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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3일 토요일

[번역글] 지금이라도 대북 선제타격을 해야 한다

생각난 김에 대북선제공격을 지지하는 칼럼을 하나 더 번역해 봅니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론은 대부분 한국이 희생되더라도 미국이 직접 타격을 받는 위협에 처하기 전에 행동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미해군사관학교 기관지 Proceedings에 실린 미해군 예비역 대령 애덤스의 글도 이런 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애덤스는 현역시절 SSN-763, SSGN-729B의 함장을 지냈으며, 7함대 사령부에서 작전기획을 담당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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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앨런 애덤스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은 날이 갈 수록 강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미국을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i) 그는 과거 북한의 도발에 대해 화염과 분노라는 말로 경고한 바 있었기에 한국 국회에서의 연설은 많은 외교정책 관계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으로 인해 미국이 북한에 대해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선제 공격을 준비한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ii) 하지만 북한의 적대 행위를 미리 막지 못한다면 그 결과도 파괴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합리적인 행위자가 있어야 억제가 가능하다

많은 군 수뇌부와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iii) 이들은 미국의 대북군사행동이 한반도에 파멸적인 전쟁을 불러오고 중국과의 군사적 대립을 격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대안은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 하여금 오랜 동맹국인 북한을 자제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라는 것이다.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합리적인 대안은 미국이 소련에 대해 했던 것 처럼 억제 정책을 쓰라고 주장한다. 이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핵폭탄에 위협을 받으며 살아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을 억제할 수 있느냐는 핵심적인 문제지만 아무도 그 답을 모른다. 문제는 미국이 외교적 해법을 고수해야 한다고 하는 전문가들이 김정은이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iv) 이들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억제에 대한 정치학 이론의 기반을 잊어버린 모양이다. 저명한 하버드대의 교수 그레이엄 앨리슨은 결정의 엣센스(Essence of Decision)라는 저서에서 억제 전략이 성공하려면 합리적인 정책 결정자들이 존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앨리슨의 이론은 항상 옳았다. 미국의 대북정책의 성패여부는 거의 전적으로 북한 정권의 합리성 여부에 달려있다.

외교적 해결책을 통해 북한의 적대 행위를 억제하자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북한 정부가 비이성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앨리슨과 다른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합리적이라고 하지만 이 또한 모순적이다.v) 앨리슨은 만약 북한에 국지적인 타격을 가할 경우 김정은은 즉히 한반도에서 자살적인 전쟁을 감행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미국에게 군사적으로 맞서는건 합리적인 대응이 아니다.

사실 김정은이 정신나간 뚱보 꼬마’vi)인지 아니면 북한 지배집단이 생각하는 북한의 국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행위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 둘 사이의 차이는 결정적이다. 김정은이 어떤 인간인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북한의 도발 행위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북한에 대해 국지적인 군사행동을 취한 뒤 그 대응 방식을 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북한이 도발을 반복하지 못하게 하자

지난 수십년간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약한 반응만 했기 때문에 북한이라는 수수께끼를 이해하는게 갈수록 어려워졌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외교 및 경제적인 채찍과 당근으로 대응하는 동안 북한 정권은 갈수록 공격적이 되었다. 북한을 국지적으로 타격한다면 북한의 핵 개발을 방해하는 한편 북한의 적대 행위에 대한 미국의 인내심이 어디까지 인지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1953년 휴전협정 체결이래 북한의 도발은 비슷한 방식으로 되풀이 되어왔다.

-진정성 없는 우호적인 제스쳐를 취함
-국제사회는 북한의 표리부동한 제스쳐를 거부함
-북한이 격렬하고 호전적인 위협을 함
-북한이 국지적으로 군사적 적대 행위를 함
-국제사회의 분노가 가라앉고 나면(간혹 국제사회가 북한에 양보할 때도 있음) 같은 방식으로 다시 도발을 계속함

최근 몇년새 북한의 도발 주기는 짧아졌으며 도발 행위도 더욱 호전적이되었다.(한국 해군 초계함 천안함 격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은 어떠한 도발을 하건 간에 미국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고 있다. 북한이 포격과 핵실험 같이 국지적인 적대행위를 한 뒤 호전적인 언동을 내뱉는 행동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은, 북한 정권이 미국의 예방 공격을 막으면서 내부적으로 반미감정을 선동해 정권의 내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호전적인 행동은 합리적일 뿐 아니라 효율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북한은 미국이 군사 행동을 취할 경우 한반도에 전면전이 발발한다는 신화를 계속 퍼트리면서 미국의 행동을 저지하는 한편 핵폭탄과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왔다.

