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8일 월요일

이탈리아군의 일상적인(?) 굴욕

Karl-Heinz Golla의 'Der Fall Griechenlands 1941'을 읽는 중 입니다. 저자는 독일군의 침공 직전 배경 설명을 위해서 1940년 이탈리아군의 그리스 침공을 간략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탈리아의 그리스 침공에 대한 대략적인 흐름은 알고 있지만 이탈리아군의 공세가 초장 부터 돈좌되는 묘사는 정말 난감하기 그지 없는 이야기입니다.

대표적으로 그리스 침공군의 주력 부대 중 하나인 이탈리아군 25군단은 공세 초기에 주력이 격파되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이 군단에 소속된 첸타우로(Centauro) 기갑사단은 L3/35를 장비하고 있었는데 공세 초반에 상당수의 전차를 진창에 빠트려 상실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Ian W. Walker의 'Iron Hulls, Iron Hearts' 58쪽에 약간 더 자세한 이야기가 있는데 첸타우로 사단은 10월 28일 공세를 시작했으나 진창으로 인해 사단의 선두 전차대가 이틀동안 24km(;;;;) 진격하는데 그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리스군이 구축한 방어선에 무리하게 공격만 거듭하다가 공세역량을 소진했고 그리스군이 반격을 개시하자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진창에 빠진 전차들을 내버리고 패주했다고 합니다. 이 단 한번의 전투로 첸타우로 사단의 전력은 큰 타격을 받아서 12월 9일에는 재편성을 위해 예비대로 돌려질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Golla에 따르면 역시 같은 군단에 소속된 산악부대 줄리아(Julia) 사단도 그리스군이 후방으로 침투하자 큰 피해를 입고 패주했다고 하는군요. 이탈리아군의 알피니 사단은 이탈리아군 중에서도 나름 정예인데 이건 정말 너무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명색이 산악사단인데 산악지형에서 일반 보병사단에게 우회 포위를 당하질 않나;;;;

뭐랄까. 이탈리아군이 모두 엉터리인 군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몇몇 실전기록들을 보면 압도적인 황당함을 선사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러니 나쁜 인상을 벗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잡담하나. 그런데 이 경우에는 이탈리아군이 못 싸운 걸까요 아니면 그리스군이 잘 싸운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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