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20일 화요일

합리적 수익분배 유형 - 1944년 동유럽 분할 문제

태양계적 대인배 푸틴좌의 한 말씀(sonnet)

※ 오늘(2월 26일) sonnet님이 쓰신 글을 보니 제가 앞 부분에서 심각한 오타를 냈습니다. 잘못 쓴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우리 같은 거스름돈 입장에서는 불쾌하지만 사실 저게 살벌하고 정나미 떨어지는 국제정치의 현실이지요.

발트 3국이 거스름 돈이라면 동유럽은 부수입 정도는 될 것입니다. 1994년에 출간된 Origins of the Cold War : an international history에 실려 있는 Charles Gati의 Hegemony and Repression : Eastern에는 이 부수입 분배를 둘러싼 처칠과 스탈린이라는 두 대인배의 거래에 대해 실려있습니다.

1944년 10월, 처칠은 전후 동유럽 5개국의 처리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습니다. 첫 번째 회담은 10월 9일 처칠과 이든, 스탈린과 몰로토프 참석하에 치러졌는데 이날 회의에서 처칠이 소련측에 제시한 세력 분할안은 다음과 같았다고 합니다.

헝가리 – 소련 50%, 영국 50%
유고슬라비아 – 소련 50%, 영국 50%
불가리아 – 소련 75%, 영국 25%
루마니아 – 소련 90%, 영국 10%
그리스 – 소련 10%, 영국 90%

처칠의 첫번째 제안은 그리스에서 영국의 압도적 우위를 달성하는 대신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에서는 소련의 우위를 인정하고 헝가리, 그리고 유고슬라비아는 적당히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 이었습니다. 사실 이때는 소련군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휩쓸고 헝가리에 육박하던 시점이었고 영국은 발칸반도에 별다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지요. 스탈린은 처칠의 제안에 대해서 큰 이견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10월 10일에는 이든과 몰로토프간에 회담이 이뤄 집니다. 그런데 이든은 루마니아에서 소련의 지배적 위치를 인정하게 된다면 헝가리와 불가리아에서는 영국이 조금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몰로토프 또한 이날 좀 더 센 제안을 내놓습니다. 이날 몰로토프가 처음 제시한 분할안은 다음과 같았다고 합니다.

헝가리 – 소련 50%, 영국 50%
유고슬라비아 – 소련 50%, 영국 50%
불가리아 – 소련 90%, 영국 10%
루마니아 – 소련 90%, 영국 10%
그리스 – 소련 10%, 영국 90%

그리고 이든의 제안을 접한 뒤 다시 다음과 같이 제안을 수정합니다.

헝가리 – 소련 75%, 영국 25%
유고슬라비아 – 소련 75%, 영국 25%
불가리아 – 소련 75%, 영국 25%
루마니아 – 소련 90%, 영국 10%
그리스 – 소련 10%, 영국 90%

몰로토프는 이날 두 번 더 수정안을 제안하는데 헝가리,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가 협상 대상이었습니다. 몰로토프가 세 번째 수정안에서 제시한 세 국가에 대한 세력분할안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헝가리 – 소련 75%, 영국 25%
유고슬라비아 – 소련 60%, 영국 40%
불가리아 – 소련 75%, 영국 25%

이든이 여기에 대해 다시 내놓은 안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헝가리 – 소련 75%, 영국 25%
유고슬라비아 – 소련 50%, 영국 50%
불가리아 – 소련 80%, 영국 20%

몰로토프는 이든의 수정안에서 헝가리 부분은 동의하고 유고슬라비아와 불가리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변경안을 제시합니다.

유고슬라비아 – 소련 50%, 영국 50%
불가리아 – 소련 90%, 영국 10%

그리고 다음날인 10월 11일, 몰로토프가 마지막으로 제안한 것은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영국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 이었습니다. 몰로토프의 최종 수정안은 영국측도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몰로토프의 최종안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헝가리 – 소련 80%, 영국 20%
유고슬라비아 – 소련 50%, 영국 50%
불가리아 – 소련 80%, 영국 20%
루마니아 – 소련 90%, 영국 10%
그리스 – 소련 10%, 영국 90%

전쟁이 끝난 뒤 유고슬라비아는 제멋대로의 길을 걸었고 헝가리, 불가리아, 루마니아는 소련의 지분이 100%가 돼 버리고 그리스는 거꾸로가 돼 버립니다.

