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2일 월요일

진보라는 용어의 식상함

윤해동 교수의 『근대역사학의 황혼』의 서두에서는 오늘날 널리 사용되고 있는 ‘진보’라는 개념에 대해서 비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입니다. 윤해동 교수는 한국에서 진보라는 개념이 자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봅니다. 진보 개념이 자의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개혁에 대한 요구를 진보로 포장할 때 혼란이 초래된다고 보는 것 입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정치의 문제를 아주 잘 꼬집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두 번째 비판은 더 신랄합니다. 한국에서 사용되는 진보 개념은 지극히 속류적이라고 비판하는 것 입니다. 필자는 진보라는 간판이 이상하게 사용되는 몇가지 현상을 비판합니다. 필자는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직접 읽어보면 어떤 세력을 비판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세번째 비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 필자는 진보가 그냥 일종의 기호로 작용하게 된 것은 진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집단이 자의식 없이 진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결과이며 결국 그 집단에게 강박증을 강요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결국 진보라는 기호에 대한 강박은 그 자체로서 진보를 칭하는 진영의 보수화를 보여주는 것 이라고 봅니다.

제 개인적으로 이 비판은 현재의 진보를 칭하는 몇몇 정치집단의 문제를 아주 잘 파악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왜 집권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없으면서 단지 집권을 위한 통합만이 논의 중심이 되고 그런 정치 집단이 진보를 칭하는 현상은 정말 기괴합니다. 정치가 종교적인 속성을 조금이라도 가지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진보라는 개념이 마치 점집의 卍자처럼 사용되는 것은 기괴하다 못해 웃기기 까지 합니다. 진보라는 간판을 단 사이비 예언자들이 넘쳐나는 지금 저는 진보라는 단어에 굉장히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피곤한 사이비 예언자들의 시대는 결코 끝나지 않겠지요.

댓글 6개:

  1. YaPenguin2:14 오후

    한국적 진보는 스스로의 역량을 진보시키는 게 아니라 자신을 정체시키기 위하여 주변을 자신에 맞게 바꾸려고 한다는 점에 있어서 이름은 진보이되 내용물은 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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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보를 칭하는 집단의 상당수는 뭔가 깊은 사상적 고찰을 한다기 보다는 그냥 진보처럼 보이는 상징을 숭배하는 일종의 화물숭배와 같은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참 한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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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준님7:06 오전

    지금이니까 그냥 넘어갔지 윤교수가 90년대쯤에 동일한 이야기를 했으면 실명비판임. 개가튼 소리임 운운해서 모 무크지에서 원자단위로 까였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실제로 윤교수만큼 신랄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운을 띄웠던-그러나 절대로 수꼴이나 한나라당 계열을 아니었던- 분들도 일부 분들에게는 보수로 까였던 역사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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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 요즘은 그나마 진보 진영 내부에서 어느 정도 비판을 수용할 정도로 여유가 커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꼼수와 관련해서 몇몇 인사들이 당하는 꼴을 보면 갈길이 먼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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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waffen-angel11:06 오후

    어떤분이 지적했죠

    보수 진영같은경우 내부 비판에대해서 어느정도 가능하고,한나라당의 경우 부패했다는 비판에 자유로울수 없기에
    사탕발림성 대응이라도 한다고 하는데,

    진보는 비판하려들면 즉시 '성역을 침범한 용서받지 못할자'라는 딱지붙어 붙는다고 비판한게 생각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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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폐쇄적인 것은 좌우를 가리지 않습니다. 딱히 보수진영이 내부비판에 더 관대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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