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4월 28일 이건순 중위의 월남 사건은 꽤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건순 중위는 월남한 뒤 북한의 남침 의도와 북한 공군의 현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남침에 대한 경고가 많았지만 바로 남침 직전에 북한군의 장교가 월남해서 남침에 대한 정보를 알린 것은 파급력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건순 중위가 제공한 정보에 대한 미국쪽 반응은 살짝 심드렁 했던 것 같습니다. 주한미국대사대리 드럼라이트(Drumright)가 국무부장관에게 보낸 전문을 보면 말입니다.
1950년 5월 11일 오후 6시 서울.
대사관전문 683호. 대사관전문 675호 참조. 5월 11일 대한민국 국방부장관이 발표한 북한의 군사력1)에 대한 주한 미 대사관의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한미대사관은 현재 북한의 군사력 수준에 대해 대한민국 국방부장관이 발표한 통계와 다르게 판단하고 있으며 그 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북한의 총 병력은 103,000명으로 여기에는 "인민군", 만주에서 귀환한 조선인 의용군 부대, 국경경비대, 공군 항공사단, 기갑부대와 해군이 포함됩니다. 여기에 대해 지방의 경찰력이 약 25,000명으로 판단됩니다. 북한군의 유일한 기갑전력은 한개의 여단규모 부대로 총 65대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가장 강력한 것은 소련제 T-34입니다. 북한군의 포병 전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76.2mm 보병포와 유탄포 224문, 122mm 유탄포 72문, 82mm 박격포 637문, 120mm 박격포 120mm문, 45mm 대전차포 356문, 경기관 총 및 중기관총 6,032정.
4월 28일 이건순 중위가 귀순하기 직전까지 북한 공군의 전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Yak 전투기 35대, 쌍발 폭격기 3대, 쌍발수송기 2대, 훈련기 35대. 이건순 중위가 제공한 정보는 F-3 등급2)으로 이 정보에 따르면 북한공군은 훈련용 전투기를 포함해 Yak 전투기 100대, IL-10 공격기 70대, PO-2 정찰기 8대, 미제 연락기 2대 입니다.
만약 본 대사관의 추정치가 정확하다면 한국측이 주장한 추정치는 아마도 의도적으로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측이 정보를 과장한 것이라면 그 이유는 우방국, 특히 미국으로 하여금 남북간의 군사력 격차를 납득하도록 만들어 군사원조를 더 받아내려는 의도가 분명합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오늘 있었던 면담을 포함해 최근 면담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추가적인 군사원조를 강력하게 요구한 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의 성명은 한국 언론인들을 외국 언론인들과의 회견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고 외국 언론인들에게만 별도로 북한 군사력에 대한 보다 상세한 보고서를 제공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외국의 여론을 의식한 것이 분명합니다. 아마도 북한 군사력에 대한 일부 추정치가 한국의 일반 대중들의 불안감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언론에게는 자세한 보고서가 제공되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드럼라이트.
Department of State,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 1950 Vol. VII. Korea(Washington, USGPO, 1976), pp.84~85
이건순 중위는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셈인데 문제는 미국측에서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미 전쟁이 임박한 시점이라 한국군의 증강 같은 본질적인 문제는 어쩔 방법이 없지만 말입니다.
주
1) 위에서 인용한 같은 책의 pp.83~84에 따르면 신성모가 발표한 북한 군사력에 대한 대한민국 국방부의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총 병력 183,000명, 준군사조직을 합하면 30만명. 인민군 정규사단 6개 및 보안대 3개 여단 118,000명, 여군을 포함한 보조 인력을 포함할 경우 여기에 37,000명이 더 추가됨. 1개 전차 여단 1만명, 해군 15,000명, 공군 2,500명.
기계화 부대는 경전차 18대와 중형전차 155대 등 총 173대의 전차와 장갑차 30대, 오토바이 300대로 편성.
북한군의 포병전력은 76mm포와 122mm포를 합쳐 총 609문, 82mm 박격포와 120mm 박격포를 합쳐 총 1,162문, 대공포 54문, 대전차포 627문, 경기관총 및 중기관총 9,728정.
해군은 총 32척의 함정 보유.
공군은 총 195대의 항공기를 보유했으며 1개 항공사단으로 편성.
