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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23일 월요일

아마존에서 홀랜드 스미스 회고록 킨들판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참 좋은 일을 많이 하는군요.

제2차대전 당시 미 제5상륙군단장을 역임한 홀랜드 스미스 장군의 회고록 킨들판을 0달러에 배포하고 있습니다. 공짜로 뿌릴때 받아야겠지요.




2018년 2월 22일 목요일

Robert M. Citino著, The Wehrmacht's Last Stand: The German Campaigns of 1944~1945


Robert M. Citino著, The Wehrmacht Retreats : Fighting a Lost War, 1943


2017년에 출간된 로버트 시티노의 The Wehrmacht's Last Stand는 프로이센-독일의 전쟁방식의 탄생과 몰락을 추적하는 연작 The German Way of War : From the Thirty Years’ War to the Third ReichDeath of the Wehrmacht : The German Campaigns of 1942, 그리고 The Wehrmacht Retreats : Fighting a Lost War, 1943의 마지막 권입니다. 첫 번째 책 The German Way of War에서는 중부유럽을 지리적 배경으로 단기 결전에 초점을 맞춘 독일식 전쟁수행방식이 등장하고 1940년 프랑스 전역에서 그 정점을 찍는 과정을 서술했습니다. 두 번째 책인 Death of the Wehrmacht는 독일군이 소련과 북아프리카로 전장을 확대해 나가면서 전쟁을 수행하는 공간의 확대와 단기전으로 격퇴할 수 없는 막대한 물량을 갖춘 적 앞에서 예봉이 꺾이는 과정을 추적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권인 The Wehrmacht Retreats에서는 동서 양면으로 조여오는 연합군의 압박에 전통적인 기동전으로 대응한 독일군의 전쟁 수행 방식이 무너지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권인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핵심적인 이야기를 기존의 저작에서 모두 풀어놓았기 때문에 신선함은 덜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티노는 독일군의 전쟁 수행방식의 핵심은 '가난한 국가의 가난한 군대'인 독일군이 승리하기 위해서 단기결전을 추구하는데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장의 공간적인 규모가 확대되고 군대의 규모가 커지면서 독일의 전쟁 수행 방식은 한계에 봉착했고 그 결과는 1942년 이후 계속되는 패배로 이어졌다고 지적합니다. 저자는 Death of the Wehrmacht와 The Wehrmacht Retreats에서 이것을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마지막권인 The Wehrmacht's Last Stand는 전쟁의 마지막 단계에서 완전히 소모된 독일군이 철저하게 붕괴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독일군은 전쟁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술-작전 단위에서 강력한 면모를 보여주었지만 이것은 전략적인 실책을 만회할 수 없었습니다. 저자가 1944년 여름 동부전선의 전황을 설명하면서 "독일군이 국지적인 승리를 거두면 전선의 다른 곳에서 더 큰 구멍이 뚫리고 있었다"고 평가한 구절은 이 책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1943년 이후 전략적인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한 독일군은 "수술대 위의 환자처럼" 무기력하게 동서 양면으로 큰 타격을 받으며 붕괴됩니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독일식 전쟁 방식은 어떠한 해법도 제시하지 못 합니다. 저자는 1944년 초 만슈타인과 히틀러의 논쟁을 그 예로 듭니다. 만슈타인은 군사적(작전적)으로 타당한 대안을 제시하지만 그 대안에는 정치적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었고, 히틀러는 정치적으로 타당한 주장을 펼치지만 군사적으로는 재앙을 불러오는 주장만을 펼쳤을 뿐 입니다. 1940년 이후 전략적인 초점을 상실한 채 작전적인 승리를 맹신하며 불리한 환경을 조성한 결과 독일군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된 것 입니다.

저자는 1944년 여름 동서 양면으로 연합군의 대공세에 직면해 독일군 수뇌부가 내린 전략적 판단을 비판하면서 그 비합리성을 지적합니다. 1944년 여름 서부전선 방어를 다룬 부분에서는 히틀러 체제하에서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지휘체계의 파탄을 보여줍니다. 국방군 총사령부로 만들어진 OKW는 3군 통합작전 지휘 보다는 비대한 육군을 견제하기 위한 관료기구의 성격이 강했고, 예하의 3군은 이 체제하에서 통합작전 보다는 타군을 정치적으로 견제해 왔으며 이 모순이 결국 1944년 프랑스 방어의 실패로 나타난다는 것 입니다. 서부전구 사령관 룬트슈테트는 명목상 서부전선의 3군을 통합 지휘해야 하지만 실제로 공군과 해군은 서부전구 사령부 보다는 자군 사령부의 지휘통제를 받았으며, 육군을 지휘하는 롬멜도 룬트슈테트를 무시하고 히틀러에 직보하는 등의 난맥상을 보였다고 지적합니다. 지휘체계의 난맥은 기갑사단의 분산 배치라는 치명적인 실책을 저지르는 원인이 됩니다. 전략적인 파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히틀러를 정점으로 한 최고수뇌부의 오판을 거듭해서 지적하고 있습니다. 1944년 여름 소련군의 하계대공세 직전 히틀러가 내린 여러가지 잘못된 결정들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시티노는 히틀러를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하계 공세 직전 철수를 주장하다가 히틀러의 압박에 물러선 뒤 히틀러의 전선 사수 명령만을 수동적으로 전달하는데 그친 무기력한 지휘관 부슈, 적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없이 낙관적인 예측만으로 허황된 작전을 수립하는 요들, 연합군의 역량을 과소평가하며 이탈리아에서 무의미한 소모전을 전개한 케셀링 등 고위 장성들의 실책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물론 1944년 1월 만슈타인이 거둔 우마니 지구의 승리, 1944년 8월 모델이 바르샤바에서 거둔 승리 등 독일군의 작전적인 탁월함을 보여준 사례도 빠트리지 않고 언급합니다. 저자는 전쟁 말기 까지도 독일군은 기동과 화력을 조합한 작전에서 우수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독일군의 모든 지휘관들이 군수보급과 정보라는 측면에서 형편없었음을 빠트리지 않고 지적합니다. 또한 이들은 정치, 대전략, 경제에 완전히 무지했다고 평가합니다. 즉 독일 장교단은 현대의 총력전을 수행하기에 부족한 집단이었다는 것입니다. 장교단이 전쟁 말기로 갈수록 히틀러에 충성하며 정치화된 점도 빠트리지 않고 비판합니다. 결론 부분에서는 패전이 임박하자 부하들을 버리고 도망친 쇠르너의 초라한 말로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처럼 독일 장교단의 몰락을 보여주기에 알맞은 사례도 없을 것 입니다.

