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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11일 목요일

블러드 다이아몬드 - 막장인생 디카프리오

이 어린양은 오늘 업무상 약속 하나가 취소돼 버리자 그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잠시 생각하는 척 하다가 바로 극장으로 갔습니다. 극장에서 시간이 맞는 영화를 찾아 보니 디카프리오가 나오는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있더군요. 예고편에서 신나게 총질을 해 대던게 기억이 나는지라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전에 봤던 에드워드 즈윅(Edward Zwick) 감독의 “The Last Samurai”는 누군가와 함께 보기에 심히 민망할 정도로 난감한 작품이었는데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그 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Glory” 이후로 본 즈윅 감독의 작품들은 다 하나같이 뭔가 민망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Legend of the Fall”은 폼은 나는데 도데체 뭐하러 저런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지 이해할 수 없는 영화였고 “Courage under Fire”는 별 볼일 없는 이야기를 비비꼬는지라 참고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물론 그 중에서 최고의 걸작은 “The Last Samurai”가 되겠군요.

당연한 이야기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즈윅 감독은 백인 이외의 집단의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주인공은 항상 백인을 썼습니다. “Glory”, “The Last Samurai” 그리고 “블러드 다이아몬드”도 남의 공적인 용무에 끼어드는 백인이 주인공이었지요.
그래도 좀 나아진 점은 갈수록 주인공이 망가진 인물이라는 점 입니다. “Glory”의 주인공은 백인 주류사회의 상류층 인사이지만 “The Last Samurai”의 주인공은 백인 주류사회의 일원이긴 했으나 현재진행형은 “폐인”이었지요. 그리고 “블러드 다이아몬드”에서는 드디어 아주 비열하기 짝이 없는 인생막장의 백인이 당당히 주인공으로 등장했습니다. 아. 물론 그래도 아리따운 여주인공은 그나마 정상적인 인간으로 나왔군요.

디카프리오는 꽤 마음에 듭니다. “The Departed” 보다는 이번 영화에서 더 마음에 드는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이런 교훈적인(?) 영화에서 주인공 마저 모범적인 백인이었다면 영화가 이정도로 재미있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백인 용병은 철저하게 자기 중심적이고 비열한 근성을 가진 인물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픽션의 등장인물이지요. 어찌보면 “The Dogs of War”의 주인공 샤농의 영향을 받았을 지도 모르지요. 주인공은 매우 시니컬한데다 잘생긴걸 빼면 정나미 떨어질 짓만 골라합니다. 물론 마지막에 회개(?)하고 새사람이 되긴 합니다만 모범적인 마무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요.

어쨌거나 즈윅 감독은 폼 잡는걸 좋아하는지 영화의 마지막에도 교훈적인 메시지를 자막으로 넣어서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아이고 감독님 고맙습니다. 만약 미래의 마누라가 다이아반지를 해달라고 조르면 감독님 영화를 보여주겠습니다.

아.또 하나. 제니퍼 코넬리를 스크린으로 보는 것은 꽤 즐거웠습니다. 이 아줌마는 나이를 먹은 뒤 짝퉁 데미 무어 같은 느낌을 풍기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배우입니다.

2006년 12월 25일 월요일

깊은밤 갑자기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좀 한가하게 영화를 볼 수 있으려나 해서 영상자료원에 갔습니다. 24일의 프로그램은 "목없는 여살인마"와 "깊은밤 갑자기"였습니다. 둘 다 몇 번 보긴 했는데 깊은밤 갑자기는 TV에서만 봤었지요. 사실 목각인형이 나오는 것 말고는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으니 처음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 였습니다.

일단 한마디로 요약하면 매우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다른 분들이 한국 공포영화의 걸작이라고 평가하시는데 전혀 허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긴장감도 잘 살아있고 영화 후반부 폭풍우 몰아치는 밤에 출몰하는 목각인형 장면은 어설픈 특수효과에도 불구하고 정말 잘 만들었다는 감탄이 나왔습니다. 80년대 초반 작품이라지만 과연 90년대 중반 이후 부터 쏟아진 한국식 공포영화 중에서 이 작품을 능가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물건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잘 해봐야 여고괴담 정도.)

그리고 이 영화는 후반부에서 공포물로 진행되기 전 까지는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는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상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전개가 자연스럽고 긴장감도 잘 조절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남편의 라이터를 계속 켜 보다가 불이 켜지는 장면은 정말 섬뜩하더군요.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면서 미쳐가는 주인공을 연기한 김영애의 연기는 정말 발군입니다. 전혀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더군요.

