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30일 화요일

전쟁 말기 일본육군의 차량 부족에 대한 잡담

아래의 글에서 일본군의 궁색한 대전차 전투 사례를 하나 다루긴 했습니다만 2차대전기 일본 육군의 장비상태를 보면 이게 미국과 전쟁을 벌이는 열강이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물론 태평양 전쟁이 해전 위주였고 일본해군이라면 세계 일류급 해군이긴 합니다만 육군과 육해군 항공대의 질적 수준은 삼류라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니 말입니다. 게다가 질적수준은 물론이고 양적 수준도 형편없지요.

태평양 전쟁 종전 직후 미군이 일본군을 무장 해제한 기록을 보면 본토결전을 위해 일본 육군이 준비한 전력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장기간의 소모전을 겪은 이후라 하더라도 1944년 말 부터 본토결전 준비를 한 것 치고는 준비가 영 부실한게 눈에 띄입니다. 조금 극단적인 사례일 수 있는데 규슈에 배치된 제16방면군 예하 40군의 경우 군 전체에 트럭 186대, 기타 차량 64대, 장갑차 46대 등 총 296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장갑차를 제외한다면 250대의 차량이 있는 셈이지요.1) 일본 제40군은 1945년 1월 8일 편성에 들어갔고 여기에 총 4개 사단과 1개 혼성여단이 배속되어 있었습니다. 제303, 206, 146, 77사단과 독립혼성 125여단이지요. 그냥 단순하게 계산해서 제40군에 배속된 각종 지원부대를 제외하면 총 15연대(303사단 3개연대, 206사단 3개연대, 146사단 4개연대, 77사단 3개연대, 제125여단은 5개대대 편성이니 대략 2개연대로 계산)에 차량 250대, 1개 연대에 차량 16~17대 정도가 돌아가는 셈입니다;;;; 여기에 군 직할대를 포함시켜서 나눈다면 그 숫자가 더 줄어들겠지요. 사실상 미군이 직접 공격해 왔다면 신속한 기동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40군은 303, 206, 146사단과 독립혼성125여단 등 총 3개사단과 1개 여단을 해안 방어에 투입하고 있었습니다.2) 제40군의 유일한 예비대로는 77사단만이 남는 셈인데 뭐 신속한 기동이 어려우니 미군이 상륙해 왔을 경우 어떻게 되었을지는 상상만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다른 곳과 비교해 본다면 어떨까요? 제 개인적으로 일본군의 본토 결전준비와 비교할 만한 대상으로는 독일군의 북부 프랑스 방어준비가 적합할 듯 싶습니다. 동부전선에서 장기간의 소모전을 거친 뒤 방어를 위해 수개월간 전력을 급히 축적한 사례이니 비교대상으로 적절하지 않을까 싶군요. 먼저, 위에서 언급한 일본군 보병사단들과 비슷하게 차량화 우선순위에서 뒤떨어지는 제6강하엽병연대의 경우 연합군의 상륙 직전 70대의 트럭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3) 장비 상태가 나쁜 축에 속했던 272보병사단의 경우는 오토바이를 제외하고 105대의 자동차, 136대의 트럭, 71대의 견인용 트랙터를 보유하고 있었고 비교적 양호한 수준으로 볼 수 있는 353보병사단은 오토바이를 제외하고 573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4) 매우 거친 비교이긴 합니다만 일본군에 비교하면 차량화 수준이 상당히 양호한 편입니다.

물론 1945년 봄 본토방어를 위해 준비한 독일군과 비교하는게 타당하다고 보시는 분들도 계실 것 입니다. 1945년 봄을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독일군 보병사단도 상당히 엉망입니다. 약간의 예를들면 제167국민척탄병 사단은 1945년 3월 중순 편제의 13%의 차량만 갖추고 있었고 제326국민척탄병 사단의 경우는 아예 말과 마차만 갖추고 있었습니다.5) 하지만 그 당시의 독일군은 껍데기만 남긴 했어도 어느 정도의 기동부대들을 유지하고는 있었지요. 그 점에서 1945년 봄의 독일육군 조차도 일본 육군 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 것 입니다. 사실 국민돌격대에 판쩌파우스트라도 쥐어준 것을 보면 아무래도 독일이 일본 보다는 좀 낫지 않습니까.