이제 미국은 그 방법이 합리적이건 아니건 간에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을 중단시킬 전략을 짜야 한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북한 정권이 이런 저런 지연 전술을 통해 시간을 벌고 이를 통해 그들의 오랜 염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vii)

키신저도 다른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을 통한 문제 해결을 추구한다. 유감스럽게도 중국은 북한을 억제할 생각이 없거나 또는 그럴 능력이 없는 듯 하다. 또한 중국은 미국과 북한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후원을 그만둘 의도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을 국지적으로 타격할 경우 중국이 미국과 전쟁을 할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

앨리슨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북한을 공격할 경우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의 덫에 걸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새롭게 부상하는 강국이 기존의 패권국을 몰아내기 위해 전쟁을 한다는 주장이다.viii) 하지만 중국은 매우 신중하며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결할 능력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미국이 북한을 국지적으로 타격한다고 해서 중국이 쓸데없이 과민반응을 해 위기를 자초할 가능성은 낮다.

중국이 북한의 적대 행위를 제지하지도 못하고 북한의 급속한 핵개발 및 미사일 개발을 막지도 못했다는 사실은 이제 외교적 노력이 소용없음을 보여준다. 북한이 도발할 때 마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황만 악화되었다. 신중한 선제 타격을 감행해 최소한 부분적으로 나마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해야 할 시점이 왔다.


확전(Escalation)에서 긴장 완화(De-escalation)로의 이행

국지적인 타격은 북한의 특정한 도발에 초점을 맞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이 다음번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하려고 발사대에 올리는 순간 타격하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선제타격을 감행하기 위해 동맹국, 특히 남한 및 일본과 신중하게 협의할 필요가 있다. 미리 준비한 전술 및 전략적인 계획에 따라 신중하게 선제타격을 감행한다면 확전을 막을 수 있다.

미국이 선제 타격을 감행할 경우 김정은도 마지못해 무력으로 대응할 생각을 할 수 있다. 김정은이 합리적이라면 선제 공격을 받아도 확전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확전을 하는 것은 불확실의 영역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사이버전을 펼치거나 2010년에 천안함을 격침했던 것 처럼 해상에서 적대행위를 취할 것에 대응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선제 타격과 함께 북한의 보복에 대한 대응책을 사전에 준비한다면 미국의 확전에서 긴장 완화로 이행하는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미국의 선제 공격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그것이 합리적이건 비합리적이건 간에 미국과 동맹국이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취할 정책에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이 핵무장을 한 북한과 공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국지적인 타격을 지지해야 한다. 그들의 주장대로 김정은을 억제할 수 있다면 김정은은 미국의 공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하더라도 자신의 귀중한 정권을 지키는 쪽을 택할것이다. 북한이 국지적인 선제타격에 대응해 서울을 포격하고 전면전을 일으킬 정도로 비합리적이라면 차라리 때가 늦기 전에 공격하는 쪽이 낫다. 가까운 장래에 북한이 호놀눌루, 도쿄, 투먼을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로 무장하고 나서 전쟁을 하는 것 보다는 전장을 한반도로 국한할 수 있는 지금 전쟁을 하는게 덜 위험하지 않겠는가.