부대 명칭 오류 같은 소소한 문제가 있지만 상당히 재미있고 균형잡힌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맥락상 앞선 책들에 논리적으로 부속되어 있다 보니 뭔가 좀 애매한 느낌이 있습니다.


2017년 12월 22일 금요일

Panzer Krieg Vol 1. German Armoured Operations at Stalingrad

제이슨 마크(Jason D. Mark)의 신작 Panzer Krieg Vol 1. German Armoured Operations at Stalingrad를 막 받아서 훑어보는 중 입니다. 이 책은 원래 Stalingrad: Graveyard of the Panzers라는 제목으로 기획되었다가 집필 과정에서 훨씬 터프한(!!!) 제목으로 바뀌었습니다.

Panzer Kreig은 103전차대대, 129전차대대, 160전차대대 등 1942년 하계공세 당시 독일군 차량화보병사단에 배속되었던 전차대대들의 작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책의 구성은 제이슨 마크가 기존에 냈던 다른 책들과 동일합니다. 현존하는 1차 사료와 증언 구술자료를 극한으로 활용한 미시적인 서술이 이 저작의 특징입니다. 특히 각 부대의 '최후의 생존자'들의 행적을 추적하는 것은 마크의 저작에서 일관적으로 다루는 내용이지만 읽는 이들에게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을 안겨줍니다. 책의 부록으로 실려있는 각 대대별 가동 전차 현황표는 제이슨 마크의 치밀한 연구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NARA에 소장된 독일군 노획문서 사본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하루 단위의 전차 보유 변동을 추적하는데서 읽는이를 완전히 압도합니다. 현 시점에서 입수 가능한 야전군, 군단, 사단의 문서를 철저하게 분석했다는 것을 주석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43년 이후 독일군 기갑사단에 대해 비슷한 시도를 했던 Kamen Nevenkin의 Fire Brigades: The Panzer Divisions 1943 - 1945가 기갑총감부 문서철 단 하나만을 활용해서 월별 통계를 정리하는데 그쳤다는 점을 상기하면 비록 시간적 범위는 짧을지언정 제이슨 마크가 연구에 투입한 노력이 얼마나 되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A4판형으로 전작들에 비해 훨씬 커졌다는 것을 꼽겠습니다. Leaping Horseman 출판사에서 내는 책들은 고급종이를 써서 책이 무거운게 사실이지만 이번에는 판형도 그냥 들고 보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커졌습니다. 책장에 꽃아 넣는 것도 일이로군요. 물론 책에 수록된 수많은 기록사진들을 생각하면 판형이 커진 것은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훌륭한 연구입니다. 앞으로도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인용하게 될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2017년 11월 1일 수요일

한국전쟁에 참전한 무장친위대원의 이야기: Waffenbrüder- Ein Niederländer in Russland und Korea

제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군사사에 관심 가진 사람들에게 매우 인기있는 주제고 그중에서도 무장친위대는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무장친위대의 역사, 장비, 군장을 다룬 연구서 뿐만 아니라 무장친위대원들의 회고록도 여러권이 발간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소개할 John J. R. Folmer의 Waffenbrüder- Ein Niederländer in Russland und Korea도 무장친위대원으로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한 인물의 회고담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John J. R. Folmer는 1923년 5월 4일 오늘날의 인도네시아인 네덜란드령 동인도에서 태어나 1939년 대학입학자격시험을 치기 위해 본국으로 돌아옵니다. 하필이면 그때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이듬해에 네덜란드는 독일군에 점령됩니다. 그는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무장친위대에 자원하기로 결심합니다. 폴머르는 훈련을 수료한 뒤 무장친위대 비킹 사단의 베스트란트(Westland) 연대 2대대 7중대 1소대 1분대 기관총 사수로 독소전쟁에 참전하게 됩니다. 이어지는 독소전쟁의 회고담은 다른 무장친위대원들의 회고담과 비슷합니다. 그는 동부전선에서 전개되는 일련의 격전에 참전해 전공을 세우고 부상을 당하기도 합니다. 폴머르는 1944년 7월 그간의 공훈을 인정받아 바트 퇼츠의 친위대사관학교에 입교하게 됩니다.

