자제하는 법도 알아야 하는데 이현상 평전은 그 도가 지나쳤습니다. 내용 중 상당수가 빨치산을 미화하는 것이아니냐 싶을 정도로 유치한 표현으로 이뤄져 있더군요. 하도 한심한 문장이 많아서 여기다가 옮겨 적지는 않겠습니다. 그리고 책 부록으로 딸려 있는 이현상 약력을 보니 1950년 여름에 미군 후방에서 유격전을 펼치면서 미군 수백명을 사살(!) 했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별다른 교차 검증 없이 실어 놓았습니다.
유감스럽지만 평전이라는 제목을 달기에는 책의 수준이 낮았습니다. 문장이 깔끔하다는 것을 빼면 연예인 팬클럽의 오빠 찬양글과 거의 다를바가 없더군요.
책을 읽다 보니 저자는 빨치산 활동에 대해 약간의 낭만 같은 것도 가지고 있는 것 같던데 앞으로 책을 쓸 때는 그런 망상은 버리고 썼으면 싶습니다. 하긴, 망상에 가까울 정도의 애정이 없었다면 이현상 같은 인물의 평전을 쓰기도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사회 특성상 이현상 같은 사회주의자에 대한 평전이 많을 수는 없으니 이 책은 최소한 그 희소성으로는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평전으로서는 수준 미달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별히 한국전쟁이나 이현상에 관심 있는 분이 아니라면 비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