남편이 불륜을 저질렀는가를 약간 모호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그래서 더욱 더 긴장감이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만약 남편의 불륜 문제를 좀더 직설적으로 표현했다면 이렇게 멋진 영화가 나오지는 못 했을 것 같습니다.

함께 본 목없는 여살인마는 약간 깨더군요. 같은 80년대 초반의 영화지만 무섭다기 보다는 좀 키치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오히려 이 영화를 보니 깊은밤 갑자기가 얼마나 훌륭한 영화인지 잘 알겠더군요.

2006년 11월 25일 토요일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 대한 뒷북 감상

제 취향이 고상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보니 정치적으로 진지한 영화를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를 본지 한달이 넘어가지만 감상을 어떻게 쓸지 고민한 것도 사실은 너무나 오랫만에 진지한 영화를 봤는지라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서 입니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은 몇 가지 점에서 랜드 앤 프리덤(Land and Freedom)을 생각나게 합니다. 혁명가 집단 내부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전작보다는 이번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 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약소민족의 독립투쟁이라는 가슴 뭉클한(?) 소재에다가 무엇보다 저는 아일랜드 가수들을 좋아하거든요. 사실 개인적으로 대부분의 정치 사상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다보니 쓸데없이 남의 전쟁에 끼어들어 죽어나가는 랜드 앤드 프리덤의 주인공들은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서 가장 큰 갈등의 축은 형과 동생인 것 같습니다. 좀 단순하게 분리하면 동생인 데이미언이 좀 더 급진적인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지요. 영화 초반만 하더라도 데이미언은 런던에 가서 의사가 되는 것을 아일랜드 독립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년이지만 갑자기 열렬한 투쟁가로 돌변합니다. 이렇게 급작스럽게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는게 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영화 후반부에서 영국과의 협정에 따라 영연방 내의 자치국으로 남는다는 결정이 내려지자 두 형제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마치 조선의 독립운동가들이 1920년대에 정치사상에 따라 분열돼 갔던 것 과 유사합니다. 이런 독립 운동의 방법론에 따른 분열은 우리에게는 결코 남의 이야기 같이 들리지 않지요.

이렇게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민족국가 형성을 시작해야 했던 후발 국가들은 준비 단계에서 부터 골치아픈 내부 투쟁을 겪게 됩니다. 우리가 바로 그런 과정을 거쳐 분단되고 결국에는 두 국가로 나뉘어 전쟁을 벌이게 됐지요. 이런 비극은 많은 후발 민족 국가들이 겪는 비극인 것 같습니다. 민족 해방과 계급 해방을 갈등 없이 추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지요. 이 때문에 우리나라와 중국은 두 체제간의 전쟁을 거쳐 두 국가가 됐고 베트남은 30년에 걸친 긴 내전을 겪어야 했습니다.

심각한 남의 나라 이야기를 보면서 동질감을 느껴 보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좀 더 고상한 평을 해 보고는 싶은데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힘들군요. 하핫.

2006년 10월 29일 일요일

독재자(The Great Dictator)에 나오는 어용 예술인

채플린의 독재자(The Great Dictator)의 초반을 보면 힌켈(Adenoid Hinkel)이 관저 곳곳을 돌아다니며 똘마니들을 관리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중에서 가장 흥미있는 부분은 바로 미술가 두명이 나오는 부분이다.





조각가 한명과 화가 한명이 농땡이를 피우다가 힌켈이 들이닥치자 뭔가 하는 것 처럼 수선을 떠는 장면이다. 조각가는 브레커(Arno Breker)나 토락(Josep Thorak) 정도 될 성 싶고 화가는 잘 모르겠다. 하긴, 생각해 보니 채플린이 별 볼일없는 어용 미술인 개개인에 신경을 썼을 것 같진 않다. 대충 그놈이 그놈이려니 하고 등장 시켰겠지.
이 장면이 재미있는 것은 저 두 사람 역시 프로파간다에나 써먹을 쓰레기를 만드는 작업을 내켜하지 않는 다는걸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다. 힌켈이 나가자 마자 저 두 사람은 다시 논다.

괴링을 희화한 사람은 그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를 잘 빈정거린 것 같았다.

그외에, 웃겼던 장면이라면...



편지를 붙이시는 힌켈 각하. 전형적인 악당 두목의 면모가 아닌가 싶다.