전쟁 말기의 경험담은 꽤 흥미롭습니다. 저자는 무장친위대 소위로 임관하면서 전쟁말기에 급조된 부대인 제38사단(니벨룽엔 사단) 제95연대 3대대 대대장 부관으로 다시 전선에 나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무장친위대에 관한 책은 많지만 제38사단은 전쟁 말에 급조된 부대라서 관련된 문헌이 상대적으로 소략합니다. 이 회고담에 묘사된 제95연대 3대대장은 꽤 상식적인 인물입니다. 3대대장은 미군이 추격해 오는 상황에서 중간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 도시에 머무를 때 마다 소년병들을 제대시키고 후퇴합니다. 한 부대가 자발적이고 조직적으로 와해되는 과정에 대한 묘사는 꽤 재미있습니다. 대대장의 부관인 폴머르는 머무르는 도시의 시장과 협의해 소년병들에게 나눠줄 사복을 모으고 '제대시키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합니다. 미군에 포로가 된 폴머르는 임시 수용소에서 탈출해 귀향합니다.

여기까지라면 다른 무장친위대원의 회고담과 비슷한 개성없는 이야기가 되었을 것 입니다. 수많은 무용담과 고통스러운 패배의 기억으로 끝나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이 책은 마지막 1장으로 인해 맥락이 바뀌게 됩니다. 폴머르는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네덜란드군에 자원입대해 한국에 파견되기 때문입니다. 1951년 3월 네덜란드군 2진으로 C중대가 한국에 도착합니다. 그는 네덜란드군에 자원입대해 C중대의 기관총 사수로 참전합니다. 그리고 이 전쟁은 그에게 '승리'를 가져다 준 전쟁이 됩니다. 폴머르는 이렇게 회고합니다.

"한국전쟁은 자유세계가 공산주의의 광기에 맞서 싸운 전쟁이었다. 10년전에는 독일만이 홀로 공산주의에 맞서 싸우다 패배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 세계가, 자유세계 전체가 공산주의에 맞서 일어났다."

폴머르는 한국전선에서 1년간 싸운 뒤 1952년 9월 18일 '명예롭게' 군 생활을 마칩니다. 그의 세계관에서 독소전쟁은 공산침략에 맞서싸운 10년 전쟁의 일부였고 한국전쟁은 이를 승리로 마무리한 경험이 됩니다. 다른 무장친위대원의 경험담과 달리 이 책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승리'의 기록으로 마무리 됩니다. 꽤 특이한 시각의 회고담이고 한국전쟁 때문에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 이 책에는 다른 네덜란드 무장친위대원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이 책을 쓸 당시(1996년) 살아있었던 가족들의 보호를 위해 모두 가명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2017년 4월 12일 수요일

How the War was won (Phillips Payson O'Brien 저)

2015년에 나온 필립 페이슨 오브라이언의 How the War was won은 꽤 논쟁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오브라이언의 핵심 주장은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는 해전과 항공전에서 결정된 것이며, 동부전선은 인명손실이란 측면을 제외하면 연합군의 승리에 부차적인 존재였다는 겁니다.

오브라이언이 중요시 하는 것은 '인명손실' 보다 경제력(자본 및 자원 소비, 공업생산) 입니다. 동부전선의 지상전은 투입되는 인명이 많기 때문에 거대해 보이지만, 경제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예를들어 쿠르스크 전투와 그 이후 소련군의 반격에서 독일군이 입은 손실을 독일의 공업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환산하면 소수점 단위의 보잘것 없는 것이었다고 단언합니다.

이 책은 본질적으로 소련의 역할이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전쟁 중 소련에 대해 잔인할 정도로 비판적입니다. 특히 소련이 해전과 항공전에 기여한것은 정말 보잘 것 없기 때문에 저자의 냉소적인 서술에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오브라이언은 일본 육군항공대와 해군항공대가 소련 공군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우수했으며 전쟁 수행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소련 공군에 대해서는 전체 항공기 손실의 40%를 비전투 손실로 잃어버리는 수준낮은 군대라고 가차없이 비난합니다. 독일 공군이 압도적인 숫적 열세에서도 소련 공군과 대등하게 싸운 것은 틀림없는 역사적 사실인지라 오브라이언의 소련공군 비판을 반박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브라이언은 He 111이나 Ju 87 같은 구식 기체가 전쟁말기까지도 동부전선에서 쌩쌩하게 활약한 사실을 예로 들며 소련공군의 열등함을 조롱합니다. 실질적으로 한 일이 없는 소련 해군에 대한 서술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책 자체가 공해전을 중시하다 보니 일본에 대한 평가는 엄청나게 우호적입니다. 저자는 일본이 동맹국의 실질적 도움이 없는 상태에서도 1944년까지 공업생산을 크게 증대시킨 점을 높게 평가합니다. 소련은 렌드 리스를 통해 방대한 기술, 자원 지원을 받았지만 일본은 거의 자체적인 자원만으로 미국과 공해전을 수행할 수 있는 공업생산을 했다는 겁니다. 소련이 일본보다 수십배 많은 전차를 생산했지만 지상장비 생산은 일본이 건조한 전함과 항공모함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것이라고 평가하기까지 합니다.

오브라이언은 미국과 '영국'의 공해전이 전쟁 승리의 핵심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기존의 연구들이 비효율적이고 잔인하기만 했다고 비난하는 영국공군의 야간 전략폭격도 독일의 전시 산업생산을 붕괴시키는데 일조한 성공이라고 높게 평가합니다. 1944년 미육군항공대의 성공적인 전략폭격에 대한 평가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대독전에서도 대서양 해전이 독소전쟁 보다 더 결정적이었다고 주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찝찝하게 보는 책입니다. 어찌보면 러시아를 폄하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가득찬 반동적인 시각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산업화된 전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가졌다는 점에서 세계대전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됩니다.

2017년 3월 9일 목요일

앤터니 비버의 『제2차 세계대전』에서 ''노르망디의 조선인' 이야기가 나온다고 하네요?



