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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일 일요일

농경문화권의 신화에 나타난 양치기와 농부의 지위

슈타인호프님의 글과 거기에 딸린 댓글을 읽고 나니 농경문화에서 농부와 양치기가 차지하는 위치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가 하나 생각났습니다. 바로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주말연속극(?)인 인안나와 두무지의 결혼 이야기입니다.

우투(Utu)가 말하길 -

나의 동생아. 양치기와 결혼하거라.
왜 너는 (그와 결혼하기를) 꺼리는 것이냐?
두무지가 (만드는) 크림은 좋다, 두무지가 (짜는) 우유는 좋다.
두무지가 만지면 모든 것이 밝게 빛난다.
인안나(Inanna)야, 두무지와 결혼하거라.

풍요의 마노(瑪瑙) 목걸이로 장식한 이나나야
왜 너는 (그와 결혼하기를) 꺼리는 것이냐?
두무지는 그의 풍족한 크림을 너와 함께 나눌 것이다.
왕들의 보호자인 인안나야
왜 너는 (그와 결혼하기를) 꺼리는 것이냐?


인안나가 말하길 -

양치기! 나는 양치기와 결혼하기 싫어요!
양치기의 옷은 조잡해요, 양치기의 양털은 거칠어요.
나는 농부와 결혼하겠어요.
농부는 내 옷을 만들 아마를 키우니까요.
농부는 내 식탁에 오를 보리를 키우니까요.

Diane Wolkstein and Samuel Noah Kramer, Innana : Queen of Heaven and Earth, Harper and Row, 1983, pp.32-33

※ 참고로, 이 어린양은 예쁜 양치기와 결혼하는게 희망입니다.

2006년 9월 17일 일요일

God, Demons and Symbols of Ancient Mesopotamia by J. Black and A. Green

인터넷의 눈부신 발전은 나의 게으른 면을 보면 축복일 수 있지만 또 아날로그 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소 난감한 일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난감 한 것 중 하나는 좀 두리뭉실한 사전류의 책의 효용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어지간한 것들은 위키피디아만 두들겨 봐도 제법 쓸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갈수록 책장을 넘기는 것 보다 키보드를 두들기게 되는 것이다.

God, Demons and Symbols of Ancient Mesopotamia가 딱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이 책은 메소포타미아의 종교, 신앙과 관련된 여러가지 사항들을 제법 보기 좋은 그림들과 함께 설명해 놓은 사전이다. 이 책이 나온 것은 인터넷이 대중화 되기 전인 1992년인데 그때에는 매우 매우 활용도가 높았을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은 좀 아닌듯…

그래도 다행인 점은 사전 답게 매우 사소한 아이템 까지도 한 꼭지씩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 이런 점이 없었다면 지금쯤 책장 구석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었을 물건이다.
그리고 일러스트레이션을 잘 배치했다는 느낌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그림이 너무 작다는 것. 좀 크다면 스캔해서 써먹어도 좋을 듯 싶다.

※ 이 책의 Demons, Monsters 항목과 Symbols of the Gods 항목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보니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어느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