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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21일 토요일

[번역글] 우크라이나 전쟁 : 전차 문제에 대한 인도 육군의 침묵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졸전을 하면서 러시아제 무기를 도입한 국가들도 많은 고민을 하는 듯 합니다. 특히 전쟁 초 러시아군이 전차를 대량으로 상실하자 또다시 러시아 전차의 성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도 육군은 러시아제 전차를 대량으로 운용하고 있어서 인도 내에서도 러시아 전차의 성능 문제가 논의의 대상이 되는 듯 합니다. 2022년 12월 21일에 공개된 카르티크 보마칸티의 글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번역을 해 보았습니다. 이 글의 필자는 러시아 전차의 성능 보다는 러시아군의 작전 수립 및 작전 수행 능력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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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 전차 문제에 대한 인도 육군의 침묵


카르티크 보마칸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차의 역할에 대한 분석과 논평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전차에 관한 대부분의 논의는 러시아 기갑 부대의 막대한 손실이 전차라는 무기체계가 한계에 봉착했는가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지상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약 1,400대의 전차를 상실한 걸로 추정된다. 이 추정치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전차 손실 중 상당수는 부분적인 파손, 승무원의 전차 유기, 우크라이나군의 노획으로 인한 것이다. 러시아 기갑부대의 졸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도 육군은 러시아군의 전차 손실에 대해서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또한 인도 육군의 편제에 전차가 적합한지 또는 부적합한지를 분석한 내용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단 하나의 전쟁만 가지고 전투 효율성을 추론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인도의 한 분석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 기갑부대의 형편없는 작전 수행을 보고는 인도 육군 기계화 전력의 90%에 해당하는 전차를 감축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인도육군 북부사령부의 사령관을 지냈던 데핀데르 호다(Deepinder Hooda) 중장도 이 의견을 지지했다. 심지어 그는 이런 발언까지 했다. "히말라야 산맥의 좁은 고갯길에서는 대전차 미사일 발사기 하나로도 전차 연대 1개의 발을 묶어놓을 수 있다." 전차가 시대에 뒤떨어졌다거나 아예 전차의 시대는 끝장이 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인도 육군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놓지 않는데에도 책임이 있다. 인도 육군이 고려해야 할 문제는 두가지다. 현재 러시아 기갑부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T-72 전차와 T-90 전차의 기계적 성능과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전차를 전술적-작전적으로 형편없이 운용한 것이 러시아 기갑부대의 성과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쳤는가이다. 드론과 재블린 같은 새로운 대전차 무기가 등장하기는 했어도 전차와 대전차무기의 경쟁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사실 전차도 경계 및 정찰 목적으로 드론을 운용할 수 있다.

먼저 러시아군 전차가 파괴된 원인이 T-72와 T-90 전차의 성능 문제이므로 인도 육군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전차의 역할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금까지의 성과는 전차를 완전히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입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인도의 주요한 경쟁 상대인 파키스탄과 중국은 러시아제 전차나 러시아의 기술적 영향을 받은 전차를 운용하고 있다. 인도군이 운용하는 전차와 인도의 적국이 운용하는 전차는 비슷한 수준이므로 순수하게 기술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인도군의 T-90과 T-72에 대해서 파키스탄과 중국의 전차가 우세하고 보기는 어렵다. 러시아군은 T-72와 T-90 뿐만 아니라 T-80도 대량으로 투입했다. T-80 또한 다른 러시아제 전차와는 다른 높은 연료 소비량과 연료 종류로 인한 승무원의 방기와 노획 등으로 많은 손실을 냈지만 전투에서 격파된 숫자는 많지 않다.

다음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을 과소 평가해서 키이우를 신속히 점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때문에 침공 초기 단계에서 러시아 기갑부대는 많은 피해를 입었다. 러시아군은 다른 모든 것 보다 신속한 기동과 은밀성, 혹은 기밀 유지에 최우선 순위를 두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러시아군은 많은 전차를 잃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는 1965년의 인도-파키스탄 전쟁 당시 파키스탄 기갑 부대가 기밀 유지와 은밀성을 통한 기습 효과를 노리다가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일이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전쟁 초기에 황급하게 이루어진 작전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군대는 군 지휘부의 무능함에도 불구하고 본국 정부의 압박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소한  1965년 전쟁을 연구하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전문가들은 이 점에 동의한다.

그러므로 전차의 형편없는 성능이 아니라 형편없는 지휘 때문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1965년 전쟁 당시 주요 기갑전이었던 유명한 "아살 우타르(Asal Uttar)"  전투를 보면 파키스탄 육군은 미국제 패튼 전차를 보유하고 있어 인도 육군의 구형 센추리온을 기술적으로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파키스탄 제1기갑사단은 9월 9일과 10일에 인도군이 운하의 제방을 무너트려 형성된 습지대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한심한 짓을 했다. 그래서 파키스탄군 전차들은 앉아있는 오리 같은 꼴이 됐다. 어떤 유명한 파키스탄 연구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파키스탄 전차병들이 버리고 도망간 멀쩡한 전차가 많았다. 9월 11일 오전 파키스탄 제4기병연대장과 12명의 다른 장교들이 포로가 됐다. 인도군은 파키스탄 전차 75대를 격파했다고 주장했다. 아살 우타르 전투에서 인도군의 피해는 센추리온 1대와 셔먼 4대에 불과했다." 현재 러시아군도 이때의 파키스탄군 처럼 형편없는 전술과 보병ㆍ포병ㆍ공군과의 제병 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 때문에 많은 수의 전차를 그냥 버려버렸다. 그러므로 파키스탄군이 보전협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과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타나는 것 처럼 러시아군이 제병협동 작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점이 기갑 부대의 형편없는 성과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많은 전차를 상실한 가장 큰 요인은 군수지원이라고 볼 수 있다. 전차는 군수지원 소요가 큰 무기체계이다. 러시아군이 너무 많은 축선에서 공세를 하는 바람에 러시아군의 보급선은 매우 길어지고 취약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노출된 러시아군의 보급선을 타격했다. 이때문에 러시아군은 전차를 제대로 운용할 수 없었다.

1971년의 인도-파키스탄 전쟁 당시 인도군 푸네 기병연대(Poona Horse)가 투입된 바산타르(Basantar) 전투에서 인도 육군이 승리한 가장 큰 원인은 하누트 싱(Hanut Singh) 이라는 지휘관이 작전상 매우 과감하고 능동적인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싱이 지휘하는 전차부대는 지뢰 지대를 통해 진격했다. 같은 해에 있었던 롱게왈라(Longewala) 전투도 공지협동작전의 중요성을 보여주었다. 롱게왈라 전초기지에서 인도 육군이 고수방어를 하는 동안 인도 공군이 공세 작전을 수행해 파키스탄군 제22기병연대의 전차와 제38발루치 연대의 보병에 막대한 타격을 가해 파키스탄군의 진격을 저지했다. 이 전투에 투입된 파키스탄군 전차 부대는 오늘날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러시아군 처럼 군수지원이 형편없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결정적이며 주관적이고 역동적인 변수는 부대의 사기이다. 설사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연구하는 많은 관찰자들이 놓친 중대한 요소는 바로 러시아군 사기가 낮았기 때문에 러시아군 전차 부대의 지휘관과 병사들의 작전 수행 능력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전차를 비판하는 인도인들은 인도 육군이 T-72 전차와 T-90 전차의 퇴역을 서두르지 않고, 고지대의 기갑 작전을 위한 국산 경전차 개발을 추진하는데 속도가 붙지 않는다 하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인도 육군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지상군의 작전 수행에 대한 여러 논의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인도 육군의 편제에서 전차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관해서도 공개적으로 확실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2022년 10월 23일 일요일

[번역글] 우크라이나 전쟁과 독일의 리더쉽 문제

이 글은 픽스(Liana Fix)가 미국외교협회 웹사이트에 기고한 칼럼 On the Ukraine War, Germany has a leadership problem. Here's why를 번역한 것 입니다. 유럽 내에서 독일의 위상과 이에 따른 리더쉽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서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습니다만, 결론 부분에서 독일에 우호적인 미국인의 입장을 보여주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기 위해서 미국의 노선을 따라 유럽을 관리해 줄 독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겠지요. 필자는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원조할 것을 강하게 권고하는 입장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차 원조를 찬성하는 입장이라서 이 칼럼의 논조가 마음에 드는군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독일은 리더쉽의 문제를 안고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리아나 픽스

지난 2, 독일의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맞아 시대의 전환(Zeitenwende)을 선포했다. 숄츠 총리의 선언으로 독일 국방 정책은 급속한 전환을 맞았다. 하지만 독일은 아직까지도 우크라이나에 전차와 같은 중장비를 제공하는데 미온적이다. 독일은 유럽 안보에서 지도적인 위치를 수행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원조는 어느 정도인가?

독일 정부는 1월 말 이래 우크라이나에 12억 유로(11 6천만 달러) 상당의 군사원조를 제공했다. 여기에는 무기와 장비는 물론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금융 지원도 포함된다. 절대적인 액수로 보면 독일은 프랑스 보다 더 많은 원조를 제공했지만 영국이나 폴란드에는 미치지 못한다.

전쟁이 발발한 이래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군사 지원은 그 규모와 양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독일은 처음에는 방탄모와 같은 기본적인 장비를 제공했다. 그리고 지금은 다연장로켓포, 자주포, 대공포, 장갑차, 방공 체계 같은 중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독일이 제공한 방공 체계 중 첫 번째 물량은 이제 막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머지 세 포대는 생산 능력 때문에 2023년이나 되어야 인도될 듯 하다.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원조를 확대하는데 방해가 되는 요인은 생산 능력 뿐만이 아니다. 정치적 고려도 원조를 지연시키고 있다. 독일 정부는 국내와 국제 사회의 압박을 받은 뒤에야 군사 원조를 조금씩 늘려왔다. 그래서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많은 지원을 했지만 폴란드와 같은 독일의 동쪽 이웃 국가들은 독일이 우크라이나 원조에 미온적이라고 생각하고, 이로 인해 동유럽에서 독일의 위신은 실추됐다.

