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역사책(또는 역사와 관련된)의 조건 중 하나는 어떤 사료를 바탕으로 썼느냐와 독창성 입니다. 그리고 후자는 거의 전자에 의해 규정되지요. 99% 이상의 A급 저작들은 탄탄한 1차 사료를 바탕으로 쓰여집니다. 간혹 인문학 분야에서 2차 사료를 바탕으로 쓰여지는 책들이 쓸만한 경우도 있긴 한데 그 경우는 대개 역사철학 같은 관념론적인 분야가 대부분 입니다. 그리고 1차 사료를 바탕으로 쓰여지는 책은 설사 재미가 없더라도 최소한 자료집으로서의 가치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차 사료를 바탕으로 쓰여지는 책 들은 다른 이들의 연구에 의존하기 때문에 결코 창의적인 시각이 나올 수 없으며 재미마저 없을 경우 아예 쓸데가 없습니다.
C. W. Wilbeck이 쓴 Sledgehammers : Strengths and Flaws of Tiger Tank Battalions in World War II 라는 물건은 바로 위에서 규정한 거의 쓸데가 없는 책입니다. 게다가 더욱 슬픈 것은 제가 바로 이 형편없는 책에 낚인 피해자 중 하나라는 것이죠. 사실 이 책을 찍어낸 Aberjona Press는 쓸만한 군사서적을 몇 권 낸 곳이기 때문에 출판사를 믿고 샀는데 뒤통수를 심하게 맞은 셈 입니다.(아마존의 리뷰는 별 5개인데 절대 믿지 마십시오)
이 책은 실질적으로 내용의 거의 대부분을 W. Schneider의 Tiger im Kampf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독창성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아주 형편없는 저작입니다. 이 책의 모든 통계 자료들은 Schneider가 1차 사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 들 입니다. 그리고 이밖에 약간의 2차 사료들이 보조적인 역할로 사용되고는 있습니다만 별로 특기할 만한게 없습니다. 책 전체가 기존의 저작들을 짜깁기 한 것이다 보니 건질만한 내용이 없습니다. 책의 수준은 잘 쓰여진 인터넷 게시판의 글을 모아 놓은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아까운 종이를 낭비해 가며 찍어낼 물건은 전혀 아닌 것이죠.
제가 혹평했던 The GI Offensive in Europe : The Triumph of American Infantry Divisions, 1941~1945 라던가 British Armour in the Normandy Campaign 1944 는 최소한 1차 사료를 기반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전체적인 요지는 동의할 수 없더라도 참고할 만한 내용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Sledgehammers는 구제 불능으로 형편없는 저작이며 여기에 낚인 본인을 저주하게 만드는 물건입니다.
결론은 좋은 역사책은 1차사료에 기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