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환급금을 받아서 책을 두 권 샀습니다.
한 권은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의 ‘박정희 정부의 선택 : 1960년대 수출지향형 공업화와 냉전체제’이고 다른 한 권은 테사 모리스 스즈키(Tessa Morris-Suzuki)의 ‘북한행 엑소더스 : 그들은 왜 북송선을 타야만 했는가?’ 입니다.
기미야 다다시의 ‘박정희 정부의 선택’은 저자가 1991년에 고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논문을 증보하고 문체를 다듬어서 내놓은 저작입니다. 1991년의 논문은 1차5개년 계획의 수립과정만을 다루고 있는데 이번에 나온 단행본은 범위를 더 넓혀서 1차5개년 계획의 진행과정과 베트남전쟁으로 인한 무역특수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보론으로 남한의 민주화 운동과 518도 다루고 있는데 본문의 내용과는 약간 동떨어진 내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단행본은 일단 1991년의 논문보다 문장이 많이 가다듬어 져서 읽기가 편합니다. 1991년의 박사논문은 학술논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외국인이 쓴 한글이라는 점에서 다소 문체가 어색한 면이 없지 않았는데 이번 단행본의 문체는 읽기 편하고 좋습니다.
일전에 이글루스에서 이승만과 박정희 시기의 경제성장정책에 대한 논쟁이 있었을 때 제가 이 주제와 관련해 흥미롭게 읽었던 책을 몇 권 추천해 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좀 심하게 게으르다 보니 그러질 못했죠;;;; 기미야 다다시의 이 단행본은 박정희 정부 초기의 경제정책에 대한 꽤 재미있는 개설서입니다. 일단 박사논문의 주제에서 범위를 더욱 확장해 베트남전 특수까지 다루고 있기 때문에 박정희 정권이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해 2차산업 주도의 경제구조로 개편되어 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1961년에서 1970년 사이의 기간은 한국의 산업구조가 극적으로 개편된 매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박정희 시기의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시기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기미야 다다시의 박사논문은 군사정권이 집권 초기 이승만 시기 경제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수출대체 위주의 공업화를 구상하다가 국내외적인 요소로 이 계획이 좌절된 뒤 수출주도의 공업화로 이행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으며 이 단행본도 이 주제의 연장선상에서 서술되고 있습니다. 즉 박정희 정권 초기 경제개발에 대한 논쟁을 이해하는데 꽤 유용합니다. 또한 관련 주제에 대한 단행본 중 가장 최근의 저작(2008년 12월에 출간되었습니다) 이라는 점도 강점입니다. 최근까지의 관련 연구사 정리가 잘 되어 있어 논쟁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테사 모리스 스즈키의 ‘북한행 엑소더스’는 영어판(Exodus to North Korea: Shadows from Japan's Cold War)을 사려고 아마존의 Wish List에 담아두고 있다가 다른 책들에 밀려 사지 못하는 사이에 번역판이 먼저 나와 버렸습니다. 한국어판이 더 싸고 요즘은 환율문제도 있는지라 한국어판으로 질러버렸습니다. 재미있게도 이 책은 저자의 요청에 따라 일본어판(北朝鮮への エクソダス―「歸國事業」の 影をたどる)을 번역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아직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는데 북송과정에서 일본정부와 일본적십자사가 수행한 역할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북한은 일본측에서 재일 조선인의 북송을 추진하고 있던 초기에는 북송에 소극적이었다고 하는군요. 일본이 이승만 정부의 북송반대 운동을 제압하는데 미국의 지원을 받는 부분도 흥미롭습니다.(거스름돈의 운명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