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푸이 연구소의 블로그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심한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러시아공군에 관한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필자는 미해병대 출신의 군사연구자 윌리엄 세이어즈(William Sayers)인데 이 양반이 러시아 공군의 문제점을 덤덤하게 지적하니까 오히려 더 웃깁니다. 러시아 공군의 무능력함에 대해서는 RUSI의 저스틴 브롱크도 비슷한 지적을 했습니다.
Is the Russian Air Force Actually Incapable of Complex Air Operations? | 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 (rusi.org)
세이어즈의 글은 전문적인 연구가 아닌 칼럼이긴 하지만 해당 분야에 수십년간 종사한 전문가의 견해인 만큼 참고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사실 글 자체가 웃겨서 번역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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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S View of Air Superiority | Mystics & Statistics (dupuyinstitute.org)
러시아 공군이 제공권을 보는 관점
윌리엄 세이어즈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을때 TV에서는 러시아 공군이 서방의 공군 처럼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하지만 러시아 공군은 언론인들이 미국 공군의 전쟁 수행 방식을 보면서 예측했던 대로 작전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언론인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러시아 공군은 어디 있는거야?" 그런데 이런 언론 보도들은 심각한 오해에 기반하고 있다.
러시아는 한때 "대륙의 강국"으로 불렸다. 이 나라는 오직 지상군에 집중하고 있을뿐이라 공군과 해군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다. 그래서 러시아 공군은 항상 러시아 육군에 종속된 부산물 정도에 불과했다. 러시아 공군은 육군에 짓눌려 단순한 장거리 포병 이상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독립된 교리를 발전시키지 못했다. 만약 러시아 공군이 우리 공군과 같이 발전해왔다면 강력한 병종이 됐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러시아는 공군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비전을 가질 수 없다. 그리고 러시아 공군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 공군의 주 임무는 미국이 전장항공차단(Battlfield Air Interdiction)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임무는 지상군과의 협동 작전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전선 후방을 타격하는 임무이다.(접촉선에서 30~70km 후방) 러시아 공군은 미국의 개념과 같은 근접항공지원(Close Air Support)를 하지 않는다. 러시아 공군은 근접항공지원을 잘 하지 못한다. 냉전때도 그랬고 제2차 세계대전 때도 마찬가지로 못했다. 1999년 그로즈니 전투 이후 러시아군은 공군의 레파토리에 임무를 하나 더 추가했다. 적의 저항 의지를 분쇄하기 위해 민간 시설에 대량의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이 짓을 하는걸 보고 있지 않은가.
러시아 공군은 미국에서 '제공권' 이라고 부르는 것을 달성할 생각도 없다. 러시아에서 우군 상공의 공역 통제 임무를 수행하는 주력은 지대공 미사일 부대다. 전투기 부대는 지대공 미사일 부대가 담당하지 못하는 빈틈을 채우고 보조하는 역할이다. 러시아의 전투기 부대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를 뿐이다. 설사 러시아 공군이 서방의 개념과 같은 제공권을 장악한다 하더라도 그 다음에는 제공권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모를 것이다. 러시아 공군은 제공권이 뭔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 그래서 러시아 군은 이동식 방공차량을 대량으로 운용한다. 적의 공군이 러시아 지상군에 다가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러시아가 원하는건 이게 전부다.
냉전기 소련은 현재 러시아가 처한 것과 완전히 다른 상황에 처해있었다. 나토는 대량의 핵무기를 보유했다. 소련군 참모대학은 이런 것들을 가르쳤다.
항공군은 전선군의 공세작전에서 다음과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핵 타격의 초기 단계에 참여한다
-아군 부대와 보급 시설을 적의 공습으로 부터 보호한다
-적의 항공 전력을 비행장과 공중, 그리고 후방 지역에서 격파한다
-적의 핵 미사일을 찾아서 파괴한다
-제병협동군과 전차군의 작전을 지원한다
-적의 예비대를 격파하고 제압한다
-항공 정찰을 수행한다
-강습 상륙작전과 공정작전을 지원한다
이것들은 전쟁을 수행할 때 핵무기를 사용하고, 나토의 공군은 소련군에 대한 핵 타격을 수행하지 못할 수준으로 격파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또 나토의 공군력에 대한 타격이 3순위의 임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70년대에 소련군 총참모부는 나토군의 전투력 중 절반이 공군력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토군의 항공 우세를 상쇄하기 위한 항공 작전을 만들었다. 이론은 그럴싸 했다. 그리고 아군의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혁신적인 무기들도 만들었다. 하지만 소련 공군은 나토 공군을 실전에서 무찌를 수 있는 기량은 연마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소련 공군은 폭격기들을 목표 지점 까지 호위하는데 적용할 교리나 전술을 만들지 못했다. 그 대신 전투기들을 유도하기 위해서 취약한 지상관제소에 의존하는 짓을 계속했다. 나토군의 전술과 역량에 대응하기에는 답이 없는 수준이었다. 냉전이 끝나고 핵무기의 위협이 크게 감소하자 러시아 공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 공군에 가까운 교리로 돌아갔다.
