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낸 책에 실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평론을 한 편 읽었습니다. 먼저 읽어본 분이 대략적인 내용을 이야기 해 주셨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꽤 재미있군요. 일본식 조롱(?)이라고 할까요? 점잖게 러시아를 조롱하는게 제법 웃깁니다. 제가 읽다가 폭소가 터진 부분을 인용해 봅니다.
“이번 전쟁은 러시아의 군사력을 다시 생각해보는 데도 매우 흥미로운 계기라고 생각한다. 러시아 참모본부가 매월 <군사사상>이라는 잡지를 내고 있는데, 과거 20년분 정도를 몇 년에 걸쳐 읽어보니,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라이벌은 역시 미국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우크라이나나 조지아 같은 구 소련의 국가가 상대라면 쉽게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전제다.
특히, 최근 15년 정도 러시아군 내에서 ‘신세대전쟁’ 혹은 ‘신형전쟁’이라는 논의가 매우 활발하다.(이 두 논의는 비슷하면서도 다르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허위정보나 테러, 제한적인 공습 등을 가미하여 상대 국내에서 내란을 일으키면 공적인 전쟁에 의하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는 논의다. 이러한 비재래적 투쟁 이론은 구 소련 국가가 표적이라고 하지는 않지만, 2008년의 조지아와의 전쟁, 2014년의 첫 번째 우크라이나침공을 계기로 등장한 것이기 때문에 요컨데 구 소련 제국에 대한 개입 전략이라는 성격이 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전쟁을 시작해보자 이길 수 없다. 허위정보나 사이버전에서 우크라이나는 굴복하지 않았고 전면적인 무력침공에도 불구하고 지지 않고 저항을 계속했다. 이것은 러시아군은 물론 외부 관찰자에게도 예상 외의 전개였다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 자신도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중략)
반대로 러시아 측은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실력이 없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러시아가 생각하는 질서가 실현되지 않는 경우 힘을 사용해서라도 달성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그렇기 때문에 불균형한 군사력을 지녀야 한다면서 불필요하게 자신들의 목을 조이고 있다. 개전 이전 이미 러시아의 국방비는 GDP대비 2.6%, 연방예산의 15.1%나 되는 약 3조8천억 루블에 달했는데, 2023년에는 추경을 포함해 5조 루블 이상, GDP 대비 4% 가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광대한 국토를 가지고 있고 천연자원도 풍부하며 엘리트의 교육 수준도 높다. 제국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국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역시 러시아는 제국이 아니라는 것을 참을 수 없다. 러시아의 우파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이 1997년의 저서 <지정학의 기초>에서 말한 대로 “축소판이라도 좋으니 초대국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생각에서 아무리 해도 벗어나지 못한다.
러시아가 그런 환상에서 해방될 때 우리들은 비로소 제대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지는 아주 어려운 문제다.”
고이즈미 유, ‘일본의 시각에서 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한반도 포커스 2023 :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재와 미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2023) 107~1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