앤터니 비버의 『제2차 세계대전』이 번역출간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런데 책 소개를 보니 노르망디의 조선인 '양경종' 이야기가 나온다고 하는군요(....) 일단 한국어판을 한번 읽어보긴 해야 겠는데, 사실이라면 한국의 인터넷 괴담이 외국의 저술가까지 속인 웃지 못할 비극이 되겠습니다. 앤터니 비버가 전문적인 연구자가 아니다보니 이런 비극(...)이 발생한 것 같군요.

노르망디의 조선인과 관련해서는 몇년전에 간단하게 썰을 푼게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진 문제이긴 한데,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 없이 '썰'만 확대 재생산되는 이런 괴상한 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네요.

2017년 3월 4일 토요일

AHEC 도서관에서 러일전쟁 당시 미국 관전무관 보고서를 판다고 하네요


펜실베니아에 있는 미육군 AHEC에서 도서관 정리를 하면서 헌책들을 대거 방출하고 있습니다.




 목록을 살펴보니 러일전쟁 당시 미국 관전무관이 작성한 보고서(1906년 간행) Reports of Military Observers Attached to the Armies in Manchuria during the Russo-Japanese War 가 있네요. 1권은 없고 2~5권이 올라와 있는데 가격도 각권 35달러로 괜찮은 편 입니다. 물론 이 책은 E북도 있긴 합니다만 이왕이면 종이책이 좋죠.

 젠장. 내가 갔을땐 왜 이런게 안나온건지.

2017년 2월 26일 일요일

조만간 출간될 기대되는 책 몇 권


 흥미로운 책이 홍수와 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특별히 더 눈에띄는 책이 있습니다.


1. Kursk 1943: Die größte Schlacht des Zweiten Weltkriegs, Roman Töppel

저자인 로만 퇴펠은 몇년전 있었던 무장친위대에 대한 학술회의에서 쿠르스크 전투 당시 독일 국방군 소속 기갑부대와 무장친위대 소속 기갑척탄병사단의 전투력을 비교한 작전사연구를 발표한 사람입니다. 다음달에 출간될 예정인 Kursk 1943: Die größte Schlacht des Zweiten Weltkriegs는 군사서적을 꾸준히 출간하는 페르디난트 쇠니히 출판사의 새 시리즈, Schlachten – Stationen der Weltgeschichte의 첫번째 세 권 중 하나입니다. 다른 두 권은 러일전쟁의 쓰시마해전, 미국 내전의 게티스버그 전투입니다. 쿠르스크 전투에 대한 가장 최신 저작으로 기존의 연구성과들을 총괄하는 책이 되리라 예상됩니다. 원래는 올해 1월 출간 예정이었다가 3월로 일정이 조정됐습니다.


 2. Krieg in der Geschichte: Die Waffen-SS: Geburt einer Legende: Himmlers Krieger in der NS-Propaganda, Jochen Lehnhardt

 이 책도 역시 다음달에 페르디난트 쇠니히 출판사에서 나올 예정입니다. 독일 국가사회주의 체제의 선전기구의 프로파간다 정책에서 무장친위대가 어떻게 다루어졌는지에 관한 내용입니다. 저자인 요헨 렌하르트도 위에서 언급한 로만 퇴펠 처럼 무장친위대에 대한 학술회의에서 독일의 프로파간다 정책과 무장친위대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책은 그 논문의 확장판인듯 싶습니다. 요헨 렌하르트의 논문 "Die Inszenierung des nationalsozialistischen Soldaten- Die Waffen SS in der NS-Propaganda"는 전쟁당시 독일의 선전정책이 무장친위대, 특히 친위대의 엘리트부대들을 부각시키면서 무장친위대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확산시켰고, 전쟁 중 형성된 이미지가 현재까지 이어진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꽤 흥미로운 저작이 될 듯 싶습니다.


 3. The Battle of Kursk: Controversial and Neglected Aspects, Valeriy Zamulin

 러시아의 저명한 군사사가 발레리 자물린의 논문집입니다. 올해 6월에 출간될 예정인데 흥미로운 내용이 많을 듯 해 크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어를 못해서 영어로 번역되는 것 만 읽을 수 있으니 개인적으로 참 답답합니다.

2017년 1월 14일 토요일

『한권으로 읽는 6·25전쟁』,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2016


 작년 말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에서 간행한 『한권으로 읽는 6·25전쟁』을 구했습니다. 이 책은 군사편찬연구소가 새로 간행한 11권짜리 『6·25전쟁사』의 축약본입니다. 대한민국 정부, 특히 국방부의 공식적인 관점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에따라 내용도 군사작전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즉,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들에 대한 서술은 최대한 배제되어 있습니다.

 구성은 크게 4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부는 전쟁의 배경과 낙동강 방어전에 이르는 개전 초기의 작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2부는 인천상륙작전에서 38선 이북으로의 북진을 다루고 있습니다. 3부는 중국군의 개입에서 유엔군의 재반격, 그리고 휴전회담 시작까지의 작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 4부는 1951년 하반기 부터 1953년까지의 고지 쟁탈전과 전쟁의 영향을 다루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서술이 1950~1951년 상반기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것은 기존의 11권짜리 『6·25전쟁사』의 구성을 반영한 것 입니다. 비록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는 최대한 다루지 않는 방향을 취했지만, 한국전쟁의 주요 작전을 한권으로 정리했다는 점은 장점입니다. 주요 작전마다 양측의 전력 구성을 도표로 정리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점도 훌륭합니다.