[i] Kevin Liptak, “Trump Tell North Korea: ‘Do Not Try Us,’” CNN Politics, 8 November 2017,www.cnn.com/2017/11/07/politics/president-donald-trump-south-korean-addr...
[ii] Sara Malm, “NATO Warns of ‘Devastating Consequences’ if Trump Carries Out a Military Intervention in North Korea,” 13 October 2017, DailyMail, www.dailymail.co.uk/news/article-4977850/NATO-warns-devastating-consequences-war-Korea.html
[iii] CDR George Capen, U.S. Navy (Ret.), “The United States Should Not Punch First in Korea,”Proceedings Today , 12 September 2017, www.usni.org/magazines/proceedings/2017-09/united-states-should-not-punc... .
[iv] Sandy Fitzgerald, “Former Joint Chiefs Mullen: Trump Rhetoric Limiting Options,” NewsMax, 13 August 2017, www.newsmax.com/Politics/muellen-trump-rhetoric-limits/2017/08/13/id/807... .
[v] Graham Allison, “Thinking the Unthinkable with North Korea,” The New York Times , 30 May 2017,www.nytimes.com/2017/05/30/opinion/north-korea-nuclear-crisis-donald-tru... .
[vi] Mallory Shelbourne, “McCain Calls North Korean Leader a ‘Crazy, Fat Kid,'” The Hill, 22 March 2017, thehill.com/blogs/blog-briefing-room/325338-mccain-calls-north-korean-leader-a-crazy-fat-kid.
[vii] Henry A. Kissinger, “How to Resolve North Korea,” The Wall Street Journal , 11 August 2017,www.wsj.com/articles/how-to-resolve-the-north-korea-crisis-1502489292 .
[viii] Graham Allison, “Can North Korea Drag the U.S. and China into War?” The Atlantic , 11 September 2017, www.theatlantic.com/international/archive/2017/09/north-korea-us-china/5... .

2018년 1월 11일 목요일

[번역글] 북한을 폭격할 때가 아니다

얼마전 올린 에드워드 러트웍의 기고문에 대한 반론이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러트웍의 글이 실렸던 포린 폴리시에 올라온 루벤 갈레고(Ruben Gallego)와 테드 루(Ted Lieu)의 반론을 소개합니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두고 미국 내에서 많은 논쟁이 이뤄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상황 자체가 상당히 위협적이라고 봅니다. 미국내의 논쟁이 가능한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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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 갈레고, 테드 루
 
에드워드 러트웍은 얼마전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핵을 보유한 북한과의 전쟁을 지지했다.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북한을 공격한다면 미국의 이익을 훼손하고 미국의 우방을 심각한 위험에 빠트릴 것이다.
 
우리만의 생각이 아니다. 작년 가을 우리는 국방부에 북한을 공격할 경우 발생할 위험성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다. 국방부는 김정은이 보유한 핵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지상군을 투입해야만 하고 인구 25백만명의 한국 수도권이 북한의 포병, 방사포, 탄도미사일의 사거리에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이정도의 설명이 불충분하다면 의회조사국의 평가도 있다. 이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될 경우 개전 초반에만 3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북한의 핵 시설을 타격하려 한다면 김정은은 고전적인 핵을 쓰지 않으면 지는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김정은도 핵 보복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수천문의 방사포와 야포 등의 재래식 수단을 동원해 수만명의 미국인, 일본인, 한국 민간인과 연합군을 죽일 수 있다. 김정은이 어떻게 행동하건 간에 우리는 말 뿐인 승리를 얻는데 그칠 것이고 실질적으로는 패배한 것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핵 억지를 위한 여러가지 방법 중 진짜로 승리하는 것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러트웍은 서울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지하철역 등을 보강하자고 주장한다. 그는 대피소를 아무리 강화해 봐야 서울 시가지가 파괴되는걸 막지 못함을 모르는 모양이다. 대피소가 서울 시민은 물론 서울에 거주하는 미국인과 다른 국가 사람들로 북적이게 될 거라는 점도 생각을 않는 듯 하다. 재래식 전쟁이 시작되자 마자 서울이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는 점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확전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중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는 물론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의 사이에 완충지대를 유지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이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개입하도록 하는 짓은 현명하지 못하다.
 
우리는 북한을 군사적으로 타격하기 보다는 비군사적 수단을 사용하는 쪽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는 이미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한 협상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위험한 정책과 선을 그었다. 이렇게 긴장을 완화하는 방식을 가능한 확대해 나가야 한다.
 
