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29일 목요일

주머니안에 있는 거스름돈의 처리

주머니 안에 있는 거스름돈을 정리하는 것은 꽤 골치아픈 일 입니다. 특히나 잔돈이 많을 경우에는.

소련 영내의 소수민족들에 대한 “개념적인 정복”은 특별한 기준이나 계획이 없이 시행됐다.

소련이라는 국가의 건설은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정치적)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특히 스탈린의 권력이 강화되면서 그런 경향이 더 심해졌다. (제정 러시아에서 탄압받은) “미개한” 소수 민족들이 자신들의 전통문화와 종교를 되찾는 것은 1927년부터 시작된 1차 5개년 계획의 성과에 실망하고 있던 소련 정부에게 상당히 곤란한 문제였다. 1929년 스탈린이 외친 과거와의 “대단절(Великий перелом)”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개혁을 가속화하는 것이 국가의 목표가 되었다. 소련정권은 소련 인민들의 “인류학적 진보”를 위해서“작고” “약한” 민족들을 보다 발전된 “상위민족(Главные народность)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처음에는 서류상으로 시작했고 시행단계에서는 소수민족의 영토와 언어정책을 변경하는 것을 통해 추진했다. 즉 막스적 역사발전단계에서 여전히 봉건체제나 자본주의 단계에 있는 소련인민들을 공산주의 단계로 앞당겨 인도하려는 것 이었다. 이런 민족통합작업은 스탈린의 “대단절”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기 때문에 소련 최초의 인구조사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소련정권은 자국의 국민과 영토, 그리고 자원에 대한 중대한 정보를 정리할 수 있었다. 이때 조사된 인구통계는 1928년 발행되었으며 여기에는 166개 민족과 4개의 소집단, 그리고 6개의 기타 민족집단의 연령, 성별, 언어, 문자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Francine Hirsch, Empire of Nations : Ethnographic knowledge and the making of the Soviet Union, (Cornell University Press, 2005), p.137

1939년에 실시한 인구조사에서는 166개의 민족이 62개의 민족과 30개의 소수민족으로 정리됐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잔돈이 많은 것 보다는 지폐로 바꾸는 쪽이 관리하기엔 편하겠지요.

댓글 4개:

  1. 그런 면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이야말로 모범사례일 겁니다. 형식적으로야 "한족 + 55개 소수민족"이라는 잡다한 수가 존재하지만 서류상으로는 98%가 한족이라는 아주 바람직한 결과를 가지고 계신단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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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슈타인호프님 // 크하핫. 그렇군요. 뭉칫돈과 약간의 잔돈 뿐이니 관리하기가 편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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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세상에... 그 많던 소수민족들을 어떻게 "정리" 했는지 덜덜덜 스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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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행인님 // 그냥 통합시키는 것이죠. 예를들어 A라는 소집단이 B라는 대집단과 언어 계통이 비슷하다면 A집단이 B집단과 같은 민족이라고 서류상으로 통합해 버리는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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