 조만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홈페이지에서 PDF로 원문 제공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2016년 12월 7일 수요일

데이빗 글랜츠의 '스탈린그라드 전투' 축약판이 나온다고 합니다


데이빗 글랜츠의 스탈린그라드 전투 삼부작은 자료집까지 포함해 다섯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했습니다. 군사사 연구에 있어 중요한 저작이긴 했습니다만 그 엄청난 볼륨은 읽는이에게 부담을 주는 면이 있었죠.

그런데 이 대작을 한권의 분량으로 압축한 단행본이 내년 봄에 나온다고 합니다.




 기존의 삼부작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대한 연구서 중 최고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여기에 부담을 가지고 계시던 분들은 축약본을 구매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 축약본도 640쪽의 두툼한 단행본이라고 합니다만 그래도 훨씬 부담이 덜 가는 분량으로 줄어들었군요.

 예전에 스탈린그라드 삼부작의 번역출간을 추진하다가 그 방대한 분량때문에 좌절한 경험이 있는데 축약본으로 재도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2016년 11월 8일 화요일

판터 관련 서적에 관한 잡담


 판터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된 책을 꾸준히 모으는 중인데 올해 출간된 Abteilung502 출판사의 Panther: External Appearance & Design Changes(로디 맥두걸, 마틴 블록 공저)은 흥미로운 정보가 많지만 제 관심사인 생산 및 제작공정에 관해서는 살짝 비껴가는 애매한 물건이었습니다. 각 형식의 공장별, 생산 시기별 외형 변화를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춘 책이어서 그런지 외형에 대한 연구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새로운 정보가 없습니다. 물론 외형의 변화에 대한 연구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판터에 대한 책 중에서 가장 최신의, 가장 훌륭한 저작입니다만 이런 정보는 디테일을 추구하는 모델러들에게 적합한 내용이지요. 물론 저도 재미로 모형을 즐겨만들고 특히 판터 조립을 좋아합니다만, 이 책에 소개된 수준으로 디테일한 조립을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그럴 실력도 시간도 없지요^^

 개인적으로는 2년 전에 Schneider Armor Research에서 나온 프랑크 쾰러의 Panther: Meilenstein der Panzertechnik에 좀 더 좋은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프랑크 쾰러는 판터 복원 및 정비에 직접 참여한 경력자 답게 기술적인 측면에서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형식별로 서술하는 기존의 판터 관련 저작들과 달리 엔진, 변속기, 유압계통 등 전차의 구성품 별로 설명하는 개성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지요. 특히 엔진, 변속기 등 주요 구성품의 기계적 수명을 정리한 부분이 꽤 유용합니다. 무기 체계의 신뢰성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그 체계를 이루는 각 구성품의 기계적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두리뭉실하게 '신뢰성이 높다' '신뢰성이 낮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걸 생각하면 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랑크 쾰러는 페터 뮐러와 에디 에버를 두 사람이 함께 집필해 출간 예정인 두 권짜리 저작 Panzerkampfwagen Panther, Von allen Gegnern gefürchtet에도 참여했는데 이 책은 어떤 구성일지 궁금합니다. 아마 페터 뮐러와 볼프강 치머만 공저 Sturmgeschütz III. Rückgrat der Infanterie와 유사한 구성이리라 추측합니다. (Sturmgeschütz III. Rückgrat der Infanterie는 영어판도 있죠.) 프랑크 쾰러나 페터 뮐러는 선배격 연구자들과 비교하면 주석을 충실하게 달아 다른 사람들이 독자적으로 연구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물론 종합적인 측면에서는 토마스 젠츠의 Germanys Panther Tank: The Quest for Combat Supremacy, 발터 슈필베르거의 Panzer V Panther und seine Abarten가 여전히 유용합니다.  판터의 각 형식별로 기술적 특성, 생산 및 배치를 종합적으로 설명하는 구성은 매우 모범적입니다. 물론 이 두사람은 주석을 제대로 달지 않는다는 결점이 있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슈필베르거와 젠츠 두 사람이 독일 전차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를 충실하게 해 놓은 덕분에 개설서로서 이 두 권의 책을 뛰어넘을 만한 책은 앞으로도 나오기 어려울 듯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외형의 변화를 자세하게 파고든 로디 맥두걸의 저작은 꽤 개성있는 저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는 좀 애매한 존재입니다만^^




2016년 10월 28일 금요일

이번에 번역한 『전쟁론 읽기』에 대한 지적


감사하게도 얼마전 번역한  『전쟁론 읽기』에 대한 전문가 분들의 지적을 받았습니다. 부끄럽게도 번역자인 저의 『전쟁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서 기인한 것들입니다. 지적받은 문제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수정이 필요한 것들은 추후 2쇄 발행 등 정정할 기회가 있으면  반영하여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2쇄를 발행할 만큼 판매가 되면 좋겠군요.

확실히 '이론'을 다루는 책은 번역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2016년 9월 23일 금요일

제가 번역한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그동안 블로그에는 제가 번역한 책 이야기를 거의 안했던 것 같습니다만, 이번에는 책 광고를 좀 해야 겠습니다^^



이번에 번역한 책은 유명하지만 읽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그 『전쟁론』의 해설서입니다. 저자인 베아트리체 호이저 박사는 영어권에서 활동하는 독일인 연구자입니다. 책은 영어판이 먼저 나왔고 독일어 증보개정판은 몇년 뒤에 나왔습니다. 한국어판은 독일어 증보개정판을 옮긴 것 입니다.