독일 정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요인은 확전에 대한 공포다. 독일은 폴란드나 발트 3국과 달리 러시아를 직면한 안보 위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 대신 독일은 나토와 러시아의 대립이 확대될 위험을 걱정한다. 숄츠 총리의 확전에 대한 입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재정 원조, 인도적 원조, 군사원조는 유럽 국가와 유럽의 국제 기구들이 제공한 원조를 모두 합친 것 보다 두 배나 더 많다.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은 원조를 제공했기 때문에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지원하는 문제를 결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독일의 집권 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3개 정당은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원조하는 문제를 두고 분열되어 있다. 외무부 장관 아날레나 베어보크(Annalena Baebock)가 소속된 녹색당과 재무부장관 크리스티안 린트너(Christian Lindner)가 소속된 자유민주당은 전차를 원조하는데 찬성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결정권을 쥐고 있는 숄츠 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소속되어 있는 사회민주당은 미온적이다. 독일의 대중 여론도 분열돼 있다.

 

'전환 정책'이 독일의 군사 및 안보에 어느 정도의 의미가 있는가?

독일은 에너지 및 안보 정책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입장도 재정립 했다. 이러한 정책 전환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긴급 대응 조치이며 과거 독일의 대러시아 정책 기조와 안보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던 정책과 단절 하는 것이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였고 국방예산을 나토의 기준인 국내총생산의 2%에 맞추고 독일 연방군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1,000억 유로(978억 달러)의 특별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독일은 미국에서 F-35 전투기를 도입하고 핵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의 핵 무기를 독일로 이전하는 핵공유도 계속하려 한다.

 

독일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가?

독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정책적으로 큰 대응을 했지만 유럽 안보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는 못하다. 이때문에 동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독일에 대한 신뢰가 감소하고 있다. 또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강한 국가로서 유럽에 질서와 안정을 기획해야 하는, 독일이 져야 할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 독일과 유럽의 협력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원조하는 결정을 공동으로 내리는 게 첫 번째 단계가 될 것이다. 또한 독일 정부는 특별기금을 투입하는 기간인 5년이 지난 뒤에도 현재와 같은 수준의 국방예산을 유지할 것을 확언해야 한다. 물론 독일이 지금 수준 보다 더 많은 국방예산을 사용한다면 훨씬 좋다. 우크라이나는 군사원조 뿐만 아니라 향후 수개월간 필요한 예산 소요를 위해 상당한 규모의 재정 지원을 받아야 한다.

전후 평화를 추구해온 독일의 정책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독일이 군사 분야에서 취한 행동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유럽이 "스스로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창했던 것을 이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유럽은 여기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미국을 충실하게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독일은 유럽의 안보에 있어서 "동지들 중 으뜸가는(primus inter pares)" 위치를 추구해야 하며 미국과 함께 리더쉽을 발휘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2022년 10월 10일 월요일

[번역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몇가지 생각 제병협동 전쟁수행, 대대전술단, 그리고 어항속의 전쟁

 

지난 929일 미국 육군협회 웹사이트에 재미있는 글이 한편 올라왔습니다.

 

Reflections on Russia's 2022 Invasion of Ukraine: Combined Arms Warfare, the Battalion Tactical Group and Wars in a Fishbowl | AUSA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졸전을 거듭하고 있는 러시아 지상군의 조직구조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입니다. 비슷한 비판을 하는 연구자들이 많아서 이 글이 아주 특출나지는 않습니다만 글에서 제시하는 비유가 상당히 괜찮습니다. 이 글의 저자인 아모스 C. 폭스(Amos C. Fox)는 미육군의 현역 중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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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몇가지 생각

제병협동 전쟁수행, 대대전술단, 그리고 어항속의 전쟁

 

아모스 C. 폭스

 

들어가며

2014년 봄에 시작되어 2015년 봄에 소강상태에 들어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2022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재침공한 사건은 공식적으로 국가간의 전쟁을 중앙의 무대로 불러왔다. 지금 전개되는 전쟁의 전면에 국가라는 행위자가 나타났다. 러시아는 이번 침략 전쟁에서 공개적으로 정규군을 동원하고 있다. 2014~2015년 크름과 돈바스 분쟁에서 취했던 모호한 접근 방식을 그만둔 것이다.

러시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하고 키이우에 러시아가 통제하는 괴뢰 정권을 세우기 위해 2022223일 세 방면에서 침공을 개시했다.1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벨라루스 국경과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에 점진적으로 병력을 배치한 뒤 벨라루스의 마지르-고멜 회랑에서 키이우 방면으로, 러시아의 벨고로드에서 하르키우 방면으로 공격을 개시하고, 러시아의 로스토프 방면에서는 도네츠크 공화국과 루한스크 공화국에 병력을 증강했다.2

전쟁이 일어나자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략에 문제가 많고 그의 계획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푸틴의 생각했던 러시아 군대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태도는 완전히 틀렸다. 러시아군은 가장 기세를 올리고 있던 20223월 말 키이우 외곽의 안토노프 공항을 점령하고 하르키우 방면으로 돌파해 들어갔으며 마리우폴을 통해 돈바스와 크름 반도를 연결했다.3 하지만 이런 승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안토노프 공항을 점령한 러시아군은 며칠도 못 버티고 패주했고 우크라이나군이 공항을 탈환했다.4 러시아군은 키이우를 포위 점령하려 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능동적인 기동방어로 이를 격퇴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키이우에서 벨라루스의 공격 개시 지점으로 몰아냈다.5 러시아군은 하르키우를 포위하는데 실패했고 이 도시를 우크라이나군의 통제 하에서 빼앗지 못했다. 러시아군은 남부에서는 다소나마 성공을 거두어 헤르손, 멜리토폴, 마리우폴 등의 도시를 점령했다.6 그리고 도네츠크 인민군과 루한스크 인민군의 지원을 받아 여전히 돈바스를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러시아군이 남은 지역들을 지켜낼 능력은 불확실해지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했다. 제공권 비슷한 것 조차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영어 신문)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202297일까지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항공기 237, 헬리콥터 208, 무인기 880대를 격추시켰다고 한다.7 러시아군이 공중 우세를 달성하지 못해서 우크라이나 지상군은 러시아 지상군이나 러시아 공군의 방해를 거의 받지 않고 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키이우 등지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국제의용군은 러시아군 50,000명 이상을 사살하고 러시아군의 전차 2,097, 야포 1,194, 다연장로켓포 300대를 격파했다. 개전 이후 6개월 동안 러시아군의 총 인명손실은 70,000에서 80,000명 정도로 추정된다.8 아무리 봐도 이런 손실 규모는 충격적이다. 우크라이나군은 훌륭하게 싸웠고 러시아군은 졸렬하게 싸웠다. 게다가 러시아군의 군율은 심각한 수준이고 사기도 바닥을 치고 있다. 러시아군에는 약탈 행위와 탈영, 각종 범죄가 판을 치고 있다.9

2014-2015년의 돈바스 분쟁 당시 러시아군은 무시무시한 존재로 비춰졌다. 그런데 어째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이렇게 엉망진창인가?10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함이 가장 큰 원인임은 분명하다. 우크라이나군은 매우 실용적이다. 이들은 한가지 전투 방식이 다른 방식들 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군은 상황을 평가해 전술적 승리를 달성할 수 있는 올바른 방법과 수단을 적용한다.11 그리고 우크라이나군의 전술 행동을 보면 제병 협동 작전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작은 승리를 전술적 성공과 작전적 성공으로 이어가는 능력이 있다. 러시아군이 전쟁 초기에 패배하자 키이우와 하르키우 방면에서 병력을 철수시켜 돈바스 방면에 재배치한 점은 우크라이나군이 계속해서 승리를 거두고 있다는 지표다.12

반면 러시아군의 작전적 수준과 전술적 수준의 능력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러시아군의 수준은 혐오스럽다. 이뿐만이 아니다. 러시아군은 사기가 아주 낮고 군율이 무너졌다. 러시아군에 관해서는 여러가지 견해가 있고 여기에 따르는 여러가지 설명이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러시아군의 한심한 성과가 비효율적인 훈련, 잘못된 지휘 및 통제(C2) 방식, 그리고 러시아군이 빠져 있는 작전 환경에 부적합한 조직 구성에 기반하고 있음을 논하고자 한다.

 

훈련, 지휘 및 조직 : 성공적인 전쟁 수행을 떠받치는 기둥

성공적인 군사작전은 위협 요인과 작전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으로 제병협동 작전을 수행해야 달성할 수 있다. 제병협동 작전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지휘관 아래에 모든 종류의 무기를 활용해 전투와 작전을 효과적으로 통합-조율해 수행할 수 있도록 적합하게 편제된 부대가 있어야 한다. 2022223일 이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양상을 보자. 수많은 정책 결정자와 분석가, 군인들이 러시아군을 치명적인 전쟁 기계라고 두려워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 수개월간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러시아군은 제병협동 작전을 수행하기에는 훈련과 자산이 부족하고, 지상군은 작전을 수행하는 전역에 적합하지 않게 조직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점들을 보면 러시아군은 형편없는 지휘를 받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군이 전투 편제의 단위로 만든 임시편제 대대전투단은 적합하게 조직된 제병협동부대가 아니다. 또한 러시아군은 규율이 잘 잡힌 전투 조직도 아니다. 이런 미흡한 점은 러시아군의 사기와 규율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소규모 교전과 전투에서 패배하는 문제는 말할 나위도 없다.

