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점은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측의 불만요인이었습니다. 이승만이 다양한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군사원조의 증대를 요청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요. 실제로 국민방위군 창설 초기에는 미국이 국민방위군에 대한 장비 제공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캐나다를 상대로 소총구매를 추진한 일 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어쨌든 미국이 중장비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자 이승만은 좀 색다른 방안을 강구했던 것 같습니다. 이승만은 1951년 2월 10일 임병직(林炳稷) 외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다음과 같은 지시를 내렸습니다.
(전략)
(미국의 고철 수집과 관련해서)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본인의 관심을 끌고 있소. 장관은 북한 공산도당이 전차와 중포를 가지고 쳐들어 왔을 때 우리 국민이 끔찍한 피해를 입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오. 우리 국민들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도 전차와 중포를 가져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소. (버려진) 전차와 기관총이 매우 많이 있소. 이중 대부분은 파손된 상태지만 우리 기술자들에 따르면 이것들은 80% 정도 수리가 가능하다고 하오. 제8군은 버려진 전차와 장비들을 긁어모아 분해한 뒤 고철로 만들려 하고 있소. 미국측의 당국자들에게 대한민국 정부가 그것들을 인수하는 대신 고철을 공급하겠다고 요청하시오. 그리고 만약 미국측이 그것들을 판매하려 한다면 우리가 그것을 사겠다고 하시오. 이렇게 한다면 대한민국의 방위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오. 미국측이 버려진 장비들을 매일 같이 파괴하고 있으니 빨리 미국의 동의를 받도록 하시오. 그리고 맥아더 장군의 사령부나 무초 대사에게 우리가 버려진 장비들을 가지는 것이 더 낫다고 하시오. 맥아더 장군과 무초 대사에게 이것은 우리 정부의 요청이라고 하시오.
「이승만 대통령이 임병직 장관에게」(1951. 2. 10), Oliver Paper 1951-2(국사편찬위원회 등록번호 HA0000004648)
하지만 버려진 전차와 중화기를 한국이 인수하는 것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사실 미국이 원조를 하는 것이나 버려진 전차를 회수해서 쓰는 것이나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인력과 기술, 물자의 지원이 필요한 일이니 쉽게 승인해 주기는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성공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승만과 한국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원조 요청을 하고 독자적인 장비 획득을 추진한 것이 미국의 일정한 반응을 이끌어 내기는 했으니 비판적으로만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 과정이 깔끔하진 않지만 어쨌든 조금 더 많은 원조를 뜯어내는 데는 도움이 되긴 했으니 말입니다.
작년에 조선일보에 연재된 백선엽 장군 회고를 보면 6.25당시 사단장들의 능력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포병을 굳이 전방으로 이동시켜 직사로 날리라고 명령하는 사단장, 그리고 후방에서 곡사로 쏴야한다는 포병부대장에게 비겁하다고 닥달하는 장면을 보면 미군 지휘관들의 우려가 이해됩니다.
답글삭제예. 한국군 지도부에 대한 불신에다가 일본의 재무장까지 겹쳤으니 한국 정부로서는 군사원조를 받는데 더 애로사항이 꽃피게 되지요. 이 점은 이승만의 일본 재무장에 대한 경계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납니다.
삭제원조를 요청하다 거절되니 급기야는 고철 일보직전의 장비에도 관심을...;;;
답글삭제궁하니 어쩔수 없는 일이지요. 제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장비를 공여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해 꽤 적절하게 반응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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