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2일 월요일

Germany and the Axis Powers - by Richard L. DiNardo

옛날 농담 하나.

히틀러와 도죠가 지옥에서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히틀러가 말하길.




“다음 전쟁은 이탈리아를 빼고 합시다.”

이 썰렁한 개그가 상징하듯 2차대전 당시 독일과 그 동맹국들간의 공조체계는 엉망이었습니다. 이미 푀르스터(Jurgen Förster) 같은 쟁쟁한 연구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명확한 결론을 내려놓고 있습니다.

디나르도(Richard L. DiNardo)의 Germany and the Axis Powers 역시 독일과 동맹국들의 관계에 대해서 기존의 연구들과 동일한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물론 붕어빵 같이 똑같은 내용이라면 굳이 책을 쓸 필요가 없었겠지요. 디나르도는 독일과 동맹국들의 관계를 각각 전략 차원과 작전 차원에서 고찰하고 있습니다.

작전 단위에서는 독일군의 각 병종 별로 동맹국들과의 협력의 성과가 달랐습니다. 저자는 독일 공군이 동맹군과의 관계에서 가장 양호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중해 전역에서 몰타에 대한 공격과 루마니아의 플로예슈티(Ploieşti) 방공전을 꼽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 공군도 궁극적으로는 동맹국들을 하위 동반자로 생각했기 때문에 중요한 기술 협력에서는 비협조적이었다는 한계를 지적합니다. 독일 육군과 동맹국의 관계는 최악이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동부전선입니다. 독일 육군은 동부전선에 대규모의 동맹군을 끌어들였지만 정작 동맹국에 대한 군사원조와 보급에는 비협조적이었으며 이것은 1942~43년 겨울의 대재앙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합니다. 동부전선에서 동맹군 사령부에 파견된 독일연락장교들은 종종 상대방이 무례한 간섭으로 여길 정도로 행동해 거부감을 키우는 등 문제가 많았다고 합니다. 아마 동부전선의 독일과 그 동맹국들의 관계는 한국전쟁 당시 한국과 미국의 관계와 비교하면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자가 독일 육군에서 예외적인 존재로 꼽는 것은 롬멜인데 저자는 롬멜은 동맹군인 이탈리아군을 잘 활용했다고 높게 평가합니다.

저자는 전략 단위의 동맹 관계에 대해서는 더욱 혹독한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미국과 영국과 같이 통일된 전략적 지휘체계가 없었다는 꼽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문제점 때문에 이탈리아가 아프리카와 발칸반도에서 무모한 모험을 벌여 독일을 수렁에 빠트린 것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독일과 그 동맹국들의 전략적 이해 관계가 제각각 이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합니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이해관계 차이는 지중해 전역에서 문제를 일으켰고 동부전선에서도 동맹국들이 각각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치중했기 때문에 1944년에 파탄을 가져왔다는 것 입니다. 독일의 동맹국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핀란드도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1942년 말부터 전쟁에서 빠질 구실만 찾았으며 독일의 지원 약속에도 불구하고 공세에 무관심했다는 점은 독일과 동맹국들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흥미 있게 생각한 것은 독일은 미국보다 뒤떨어지는 산업력으로 미국이 자국의 동맹국들에게 했던 것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점 입니다. 독일은 동맹국들에게 군사 및 경제원조를 하면서 전쟁을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미국이 아니었으니 이런 체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는 없었습니다. 이탈리아는 우수한 해군을 가졌지만 석유 부족으로 1942년 초부터 작전에 지장을 받았습니다. 독일은 지중해 전역을 위해서 이탈리아 해군에 대한 석유 보급에 신경 썼지만 독일의 능력으로는 이탈리아 해군을 지원하는 것이 역부족이었습니다. 1943년 이후 동맹국들은 독일에 더욱 더 많은 원조를 요구했지만 이제는 독일 스스로도 자국의 필요량을 채우는데 급급해 졌습니다.

저자는 독일이 1차대전의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비판합니다. 독일은 1차대전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라는 제 1의 동맹국을 단순한 하위 협력자로 대했는데 그러한 과오를 2차대전에서도 반복했습니다. 특히 전략적 차원에서의 동맹 관계는 완전한 실패 그 자체였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반대로 독일의 적국들은 1차대전과 2차대전 모두 독일보다는 양호한 동맹관계를 유지했습니다. 1차대전 당시 영국-프랑스의 관계나 미국-영국의 관계는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물론 이들의 관계는 독일과 그 동맹국들과는 달리 동등한 입장에서 관계가 가능한 강대국들이었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독일의 주요 동맹국들은 하나 같이 독일보다 국력이 압도적으로 떨어지는 국가들이었고 열강 대접을 받던 이탈리아도 그 점에서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만약 독일이 자국과 동등한 수준의 동맹을 가졌다면 2차대전사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한국전쟁시기 한미관계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꽤 많습니다. 한국은 월등한 국력의 강대국을 동맹으로 가진 만큼 이 저작이 충분한 시사성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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