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1일 토요일

뉘른베르크

바드 퇼츠를 답사한 뒤에는 바로 뮌헨에서 저녁 기차를 타고 뉘른베르크로 출발했습니다. ICE를 타니 잠깐 눈 붙일 시간도 없더군요. 그러나 뉘른베르크에 도착하니 뭔가 좀 심심한 느낌이 들어서 다시 근처에 있는 Bamberg로 갔습니다. 그런데 Bamberg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야밤에 겨울비를 맞기는 뭐 해서 시내를 조금 둘러 보다가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플랫폼에서 뉘른베르크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올해 겨울이 따뜻해서 난리라지만 겨울은 겨울인지라 춥더군요.. 덜덜덜... 그리고 덤으로 배도 고파서 플랫폼에 있는 자판기에서 과자 하나를 샀습니다.


그런데 좀 짜더군요. 맥주 안주로는 쓸만합니다.

한참을 기다려 뉘른베르크에 도착했는데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러다가 하루를 통째로 말아먹는건 아닐까 걱정이 되더군요.


다행히도 오전 9시 정도 되니 비가 그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잘 아시겠지만 뉘른베르크는 레니 리펜슈탈이 제작한 1934년 전당대회의 기록영화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그덕에 뮌헨과 더불어 나치의 소굴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도시가 되었지요.
뉘른베르크 여행은 Deutsch님의 블로그에 소개된 The Third Reich in Ruins가 아주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구시가지의 경우 관광명소가 아니면 유럽의 건물에 익숙하지 않은 저 같은 사람에게는 모두 비슷 비슷해 보이는데 이 사이트에는 제 3제국 시절의 사진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놓아 매우 유용했습니다.

뉘른베르크 중앙역 바로 옆에는 1935년에 지은 우체국 건물이 있습니다. 여전히 우체국으로 쓰이더군요.


구 시가지로 들어가서 뉘른베르크 시 광장, Hauptmarkt 쪽으로 가다 보니 꽤 재미있는 동상이 하나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몇 안되는 독일 화가 중 한 명인 뒤러(Albrecht Dürer)의 동상입니다. 생각해 보니 뉘른베르크는 뒤러의 고향이더군요.;;;


그런데 아직 오전이라 광장으로 가봐야 썰렁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방향을 바꿨습니다. 잠깐 성벽 구경이나 할 참으로 Weisser Turm쪽으로 걸었습니다.


그런데 Weisser Turm은 왜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얀색이 아니라서....

잠깐 구시가지 밖으로 나가 성벽 구경을 했습니다. 뉘른베르크 구시가지는 전쟁 중에 많은 부분이 파괴되어 복구한 곳이 많다고 하는데 성벽 중에서 복구된 구간과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구간은 어떤지 궁금하더군요.



다시 구시가지로 돌아와서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중세 후기의 건축물 중 하나인 로렌츠 교회가 있던데 막상 구경을 하니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시 광장으로 가는 길에는 두 개의 유명한 다리가 있는데 하나는 Museumsbrücke고 하나는 Fleischbrücke입니다. Fleischbrücke는 1934년 전당대회 당시 히틀러가 지나간 다리라고 하더군요.



아래 사진은 Museumsbrücke쪽에서 바라본 Fleischbrücke입니다.


Museumsbrücke를 건너니 좀 괴이한 미술품이 하나 있더군요.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시간을 끌다가 11시를 조금 넘겨서 뉘른베르크 시 광장에 도착했는데 아직 장사를 시작한 좌판이 몇 개 없더군요. 독일식 만만디인가 봅니다.


광장의 전체적인 느낌은 좋았습니다. 근처에 Frauenkirche도 있어서 그림이 좋더군요. 좀 아쉬운 점이라면 구 시가지에서는 쓸만한 서점을 찾지 못 했다는 점 정도... 광장을 돌아다니며 이것 저것 주워먹으며 놀았습니다. 리펜슈탈의 영화에서 봤을때는 광장이 매우 넓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막상 돌아다녀보니 그다지 넓지는 않았습니다. 역시나 영상이 주는 힘이 컸나 봅니다.


Fraunenkriche

아래는 뉘른베르크 시 광장의 명물인 Schöner Brunnen입니다. 화려하긴 한데 울타리를 쳐 놓아 좀 아쉽습니다.


Schöner Brunnen을 지나가는 히총통. Triumph des willens 중에서


광장을 둘러본 뒤에는 바로 시청을 지나 뉘른베르크 성으로 갔습니다. 시청은 전후에 복구하면서 원형과는 다른 모양으로 만들었다기에 조금 구경만 하고 말았습니다.

뉘른베르크 성은 낮은 언덕위에 있어서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곳 이었습니다. 하지만 뭐랄까... 특별한 느낌은 없더군요. 아래의 사진은 모두 뉘른베르크 성에서 찍은 사진 입니다.







성에서 뉘른베르크 시가지의 경치를 감상한 다음에는 Deutscher Hof 호텔로 향했습니다. 이 호텔은 히틀러가 뉘른베르크에 올 때 자주 묵던 곳이라고 하지요. 리펜슈탈의 영화에도 이 호텔이 나옵니다.



도이처 호프 호텔로 듭시는 히총통. Triumph des willens 중에서


이 호텔에는 히틀러를 위해 특별히 발코니도 만들었다는데 전쟁 이후에는 없애 버렸습니다. 만약 그 발코니까지 남아 있었다면 아주 재미있는 관광명소가 됐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쉽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이 열렸던 곳으로 가 봤습니다.



그런데 교통비를 좀 아껴보자고 걸어간게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 이 건물을 구경하고 나니 바로 날씨가 나빠져서 비가 오더군요.;;;;;
그 덕분에 Ehrenhalle와 Zeppelinfeld를 구경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뭐, 나중에 독일에 가면 구경하는 수 밖에 없겠더군요.;;;;;

그러나 달러 약세와 유로 강세가 계속되고 있으니 언제쯤 독일에 다시 갈 지는 모르겠습니다. 누가 제발 유로 좀 폭락시켜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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