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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23일 금요일

제가 번역한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그동안 블로그에는 제가 번역한 책 이야기를 거의 안했던 것 같습니다만, 이번에는 책 광고를 좀 해야 겠습니다^^



이번에 번역한 책은 유명하지만 읽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그 『전쟁론』의 해설서입니다. 저자인 베아트리체 호이저 박사는 영어권에서 활동하는 독일인 연구자입니다. 책은 영어판이 먼저 나왔고 독일어 증보개정판은 몇년 뒤에 나왔습니다. 한국어판은 독일어 증보개정판을 옮긴 것 입니다.

번역 자체는 꽤 일찍 시작했는데 개론서라 그런지 다루는 범위가 넓어서 번역하는 동안 애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영어로 된 책은 몇권 번역했습니다만 독일어 책은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오히려 이 책 보다 늦게 시작한 책이 먼저 나오는 참사(?) 까지 있었지요. 제가 지금 연구하고 있는 총력전, 국민동원을 다룬 부분은 비교적 쉽게 번역한 편이지만 뒤로 가면서 냉전기 핵전략 등 평소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 내용이 나오고는 꽤 애를먹었습니다. 역시 개설서를 쓰거나 번역하려면 많은 공부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번역을 하면서 『전격전의 전설』로 유명한 진중근 중령님 등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또한 일조각의 편집자 분께서도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영어판과 독일어판의 몇몇 오류를 한국어판에서 바로잡을 수 있었는데 이것은 거의 대부분 일조각 편집부의 꼼꼼한 교정 덕분이었습니다.

다만 번역을 꾸준히 하면서도 실력은 제자리 걸음인 번역자가 문제겠습니다(;;;;;) 꽤 신경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직역투의 문장이 여전히 보이고, 명사를 옮기는데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꽤 많은 개념, 용어가 등장하는데 몇가지는 일본식 용어가 그대로 사용됐습니다. 감수자 분들의 지적이 있었습니다만 역자의 역량 부족으로 한계가 있었습니다. 감수자분들이 지적해 주신 사항이 많은데 역자주와 같은 부분은 모두 반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지면의 제한, 역자의 역량 부족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원서 자체는 매우 재미있는 좋은 개설서 입니다. 이제 심판의 날이 왔으니 독자분들의 심판을 달게 받겠습니다.

2011년 9월 4일 일요일

클라우제비츠, 마키아벨리 그리고 중립

2차대전기 독일의 군사동맹이 가진 문제점을 연구한 군사사가 디나도Richard L. DiNardo는 프로이센-독일의 군사이론가들은 동맹을 맺고 싸우는 것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디나도의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은 그런 사례의 하나로 클라우제비츠를 들고 있습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서는 동맹국과의 연합작전에 대해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 입니다.1)

그런데 프로이센-독일의 군사이론에서 군사 동맹이 큰 관심을 받지 못 한 것과 클라우제비츠를 연계 시키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전쟁론』에서는 동맹국과의 연합작전을 소홀히 취급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클라우제비츠가 외교에 대해 무관심 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클라우제비츠 연구자 중 한 명인 베아트리체 호이서Beatrice Heuser는 클라우제비츠의 외교에 대한 시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상가의 한 사람으로 마키아벨리를 꼽습니다. 실제로 클라우제비츠가 남긴 글에서 마키아벨리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 많으며 마키아벨리의 저작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클라우제비츠는 『군주론』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21장은 모든 외교관의 규범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따르지 못하는 이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2)

클라우제비츠가 극찬한『군주론』의 21장은 그 유명한 ‘외교적 중립’의 문제점에 대해 다루고 있는 장입니다. 마키아벨리는 21장에서 인접한 두개의 강국이 충돌할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어느 한 편에 서서 참전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클라우제비츠는 자신이 경험한 현실 때문에 더욱 더 마키아벨리에 주목했을지도 모릅니다. 프로이센은 1805년 오스트리아와 러시아가 프랑스와 싸우고 있을 때 중립으로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맹국이 남지 않았던 1806년이 되어서야 전쟁에 끼어들었고 그 결과는 굴욕적인 패전이었습니다.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에서 외교적인 부분을 비중있게 다루지 않은 것은 약간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클라우제비츠가 마키아벨리를 높게 평가한 것을 보면 굳이 외교적인 측면은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1) Richard L. DiNardo, Germany and the Axis Powers : From Coalition to Collapse, (University Press of Kansas, 2005), pp.5~6
2) Beatrice Heuser, Clausewitz lesen!, (Oldenbourg Verlag, 2010), p.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