번역 자체는 꽤 일찍 시작했는데 개론서라 그런지 다루는 범위가 넓어서 번역하는 동안 애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영어로 된 책은 몇권 번역했습니다만 독일어 책은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오히려 이 책 보다 늦게 시작한 책이 먼저 나오는 참사(?) 까지 있었지요. 제가 지금 연구하고 있는 총력전, 국민동원을 다룬 부분은 비교적 쉽게 번역한 편이지만 뒤로 가면서 냉전기 핵전략 등 평소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 내용이 나오고는 꽤 애를먹었습니다. 역시 개설서를 쓰거나 번역하려면 많은 공부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번역을 하면서 『전격전의 전설』로 유명한 진중근 중령님 등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또한 일조각의 편집자 분께서도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영어판과 독일어판의 몇몇 오류를 한국어판에서 바로잡을 수 있었는데 이것은 거의 대부분 일조각 편집부의 꼼꼼한 교정 덕분이었습니다.

다만 번역을 꾸준히 하면서도 실력은 제자리 걸음인 번역자가 문제겠습니다(;;;;;) 꽤 신경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직역투의 문장이 여전히 보이고, 명사를 옮기는데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꽤 많은 개념, 용어가 등장하는데 몇가지는 일본식 용어가 그대로 사용됐습니다. 감수자 분들의 지적이 있었습니다만 역자의 역량 부족으로 한계가 있었습니다. 감수자분들이 지적해 주신 사항이 많은데 역자주와 같은 부분은 모두 반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지면의 제한, 역자의 역량 부족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원서 자체는 매우 재미있는 좋은 개설서 입니다. 이제 심판의 날이 왔으니 독자분들의 심판을 달게 받겠습니다.

2016년 9월 19일 월요일

A World At Arms의 한국어판이 나온다고 합니다




드디어 A World At Arms의 한국어판이 나온다고 합니다.

굳이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는 최고의 2차대전사 개설서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영어로 씌여진 개설서 중에서는 여전히 가장 뛰어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력히 추천합니다.



2016년 9월 5일 월요일

『독일군의 신화와 진실』 영문판 소식


『독일군의 신화와 진실』 영문판이 출간됐습니다. 그동안 이 책의 전자책 버전이 없어서 구매를 망설이셨던 분이라면 영문판을 구매하셔도 좋겠습니다.

출판사 링크

아마존 링크

흥미롭게도 영문판의 서문을 같은 분야의 연구자인 로버트 시티노(Robert Citino)가 담당했습니다. 두 사람의 연구는 대략 비슷한 시기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시티노의 연구가 좀 더 군사사에 집중하고 있다면 그로스는 정치, 사상적인 측면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미묘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티노가 외국의 동료 연구자의 시각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저도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영문판을 한번 사서 한국어판, 독일어판과 비교해 읽어보고 싶습니다.

2016년 7월 27일 수요일

Robert Forczyk, Tank Warfare on the Eastern Front 1943-1945: Red Steamroller (Pen and Sword, 2016)

매우 흥미롭게 읽었던 책의 후속작이 나온다면 항상 기대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작이 좋았다고 후속작도 좋으란 법은 없지요. Robert Forczyk의 Tank Warfare on the Eastern Front 1943-1945: Red Steamroller (Pen and Sword, 2016)는 딱 그런 경우입니다. 전작인 Tank Warfare on the Eastern Front 1941-1942: Schwerpunkt (Pen and Sword, 2014)가 매우 재미있어서 기대를 했으나 아마존 서평 부터 심상치 않더니 정말 실망스럽군요.

이 책의 단점은 이렇습니다.

1. 서술의 불균형.
- 제목은 Tank Warfare on the Eastern Front 1943~1945라고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1943년'에 대부분의 서술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제가 읽은 E-Book 기준으로 1943년도의 작전을 다루는 부분은 14쪽 부터 199쪽까지 인데, 1944년 1월 부터 8월까지의 작전을 서술하는데는 216~252쪽, 1944년 9월 부터 1945년 5월까지의 작전은 252~255쪽만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전쟁 말기의 작전을 불과 4쪽만 가지고 대충 서술하고 넘어가는데서는 거의 황당함을 느낄 지경입니다. 물론 저자가 1943년 이후의 작전은 중요성이 덜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으나 그럴 거라면 애시당초 책을 1943년의 기갑작전에 집중해서 썼어야 한다고 봅니다.

2. 매우 제한적인 1차사료 활용
- 이 책의 주석만으로 판단하면 1차사료 활용이 전작에 비해 격감했습니다. 대부분의 주석이 2차사료를 출처로 하고 있습니다. 전작의 경우도 1차사료 활용이 미국에 소장중인 독일 노획문서에 한정된다는 한계가 있긴 했습니다만 이 책은 독일 노획문서 조차도 그리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아 보입니다.
 사료 활용면에서 이렇다 할 장점이 없으니 책의 내용도 매우 평이하고 결론도 평이합니다. '독일이 연료 소모가 큰 중전차 생산에 집중한 것은 패착이다' '무장친위대와 공군이 많은 자원을 소모해 육군 기갑전력의 증강을 방해했다' '히틀러가 조장한 비효율적 관료제가 독일 군수산업에 악영향을 끼쳤다'와 같은 주장은 합리적이지만 기존의 연구자들도 충분히 지적해 온 문제입니다. 기존의 주장만을 답습하는데 그친다면 이 책의 의의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 지 회의적이군요.


 다만 1943년과 1944년 초의 기갑작전이 잘 정리된 점은 충분한 장점입니다. 저는 뭔가 좀 새로운 내용이 없을까 기대해서 실망했지만, 개설서라는 측면에서는 무난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작에 비해서는 확실히 실망스럽습니다.