 

훈련 : 제병협동 전쟁수행

러시아는 매년 순환 형식으로 자파드 연합 연습과 보스토크 연합 연습을 실시한다. 이 두 연습은 러시아군이 전략, 작전술, 전술 단위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연습 기간에는 제병 및 병종간 협동, 전술 및 장거리 작전지속능력, 그리고 분산된 지휘통제(C2) 등 세가지 능력을 시험하고 평가 하는게 중점이다. 그리고 이런 연합 연습에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들도 참여해 상호 운용간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시험하고 공동 지휘통제의 해법을 개발한다.13

이러한 연합 연습에서는 제병협동전술과 제병협동작전이 초점이 될 수 밖에 없다.14 제병협동전쟁수행은 (전차 대 전차 같은) 체계 중심의 전쟁수행과 반대된다. 제병협동전쟁수행은 그 대신 다양한 층위의 전투 수단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해 한 병과의 취약성을 다른 병과의 힘으로 상쇄한다.15 그리고 적합하게 조직화되고 통합된 제병협동 부대는 또 다른 것을 보완할 수 있다. 적군이 아군의 한 병과에 대응할 때 또 다른 병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16

지형도 제병협동 전쟁수행에서 중요한 요소다. 군사이론가 로버트 레온하드(Robert Leonhard)는 적의 위치를 불안정하게 하는 것, 즉 적을 가장 취약한 지형으로 몰아붙이는 게 제병협동작전에서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해야 제병협동 부대의 잠재적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17 예를 들면 전차 부대는 적 전차 부대와 직접 교전을 피하는게 좋다. 전차 한 대가 개활지에서 산개한 적 경보병과 싸운다면 상대적으로 공평한 대결이 될 것이다. 하지만 대전차 화기를 가진 경보병 부대는 시가지나 울창한 삼림지대 같은 빽빽한 지형에서 전차 부대에 대해 큰 우위를 가진다.18

우크라이나군은 물량 면에서 불리하다고 보이기는 했지만 다양한 병과를 보유하고 있어서 이를 바탕으로 작은 규모의 제병협동 작전은 물론 통합된 제병협동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을 마련했다.19 동시에 우크라이나군은 제병협동 전쟁수행과 제병협동 작전을 가능하게 하는 C2 체계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설명한 역학, 즉 대전차화기를 보유한 경보병이 전차의 기동이 제한되는 지형에서 전차를 상대하는 전투는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여주는 패러다임이 되었다.20 우크라이나 보병 부대가 러시아 기계화 부대를 시가지, 침수된 도로, 삼림지대로 유인한 뒤 불리한 지형에 빠진 적을 대전차 화기의 사거리 내에서 격멸했다는 보고가 여러건 있었다.21 그 결과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에서 보여준 강력함이 러시아군의 형편없는 훈련과 전술을 드러냈다.

반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과 완전히 정 반대의 군대였다. 개전 초 45일간 러시아가 그나마 우세했던 때 조차 러시아군은 중앙화 되어 예하 부대를 조율할 지휘부나 총사령관이 없었다.22 앤소니 킹(Anthony King) 교수는 지휘는 의사결정의 술(art)이자 과학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휘의 목적, 즉 의사결정의 목적은 전투력을 조직화하여 군사적 효율성을 증대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23 러시아군은 단일한 작전 지휘관을 두고 정보를 교환할 사령부를 두는 대신 복잡하기 짝이 없는 C2 네트워크에 의존했다. 이렇게 해서는 합동군 차원의 제병협동 작전을 수행하기는커녕 작전 조차 조율할 수 없다. 그 결과 러시아군의 작전은 제병협동의 장점을 끌어내지 못한채 수행됐다.24 이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지만, 러시아군이 키이우 외곽의 안토노프 공항을 점령하고 유지하는데 실패한 사례는 이런 문제를 잘 보여준다.25 그리고 이번 전쟁에서 여러 번 있었던 포위전을 봐도 러시아군의 지휘통제 문제와 훈련 부족 문제를 알 수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을 우회해서 포위하려 하면 불리한 지형으로 끌려들어갔다. 이런 점을 봐도 러시아군의 문제를 알 수 있다. 전쟁 초기 러시아군이 키이우와 하르키우를 포위하려 시도한 작전이 정확하게 이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대전술단

대대전술단은 2010년대 초 항시 준비태세를 갖춘여단의 병력 충원 문제가 제기되는 와중에 러시아 지상군의 오래된 구조와 인적 자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했다.26 많은 경우 러시아군의 차량화소총병여단의 편제에서 실제로 전투력이 있는 병력은 1개 대대 규모에 불과했다. 러시아군의 사단들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했기 때문에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대대전술단을 조금 밖에 편성하지 못했다. 레스터 그라우(Lester Grau), 찰스 바틀스(Charles Bartles), 마이클 카우프만(Michael Kaufman)을 비롯한 연구자들은 최근 수개월간 대대전술단의 역사와 편성을 재검토 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들은 대대전술단에 대해서 (기존과는) 다른 설명을 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편제 구성과 러시아군이 실전에 적용하기 위해 적용한 편제간의 괴리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효율성을 발휘하는데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주요 훈련 연습에서 필요에 따라 편제 부대를 투입하고 임무를 부여했다. 즉 특정한 임무에 맞춰서 부대를 편성했다.27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도 대대전술단 편제를 사용했는데 대대전술단과 전역 사령부, 그리고 전역 사령관 사이에 제대로 된 지휘통제(C2)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러시아군은 특정한 방식으로 편성과 훈련, 장비를 갖추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준비한 것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때문에 전장의 러시아군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지휘통제의 문제 때문에 최소한 12명의 러시아군 장성이 전사했고,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심각한 보급 문제가 발생했다.28

지금까지 러시아군의 대대전술단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여준 성과를 보면 이 편제는 이번 전쟁에 부적합한 편제다. 그라우와 바틀스는 최근 RUSI(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를 통해 발표한 글에서 대대전술단은 국지전, 저강도분쟁, 대반란전에 적합한 편제라는 견해를 보였다.29

소규모의 대대급 제병협동 임무부대인 대대전술단은 2014-2015년의 돈바스 전쟁에서는 임무를 잘 수행했다. 왜냐하면 이때는 전장이 상대적으로 좁았기 때문이다. 돈바스 전선은 길이가 대략 420km(260마일) 정도이고 러시아의 괴뢰 정권인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의 근거지였다.30 우크라이나 정부가 통제하는 지역과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이 통제하는 지역의 경계선에서 러시아와의 국경선까지의 거리는 대개 96km(60마일) 내외이다. 러시아까지의 거리가 짧을 뿐만 아니라 도네츠크 인민군과 루한스크 인민군은 러시아의 남부군관구 및 서부군관구에서 이어지는 안전한 보급선에 가까운 전장에서 작전을 했다. 러시아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에 제공하는 지원은 이 두 군관구에서 대부분 담당했다.

러시아는 남부군관구의 제8제병합동군을 통해 도네츠크 인민군과 루한스크 인민군을 통제했다.31 러시아는 괴뢰군을 두개의 야전군으로 편성하고 기본 전투 편제로 대대전술단을 적용했다.32 도네츠크 인민군과 루한스크 인민군에서 편성한 악명높은 대대전술단 중에는 소말리아 대대와 스파르타 대대가 있다. 소말리아 대대는 최근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소말리아 대대를 지휘하는 티무르 쿠릴킨 중령과 다른 장병들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국방부 장관 데니스 푸실린으로부터 치열했던 마리우폴 전투의 공적으로 수훈을 받았다.33

공개된 자료들을 보면 도네츠크 인민군과 루한스크 인민군 덕분에 러시아군은 돈바스 전쟁에서 우위를 누릴 수 있었다. 도네츠크 인민군과 루한스크 인민군이 불리할 때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이 투입됐다.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이 괴뢰군을 지원하기 위해서 러시아 영내의 전방전개기지에서 60-70마일 정도만 이동하면 됐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20148월 루한스크 공항 전투와 일로바이스크 전투, 20152월의 제2차 도네츠크 공항 전투와 데발체베 전투가 이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34 하지만 공개되어 있는 자료 만으로는 2014-2015년의 돈바스 전쟁 당시 러시아군과 도네츠크 인민군, 루한스크 인민군의 대대전술단이 어느 정도의 규모와 비율로 참전했는지 분석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점은 러시아군과 러시아 괴뢰군의 대대전술단들이 좁은 전장, 즉 길이가 420km 정도 밖에 안되는 전장에서 작전을 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군의 대대전술단의 이동과 전술보급, 지휘통제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안전한 도로망을 따라 최전방의 전투진지, 보급소, 지휘소까지 이어졌다. 전방까지 이동 거리가 짧고 도로망도 안전한 상황에서 러시아군의 대대전술단이 경험한 상황들이 지금 러시아군의 작전 수행과 사기, 군율에 영향을 끼쳤다.

첫 번째는, 2014-2015년 돈바스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의 집결지에서 최전방의 전투 지역까지 이동할 때 정찰 계획, 최전방 정찰부대와의 조율 및 통신이 필요 없었다. 현재 시점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2014-2015년 돈바스 전쟁의 상황이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가를 감안하면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은 세심한 정찰을 할 필요도 없이 도로를 따라 고속기동을 해서 일로바이스크나 데발체베의 괴뢰군과 접촉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러시아군은 이동 중 전술정찰 계획이나 정찰에 필요한 자산, 정찰대와의 협력을 아예 준비하지 않았던 듯 하다.

