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3일 일요일

[번역글] 우크라이나 전쟁과 독일의 리더쉽 문제

이 글은 픽스(Liana Fix)가 미국외교협회 웹사이트에 기고한 칼럼 On the Ukraine War, Germany has a leadership problem. Here's why를 번역한 것 입니다. 유럽 내에서 독일의 위상과 이에 따른 리더쉽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서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습니다만, 결론 부분에서 독일에 우호적인 미국인의 입장을 보여주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기 위해서 미국의 노선을 따라 유럽을 관리해 줄 독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겠지요. 필자는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원조할 것을 강하게 권고하는 입장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차 원조를 찬성하는 입장이라서 이 칼럼의 논조가 마음에 드는군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독일은 리더쉽의 문제를 안고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리아나 픽스

지난 2, 독일의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맞아 시대의 전환(Zeitenwende)을 선포했다. 숄츠 총리의 선언으로 독일 국방 정책은 급속한 전환을 맞았다. 하지만 독일은 아직까지도 우크라이나에 전차와 같은 중장비를 제공하는데 미온적이다. 독일은 유럽 안보에서 지도적인 위치를 수행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원조는 어느 정도인가?

독일 정부는 1월 말 이래 우크라이나에 12억 유로(11 6천만 달러) 상당의 군사원조를 제공했다. 여기에는 무기와 장비는 물론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금융 지원도 포함된다. 절대적인 액수로 보면 독일은 프랑스 보다 더 많은 원조를 제공했지만 영국이나 폴란드에는 미치지 못한다.

전쟁이 발발한 이래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군사 지원은 그 규모와 양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독일은 처음에는 방탄모와 같은 기본적인 장비를 제공했다. 그리고 지금은 다연장로켓포, 자주포, 대공포, 장갑차, 방공 체계 같은 중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독일이 제공한 방공 체계 중 첫 번째 물량은 이제 막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머지 세 포대는 생산 능력 때문에 2023년이나 되어야 인도될 듯 하다.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원조를 확대하는데 방해가 되는 요인은 생산 능력 뿐만이 아니다. 정치적 고려도 원조를 지연시키고 있다. 독일 정부는 국내와 국제 사회의 압박을 받은 뒤에야 군사 원조를 조금씩 늘려왔다. 그래서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많은 지원을 했지만 폴란드와 같은 독일의 동쪽 이웃 국가들은 독일이 우크라이나 원조에 미온적이라고 생각하고, 이로 인해 동유럽에서 독일의 위신은 실추됐다.

독일 정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요인은 확전에 대한 공포다. 독일은 폴란드나 발트 3국과 달리 러시아를 직면한 안보 위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 대신 독일은 나토와 러시아의 대립이 확대될 위험을 걱정한다. 숄츠 총리의 확전에 대한 입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재정 원조, 인도적 원조, 군사원조는 유럽 국가와 유럽의 국제 기구들이 제공한 원조를 모두 합친 것 보다 두 배나 더 많다.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은 원조를 제공했기 때문에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지원하는 문제를 결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독일의 집권 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3개 정당은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원조하는 문제를 두고 분열되어 있다. 외무부 장관 아날레나 베어보크(Annalena Baebock)가 소속된 녹색당과 재무부장관 크리스티안 린트너(Christian Lindner)가 소속된 자유민주당은 전차를 원조하는데 찬성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결정권을 쥐고 있는 숄츠 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소속되어 있는 사회민주당은 미온적이다. 독일의 대중 여론도 분열돼 있다.

 

'전환 정책'이 독일의 군사 및 안보에 어느 정도의 의미가 있는가?

독일은 에너지 및 안보 정책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입장도 재정립 했다. 이러한 정책 전환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긴급 대응 조치이며 과거 독일의 대러시아 정책 기조와 안보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던 정책과 단절 하는 것이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였고 국방예산을 나토의 기준인 국내총생산의 2%에 맞추고 독일 연방군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1,000억 유로(978억 달러)의 특별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독일은 미국에서 F-35 전투기를 도입하고 핵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의 핵 무기를 독일로 이전하는 핵공유도 계속하려 한다.

 

독일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가?

독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정책적으로 큰 대응을 했지만 유럽 안보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는 못하다. 이때문에 동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독일에 대한 신뢰가 감소하고 있다. 또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강한 국가로서 유럽에 질서와 안정을 기획해야 하는, 독일이 져야 할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 독일과 유럽의 협력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원조하는 결정을 공동으로 내리는 게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다. 또한 독일 정부는 특별기금을 투입하는 기간인 5년이 지난 뒤에도 현재와 같은 수준의 국방예산을 유지할 것을 확언해야 한다. 물론 독일이 지금 수준 보다 더 많은 국방예산을 사용한다면 훨씬 좋다. 우크라이나는 군사원조 뿐만 아니라 향후 수개월간 필요한 예산 소요를 위해 상당한 규모의 재정 지원을 받아야 한다.

전후 평화를 추구해온 독일의 정책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독일이 군사 분야에서 취한 행동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유럽이 "스스로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창했던 것을 이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유럽은 여기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미국을 충실하게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독일은 유럽의 안보에 있어서 "동지들 중 으뜸가는(primus inter pares)" 위치를 추구해야 하며 미국과 함께 리더쉽을 발휘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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