2016년 7월 7일 목요일

Leaping Horseman Books의 차기작, Graveyard of the Panzers

Leaping Horseman Books의 신간 Iron Cross Brigade가 도착해서 훑어보는 중 입니다. 제244돌격포여단의 부대사 부분이 대폭 보강되어 독일어판과는 다른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뒷 부분에는 이 출판사의 차기작 Stalingrad: Graveyard of the Panzer의 광고가 실려있습니다. 이 책은 2권으로 나뉘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1권은 제103, 129, 160 전차대대의 작전을, 2권은 제2, 24, 36전차연대의 작전을 다룬다고 합니다. 스탈린그라드 전역에서 전개된 주요 기갑작전을 다룬 저작이라니 크게 기대됩니다.

2016년 5월 14일 토요일

책 이야기 조금


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읽지도 못하는 책을 자꾸 지르기만 하는게 일상이 됐습니다만, 그래도 새 책이 나온다고 하면 땡기는게 어쩔 수 없군요.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책 몇권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1. David M. Glantz, The Battle for Belorussia The Red Army's Forgotten Campaign of October 1943 - April 1944

올해 말에 출간될 데이빗 글랜츠 선생의 차기작입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1943년 겨울 부터 1944년 봄 까지 벨로루시아에서 전개된 붉은군대의 일련의 공세작전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종결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글랜츠가 이 책의 집필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은 대략 4년 정도 된 듯 한데, 그 사이에 스탈린그라드 3부작과 독소전쟁사 개정판 집필이 있어 연기된 듯 합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글랜츠가 개인출간을 했던 Forgotten Battles on the German-Soviet War 시리즈의 해당 편을 보강한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또한 연구사적으로 볼 때 이 책은 Zhukov's Greatest Defeat: The Red Army's Epic Disaster in Operation Mars, 1942와 Red Storm Over the Balkans: The Failed Soviet Invasion of Romania, Spring 1944의 후속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글랜츠 선생께서 만수무강 하셔서 더 많은 연구를 발표해 주시길 바랄 뿐 입니다.


2. Leaping Horseman Books의 차기작

제2차 세계대전 시기 동부전선 관련 서적을 전문적으로 간행하는 Leaping Horseman Books에서는 흥미로운 신작을 예고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244돌격포여단을 다룬 Iron Cross Brigade입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Werner Gösel의 회고록+부대사를 겸하는 Ohne Schutzengel geht es nicht: Im Sturmgeschütz an den Brennpunkten der Ostfront의 영어번역본인데, 영어판은 대대적으로 증보되어 부대일지 등 흥미로운 자료를 보강했다고 합니다. 지금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예약 주문을 받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제목만 공개된 Stalingrad: Graveyard of the Panzers라는 책 입니다. 출판사 페이스북에서 제목과 함께 책에 실릴 사진을 조금 공개했는데, 일단 제목만 봐서는 스탈린그라드 일대에서 전개된 독일 기갑부대의 작전을 다루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출판사의 책들은 한번도 실망을 준 적이 없어서 제목만으로 기대가 되네요.


3. Der Panzer und die Mechanisierung des Krieges: Eine deutsche Geschichte 1890 bis 1945

음. 이 책은 출간 예정일이 자꾸 지연되고 있습니다. 원래는 2012년 『독일군의 신화와 진실』이 독일에서 출간됐을 당시 후속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작년 말로 밀렸다가 지금은 2016년 7월에 나온다고 변경됐습니다. 독일 기갑부대의 역사를 학술적으로 다루는 단행본이니 만큼 기대가 큽니다.

2016년 5월 7일 토요일

Robert Forczyk의 Tank Warfare on the Eastern Front 1941-1942: Schwerpunkt가 단돈 20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책을 검색하다가 Robert Forczyk의 Tank Warfare on the Eastern Front 1941-1942: Schwerpunkt가 단돈 2000원에 팔리는걸 확인했습니다!

정말 좋은 책이니 가격 올라가기 전에 꼭 사세요. 킨들버전 보다 편집도 더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이 책에 대해 간략한 소개글을 쓰기도 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아마존에서도 킨들버전을 1.99달러에 팔고 있더군요. 할인판매하는 기간인가 봅니다.

2016년 4월 17일 일요일

[신간소개] 독일군의 신화와 진실-게하르트 그로스 저, 진중근 역(길찾기 2016)


『독일군의 신화와 진실』 게하르트 그로스 저, 진중근 역(길찾기 2016)