2014-2015년에 러시아군과 돈바스의 괴뢰군은 돈바스 전역에 강력한 방어 진지를 구축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방어군을 몰아내려면 잘 구축된 방어선을 공격해야 했다. 하지만 2022년 전쟁에서는 작전 상황이 달라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키이우와 하르키우 같은 도시를 방어 거점으로 만들었다. 대도시들은 우크라이나군의 방어 거점과 공격 거점이 되었다.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은 정찰이 부족하거나 효과적이지 않았고, 때로는 아예 정찰도 하지 않아서 진격 할 때 장님이나 다름 없었고, 주요 도시로 진격하는 과정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 함정으로 들어갔다. 게다가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은 정찰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진격을 멈추거나 방어로 전환했을 때 훨씬 유연하고 적절한 장비를 갖추고 사기도 왕성한 우크라이나군의 먹잇감이 되었다. 최근 미국 해병대 사령관 데이비드 버거(David Berger) 장군이 언급한 바와 같이 러시아군의 전술 제대는 자신들의 전방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진격할 때는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를 모르고, 진격을 멈추었을 때는 누가 오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35 러시아군의 대대전술단은 현지 정찰을 실시할 능력이 없어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에 막대한 인명 및 장비 손실을 입힐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이 2014-2015년의 실전경험, 즉 러시아 영내의 집결지에서 최전방의 전투 지역으로 이동할 때 짧고 안전한 도로망을 이용했기 때문에 전투지속능력 면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러시아군 지휘관들은 우크라이나군과 접촉했을 때(우크라이나군의 존재를 파악하거나 직접 목격했을 때, 또는 공격을 받았을 때) 전술 이동을 하지 않았다. 즉 러시아군 지휘관들은 적의 영역에서 이동할 때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계획이나 조치를 취한 경험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안전한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좁은 전역에서 사상자가 발생하는 경우 보다 훨씬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은 적대적인 영역에서 이동하다가 우크라이나군과 조우했을 때 차량 관리를 엄격하게 하지 못했다. 2022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에 러시아군이 수많은 차량을 버리고 많은 러시아군 사상자가 버려졌다는 뉴스가 쏟아져 나온 점이 이런 문제점을 보여주었다.36

세 번째 문제는 대대전술단의 통신 및 지휘통제가 수준 이하였다는 점이다. 최전선 진지에서 러시아 영내의 집결지까지 연결되는 안전한 통신선이 있는 좁은 작전 지역에서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은 적과 조우하더라도 지휘통제 문제를 우려하지 않았다. 게다가 러시아군은 전술적으로 보안통신을 하는데 무신경했다. 대신 러시아군은 보안이 보장되지 않거나 보안 수준이 낮은 통신망에 의존했다. 러시아군은 전술상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 집결지나 군관구에서 지휘관을 전방으로 보내 최전방에서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현재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겪고 있는 통신과 지휘통제상의 결함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인다. 또한 이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보다 한 발짝 앞서서 행동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군은 대대전술단을 통째로 전멸시키거나 전장에서 러시아군 장군들을 사살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세베르스키 도네츠강을 도하하려던 러시아군 대대전술단 1개를 전멸시킨 사건은 이 점을 잘 보여준다.37 요약하면,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의 통신 및 지휘통제 문제, 그리고 우크라이나군이 우수한 기량으로 러시아군에게 입힌 피해 같은 것들은 (러시아군 총참모장) 발레리 게라시모프의 리더쉽으로 인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형편없는 통신 방식 때문에 러시아군 지휘부의 노드와 중요한 전장 능력을 식별해 목표를 선별한 뒤 제거할 수 있었다. 통신에 기반한 목표 선정으로 적군에게 큰 혼란을 일으키고 피해를 입힌 것이다.

 

어항속의 전쟁과 연못 속의 전쟁

지금까지 언급한 세 가지의 문제점은 러시아군의 장점이 대규모 전역 보다는 소규모 전역에서 극대화 된다는 가설을 뒷받침 한다. 넓고 불안정한 전장 보다는 지리적으로 좁은 지역에서 숫적 우위를 달성하고 유지하는게 훨씬 쉽기 때문이다. 좁은 전역은 여러가지 문제점을 은폐해 주었다. 좁은 전장에서는 넓은 전장 보다 훨씬 더 빨리 문제점에 대응하고 이를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구조적인 문제나 작전적인 문제가 기술적인 문제나 전술적인 문제 보다 부각되는 일은 없었고, 지리적 문제(거리, 지형 및 인공 또는 천연 구조물)와 적군과의 접촉으로 문제가 드러나기 전 까지는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었다.

2020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에 벌어진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은 어항속의 전쟁을 관찰하기에 좋은 출발점이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이 벌어진 지역은 면적 1,700평방마일(4,400제곱킬로미터)에 인구는 145,000명이었다. 텍사스주의 면적은 268,596평방마일(695,660제곱킬로미터)에 인구는 2,900만명이다.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인 로드아일랜드는 1,055평방마일( 2,732제곱킬로미터)이다. 2020년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은 로드아일랜드 주 보다 조금 넓은 지역에서 일어났다. 전역의 기준에서 보면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매우 좁았다.

이 전쟁에서 아제르바이잔군은 최신예 드론과 정밀 타격 무기, 다연장로켓포, 중포병을 사용해 대치상태에서 6주 만에 아르메니아군을 격파했다.38 제한적인 지형과 구식화된 방공망, 그리고 무방로 노출된 지상군과 형편없는 전술 때문에 아르메니아군은 순식간에 작전적으로 고착되었고 이 덕분에 아제르바이잔군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39

좁은 전역, 지상군에 장애가 되는 지형, 시대에 뒤떨어진 아르메니아군, 현대화되고 제병협동 전쟁수행능력을 갖춘 아제르바이잔군 등의 요인이 전장에서 시너지를 일으켜 아제르바이잔군의 접근 방식은 효율적으로 보였다. 보다 넓은 전장에서는 이 방식이 덜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많은 관찰자들이 이 상황을 보고 아제르바이잔군의 전쟁 방식이 미래의 전쟁 방식이 될 것이며 전차의 시대는 () 끝났고 지상전도 () 종말을 맞았다고 요란하게 예언을 했다.40 이런 평가의 문제는 드론 한 대당 면적 같은 무기 체계의 전장 밀집도를 고려하지 않아 전후관계가 맞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이런 관찰자들은 좁은 전역의 지상전의 메커니즘을 과대평가해 보다 넓은 전장에 적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무기 체계와 병력의 규모가 전장의 면적에 맞춰 늘어나지 못할 경우 나타나는 전장 효율성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좁은 전역에서 적을 상대로 했을 때는 보다 빠르고, 싸고, 쉽게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돌을 물에 던질 때 나타나는 효과는 좋은 비유다. 돌 하나를 어항에 던지면 연못에 던질 때와 같은 파급 효과가 있다. 하지만 돌의 질량이 같다고 할 때 연못에 던질 때 보다는 어항에 던질 때 훨씬 큰 충격을 준다. 어항은 매우 작지만 연못은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돌을 어항에 던졌을 때 나타나는 충격을 똑같이 연못에 주려면 훨씬 더 큰 돌을 던져야 한다. 2014-2015년의 돈바스 전선이나 2020년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선 같은 전역은 어항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 전장 효과는 전쟁 수행 방식이 전쟁에 끼친 영향 보다는 환경적 요인이 전쟁에 끼친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좁은 전역에서는 드론, 정밀 탄약, 다연장 로켓포 같은 무기 체계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방어군이 엄폐하거나 위치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공격자의 공격을 온전히 받아내게 된다. 보다 넓은 전장에서는 기동과 목표 식별, 거리 같은 요인이 보통 혁명적이라거나 게임 체인저라고 칭찬을 받는 현대 기술의 효과를 희석시킨다. 그러므로 관찰자들은 어항속의 전쟁”, 즉 아주 작은 전역에서 벌어진 전투의 결과를 전쟁 수행의 혁명이라고 약을 파는 자들에게 현혹돼서는 안된다.

어항에 던진 돌맹이논법으로 보면 러시아군의 대대전술단은 2014-2015년의 돈바스 전쟁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       전장이 매우 좁고 전쟁이 좁은 지역에 국한되었다.

-       대대전술단은 러시아에서 최전선까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고 전력 손실 없이 전투 준비를 갖춘 상태로 도착할 수 있었다.

-       최전선의 대대전술단을 지원하는 보급선이 매우 짧고 적의 방해도 받지 않았다.

-       후방의 문제는 필요시 최전선에 가까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의 영역에서 해결하거나 러시아 영내로 안전하게 퇴각해서 해결할 수 있었다.

-       통신과 지휘통제 문제는 가까운 후방의 사령부에서 신속하게 극복할 수 있었다.

관찰자들은 전역에 특화된 조직 구성, 또는 임무에 특화된 조직 구성이 특정한 환경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서 이것을 보다 큰 전장에 적용하거나 좁은 영역의 임무를 넘어가는 범위까지 적용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인력 부족 문제를 극복하고 좁은 전역의 대반란전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러시아군의 대대전술단은 보다 넓은 전역, 적의 공격을 받는 교통선, 단호한 적군을 상대로는 맞지 않았다. 대부분의 러시아 병사들이 보여주고 있는 형편없는 규율과 낮은 사기는 대개 대대전술단의 한계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대대전술단에 대한 비판을 정리하자면, 이 편제는 좁은 전장에서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었을 뿐 보다 큰 전역에 걸맞는 규모의 편제는 아니었다. 그러므로 2014-2015년 돈바스 전쟁이나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서 도출한 교훈은 그 맥락에 유의하면 그만이고 이를 새로운 전쟁 법칙이나 미래 전쟁의 전조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같은 방식을 반대되는 개념에도 적용할 수 있다. 작은 전장에서 전쟁을 수행할 때 나타나는 부정적인 측면은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군 구조, 전쟁 수행 교리와 전략에 잠재적으로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요인들이 감춰지게 된다. 이런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군이 겪고 있는 문제에서 나타난다. 러시아가 자랑하던 대대전술단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4-2015년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얻은 틀린 긍정적 교훈과 나쁜 습성이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고 있는 러시아 지상군을 방해하고 있다.