2006년 9월 10일 일요일

블레이드 러너 감독판, 그리고 해변의 여인을 보다

지난 금요일에는 운 좋게도 블레이드 러너 감독판 DVD 출시 기념 특별상영회를 보게 됐다. 소문으로는 새로 추가된 장면이 있다길래 기대를 하고 봤는데 아무래도 헛소문이었던 듯 싶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경품 추첨이 있었는데 경품으로 블레이드 러너 DVD를 받았다. 얼씨구나~ 그러나 집에와서 돌려보니 부록은 없고 영화만 수록돼 있는 아주 심심한 DVD였다. 아마 특별판에는 부록이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블레이드 러너를 스크린으로 본 것은 정말 멋진 일이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영화가 끝난 뒤 있었던 대담은 별로였다. 조이SF 운영자라는 양반은 쓸데없이 시간만 잡아먹으면서 횡설수설을 해 댔는데 도데체 요지가 뭔 질 모르겠다.

토요일에는 해변의 여인을 봤다.
이 영화를 보기전 악평을 많이 들었는지라 별 기대를 안하고 봤는데 뭐 홍상수 영화 답게 약간 섬뜩하면서도 신나는 영화였다. 단, 김승우는 약간 캐스팅이 잘못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현정의 연기는 그럭저럭 나쁘진 않았으나 일부 대사에서는 장미희 여사의 “떠~억 사세요~”를 연상시키는 연기를 했다. 허헛.

2006년 9월 1일 금요일

시간 - 전반적으로 좋지만 뭔가 불편한 영화

김기덕 감독에 대한 언론의 괴이한 보도로 인해 "시간"을 보게 됐다.

개인적으로 빈집 이후의 영화들은 편한 마음(?)으로 봤기 때문에 이번 영화도 그러려니 했는데 왠걸.

그의 초기작들에 비해 별로 자극적(?)이지 않은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해서 무서웠다(!) 성현아가 이렇게 무서워 보일 줄이야.

예술에 별다른 조예가 없는 고로 고상한 영화평은 못 하겠지만 간략히 정리하면 한편으로는 재미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상하리 만치 불편하고 알수 없는 공포감을 유발시키는 영화였다.

나를 소름끼치게 한게 여주인공이 사랑을 표현하는 괴이한(?) 방식 때문인지 아니면 아니면 그 사랑의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성현아의 예쁜 얼굴이 꿈에 나올까봐 두렵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 영화 관련 직업을 가지고 있는 모양인데 그의 모니터에 계속해서 나오는 영화는 "빈집"이었다. 꽤 재미있었다. 김기덕 감독도 이런 종류의 장난(또는 팬서비스)를 하는구나.

그러고 보니 가장 두려운 점은 앞으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수입 DVD로만 보게 될 것인가이다. 김기덕의 개성 넘치는 영화를 스크린으로 못 보고 쓰레기 같은 조폭 코미디의 속편이 극장에 걸리는 걸 보는 것은 재앙이 틀림없다.

2006년 7월 4일 화요일

스크린밖의 한국 영화사 - 김학수 저

가끔 책을 산 뒤 내가 이걸 왜 샀나 싶은 게 있다.

몇 달 전에 샀다가 땅을 치고 후회한 책이 바로 이 '스크린 밖의 한국 영화사'다.

과장을 조금 하자면.

이 책의 내용의 50%는 영화계를 장악한 친일파들에 대한 이야기고 나머지는 군사독재에 빌붙은 영화인들에 대한 내용이다.

이 책을 정독 하게 되면 대한민국 영화계의 만악의 근원은 친일파와 그 뒤를 이은 군사독재의 기생충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정말 그런가?

이쪽으로 공부를 안해 봐서 잘 모르겠다.

물론 내용이 아주 형편없다는 것은 아니다.

상당히 도움이 되는 유익한 내용도 많지만 그걸 상쇄시키고도 남는 것이 친일파에 대한 저자의 과도한 집착이다.

참고로. 이책의 출판사는 "인물과 사상사".

2006년 6월 20일 화요일

주말에 헤어초크 특별전을 보고나서...

내가 헤어초크(Wener Herzog)의 영화를 좋아하는 건 영화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쓴 영화에 대한 글들을 몇 번 읽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가 영화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건 이 세상 고통을 저 혼자 다 떠안은 냥 인상 박박쓰는 주인공, 조금 통통하고 잘 벗는 여주인공, 신나게 때려부수기, 짜증 안 날 정도로만 욕하기 정도다.
아마도 나처럼 영화에 대한 식견이 부족한 인간이 헤어초크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면 진지한 영화팬들은 분노할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제 별 영양가 없는 본론.

이번 주 역시 입에 풀칠 하기 위해 무성의 하게 출퇴근을 반복하던 중 일주일이 지나갔다. 토요일에는 새벽 5시 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쓰네 하고 꼴값 떨다가 철지난 옛날 게임을 때리고 잤다.

눈을 떠 보니 오후 1시 26분.

