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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7일 수요일

나를 낚은 이 한권의 책 - Sledgehammers : Strengths and Flaws of Tiger Tank Battalions in World War II

좋은 역사책(또는 역사와 관련된)의 조건 중 하나는 어떤 사료를 바탕으로 썼느냐와 독창성 입니다. 그리고 후자는 거의 전자에 의해 규정되지요. 99% 이상의 A급 저작들은 탄탄한 1차 사료를 바탕으로 쓰여집니다. 간혹 인문학 분야에서 2차 사료를 바탕으로 쓰여지는 책들이 쓸만한 경우도 있긴 한데 그 경우는 대개 역사철학 같은 관념론적인 분야가 대부분 입니다. 그리고 1차 사료를 바탕으로 쓰여지는 책은 설사 재미가 없더라도 최소한 자료집으로서의 가치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차 사료를 바탕으로 쓰여지는 책 들은 다른 이들의 연구에 의존하기 때문에 결코 창의적인 시각이 나올 수 없으며 재미마저 없을 경우 아예 쓸데가 없습니다.

C. W. Wilbeck이 쓴 Sledgehammers : Strengths and Flaws of Tiger Tank Battalions in World War II 라는 물건은 바로 위에서 규정한 거의 쓸데가 없는 책입니다. 게다가 더욱 슬픈 것은 제가 바로 이 형편없는 책에 낚인 피해자 중 하나라는 것이죠. 사실 이 책을 찍어낸 Aberjona Press는 쓸만한 군사서적을 몇 권 낸 곳이기 때문에 출판사를 믿고 샀는데 뒤통수를 심하게 맞은 셈 입니다.(아마존의 리뷰는 별 5개인데 절대 믿지 마십시오)

이 책은 실질적으로 내용의 거의 대부분을 W. Schneider의 Tiger im Kampf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독창성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아주 형편없는 저작입니다. 이 책의 모든 통계 자료들은 Schneider가 1차 사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 들 입니다. 그리고 이밖에 약간의 2차 사료들이 보조적인 역할로 사용되고는 있습니다만 별로 특기할 만한게 없습니다. 책 전체가 기존의 저작들을 짜깁기 한 것이다 보니 건질만한 내용이 없습니다. 책의 수준은 잘 쓰여진 인터넷 게시판의 글을 모아 놓은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아까운 종이를 낭비해 가며 찍어낼 물건은 전혀 아닌 것이죠.

제가 혹평했던 The GI Offensive in Europe : The Triumph of American Infantry Divisions, 1941~1945 라던가 British Armour in the Normandy Campaign 1944 는 최소한 1차 사료를 기반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전체적인 요지는 동의할 수 없더라도 참고할 만한 내용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Sledgehammers는 구제 불능으로 형편없는 저작이며 여기에 낚인 본인을 저주하게 만드는 물건입니다.

결론은 좋은 역사책은 1차사료에 기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가 되겠습니다.

2007년 4월 6일 금요일

2차 자료에 근거해 글을 쓰는 경우의 문제점

채승병님의 글 "위키피디아는 언제나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자"에는 2차 자료에 근거해 글을 쓸 경우의 문제점에 대해서 잘 지적돼 있습니다. 저 역시 항상 저런 문제점을 느끼고 있긴 하지만 독일이나 미국에 갈 여건이 안되는 이상 결국은 2차 자료에 근거해서 글을 써야 한다는 제약에 봉착합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2차 자료라도 최대한 활용해서 교차 대조를 해야 하는데 이럴 때 서로 다른 주장들을 하고 있으면 매우 골치가 아픕니다.

제가 지난 달에 썼던 "독일과 프랑스의 군단급 기갑전투 : 독일 16차량화군단과 프랑스 기병군단의 교전사례"역시 쓰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글을 쓸 때 가장 많이 참고한 것이 Neumann의 "Die 4. Panzer-Division 1938-1943"과 Gunsberg의 "The Battle of the Belgian Plain"인데 이 Neumann의 경우 4기갑사단의 자료까지 충실히 활용한 반면 Gunsberg는 독일측의 경우 거의 제 16군단의 작전일지만 가지고 서술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큰 맥락은 두 저작 모두 동일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Neumann의 저작과 Gunsberg의 저작은 제 4기갑사단을 후속한 제 3기갑사단의 이동에 대해 서술하는데 대략 1시간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4기갑사단에 대한 부분이라면 Neumann의 저작을 좀 더 신뢰하는 방향으로 나가겠지만 제 3기갑사단의 경우라면 아무래도 Neumann의 저작이 잘 못 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Gunsberg의 글은 제 3, 제 4기갑사단의 상급사령부인 제 16군단의 일지를 바탕으로 했으니 만큼 군단의 전체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는 Neumann 보다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프랑스군의 움직임을 기술 할 때는 프랑스측의 문헌을 활용한 Gunsberg의 저작이 상대적으로 유용했습니다. Neumann의 저작도 그렇고 독일측의 입장을 반영한 Jentz의 Panzertruppen의 Hannut전투 부분도 프랑스군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약간 부정확하게 기술돼 있지요. 그래서 이 짧은 글을 하나 쓰는데도 혼동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결국은 확실한 1차 사료가 없는 상태에서 2차 자료에 의존해 글을 쓰면 쓰는 사람의 주관이 상당히 들어가게 되고 만약 이게 또 웹을 통해 다른 곳에 인용된다면 또 조금 꼬이겠지요. 정말 골치 아픕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1차 사료만 있다면 간단히 해결되겠지만 문제는 1차 사료를 구하기가 한국의 상황에서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차 사료도 사료간에 상이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 최대한 많은 자료를 활용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말은 쉬운데 실천은 어려운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