나쁜 습성 뿐만 아니라 좁은 전역에서 전쟁을 수행하는데 최적화된 러시아군 대대전술단의 구조와 지원체계는 중간 규모나 대규모의 전장에서 전쟁을 수행하는데 부적합하다. 대대전술단의 작은 규모, 임시적인 구조, 그리고 편제상의 C2와 전투지속을 가능케 하는 네트워크로부터 유리되어 있다는 점은 대대전술단이 중간 규모나 대규모 전장에서 전쟁을 수행하는데 문제를 일으킨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보여준 성과를 놓고 보면 대대전술단을 전쟁에 투입하기에 완전이 부적합한 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막아내고 러시아 국경으로 몰아 낼수록, 특히 돈바스 지역과 크름 반도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대대전술단이 지금까지 보다는 좀 더 잘 싸울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러시아군의 대대전술단은 2014-2015년에 성공을 거두었던 지역에 가까운 좁은 전장에서 작전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졸전을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제병협동작전을 펼치지 못하는 점과 러시아 육군이 좁은 전역에서는 유용하지만 넓은 전역에는 부적합한 대대전술단 편제에 의존하는 점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의 단호함은 전쟁 전 기간에 걸쳐 모든 관찰자들을 놀라게 할 수 있었다. 러시아군의 형편없는 전투력과 졸렬한 지휘는 러시아군의 훈련이 부족하고 사기가 낮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런 문제점은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군에서 탈영이 많이 일어나고 있고 수많은 잔혹 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2014-2015년의 돈바스 전역 같이 좁은 전역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중간 규모, 혹은 더 매우 넓은 규모의 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 보다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좁은 전역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은 중간 규모나 대규모의 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 보다 신속하게 파악해서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좁은 전역에서 극대화된 긍정적인 유용성과 긍정적인 결과들을 보다 큰 전역의 작전에서 거두려면 훨씬 많은 기획과 시간, 자원, 투자가 필요하다.

대대전술단 편제는 돈바스 전쟁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전투지속능력, 지휘통제, 지휘 체계의 통일성 문제 등을 극복하지 못했다. 사실 대대전술단의 임시적인 성격은 통상적인 군사작전에 내재된 엔트로피적 측면을 가속화 했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되고 6개월 동안 나타난 국제인권법 및 제네바조약 위반 사례들은 러시아군의 관습적인 지휘 및 지원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듯 하다.41 그러하다면 대대전술단은 러시아의 군사작전에 도움이 되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해로운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책 입안자와 군사 연구자, 그리고 군인들은 소규모 분쟁이나 전쟁에서 도출된 교훈과 이러한분쟁에서 작용한 메커니즘이 전쟁의 양상을 바꾼다는 요란한 주장에 주의해야 한다. 대대전술단을 포함한 모든 편제 구조, 그리고 아제르바이잔군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서 사용한 것을 포함한 모든 전쟁 방식을 보다 규모가 큰 전장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고, 더 큰 성과를 거둘 수도 없다.

 

주석

  1. Mason Clark, Karolina Hird and George Barros, “Russian Offensive Campaign Assessment, February 23,” 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 2022.
  2. Mykhailo Minakov, “The War on Ukraine: the Beginning of the End of Putin’s Russia,” Wilson Center, 28 February 2022.
  3. Mason Clark, Karolina Hird and George Barros, “Russian Offensive Campaign Assessment, March 30,” 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 2022.
  4. Katherine Tangalakis-Lippert, “Satellite Images Show Russian Troops Have Withdrawn from Antonov Airport outside of Kyiv,” Business Insider, 2 April 2022.
  5. Jim Garamone, “Russians Retreating from Around Kyiv, Refitting in Belarus,” DoD News, 4 April 2022.
  6. Mason Clark, Karolina Hird and George Barros, “Russian Offensive Campaign Assessment, May 6,” 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 2022.
  7. Kyiv Independent, “These are the indicative estimates of Russia’s combat losses as of Sept. 7, according to the Armed Forces of Ukraine,” Twitter post, 7 Septembe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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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Ukraine: Russian Forces’ Trail of Death in Bucha,” Human Rights Watch, 21 April 2022.
  10. David Shlapak and Michael Johnson, Reinforcing Defense on NATO’s Eastern Flank: Wargaming the Defense of the Baltics (Santa Monica, CA: RAND, 2019). 
  11. Jack Watling and Arthur Snell, “Ukraine War Update: Dr. Jack Watling,” Doomsday Watch podcast, 20 July 2022.
  12. Elissa Nadworny, “Russian Forces Appear to be Withdrawing from Kyiv, Moving to Cities in South and East,” National Public Radio, 2 April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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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Leonhard, The Art of Maneuver,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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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Anthony King, Command: The Twenty-First Century General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9): 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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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420 kilometers is the distance between London and Middlesbrough, England. In American terms, 420 kilometers is 261 miles, just slightly less than the distance between Dallas and San Antonio in Tex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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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일 금요일

러시아군의 전차 현황과 T-62 운용 문제에 관한 글 두 편

지난 5월 말~6월 초 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과 러시아의 괴뢰군이 T-62 전차를 사용하는 사례가 계속 목격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서류상으로는 대량의 T-72와 T-80계열 전차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 T-62 투입에 관한 소식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놀랐습니다. 이제 러시아군이 T-62를 사용하는 모습이 매우 많이 목격됐기 때문에 T-62가 21세기 '강대국'의 전쟁에 끌려 나온 이유에 대해 몇가지 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초 Wavell Room 웹사이트에 실린 군사전문가 콜린 로빈슨(Colin Robinson)의 관련 글(T-62s for Russian reserve units in Ukraine)과 9월 1일 영자지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실린 우크라이나 기자 일리야 포노마렌코의 기사가 흥미있어서 번역을 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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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러시아군 예비 부대의 T-62전차

콜린 로빈슨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서 매우 많은 전차를 상실했다. 875대 가량으로 추정된다. 전차 손실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중 일부는 구식 T-62 전차를 다시 사용하기 위해 현역에 복귀시킨 일이다. 그 원인은 T-62 보다 신형인 전차들을 적절하게 유지하지 못한데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단계는 확실하게 끝났다. 키이우를 포위 점령하려던 양익 공세와 하르키우를 노린 공세는 모두 저지되고 격퇴되었다. 이제 전쟁은 장기간의 대치 국면으로 넘어갔다. 아마 전쟁이 몇년은 더 갈지도 모른다. 러시아의 힘은 우크라이나의 의지와 서방의 무기 지원에 부딛혔다.

전쟁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사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2013년 봉기 이전과 직후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가 고양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독립된 국가로 나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인적 자원에서 우세하다. 독립 분석가들은 젤렌스키가 5월 21일까지 700,000명의 병력을 동원했다고 발표한 내용이 상당히 믿을 만하다고 본다.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베로도네츠크를 상실한게 우크라이나에게는 큰 패배가 아니다. 전투의 중점은 러시아군을 소모시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토를 수복하는것은 뒤로 밀릴 수 있다.

러시아의 손실은 매우 높다. 현대 전장의 핵심적인 무기 체계는 주력전차다. 주력전차는 보통 120mm나 125mm 주포를 탑재했다. 1916년 9월 플레르-쿠르슬레트(Flers–Courcelette) 전투에 최초로 전차가 투입된 이래로 전차의 장갑을 뚫고 격파하려는 자와 전차의 방어력을 높이는 전차 설계자들의 경쟁이 계속됐다. 우크라이나에서 수많은 러시아 전차가 격파됐다. 몇몇 사람들은 전차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한다. 이런 주장은 틀렸다. 현대의 제병협동전투는 포병의 지원을 받는 하차 보병과 장갑차량을 적절히 혼성해 이루어진다. 각 병과의 적절한 비율은 언제나 논쟁거리다. 하지만 하차 보병을 지원하기 위해 기갑차량을 사용하는 개념이 위험하다거나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IISS가 간행한 2022년도판 밀리터리 밸런스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러시아군의 주력전차 숫자를 2,930대로 추정했다. 공개자료를 분석하는 연구자들이나 정보기관들이 현재 진행중인 모든 것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 인간의 피로, 스트레스, 흥분으로 인한 전장의 안개가 정확한 분석의 장애물이다. 하지만 SNS 덕분에 과거의 다른 고강도 분쟁들 보다도 전투의 진행 상황을 분단위로 파악할 수 있게 된 점은 사실이다. 1973년 골란고원에서 이스라엘 제7전차여단과 제188전차여단이 시리아군의 침공에 맞서 싸웠을 때는 벽걸이형 유선전화기를 쓰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라면 즉시 인터넷을 통해 사진을 전송하거나 업로드 할 수 있다.

러시아군의 전차 손실을 파악하는데 있어 SNS의 존재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 매우 유용한 추정치를 얻을 수 있게 한다. 오릭스(Oryx) 웹사이트는 러시아군 전차 손실 분석을 아주 잘 해 놓았다. 이 웹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6월 21일까지 실제로 파악된 러시아군 주력전차 손실은 789대다. 이 중 447대가 파괴됐으며 22대는 손상, 49대는 러시아군이 버리고 달아났으며 252대는 우크라이나군이 노획했다. 물론 오릭스 웹사이트에 올라온 내용이 전부가 아니다. 전장의 상황은 분 단위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트위터의 군사관련 계정들은 다른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오릭스에서 추정한 통계가 실제 손실의 대략 70~80% 수준이라고 본다. 즉 실제 손실은 오릭스에서 추정한 것 보다는 약간, 아마도 20% 정도 높을 듯 하다. 보다 신뢰할 만한 추정치는 6월 16일 미국 합참의장 마크 밀리(Mark A. Milley) 대장이 발표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는 기갑 전력의 20~30% 가량을 상실했다. 밀리 대장은 이를 '심각한' 피해라고 했다.

