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9일 목요일

유럽의 재래식 군사력 쇠퇴 원인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하나

 미육군전쟁대학에서 간행하는 Parameters에 실린 Imitating US Doctrine cost Europe its heavy combat power라는 논문을 읽었습니다. 상당히 재미있는 주장을 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논문의 필자 네메스(Bence Nemeth) 교수는 유럽의 재래식 군사력이 약체화된 근본적인 원인은 21세기에 들어와서 미국과 유사하게 대비정규전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군사력 개편을 했기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네메스는 비록 유럽 국가들이 장기간 군축을 하기는 했어도 미국식 교리를 추종하지 않았다면 재래식 군사력이 현재와 같이 약화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이 연구에서 분석 대상으로 선정한 국가는 캐나다, 독일, 영국 등 세 나라입니다. 제목에는 유럽이라고 써놓고 캐나다군까지 분석대상으로 집어넣은건 이상합니다만 캐나다도 NATO의 일원으로 동유럽에 파병을 하고 있긴 하지요. 네메스는 이 세 국가를 선정한 이유는 캐나다, 독일, 영국이 발트3국에 전개된 전방지상군 전투단(Forward Land Forces battlegroup)의 중핵이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1990년, 2001년, 그리고 2022년에 분석 대상 3개국이 실제로 보유했던 전차, 보병전투차, 야포 및 다연장의 숫자와 '만약' 미국 교리를 따르지 않고 기존의 재래식 중시 교리를 유지했을 경우 보유했을 경우의 숫자, 그리고 킬 세계경제연구소와 브뤼겔 연구소 등이 추산한 '현 시점에서 러시아의 발트3국 침략을 막는데 필요한' 장비의 숫자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1990년은 냉전이 막 종식되는 시점이고 2001년은 탈냉전 이후 본격화된 군축의 영향이 나타난 동시에 대테러전쟁이 시작된 시점, 마지막으로 2022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략하면서 유럽의 군사적 취약성이 명백해진 시점입니다. 이 연구에서 분석의 핵심은 2001년부터 2022년까지의 기간입니다. 이기간 동안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교리에 따라 대비정규전 중심으로 군을 개편했기 때문입니다. 네메스는 2001년부터 2022년까지 캐나다, 독일, 영국 세 나라 모두 지상군 총병력 대비 전차부대와 포병부대의 숫자가 격감했다고 지적합니다. 교리의 변화가 없었다면 전차부대의 비율은 훨씬 높았을 거라고 가정하는 겁니다.

 이 연구는 교리의 변화가 없어서 기갑과 포병의 비율이 감소하지 않았다면 2022년 기준으로 캐나다군은 56대, 독일군은 462대, 영국군은 230대 더 많은 전차를 보유했을 것으로 봅니다. 마찬가지로 야포와 다연장의 경우도 더 많이 보유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캐나다군은 실제보다 33문, 독일군은 실제보다 142문, 영국군은 실제보다 98문 더 많은 포병 무기체계를 보유했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보병전투차량은 교리 변화의 영향을 덜 받은 무기체계이므로 실제와 큰 차이는 없거나 오히려 약간 줄어들었을 걸로 봅니다.

 네메스는 근본적으로 교리의 변화로 인해 실제로 보유한 장비의 숫자가 줄어서 유럽이 재무장하는데 많은 비용을 들이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킬 세계경제연구소와 브뤼겔 연구소 등 유럽의 싱크탱크들은 NATO가 러시아의 침략으로 부터 발트 3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1,400대의 전차, 2,000대의 보병전투차, 700문의 야포와 다연장이 필요하다는 연구를 내놓았습니다. 네메스는 기존의 정규전 중심 교리가 유지되었다면 캐나다, 독일, 영국 3개국이 보유한 전차만 총 1,340대, 야포와 다연장은 596문으로 킬 세계경제연구소와 브뤼겔 연구소가 제시한 기준에 근접했을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전차와 포병 무기체계가 크게 감소했습니다. 2022년에 이 3개국이 실제로 보유한 전차는 593대, 포병 무기체계는 323문이었습니다. 

 결국 교리 변화로 인해 전차와 포병 무기체계가 격감했기 때문에 유럽의 재무장 비용도 커졌다고 평가합니다. 필자는 킬 연구소와 브뤼겔 연구소가 제시한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312억 유로가 필요하지만 교리의 변화가 없었다면 139억 유로만으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예산 감축 보다 교리의 변화에 주목하는 점에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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