독일 장교단과 그들의 군사사상은 수많은 군사사 연구자들을 사로잡는 주제입니다. 2차대전 이래로 수많은 연구자들이 전쟁 초기 독일이 승승장구한 원인은 무엇이며, 독일이 우수한 군대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패배한 원인은 무엇인가를 탐구해 왔습니다. 냉전시기에는 전쟁 초기의 승리에 초점을 맞추고 독일군의 장점에 주목하는 연구가 많았다면 1990년대 이후로는 독일군과 그 군사사상의 한계에 대한 비판적 연구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보여집니다. 특히 이런 경향은 미군의 주도하에 작전사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된 미국 학계에서 두드러졌습니다. 그러나 언어적 장벽 때문에 독일어권의 연구는 활발하게 소개되지 못했습니다. 독일인들은 자신들의 역사적 실패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최근 길찾기 출판사에 발행한 『독일군의 신화와 진실- 총참모부 작전적 사고의 역사』는 이러한 90년대 이후의 경향을 반영한 독일 학계의 최신 연구성과입니다. 저자인 게하르트 그로스는 2000년대 초중반 국제 군사사학계의 주목을 끌었던 슐리펜 계획에 대한 논쟁에 참여해 이름을 알린 연구자로 독일의 전통 군사사상에 대한 독일 학계의 권위자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이 책의 눈에 띄는 장점을 이야기 하는게 좋겠습니다. 영어권의 독일 작전사 연구는 대개 군사적인 측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독일군사상의 기원과 한계에 천착한 미국의 로버트 시티노(Robert Citino), 전간기 독일군 교리의 발전을 연구한 제임스 코럼(James Corum) 등이 당장 떠오르는 군요. 그런데 그로스는 군사적 측면에 더해 사회적, 정치적 측면도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군사사상의 형성을 군사적 측면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집단인 독일 장교단의 세계관, 정치적 이해관계라는 측면에서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독일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중요한 원인인 장교단의 전략적 식견 부족을 설명하는데 유용합니다. 1차 대전에서는 실패할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는 양면전쟁을 단지 작전적인 차원에서 실행하고, 2차 대전에서도 작전적 수준의 우위만을 믿고 소련과의 전쟁에 돌입한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겠군요. 이 점은 저자가 독일인이라는 데서 기인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국제 정치에서 독일이 우위에 서야 한다는 민족주의적 열망, 러시아와 동유럽에 대한 인종적 멸시 등이 전쟁계획에 영향을 끼치고 결국 독일 민족국가의 파멸로 치닫게 했다는 설명은 여러 모로 설득력이 높고 교훈적입니다.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독일의 지정학적인 위치가 군사사상의 형성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의는 미국의 시티노도 한 바 있는데, 시티노가 그 시기를 17세기 프로이센의 형성과정으로 까지 올려잡는데 비해 그로스는 독일 제국의 형성과 19세기 산업혁명으로 인한 군사기술의 발전에서 기원을 찾는 점이 차이점 입니다. 저자는 독일 제2제국이 유럽의 정 중앙에 위치해 전략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고 국가가 형성될 무렵에는 잇따른 군사적 혁신으로 군대의 규모가 증가했기 때문에 독일 군사사상가들은 독일의 지리적 위치를 활용한 공세 중심의 군사사상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설명은 위에서 언급한 정치적인 비판과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근본적으로 독일 군부가 독일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질서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전쟁을 피할 수 없었고 그 결과는 1차대전으로 귀결되는 양면전쟁이었다는 겁니다.


이 저작은 군사학계의 최신 연구성과를 집약한 서적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게하르트 그로스는 ‘슐리펜 계획 논쟁’에 참여하면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19세기 후반~1차대전 시기를 논한 5장과 6장이 가장 훌륭했다고 생각됩니다. 이 책에서는 10여년에 걸친 슐리펜 계획 논쟁의 결과를 반영하여 슐리펜 계획과 소(小)몰트케의 전쟁계획을 구분하는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이 점은 군사사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영어권을 중심으로 한 외국학계에서 진행된 논쟁이 국내에 지속적으로 소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의 학설에 익숙한 분들이시라면 조금 어색함을 느끼실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슐리펜 계획 논쟁’에 대해 어느정도 설명하고 있긴 합니다만 조금 아쉽습니다.
1차대전과 2차대전 사이의 전간기 바이마르 공화국의 독일군과 2차대전 시기 독일 국방군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인 관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미권과 이스라엘 학계에서 독일 국방군의 전쟁 수행을 높이 평가하는 연구자가 많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 흥미롭습니다. 이 시기의 독일군에 대한 비판은 사실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독일 군부의 전략적 식견 부족, 오직 작전이라는 군사적 수준으로 전쟁을 수행해 나간 점은 영미권 군사학계에서도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바 있습니다. 또한 히틀러와 독일 군부의 관계에 대한 평가도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 는 없을 것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3제국 시기 민군관계에 대한 서술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저자는 독일 군부가 히틀러에 대해 맹목적으로 충성을 하다가 전황의 악화에 따라 장교단의 충성에 균열이 가는 모습을 매우 잘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쟁 직후 패전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쟁 지도의 실패를 히틀러 한 사람의 책임으로 돌렸던 독일 군부를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히틀러가 군사적인 측면에서, 특히 전략적으로 일정한  통찰력을 보유했지만 본질적으로 아마추어적인 전략가에 불과했다는 저자의 결론은 공정한 평가라고 생각이 듭니다. 독일 군부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인데, 최소한 1차대전 말기의 독일 군부는 새로운 작전-전술 단위의 해결책을 마련하는 등 제한적 혁신이 있었지만 2차대전 말기에는 군사적 해결책 보다는 국가사회주의에 기반한 사상 무장에 의존하는 등 퇴행적인 면을 보였다는 것 입니다. 저자는 이점이 고질적인 전략적 시야의 부족과 결합해 독일의 철저한 패배로 이어졌다고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냉전 시기 독일군부의 작전적 사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생소한 분야라고 생각되며 그 때문에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봅니다. 독일이 패권을 다투는 강대국으로서 국가전략을  수행하던 시기에 형성된 군사사상이 독일의 몰락 이후에는 냉전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생명력을 유지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다만 냉전 시기를 다룬 부분은 상대적으로 내용이 소략해 에필로그 같은 느낌을 주는게 아쉽습니다.

전체적으로 평을 하자면, 국제정치와 군사문제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에게는 필독서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국내에 드물게 소개된, 독일인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본 독일 군사사라는 점에서 더욱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군사서적을 활발히 간행하고 있는 길찾기 출판사가 처음으로 발행한 학술서적인 만큼 큰 호응을 얻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