침공 당시 러시아군이 보유한 전차는 대략 3,000대 정도였다. 오릭스에서 추정한 파괴된 전차의 숫자 447대는 450대로 반올림 한다.(다른 통계들도 모두 반올림해서 대략적으로 집계한다.) 그리고 이 추정치가 실제 손실의 75% 정도라고 보면 파괴된 전차는 600대다. 같은 방식으로 손상을 입은 전차는 30대, 버려진 전차는 75대, 노획당한 전차는 336대로 추산한다. 약간 보수적으로 접근해서 러시아군이 손상을 입은 전차를 모두 회수해서 수리했다고 가정하면 러시아군의 전차 손실은 약 1,011대다.(반올림해서 1,000대로 친다) 이 숫자는 정확하게 러시아군이 보유한 전차의 30%이고 밀리 대장이 추산한 최대 추정치와 일치한다. 여기서 다시 보수적으로 접근해서 러시아군의 전차 손실을 총 보유량의 27.5%로 추정할 수 도있다. 아니면 20%와 30%의 중간인 25%로 추산할 수도 있다. 여기서 오릭스의 추정치가 실제 손실의 70~80%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해 보자. 러시아군의 27.5%의 전차를 상실했다면 러시아군의 전차 손실은 875대로 추산된다.

보다 객관적인 자료 출처도 있다. 우크라이나군에서 6월 27일까지 1,552대의 러시아 전차를 격파했다고 발표한 것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전쟁시에 군인들이 적 장비를 성공적으로 파괴했다고 주장할 때는 '전장의 안개'의 영향으로 종종 과장되기도 한다. 1940년 9월 15일 '배틀 오브 브리튼 데이'때 영국공군은 175~185대의 독일 공군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끝난 뒤 자료를 보니 독일 공군의 실제 손실은 영국 공군이 추정한 수치의 3분의 1 밖에 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지도부에게 유리한 선전을 해서 사기를 유지하는 일은 중요하다. 가능한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오릭스나 이와 같은 독립적인 분석가들에 의존하는게 좋다.

그렇다면 러시아군은 전쟁 이전 보유했던 가동가능한 전차의 3분의 1을 상실하는 심각한 피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5월 24일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러시아 육군이 예비대대전투단에 치장 물자로 있던 구식 T-62 전차를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T-62는 너무나도 시대에 뒤떨어진 장비다. T-62는 보다 신형인 T-72나 T-80과 달리 훨씬 구경이 작은 115mm 주포를 장착하고 있으며, 방어력도 뒤떨어지고 사격관제체계와 무전기도 낙후되었으며, 야간 전투 능력은 전무하다시피 하며 속도도 느리고 주포 발사속도도 떨어진다. 그리고 다른 신형 전차와 비교했을 때 더 불리한 점이 있는데, 바로 탄약 배치다. 1986년에 간행된 제인스의  Main Battle Tank에 따르면  T-62는 115mm 포탄 40발을 싣고 다니는 데 이 중 16발이 차체 전면의 조종수 좌석 옆에 실린다. 적의 포탄이 장갑을 관통해 승무원실 까지 뚫고 들어와 탄약고에 맞는다면 승무원들은 몰살이다. 미국의 M1 에이브럼스 같은 신형 전차들은 탄약을 블로우 오프 패널이 달려 있는 승무원들과 분리된 공간에 탑재한다. 그리고 T-62는 보다 신형인 T-72나 T-80과는 완전히 다른 전차다. 즉 T-62는 부품이 달라서 군수 체계에 추가적인 부담을 준다. 6월 19일 목격된 열차에 실려 이동하던 T-62들은 1980년대 초반에 업그레이드된 형식이었다.

IISS에서는 치장 물자로 있는 러시아군 전차의 숫자가 10,200대라고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2000~2001년 사이에 IISS에서 근무했을 때와 아프리카 국가 군대들을 분석하는 팀에 새로운 정보를 보냈던 때의 경험을 돌아보면 IISS의 정보도 자주 업데이트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IISS는 전 세계의 모든 군사 문제를 훌륭하게 추적하고 있지만 자료가 들어와야만 분석을 잘 할 수 있다. 러시아군이 비축하고 있는 전차 숫자를 마지막으로 확인한 것은 2018년이었다. 2017년 이전에는 러시아군의 17,500대의 전차를 비축하고 있다고 평가했었다.

그렇다면 러시아군이 여러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T-62를 다시 현역에 복귀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T-62 보다 훨씬 신형인 전차들도 치장물자로 있다. IISS는 T-72 7,000대, T-80 3,000대, T-90 200대가 치장물자라고 추정한다. 하지만 예방 차원의 적절한 정비를 하지 않아 충분히 현역으로 사용할 수 없다. 정치학적 개념으로 보면 러시아는 취약국가이다. 그리고 부정부패가 러시아 군대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비축 상태로 있는 러시아 군용차량들이 부정부패가 만연해 만성적으로 정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것은 냉전이 끝난 뒤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받고 (정비를 받은) 차량은 T-62 뿐이라는 이야기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에 따르면 이때문에 T-62를 최소한 예비부대에는 다시 배치한 것이다. 현역으로 재배치 할 수 있는 비축 상태의 T-62가 정확히 몇 대인지는 알기 어렵다. 2017년의 IISS의 마지막 추산에 따르면 2,500대 정도였다. 그런데 갑자기 전쟁이 발발하면서 더 많은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신뢰할 만한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에 비축 상태로 있는 전차는 10,000대가 아니라 기껏해야 6,000대고 그 중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은 3,000대 정도다. 그러니 2,500대의 절반 정도로 추산하는게 현명한 듯 하다. 그러면 대략 1,250대의 T-62를 동원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T-62는 어디에 투입할 것인가?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예비대대전술단이 T-62를 사용한다고 본다. 대부분의 러시아 육군 여단은 우크라이나에 1~2개 대대전술단을 파견했다. 그리고 잔여 병력과 일선에 투입할 수 없는 병력은 주둔지에 남겨두고 있다. 물론 지금 남아있는 여단에서 세번째 대대전술단을 편성해서 보낼 수 도 있다. 그럴 가능성은 낮아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보다 가능성이 높은 건 현역으로 복귀시킨 T-62를 후방지역 부대나 도네츠크 공화국,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같은 괴뢰국 군대에 배치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괴뢰군으로는 러시아 제8근위군의 지휘를 받는 돈바스 제1군단과 제2군단이 있다. 그러나 T-62가 배치된 게 처음 확인된 부대는 다른 괴뢰군인 남오세티야 알라니아 자원병대대였다. 이 부대의 상태는 나빠보이지만 그래도 T-62를 배치했다. 그리고 6월 초 러시아가 드니프로강변의 도시인 바실리우카에 30대의 T-62를 배치했다는 정보가 있었다. 바실리우카는 러시아와 크름 반도를 잇는 보급로상에 있다. 폴란드의 Rochan 컨설팅이 전쟁 전반에 관한 정보들과 함께 이 첩보를 선명한 화질의 영상으로 제공했다. 이 영상은 한번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구식 T-62를 어디에 배치하느냐는 문제는 러시아가 이런 구식 전차를 전선에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비하면 중요한 일이 아니다. 러시아군의 1선 전투 장비들은 다수가 파괴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차이점은 바로 여기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으로 부터 대량의 신형 장비를 받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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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진짜 보유하고 있는 전차는 몇 대인가?

일리야 포노마렌코

러시아군이 진짜 보유하고 있는 전차는 몇 대인가?

러시아의 전면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제 제2차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많은 전차가 파괴되었다. 크렘린의 무모하고 실패한 키이우 전격전으로 러시아군은 1,000대의 전차를 잃었다. 2월 24일 이후 겨우 몇주 만에 말이다. 4월이 되자 우크라이나 북부의 전장은 전차의 묘지가 됐다. 우크라이나군의 전차 사냥꾼조는 수많은 전차를 산산조각냈다. 러시아군의 규모가 크다 해도 이렇게 많은 전차를 잃어버린 것은 러시아의 공격력에 큰 타격이다. 러시아의 프로파간다와는 달리 악명 높은, 소련 시기에 대량으로 비축된 전차들은 전투에 사용하기 곤란한 고철 더미에 불과하다. 

하지만 러시아가 당장 전차 부족에 시달릴 걸로 보이지는 않는다. 러시아는 심각한 손실을 입었음에도 전쟁을 몇년간 수행할 수 있는 전차를 보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때문에 자원이 풍부한 러시아가 감당할 수 있는 수년간 이어질 장기전을 피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


대실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차의 시대가 끝났다는 관측이 성급함을 보여준다. 주력전차는 앞으로도 하던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보병을 지원하고, 선봉에서 돌파를 이끌고, 돌파한 뒤 전차를 뒤따르는 기계화보병과 함께 성과를 확대하는 임무다. 우크라이나군은 필요하기 때문에 전투에서 전차의 역할을 확대했다. 포병이 부족해서 우크라이나 전차병들은 탱크에서 직접 관측할 수 없는 목표에 대해 곡사포 처럼 간접사격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군은 전차를 집중적인 화력지원 임무에 투입하고 있다. 시가전 상황에서도 그렇게 운용한다. 하지만 영국이 지원한 전설적인 NLAW 같은 저렴한 보병용 대전차화기가 많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대열을 매복공격 하게 되면서 전차의 결정적인 역할에 도전하게 되었다. 미국 합참의장 마크 밀리 대장은 6월 중순에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에 여러 종류의 대전차 무기 97,000개를 지원했다고 발표했다. 밀리 대장은 이 숫자가 "전 세계에 있는 전차를 전부 합친 것 보다 더 많은 대전차무기"라고 말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군의 대전차 능력을 향상시킨 결과 우크라이나를 신속히 붕괴시키려던 러시아의 계획은 철저히 실패했다. 밀리터리 밸런스 2021년판에 따르면 지난 2월 전면전을 개시할 당시 러시아는 3,330대의 운용 가능한 전차를 보유하고 있었다.(육군에 2,840대, 해군보병대에 330대, 공수군에 160대) 이 자료는 러시아군이 보유하고 있던 모든 전차를 포함한 것이다. 여기에는 T-72, T-80, T-90과 그 파생형이 포함되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생한 장비 손실을 집계하는 온라인 조사 프로젝트인 오릭스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9월 1일까지 최소 994대의 전차를 잃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독립적인 온라인 분쟁관측조직인 Conflict Intelligence Team은 오릭스의 데이터베이스는 전투에서 발생한 양측 손실의 70% 정도를 집계하고 있다고 본다. 노획되거나 격파된 차량들이 모두 기록되거나 촬영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Conflict Intelligence Team은 러시아군이 거의 1,300대의 전차를 상실했다고 추산하고 있다. 즉 운용가능한 전차의 40%라는 엄청난 숫자를 상실한 것이다. 이 추정치는 지난 5월 CNN이 보도한 내용과도 일치한다. CNN은 익명의 미국방부 고위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거의 1,000대의 전차"를 상실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군당국의 공식 통계는 이보다 더 크다. 러시아가 전면전을 도발한 지 6개월이 지난 9월 1일까지 우크라이나군은 1,997대의 러시아군 전차를 격파했다고 주장했다. 이 수치는 러시아군의 운용가능한 전차의 총 60%에 달한다.