대충 빨래를 하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해야할 일이 있지만 주말에 어디 일이 되나…) 웹사이트를 뒤지던 중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헤어초크 특별전을 한다길래 얼씨구나 하고 당장 나갔다.

주말에 본 것은 1987년 작 Cobra Verde와 1972년 작 Aguirre, der Zorn Gottes, 그리고 다큐멘터리인 1999년 작 Mein Liebster Feind 였다.

세 물건의 공통점은?

다들 잘 아시겠지만 클라우스 킨스키다.

클라우스 킨스키는 꽤나 흉악한 인상을 자랑하며 그의 딸내미가 나스탸샤 킨스키라는 것이 믿을 수 없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영화배우의 조건을 상당히 충족 시키고 있다. 핫.

Cobra Verde와 Aquirre는 둘 다 킨스키가 맡은 역할이 지독하게 찝찝한 최후를 맞는 영화다.
특히 Aquirre의 마지막 장면은 나의 기준에서 볼 때 100점 만점에 99점의 거의 완벽한 엔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멋진 장면이다.
아마존 강을 떠 내려가는 시체와 원숭이로 뒤덮인 얼기 설기 엮인 엉성한 뗏목 위에서 헛소리를 중얼거리는 한 남자의 모습이라니! 우오…. 생각만 해도 죽음이다.

Cobra Verde의 마지막 장면도 멋지긴 하다. 물론 Aquirre에는 비교하기 어려우나.

바다로 나가기 위해 보트를 끌다가 지쳐 파도에 쓰러지는 킨스키의 모습은 정말 멋지다는 표현 말고는 쓸 만한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우울한 장면들이 멋져 보이는 건 킨스키의 찝찝한 인상에 90% 이상 의존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우울하게 똥 폼 잡는 영화는 굉장히 많지만 사람의 짜증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 멋지다는 생각을 주는 영화는 매우 드문데 위의 두 영화는 그런 드문 예에 속한다.
물론 주연 배우가 제법 그럴싸하게 무게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고 보니 헤어초크의 다큐멘터리를 전부 모은 DVD 세트가 나온 모양이다. 다음 월급이 나오면 지를지 말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겠다.

마지막으로. 위키피디아 만세!

2006년 6월 4일 일요일

짝패 - 창의적이진 않아도 재미있었다.

영화를 본지 일주일이 지나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한국적 액션이라는건 개싸움, 또는 막싸움으로 요약 될 수 있을 것이다.
와이어 달고 날아다니는건 홍콩쪽 전매특허라 그런지 우리나라에서 줄달고 쇼를 부린 액션물들은 하나같이 저질로 기억된다.(대표적인 것이라면 무X검, 비X무 등이 있겠다.)
총질은 딱히 어느 동네의 전매특허라 하긴 뭐 하지만 아무래도 국산 영화들은 뭔가 어색해 보인다.(대표적인 것 이라면 쉬리…)
그러나. 개싸움은 확실히 대한민국에 원천기술(…)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100% 확신은 못 함)

짝패는 보기 전부터 여러 매체에서 호평이 있었는지라 큰 기대를 하고 봤다.

그러나 멋진 장면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의 2대 다수 격투장면이나 영화 마지막의 요정에서 벌이는 결투는 예상 보다 시시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2대 다수 격투에서 주인공들이 상대방을 싹 쓸어 버릴 것이라고 기대한 내가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길거리 격투의 상대가 고등학생들로 나오는데 이 점은 꽤 재미있었다.
불량 고삐리들과의 격투라.
그러나 이 장면에서도 불량 여고생들은 둘러싸고 폼만 잡을 뿐 별다른 액션이 없었다. 대 실망.

영화 후반부에서도 하얀옷 입은 4인조의 액션이 기대이하였다. 특히 얼굴이 이쁘장하게 생긴 여자는 다리만 몇번 찢다가 쓰러져 버리니 이렇게 허무할 수가!

그러나 공들인 만큼 볼만한 영화였던 것은 사실이고 꽤 재미있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특별히 볼 만한 영화도 없던 차에 창의적이진 않아도 뚝심이 묻어 나오는 영화가 나와 반갑기 그지 없다.
그리고 류승완 감독도 생각보다 연기를 잘 했던 것 같다. 물론 가끔 관객들을 대상으로 이야기 할 때도 말을 재미있게 해서 상당히 유쾌한 사람이라는 느낌은 들었지만 이정도로 웃길 줄이야.

2006년 5월 8일 월요일

Mission Impossible 3 관람 결과

돈내고 보긴 아까운 물건이었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겠으나.