결과가 어찌 됐건 도박판의 판돈 신세를 면한 것은 유고슬라비아 정도였고 나머지 네 나라는 그 운명을 바꾸지 못 합니다. 티토는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은 인물이지만 유고슬라비아가 강대국의 노름판에서 판돈으로 전락하는 것은 막았으니 그럭저럭 쓸만한 지도자 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 않나 싶습니다.

댓글 11개:

  1. 익명7:29 AM

    아 정말 강대국식 지도에 줄긋기 외교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군요. 감동입니다.

    어찌되었든 유고연방 해체 후의 개판을 보면 그런 나라를 묶어놓은 티토가 걸출한 인물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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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익명11:02 AM

    지도에 줄긋기라면 차라리 이해하기가 쉬울 텐데, 무슨 기준으로 영향력을 90%, 10% 식으로 산출하자고 했던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원조액이나 주둔 병력일 성 싶지도 않고... 친러/영파 정부 각료의 머릿수쯤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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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익명1:07 PM

    티토가 걸출한 인물이긴 한데 그 사후에는...(그래서 더 커보이는 건지도요.)

    그나저나 체코슬로바키아는 어떻게 되는걸까요? 불로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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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익명7:32 PM

    이 회견의 주된 목적은 지중해로부터 소련을 배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유독 그리스에 대한 영국의 지분이 높았던 것이고요. 스탈린과의 합의가 있었던 덕분에 영국은 그리스 공산주의자들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영국 군대를 투입할 수 있었고, 이탈리아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스탈린의 협력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처칠에게는 그정도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역부족이었고, 폴란드나 체코까지 구해낼 능력은 없었죠. 미국이 적극적으로 유럽에 개입했다면 혹 모르지만, 그러지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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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sonnet님 // 저런걸 읽을 때 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얀까마귀님 // 생각하신 대로 정부 구성 비율에 기타 다른 요소를 포함한 것 인데 정부 구성말고는 저도 약간 이해가 안가더군요.

    행인님 // 체코슬로바키아는 보너스입니다.

    슈타인호프님 // 맞습니다. 영국인들은 미국이 이 지역에 무관심한데 대해 아주 갑갑해 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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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익명8:19 PM

    지분이라는 단어에서 추론되듯이 설령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해도 동유럽을 구하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44년 여름부터 이미 해당지역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확대'의 과정으로 달려가던 소련이나 이를 확인할 수 있을만한 현지정보력을 보유한 영국과는 달리 미국은 '의지'도 없었지만 기초적인 정당 조사도 제대로 해놓지 못했을 정도로 행동에 나설만한 기반이 없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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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익명9:43 PM

    다종족문제에 있어 티토를 뛰어난 인물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인듯한데 티토가 진짜 뛰어난 인물이라면 자신이 아닌 누가 해먹더라도 계속유지해나갈수 있게끔 해주는 시스템(이라고 해야할까요?)같은것들을 구축해두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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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익명11:21 PM

    저것이 바로 홍건적 협상 스타일의 진수로군요!

    사실 유고는 답이 없지요.
    티토 스스로도 크로아티아인이라는 약점이 있으니.
    결국 티토조차도 유고의 덫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나마 티토야 한 일이 있으니 다들 인정하지만.

    나머지는 아마 티토가 예수를 후계자로 지명한들
    사후 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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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익명2:19 AM

    티토가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유고슬라비아가 유지되었다는 점에서 정녕 티토는 위대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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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라피에사쥬님 // 동유럽 문제는 일본에 대한 미국과 소련의 나와바리 조정을 뒤집은 것과 유사한게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아텐보로님 // 발칸반도에서 가장 콩가루인 지역을 그럭 저럭 통합해서 끌고간 것만해도 대단하지요.

    티앙팡님 // 믿음이 부족하시군요. 주님의 역사에는 불가능이 없습니다.

    슈타인호프님 // 네. 저도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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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익명10:59 AM

    주님은 주님이기 이전에 유태인인데요?(히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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