반면 오릭스는 우크라이나군이 244대의 전차를 잃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중 125대는 전투에서 격파됐고 나머자는 버려졌거나 러시아군에 노획됐다. 여기에 Conflict Intelligence Team의 70% 법칙을 대입하면 우크라이나군은 2월 24일 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800대의 전차 중 300대 이상을 상실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해외에서 전차를 도입했다. 폴란드가 원조한 차량과 러시아군으로 부터 노획한 차량 등이다.


고철 더미에서 부활하다

오릭스의 대략적인 추산만으로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숫적으로 심각한 손실을 입었음을 알 수 있다. 러시아군은 최소한 구식 T-72B 전차 220대와 2010년대에 개량된 주력전차인 T-72B3/M 270대를 잃었다. 그리고 35대의 T-80BVM과 20대의 T-90A, T-90M형 전차를 잃었다. 이것들은 우크라이나 전문가들이 러시아군 전차 중 가장 현대적이고 우수하다고 평가하는 차량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상실했다고 추정되는 1,300대의 전차는 대략 14개의 완전편제된 전차여단, 또는 42개의 대대전투단에 해당한다. 그리고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가 보유한 전차를 전부 합친 것 보다도 많은 숫자다.

하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2,000대 가량의 전투 투입이 가능한 전차를 보유하고 있고, 또 비축되어 있는 전차도 많다. 밀리터리 밸런스 2021년판에 따르면 러시아는 10,200대의 전차를 비축하고 있다. 여기에는 수많은 T-72, 3,000대의 T-80, 200대의 T-90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밀리터리 밸런스 2016년판에는 러시아가 냉전의 유물인 2,800대의 T-55(1950년대에 최초로 방사능 방호 체계를 갖춘 전차), 2,500대의 T-62, 2000대의 T-64를 보유하고 있다고 되어 있다. 즉 러시아는 1950년대 부터 지금까지 생산된 전차 17,300대를 보유하고 있다.

서류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실제로는 비축된 전차 중 다시 꺼내서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차량이 몇대나 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러시아인들도 잘 모를 것이다.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러시아군 주둔지에 있는 차량을 세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군사 소식 웹사이트인 Ukrainian Military Center에서 주로 러시아의 우랄산맥 동쪽에 위치한 러시아군 비축 시설 19곳의 구글맵스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비축된 차량 중 2,299대는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수십년간 야지에 방치되어 있다 보니 그냥 폐기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녹슨 고철이 돼 버린 것이다. 그리고 1,304대의 전차도 의심스러운 상태다. 8월 22일 이 웹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보면 "이 전차들은 전차 정비시설에서 복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려면 먼저 열차에 실어서 전차 생산 공장으로 가져가 하역한 뒤, 정비소로 가져가서 어떤 결함이 있는지 검사를 해야 한다. 다음에는 필요한 부품을 찾아야 하는데 몇몇 부품은 단종된 상태거나 신규 생산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2,075대는 수리를 할 수 있어 보인다. 비록 이중 일부는 공장까지 가져가야 할 걸로 보이지만 말이다. 나머지 886대는 제대로 보관이 되어 있고 완전한 운용이 가능해 보인다. 몇몇 러시아군 기지에는 지붕이 있는 차고가 있다. 차고에 보관된 전차는 1,330대 정도로 보이는데 이 차량들의 상태와 숫자는 알 수 없다. 

수리한 구식 T-62와 T-62M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목격되었다. Ukrainian Military Center에서는 이 T-62들이 치장물자로 있는 T-72나 T-80보다 상태가 더 좋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마 이때문에 러시아군이 T-62를 일선에 복귀시켜 우크라이나로 보내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러시아에 비축되어 있는 전차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부품을 약탈당하고 분해되었다. 전차 한 대를 정비하기 위해 다른 전차에서 부품을 떼 오는 것이다.(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특히 T-72 전차가 그렇다. 이 전차 중 다수는 상태가 엉망이다. 현재 진행중인 서방의 첨단 부품 금수조치로 인해 러시아는 보유한 무기를 수리하거나 현대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대규모 전쟁을 계속한다면 T-72 초기형이나 T-80 초기형 같은 구식 전차들이 더 많이 나오는걸 보게 될지도 모른다.

즉 러시아는 최소한 2,000대의 복구 가능한 전차를 보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하는 동안 전차를 모두 소모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1960년대 초에 만들어진 고물들을 끌어내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러시아가 다른 곳에서 전차를 확보할 수 도 있다. 벨라루스의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정권은 현대화된 T-72 500여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2022년 6월 18일 토요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러시아 공군의 작전 수행 능력에 대한 비판

 듀푸이 연구소의 블로그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심한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러시아공군에 관한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필자는 미해병대 출신의 군사연구자 윌리엄 세이어즈(William Sayers)인데 이 양반이 러시아 공군의 문제점을 덤덤하게 지적하니까 오히려 더 웃깁니다. 러시아 공군의 무능력함에 대해서는 RUSI의 저스틴 브롱크도 비슷한 지적을 했습니다. 

Is the Russian Air Force Actually Incapable of Complex Air Operations? | 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 (rusi.org)

세이어즈의 글은 전문적인 연구가 아닌 칼럼이긴 하지만 해당 분야에 수십년간 종사한 전문가의 견해인 만큼 참고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사실 글 자체가 웃겨서 번역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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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S View of Air Superiority | Mystics & Statistics (dupuyinstitute.org)


러시아 공군이 제공권을 보는 관점

윌리엄 세이어즈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을때  TV에서는 러시아 공군이 서방의 공군 처럼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하지만 러시아 공군은 언론인들이 미국 공군의 전쟁 수행 방식을 보면서 예측했던 대로 작전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언론인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러시아 공군은 어디 있는거야?" 그런데 이런 언론 보도들은 심각한 오해에 기반하고 있다.

러시아는 한때 "대륙의 강국"으로 불렸다. 이 나라는 오직 지상군에 집중하고 있을뿐이라 공군과 해군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다. 그래서 러시아 공군은 항상 러시아 육군에 종속된 부산물 정도에 불과했다. 러시아 공군은 육군에 짓눌려 단순한 장거리 포병 이상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독립된 교리를 발전시키지 못했다. 만약 러시아 공군이 우리 공군과 같이 발전해왔다면 강력한 병종이 됐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러시아는 공군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비전을 가질 수 없다. 그리고 러시아 공군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 공군의 주 임무는 미국이 전장항공차단(Battlfield Air Interdiction)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임무는 지상군과의 협동 작전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전선 후방을 타격하는 임무이다.(접촉선에서 30~70km 후방) 러시아 공군은 미국의 개념과 같은 근접항공지원(Close Air Support)를 하지 않는다. 러시아 공군은 근접항공지원을 잘 하지 못한다. 냉전때도 그랬고 제2차 세계대전 때도 마찬가지로 못했다. 1999년 그로즈니 전투 이후 러시아군은 공군의 레파토리에 임무를 하나 더 추가했다. 적의 저항 의지를 분쇄하기 위해 민간 시설에 대량의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이 짓을 하는걸 보고 있지 않은가.

러시아 공군은 미국에서 '제공권' 이라고 부르는 것을 달성할 생각도 없다. 러시아에서 우군 상공의 공역 통제 임무를 수행하는 주력은 지대공 미사일 부대다. 전투기 부대는 지대공 미사일 부대가 담당하지 못하는 빈틈을 채우고 보조하는 역할이다. 러시아의 전투기 부대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를 뿐이다. 설사 러시아 공군이 서방의 개념과 같은 제공권을 장악한다 하더라도 그 다음에는 제공권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모를 것이다. 러시아 공군은 제공권이 뭔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 그래서 러시아 군은 이동식 방공차량을 대량으로 운용한다. 적의 공군이 러시아 지상군에 다가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러시아가 원하는건 이게 전부다.

냉전기 소련은 현재 러시아가 처한 것과 완전히 다른 상황에 처해있었다. 나토는 대량의 핵무기를 보유했다. 소련군 참모대학은 이런 것들을 가르쳤다.

          항공군은 전선군의 공세작전에서 다음과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핵 타격의 초기 단계에 참여한다

          -아군 부대와 보급 시설을 적의 공습으로 부터 보호한다

          -적의 항공 전력을 비행장과 공중, 그리고 후방 지역에서 격파한다

          -적의 핵 미사일을 찾아서 파괴한다

          -제병협동군과 전차군의 작전을 지원한다

          -적의 예비대를 격파하고 제압한다

          -항공 정찰을 수행한다

          -강습 상륙작전과 공정작전을 지원한다

이것들은 전쟁을 수행할 때 핵무기를 사용하고, 나토의 공군은 소련군에 대한 핵 타격을 수행하지 못할 수준으로 격파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또 나토의 공군력에 대한 타격이 3순위의 임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70년대에 소련군 총참모부는 나토군의 전투력 중 절반이 공군력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토군의 항공 우세를 상쇄하기 위한 항공 작전을 만들었다. 이론은 그럴싸 했다. 그리고 아군의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혁신적인 무기들도 만들었다. 하지만 소련 공군은 나토 공군을 실전에서 무찌를 수 있는 기량은 연마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소련 공군은 폭격기들을 목표 지점 까지 호위하는데 적용할 교리나 전술을 만들지 못했다. 그 대신 전투기들을 유도하기 위해서 취약한 지상관제소에 의존하는 짓을 계속했다. 나토군의 전술과 역량에 대응하기에는 답이 없는 수준이었다. 냉전이 끝나고 핵무기의 위협이 크게 감소하자 러시아 공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 공군에 가까운 교리로 돌아갔다.