쉴새없이 액션으로 몰아치는 건 그만큼 이야기 구조가 빈약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템포가 빠르다고해서 관객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않던가. 영화 후반부에는 하품이 나와 난감할 정도였다.

영화 마지막 부분은 명랑한(?) 가족영화로 돌아서 사람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아니 어떻게 아내를 IMF 본부에 데려갈 생각을 할 수 있는 건지?
시나리오 쓴 녀석의 두뇌구조가 새삼 궁금해 졌다.

또. 배신자의 정체 역시 뭔가 허전했다. 너무 쉽게 정체를 드러낸 것도 그렇고 도데체 뭘 어쩌자는 건지도 모르겠고. 악당 캐릭터 구축에 처참하게 실패했다. 물론 오우삼 감독의 2편에 비하면 양반인 듯 싶으나...

물론. 나만 재미가 없었고 다른 관객들은 즐거워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요즘 헐리우드 영화들은 맥빠진 졸작들이 너무 많아 난감하다. 아마. 이런 지루한 영화들만 수입된다면 스크린 쿼터를 폐지해도 극장이 헐리우드영화를 걸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간 재미 없었다. 돈 아깝다.

2006년 4월 25일 화요일

Conan the Barbarian

나는 근육 덩어리 백인들이 날뛰는 판타지물을 매우 싫어한다. 전혀 내 취향이 아니므로.

그렇지만 예외도 있는데 바로 우리의 아놀드옹이 출연하신 Conan the Barbarian이다.

뭐. 특별히 이걸 좋아하는 이유는 없다. 아놀드 옹이 출연하시고 피를 많이 튀기고 이야기 구성이 단순하다는 점. 아. 물론 Basil Poledorius의 멋진 음악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매우 단순하고 전형적인 복수담이다.

산골짜기 눈많은 동네에서 대장간을 하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살던 코난은 툴사 둠이라는 사이비 종교지도자가 쳐들어오는 바람에 부모를 잃고 노예로 끌려갔다가 칼질을 배워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맙소사.

그러나 이 영화의 매력은 바로 그 단순한 이야기에 있다.

이야기는 단순하고 칼질은 힘과 피가 넘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툴사 둠의 기병들과 벌이는 처절한 전투는 요즘 시각에서 보면 좀 2% 부족한 느낌이 들 수 도 있지만 매 장면마다 힘이 넘치고 피도 많이 흐른다!
도끼로 기병들의 몸통을 찍어버리는 아놀드 옹의 우람찬 팔뚝근육을 보면 아드레날린이 펄펄 끓게 된다. 오오오!!

예전에 정우성이 나온 "무사"에 관한 기사가 실렸을 때 전투장면이 너무 스케일이 작다고 툴툴거린 멍청이들이 많았는데 훌륭한 액션 장면은 단순히 물량으로만 밀어붙인다고 나오는게 아니다.
그렇게 스케일이 중요하다면 엑스트라가 넘치는 중국 영화나 드라마의 액션이 왜그리도 힘이 없는지 설명이 불가능 하다.
중요한건 크기가 아니라 연출하는 능력이고 그 점에서 감독 John Milius는 하이라이트의 전투장면을 훌륭하게 잘 만들어냈다.
대략 20여기 정도에 불과한 기병이지만 이들이 돌격해 올때의 박진감은 쓸데없이 머리수만 채운 어떤 중국영화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박력이 넘치는 장면이다. 쓸데없이 머리수만 채운다고 멋진 장면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멍청이들은 백만번을 환생해도 만들수 없을 장면이다.

그리고 두번째로 좋은 점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세명 나온다는 것이다.

먼저 두말할 필요없는 아놀드옹.

그리고 두번째는 다스베이더 목소리의 James earl Johns.

마지막으로 세번째가 Max von Sydou다.
Max von Sydou는 요즘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데 T-X와 덩치 좋은 독일 배우가 출연하는 니벨룽의 반지에도 대장장이로 나왔다.

James Earl John는 역시 목소리가 박력넘치는데 이 영화에서는 아놀드 옹의 Denglish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약간 유감이다.

이번에 국내에 출시된 SE 버전을 샀는데 아주 쓸만한 다큐멘터리가 같이 들어있어 좋았다. 재미있는게 DVD 판은 기존에 국내 출시판에서 삭제됐던 푸줏간의 사람고기 장면이 그대로 실려있다. 흠.

※ 지금 별로 마음에 안드는 하이네켄 한병과 프링글스를 까먹으며 글을 쓰고 있다. 하이네켄은 내가 싫어하는 소주병 같이 생겨 별로지만 그럭 저럭 먹어줄 만은 하다.
내일은 퇴근하는대로 이마트 가서 보드카나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