2) 위에서 인용한 이건순 중위가 제공한 정보 등급이 F-3 이란 것은 이건순 중위가 정보제공자로서의 신뢰도가 F, 아직 판단할 수 없으며 이건순 중위가 제공한 정보는 정보로서의 신뢰도가 3,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라는 의미입니다. 한림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에서 1995년에 출간한 『미군정기정보자료집 1-3 : CIC(방첩대) 보고서(1945.9~1949.1)』에 있는 설명에 따르면 미국 정보기관의 정보원 및 정보 등급 분류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제공원(Source)
A. 완전히 믿을 만함(completely reliable)
B. 통상 믿을 만함(usually reliable)
C. 꽤 믿을 만함(fairly reliable)
D. 통상 믿을 만하지 않음(not usually reliable)
E. 믿을 수 없음(improbable)
F. 판단할 수 없음(cannot be judged)
정보(Information)
1. 다른 원천에서 확인(confirmed by other source)
2. 아마 사실이다(probably true)
3. 사실일 수 있다(possibly true)
4. 사실인지 의심된다(doubtfully true)
5. 사실같지 않다(improbable)
6. 판단할 수 없다(cannot be judged)
양치기 소년의 비참한 최후..
답글삭제리박사께서 하도 뻥카질을 해서 그런지 에누리를 좀 하였나 봅니다.-_-;;
답글삭제의외로 전력에 대해선 조사가 잘 되어 있었네요. 근데 그거 말고 잘 한 게 뭐였더라?-_-;
답글삭제1949년에 미국측과 군사원조 협상을 하면서 뒤통수를 좀 심하게 쳐서 말입니다. 미국쪽에서 NSC8을 NSC8/2로 개정하면서 군사원조를 제공할 한국군 병력상한선을 1만5천명 더 늘려 6만5천으로 하자 한국에서는 병력상한선을 독자적으로 10만명으로 높여버립니다. 미국쪽에서 꽤 열받았다죠.
답글삭제북한의 위협을 과소평가한 미국쪽 잘못도 크지만 어찌보면 미국쪽에게 공갈협박전략을 엉성하게 써먹은 이승만의 잘못도 만만치 않다고 봐야 할 겁니다.
답글삭제한국군은 이미 저때부터 퍼레이드는 잘 한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답글삭제아. 물론 한국 국방부의 정보수집능력은 상당히 우수한 편이었습니다. 1949년에 미국쪽에 제시한 북한군 정보도 당시 미군사고문단의 추정치 보다 한국 국방부의 추정치가 사실에 가까운 편이었습니다.
양치기 노인의 최후.....
답글삭제구라빨은 진통제와 같아서리....^^;;;;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늑대들이 이승만을 구제해준 셈이 되어서;;;
답글삭제뻥을 쳐도 좀 적당히 쳤어야지 이박사님 처럼 그랬다면 저라도 일단 한국군 소스 정보라면 의심부터 하겠네요.
답글삭제스낵바의 문이 떨어져 나간 것에 대해 카투사를 우선적으로 의심하는 요즘의 미군 분위기와도 완벽히 다르진 않지요.
답글삭제물론 저도 이박사의 뻥질이 저리도 심한 저 시절이라면 미군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생각해보면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미군측의 '한국인 의심'은 여전히 행해지고 있는 몇몇 범법행위에 기반하고 있는 것(동두천 미군물품점들이라든가)이긴 합니다만, 솔직히 울화통 치민 적 없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좋은 지적이십니다. 저도 저 당시 기록을 한국인에 대한 멸시의 감정이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막상 읽다보면 미국인들이 남긴 자료의 막대함에 눌려서 그런 것을 싹 까먹어 버리긴 합니다만;;;;;
답글삭제게다가 저 시절 이승만 정부와 미국 대사관의 관계도 좀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임병직 외무부 장관은 나중에 회고록을 쓰면서 무초와 군사고문단장 로버츠를 엄청나게 씹어댔죠.
답글삭제구라빨과 뒤통수의 조합결과를 여실히 보여주는군요.....
답글삭제사실 미국쪽에서 관심을 주지 않으니 한국쪽이 쓸 만한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승만은 혐오감을 높이는 전술을 주로 사용했는지라;;;
답글삭제저런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성 평가는 하던가요?
답글삭제드럼라이트 말씀이십니까?
답글삭제꼭 드럼라이트를 콕 집은건 아니고, "미국 정보기관의 정보원 및 정보 등급 분류"를 매기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언급한 것입니다만.... 생각해보니 계속 쳇바퀴 도는 꼴이 되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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