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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3일 화요일

도킨스의 유쾌한 글쓰기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쉬었습니다.

대충 약을 챙겨 먹고 친구 한명과 채팅을 했는데 중간에 리처드 도킨스의 “악마의 사도” 번역 문제에 대한 이이갸기 나왔습니다. 제 친구의 지적은 고유명사에 대한 번역이 잘못된 것이 많다(예를 들어 “china”를 “중국(China)”으로 번역하는 것)는 것 이었습니다. 친구가 말하길 개인 블로그나 일기장이 아닌 이상 돈 받고 하는 번역이 이런 건 큰 문제가 아니냐고 지적하더군요.(찔리더군요;;;;;)

마침 도킨스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점심을 먹고 눈먼 시계공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도킨스의 여러 에세이에서 나타나듯 도킨스는 대중적인 글에도 능숙한 대가 중의 대가입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비유를 동원한 그의 해설은 이해하기도 쉽고 즐겁지요. 쉽고 재미있다는 점에서 도킨스의 대중적인 글 쓰기는 대중과의 소통을 고민하는 전문가들이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이 양반의 글쓰기를 보다 보면 이 사람이 학부 시절에 썼던 노트나 다른 글들을 보고 싶어집니다. 아무리 천재라 해도 이런 글발이 하루 아침에 갑자기 생겨나진 않았겠지요. 도킨스의 글쓰기 진화과정을 추적해 보는 것도 유쾌한 경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도킨스의 대중적인 저작 중에서 눈먼 시계공을 가장 좋아합니다. 제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이 책에 사용된 비유들이 가장 재치 넘치고 재미있는 것 같더군요. 물론 "만들어진 신"이나 이 밖에 종교를 비판하는 다른 에세이들도 흥미롭긴 합니다만 전투적인 성향이 있는지라 마냥 즐겁지는 않거든요. 이 책에서 사용된 여러 비유들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돌고래와 조기경보기를 비유하는 것이나 동물의 점진적인 진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DC-8의 개량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은 아주 유쾌했습니다. 그리고 최고의 압권은 원숭이의 타자치기가 아닐까 싶더군요. 여러 모로 유쾌한 책 입니다.

2007년 4월 6일 금요일

2차 자료에 근거해 글을 쓰는 경우의 문제점

채승병님의 글 "위키피디아는 언제나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자"에는 2차 자료에 근거해 글을 쓸 경우의 문제점에 대해서 잘 지적돼 있습니다. 저 역시 항상 저런 문제점을 느끼고 있긴 하지만 독일이나 미국에 갈 여건이 안되는 이상 결국은 2차 자료에 근거해서 글을 써야 한다는 제약에 봉착합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2차 자료라도 최대한 활용해서 교차 대조를 해야 하는데 이럴 때 서로 다른 주장들을 하고 있으면 매우 골치가 아픕니다.

제가 지난 달에 썼던 "독일과 프랑스의 군단급 기갑전투 : 독일 16차량화군단과 프랑스 기병군단의 교전사례"역시 쓰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글을 쓸 때 가장 많이 참고한 것이 Neumann의 "Die 4. Panzer-Division 1938-1943"과 Gunsberg의 "The Battle of the Belgian Plain"인데 이 Neumann의 경우 4기갑사단의 자료까지 충실히 활용한 반면 Gunsberg는 독일측의 경우 거의 제 16군단의 작전일지만 가지고 서술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큰 맥락은 두 저작 모두 동일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Neumann의 저작과 Gunsberg의 저작은 제 4기갑사단을 후속한 제 3기갑사단의 이동에 대해 서술하는데 대략 1시간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4기갑사단에 대한 부분이라면 Neumann의 저작을 좀 더 신뢰하는 방향으로 나가겠지만 제 3기갑사단의 경우라면 아무래도 Neumann의 저작이 잘 못 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Gunsberg의 글은 제 3, 제 4기갑사단의 상급사령부인 제 16군단의 일지를 바탕으로 했으니 만큼 군단의 전체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는 Neumann 보다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프랑스군의 움직임을 기술 할 때는 프랑스측의 문헌을 활용한 Gunsberg의 저작이 상대적으로 유용했습니다. Neumann의 저작도 그렇고 독일측의 입장을 반영한 Jentz의 Panzertruppen의 Hannut전투 부분도 프랑스군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약간 부정확하게 기술돼 있지요. 그래서 이 짧은 글을 하나 쓰는데도 혼동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결국은 확실한 1차 사료가 없는 상태에서 2차 자료에 의존해 글을 쓰면 쓰는 사람의 주관이 상당히 들어가게 되고 만약 이게 또 웹을 통해 다른 곳에 인용된다면 또 조금 꼬이겠지요. 정말 골치 아픕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1차 사료만 있다면 간단히 해결되겠지만 문제는 1차 사료를 구하기가 한국의 상황에서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차 사료도 사료간에 상이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 최대한 많은 자료를 활용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말은 쉬운데 실천은 어려운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