1) John Ray Skates, The Invasion of Japan : Alternative to the Bomb, (University of South Carolina Press), p.190
2) John Ray Skates, ibid., p.120
3) Hans-Martin Stimpel, Die deutsche Fallschirmtruppe 1942~1945 : Einsätze auf Kriegsschauplätzen im Osten und Westen, (Mittler&Sohn, 2001), p.156
4) Niklas Zetterling, Normandy 1944 : German Military Organization, Combat Power and Organizational Effectiveness, (J.J.Fedorowicz, 2000) p.252, 282
5) John Zimmermann, Pflicht zum Untergang :  Die deutsche Kriegführung im Westen des Reiches 1944/45, (Schöningh, 2009), p.229

댓글 11개:

  1. Ya펭귄1:28 오후

    베트민 애들처럼 집요하게 싸울 수 있었으면 혹시 모르겠습니다만.....   근데 천조국은 그 당시에는 대충 수습하고 빠지자는 베트남식 주의가 아니라 본진을 털어먹을 때 까지 끝을 보자는 상황이라서 안습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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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단 북베트남이야 중국과 소련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으니 괜찮은데 1945년의 일본은 글자 그대로 독고다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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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무르쉬드1:51 오후

    판저파우스트 그거 하나로 모든 비교가 끝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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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카린트세이10:10 오후

    WWII 시절 Wehrmacht 의 Typ 82 Kubelwagen이 전쟁중에만 약 5만대 가까이 생산되었는데 반해 그에 비슷한 일본의 95식 쿠로가네 경승용차는 36년부터 양산했다는데도 5천대도 못채웠더군요.....;;; 전쟁중 사용했던 육왕계열 오토바이는 거의가 할리 짝퉁인데다 이마저도 만대 넘게 생산된 모델이 없었으니 참으로 기괴한 노릇입니다.
    국력이나 시대의 차이는 있다지만 오토바이 개조 삼륜차를 여러 자동차 회사들이 합작하여 국산화시키며 뿌듯해하고 정부가 여기에 '비상한 관심'을 쏟는 모습들을 보면 아무리 저라도 눈에서 눈물이 흐르더군요... ㅠ.ㅠ;;

    사실 일본육군도 찾아보면 가끔씩이나마 멋진(?) 장갑차량이라던지 현대적(?)인 트럭 위에 올라탄 보병 등 '나름' 기계화된 모습을 보이는 사진이 있긴 있습니다. 문제라면 저게 그나마 상위 1%의 모습인데다 그 실체마저 한꺼풀 벗겨보면 눈에서 눈물날 이야기라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갈릴레오출판사에서 나온 읿본육군장갑부대의 편성,장비 라는 책을 얼핏 보니 저놈들 기갑부대가 그나마 잘나갈시절은 중국전선밖에 없는듯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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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긴. 그냥 걸어다니는게 속편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쌀만 구하면 보급 문제가 해결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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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텐보로10:57 오후

    많이 딴소리지만 대전 말기에 독일군의 장비가 아무리 부족했다고 하나 총이 부족하다고 학교 책걸상을 해체해서 화승총을 만들고 화살 끝에 폭탄을 달아서 대공방어를 하려고 한 일본군에 비교할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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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육군의 기술적인 수준은 딱 루마니아나 헝가리군 정도였던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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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드레드노트11:11 오후

    만약 당시 일본군에 차량이 충분히 있었다 하더라도 그걸 굴릴 기름이 없다는 것도 문제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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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미국은 그 당시 가미가제의 특공에 얼마나 시달리고 분노에 치달았는지 일본말살자전까지 세웠던 나라죠. 읿본은 지연전 위주의 작전이었으니 그 어두운 하수구를 다니는 어떤 동물마냥 땅굴파고 참호파고 들어앉아 있었죠. 그래도 그렇지 물자보급은 어케 할려고 이렇게 허술한지...쩝
    한국전쟁으로 일본이 살아났다는 것은 어찌보면 일본으로서는 행운일것이고 지금 경제가 어려운 일본은 지금도 한국전쟁이 일어나길 바라는 인간들이 많다죠...에이...나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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