언론에서는 "제공권"을 적 공군이 죽은 벌레 처럼 지상에 바싹 엎드려 있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30년 전쯤의 일을 고대사 처럼 생각하기는 하지만, Desert Storm(1991), Deliberate Force(1995), Allied Force(1999), Enduring Freedom(2001), Iraqi Freedom(2003), Odessey Dawn(2011) 등의 작전은 대중도 알고 있다. 이러한 작전에서 미국과 연합군의 공군은 적군을 압도했다. 미군과 연합군을 공중 우세를 달성한 상태에서 전쟁을 시작했다. 바로 언론에 나오는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그 상황이다. 그리고 냉전 시기에 그랬던 것 처럼 (러시아 공군이 아니라) 러시아군 총참모부가 적 공군의 실질적이고 결정적인 위협을 마주한다면, 러시아 총참모부의 목표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교리 개념은 '파괴'다. '파괴'라는 개념은 포병 용어다. "파괴란 적 공군을 완전히 섬멸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적 공군이 조직적인 저항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파괴하려면 적 공군기의 50~60%를 격파해야 한다." 이건 마치 포병 교범에서 인용한 문구 같다. 사실 포병 교범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러시아 공군은 우수한 항공기와 유도폭탄,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무기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는데 필요한 전술과 교리, 정보 및 표적 선정 수단이 없다. 서방에서는 유도무기로 갱도를 폭격하고 고층 건물에서 하중을 받는 부분을 타격해서 건물을 붕괴시킨다. 이렇게 해서 적국의 경제를 붕괴시키거나 국가 전체의 통치 체계를 무너트린다. 미국이 사용하는 유도무기는 1990년대에도 정확도가 높았다. 그래서 콘트리트를 채워 넣은 훈련용 폭탄에 유도 키트를 달아 적군의 대공포를 개별적으로 파괴하면서 부수적인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다. 이후로도 부수적 피해라는 위험 없이 목표물을 파괴하기 위해 새로운 유도무기들이 배치됐다. 러시아군은 유도무기를 일반 폭탄 보다 정확도가 높은 장난감 정도로 치부한다. 즉 임무를 수행하는데 많은 폭탄을 사용하지 않아 군수보급의 측면에서 유리한 점에 주목할 뿐이다.

나는 1980년대에 소련의 군사항공 분야를 분석하는 일을 시작했다. 당시 소련 공군은 Su-27과 MiG-29 같은 4세대 전투기를 도입하고 있었고 이것들은 F-15, F-16/F-18에 비교할 만 했다. 이 기종들은 소련 공군이 과거에 사용하던 전투기 보다 훨씬 우수해서 우리 미국 공군과 같은 전술을 채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소련 공군이 신형 전투기의 성능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지 않는지 열심히 관찰했다. 하지만 소련공군은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지 않았다. 40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 공군은 여전히 과거와 같은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조금 더 지적을 하자면, 러시아군은 우리 미군이 하는 방식과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 공군의 조종사 양성 과정을 보면 이 점을 아주 잘 알 수 있다. 미국 공군과 다른 서방 국가의 공군은 조종사를 교육할 때 가능한 최고의 기준에 맞춰 훈련을 실시한다. 하지만 러시아 공군의 조종사 양성 기준은 훨씬 낮다. 러시아 공군의 조종사 양성 기준은 그냥 우리 공군과 같은 높은 수준이 아닌 것이다. 왜 그런가? 가설을 하나 제시하자면 러시아 공군은 우리와 같이 높은 수준의 조종사를 양성할 능력이 없어 가능한 수준 내에서 훈련을 시키는 듯 하다. 그런데 다른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 공군은 전투 환경에서는 인간의 역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조종사들에게 큰 기대를 하는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므로 조종사들에게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조종사의 기준을 실제 교전 상황에서 조종사들이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게 잡는것이다.

러시아 공군의 선천적인 보수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더 있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본토 방공전을 다룬 헐리우드 영화들을 보면 용맹한 연합군 지휘관들이 상급 사령부로부터 다음 작전에는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라"는 명령을 받는다. (영화 Twelve O'Clock High의 주인공) 새비지 장군은 부대의 폭격기 18대 전부를 폭격 임무에 투입할 수 있도록 정비반원들에게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이도록 독려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냉전 시기 소련군 총참모부는 항공군들이 필요한 때에 각 연대가 일정한 소티를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초기 단계에서는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나토와의 전쟁 계획이 그러했다. 항공연대의 소티 수는 연대가 수행해야 할 임무에 맞춰 정해졌다. 일반적인 전투기연대나 전투폭격기연대는 36대의 항공기를 보유했고, 연대의 항공기 1대가 1소티를 출격한다면 연대의 소티 수는 36소티가 된다. 그런데 정비 문제라던가, 작전상의 또는 전투 손실이 발생해 연대가 보유한 항공기 36대 이하로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가? 소련 공군은 항공연대에 비행기를 더 늘렸다. 전투기연대와 전투폭격기연대의 경우 9대를 더 추가했다. 이렇게 비행기 숫자를 더 늘려서 항공연대들이 항상 연대당 36소티를 출격할 수 있도록 했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연대에 할당된 소티를 채울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이었다.

이런 점들은 러시아인들은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하고 종종 우리가 보기엔 이상한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러시아인들은 러시아 공군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우리의 선배들은 한국전쟁 당시 중국과 소련의 안전한 기지에서 출격하는 소련 공군 조종사들이 모는 항공기와 싸웠다.(소련은 당시 이를 비밀로 했지만 요즘은 아주 당당하게 인정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우리 공군은 소련이 만들고 교육한 전술, 그리고 방공망을 상대해야 했다. 그래서 요즘 푸틴이 자신의 업보를 치르는 걸 구경하는게 꽤 재미있다.

2022년 6월 2일 목요일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잡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매우 형편없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점은 매우 충격적인 일 입니다. 저는 전쟁 발발 당시 2주 이내로 전쟁이 종결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전쟁 초기 부터 러시아군의 형편없는 전쟁 수행 능력이 드러나자 많이 당황했습니다. 이번 전쟁을 통해 러시아군의 문제점은 여러가지가 드러났습니다. 병사들의 낮은 전술 숙련도, 장교들의 형편없는 역량, 대규모 작전을 수행하기에 부족한 군수지원 능력, 각종 장비의 형편없는 관리 수준 등등. 그런데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지금 지적되는 러시아군의 문제점 중 일부는 소련군 시절에도 지적되던 문제였고 돈바스 전쟁 당시에도 지적됐습니다. 

예를들어 2017년 간행된 이고르 수탸긴(Igor Sutyagin)과 저스틴 브롱크(Justin Bronk)가 함께 집필한 Russia's New Ground Forces에서는 돈바스 전쟁 당시 러시아군이 시베리아와 극동에서 차출한 부대를 우크라이나에 투입할때 서부군관구와 남부군관구 구역에 사전 비축한 장비들을 사용하지 못하고 주둔지에서 사용하던 장비를 수송해와야 했던 점에 주목합니다. 러시아군의 훈련 수준이 낮기 때문에 원래 사용하던 장비와 다른 장비를 운용하기 어려워 병력과 장비를 모두 수송해야 했다는 겁니다. 미군은 주요 지역에 장비들을 비축해 놓고 병력만 신속하게 이동시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지만 러시아군은 같은 방식으로 작전을 수행하는데 제약이 많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돈바스 전쟁에서는 러시아군의 비축 장비들의 상태가 좋지 못해 즉각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장비 뿐만 아니라 탄약의 관리도 서방의 기준에서 볼때 형편없는 수준으로 이뤄졌고 이런 군수지원 체계를 개편하려는 시도는 계속 진행중이었습니다. 이외에도 현재 지적되는 많은 문제들이 돈바스 전쟁 당시 부터 지적되어 왔습니다. 대표적인게 징집병을 강제로 전쟁에 투입하는 문제입니다. 러시아군은 이미 돈바스 전쟁 당시 부터 징집병들을 강제로 계약시켜 전쟁에 내보내 왔습니다. 서류상으로는 전문 직업군인이지만 실제로는 훈련 수준과 사기가 떨어지는 징집병들을 전선에 투입하는 문제도 예전 부터 있었던 겁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투항한 러시아 군인들이 이 문제를 폭로하고 있지요. 이런 러시아군의 문제점은 러시아군을 연구하는 서방 학자들이 꾸준히 지적해 왔습니다. 미국 육군대학에서 간행한 The Russian Military in Contemporary Perspective에 실린 몇몇 연구는 러시아 국방개혁의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현재 실패로 드러나고 있는 모병제 군대로의 전환 같은 문제 같은 겁니다. 제가 몇년전에 이 블로그에서 언급했던 알렉산드르 골츠의 연구가 러시아군의 구조 개혁에 대해 비판적인 분석을 보여줬죠. 

지금와서 보면 러시아 군대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점은 결코 새로운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러시아군을 지속적으로 관찰한 연구자들은 현재 드러나고 있는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보다 지표상의 국력이 강하다는 점 때문에 러시아군의 문제점을 올바르게 보지 못하고 우크라이나 군대를 과소평가하는 오류를 저질렀습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강대국 러시아라는 신기루에서 벗어나 러시아 군대의 실체를 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러시아 군대에 대한 평가가 지금 보다 나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