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이미 소식을 전해들은 분도 계실겁니다. 『전격전의 전설』을 번역하신 진중근 소령님께서 19세기 중엽에서 독일연방군 초기에 이르는 독일군의 작전사상의 변천을 다룬 Mythos und Wirklichkeit: Geschichte des operativen Denkens im deutschen Heer von Moltke d.Ä. bis Heusinger를 번역해서 출간하실 예정입니다. 『전격전의 전설』을 이어 독일의 최신 군사사 연구가 또다시 한국어로 소개되는 것 입니다. 출판사는 최근 수년간 군사서적을 활발히 간행하고 있는 '길찾기'출판사 입니다. 이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최초의 학술서적이 되겠네요. 아직 영어판도 나오지 않은 책을 한국어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 입니다. 2016년 1월 말 출간 예정이라고 하는데 한국어 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원서는 대충 이렇게 생겼습니다. |
이 저작은 독일군 장교단에서 작전(Operation)이라는 개념이 발생한 배경과 그 발전과정, 그리고 한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작전 단계를 넘어서는 전략개념의 부재를 지적하는 점은 미국의 로버트 시티노(Robert Citino)와 비슷합니다. 전략적 차원의 고찰을 결여하고 있는 독일의 전쟁 수행 방식에 대한 비판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티노의 최근 저작들이 군사적인 측면에 집중하는 반면 이 책의 저자인 그로스는 독일 군부의 정치적인 입장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점에서 탁월하다 하겠습니다. 독일 군부가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공세적인 작전개념을 유지해 발전시킨 배경에 독일 사회에서 군부가 누리고 있던 정치적인 지위, 그리고 민족주의에 기반한 패권적 세계관이 깔려있었다고 비판하는 점은 경청할 만 합니다. 또한 독일의 민군관계에 대한 고찰도 흥미로운데 특히 제2차세계대전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은 이 책에서 제기하는 제3제국의 민군관계와 히틀러의 군 지휘에 대한 비판을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 것 입니다. 군사적 측면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독일군부의 전략적 식견의 부족을 맹렬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독일 장교단이 자신들의 작전적 능력을 지나치게 과신한 나머지 전략적인 열세를 무시하고 침략전쟁에 나서면서 몰락해 가는 과정은 여러가지로 생각할 점이 많습니다.
이 책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한국어판이 간행되면 서평으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의 군사사 애호가들에게 즐거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이 글을 읽으시면 주변의 밀덕(!)들에게 광고 부탁드립니다. 길찾기가 전문적인 군사 학술서를 출간하는건 처음이고 이 책 자체도 국내에 소개되기 어려운 책입니다. 이 책이 성공을 거두면 앞으로 길찾기에서 군사학술서적을 추가로 발행할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