언론에서는 "제공권"을 적 공군이 죽은 벌레 처럼 지상에 바싹 엎드려 있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30년 전쯤의 일을 고대사 처럼 생각하기는 하지만, Desert Storm(1991), Deliberate Force(1995), Allied Force(1999), Enduring Freedom(2001), Iraqi Freedom(2003), Odessey Dawn(2011) 등의 작전은 대중도 알고 있다. 이러한 작전에서 미국과 연합군의 공군은 적군을 압도했다. 미군과 연합군을 공중 우세를 달성한 상태에서 전쟁을 시작했다. 바로 언론에 나오는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그 상황이다. 그리고 냉전 시기에 그랬던 것 처럼 (러시아 공군이 아니라) 러시아군 총참모부가 적 공군의 실질적이고 결정적인 위협을 마주한다면, 러시아 총참모부의 목표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교리 개념은 '파괴'다. '파괴'라는 개념은 포병 용어다. "파괴란 적 공군을 완전히 섬멸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적 공군이 조직적인 저항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파괴하려면 적 공군기의 50~60%를 격파해야 한다." 이건 마치 포병 교범에서 인용한 문구 같다. 사실 포병 교범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러시아 공군은 우수한 항공기와 유도폭탄,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무기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는데 필요한 전술과 교리, 정보 및 표적 선정 수단이 없다. 서방에서는 유도무기로 갱도를 폭격하고 고층 건물에서 하중을 받는 부분을 타격해서 건물을 붕괴시킨다. 이렇게 해서 적국의 경제를 붕괴시키거나 국가 전체의 통치 체계를 무너트린다. 미국이 사용하는 유도무기는 1990년대에도 정확도가 높았다. 그래서 콘트리트를 채워 넣은 훈련용 폭탄에 유도 키트를 달아 적군의 대공포를 개별적으로 파괴하면서 부수적인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다. 이후로도 부수적 피해라는 위험 없이 목표물을 파괴하기 위해 새로운 유도무기들이 배치됐다. 러시아군은 유도무기를 일반 폭탄 보다 정확도가 높은 장난감 정도로 치부한다. 즉 임무를 수행하는데 많은 폭탄을 사용하지 않아 군수보급의 측면에서 유리한 점에 주목할 뿐이다.
나는 1980년대에 소련의 군사항공 분야를 분석하는 일을 시작했다. 당시 소련 공군은 Su-27과 MiG-29 같은 4세대 전투기를 도입하고 있었고 이것들은 F-15, F-16/F-18에 비교할 만 했다. 이 기종들은 소련 공군이 과거에 사용하던 전투기 보다 훨씬 우수해서 우리 미국 공군과 같은 전술을 채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소련 공군이 신형 전투기의 성능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지 않는지 열심히 관찰했다. 하지만 소련공군은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지 않았다. 40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 공군은 여전히 과거와 같은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조금 더 지적을 하자면, 러시아군은 우리 미군이 하는 방식과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 공군의 조종사 양성 과정을 보면 이 점을 아주 잘 알 수 있다. 미국 공군과 다른 서방 국가의 공군은 조종사를 교육할 때 가능한 최고의 기준에 맞춰 훈련을 실시한다. 하지만 러시아 공군의 조종사 양성 기준은 훨씬 낮다. 러시아 공군의 조종사 양성 기준은 그냥 우리 공군과 같은 높은 수준이 아닌 것이다. 왜 그런가? 가설을 하나 제시하자면 러시아 공군은 우리와 같이 높은 수준의 조종사를 양성할 능력이 없어 가능한 수준 내에서 훈련을 시키는 듯 하다. 그런데 다른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 공군은 전투 환경에서는 인간의 역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조종사들에게 큰 기대를 하는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므로 조종사들에게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조종사의 기준을 실제 교전 상황에서 조종사들이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게 잡는것이다.
러시아 공군의 선천적인 보수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더 있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본토 방공전을 다룬 헐리우드 영화들을 보면 용맹한 연합군 지휘관들이 상급 사령부로부터 다음 작전에는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라"는 명령을 받는다. (영화 Twelve O'Clock High의 주인공) 새비지 장군은 부대의 폭격기 18대 전부를 폭격 임무에 투입할 수 있도록 정비반원들에게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이도록 독려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냉전 시기 소련군 총참모부는 항공군들이 필요한 때에 각 연대가 일정한 소티를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초기 단계에서는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나토와의 전쟁 계획이 그러했다. 항공연대의 소티 수는 연대가 수행해야 할 임무에 맞춰 정해졌다. 일반적인 전투기연대나 전투폭격기연대는 36대의 항공기를 보유했고, 연대의 항공기 1대가 1소티를 출격한다면 연대의 소티 수는 36소티가 된다. 그런데 정비 문제라던가, 작전상의 또는 전투 손실이 발생해 연대가 보유한 항공기 36대 이하로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가? 소련 공군은 항공연대에 비행기를 더 늘렸다. 전투기연대와 전투폭격기연대의 경우 9대를 더 추가했다. 이렇게 비행기 숫자를 더 늘려서 항공연대들이 항상 연대당 36소티를 출격할 수 있도록 했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연대에 할당된 소티를 채울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이었다.
이런 점들은 러시아인들은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하고 종종 우리가 보기엔 이상한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러시아인들은 러시아 공군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우리의 선배들은 한국전쟁 당시 중국과 소련의 안전한 기지에서 출격하는 소련 공군 조종사들이 모는 항공기와 싸웠다.(소련은 당시 이를 비밀로 했지만 요즘은 아주 당당하게 인정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우리 공군은 소련이 만들고 교육한 전술, 그리고 방공망을 상대해야 했다. 그래서 요즘 푸틴이 자신의 업보를 치르는 걸 구경하는게 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