비군사적으로 성과를 거두려면 김정은 정권의 돈줄, 석유 공급원, 밀수 루트를 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합리적인 미국 외교관과 공무원들을 지원하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북한 집권세력을 위해 돈세탁을 해 주는 중국 은행들을 공개해서 망신을 주고, 이들이 미국의 제재조치를 위반했다고 지명해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축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과 중국의 사이를 갈라놓는다면 김정은 정권도 그들의 목적 달성이 어려워 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보다 중요한 일은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의 국방력을 강화해 김정은 정권에 맞서 통일된 국제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다. 우리의 동맹국들이 강력해야만 제재조치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국제적인 공조 체제를 만드는 것이야 말로 진짜 외교적인 수완이 필요하다. 트럼프 정권은 아직 이에 필요한 외교적 수완을 보여주지 못했다.
 
핵심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불과 수일 만에 수십만명이 사망할 것이고, 전쟁이 끝날때 즈음에는 희생자가 수백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의 우리 동맹국들을 고려해야 하며 미군은 북한 핵문제에 있어 보다 현명하고 신중한 접근 방법을 취해야 한다.

2018년 1월 9일 화요일

[번역글] 이제 북한을 폭격할 때가 됐다

포린 폴리시에 에드워드 러트웍(Edward N. Luttwak)의 기고문이 올라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양반이 쓴 로마와 동로마의 안보전략 연구를 재미있게 읽었는지라 흥미가 동하더군요. 최근들어 북한을 폭격하자는 글이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는데 러트웍의 글은 한국을 맹렬히 비난하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라서 한번 번역해 봤습니다. 미국 보수파들의 한국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일면이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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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러트웍
 
이번주에 있을 남북회담의 결과는 뻔하다. 한국 정부는 과거의 회담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고약한 행동에 대해 돈을 퍼주는 식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를 무력화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핵탄두를 장착한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확보한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이다. 북한은 이미 200610, 20095, 20132, 20161, 20169, 20179월에 핵실험을 감행했다. 미국은 이때 이스라엘이 1981년 이라크에, 2007년 시리아에 취했던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즉 대량살상무기를 비롯한 일체의 무력을 가져서는 안되는 정권이 핵무기를 가지지 못하도록 재래식 무기로 정밀 타격을 했어야 했다. 다행히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공격해 파괴할 시간이 있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거부하지 말고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물론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에 대한 반론도 근거는 있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반론은 그 근거가 과장되어 있다.
 
첫 번째 반론은 북한의 보복에 대한 우려이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이미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보유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건 과장됐을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이 당장 선제타격을 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일이다. 북한이 처음 생산한 핵탄두는 그들이 201793일 시험발사한 미사일에 탑재할 만큼 소형화되지 않았다. 또 북한은 20171128일에야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하는데 그쳤다. 만약 북한이 가까운 장래에 몇 푼 안되는 예산으로 엄청난 기술적 진보를 이룩해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생산 배치하게 된다면 북한의 공학 수준은 그야말로 전례없는 엄청난 수준이라 하겠다. 북한은 아직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해 운용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북한은 공격을 받을 경우 재래식 방사포를 가지고 휴전선에서 35마일 떨어진 인구 2천만명의 한국 수도권에 보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미국 군부는 북한을 공격할 수 없는 이유로 한국인들이 불바다를 두려워하는 점을 들어왔다. 하지만 한국의 수도권이 취약하다는 점이 미국의 정책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사실 이건 대부분 한국인들이 자초한 일이 아닌가?
 
40년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결국 1개 사단이 잔류하게 됐지만) 본인을 포함한 안보 보좌관들은 한국 정부에 정부 기관을 휴전선에서 가까운 서울에서 철수 시키고 민간 기업들에게 많은 인센티브를 줘서 이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스위스의 예를 본받아 충분한 대피소를 건설하고 새로 건물을 지을 때는 대피소를 함께 짓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포격이 가해질때 대부분의 사상자는 집을 떠나 대피소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최근 수년간 한국 정부는 거주지역에 대한 북한의 방사포 공격을 95%이상 요격할 수 있는, 이스라엘과 미국에서 생산 중인 아이언 돔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도입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40년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서울 지역에 있는 3,257개소의 대피소는 지하 쇼핑몰, 지하철역, 호텔의 주차장에 불과하고 여기에는 식량이나 식수, 의약품과 방독면이 비축되어 있지 않다. 한국인들은 아이언 돔을 도입하는 대신 일본을 겨냥한 무기를 개발하는데 돈을 썼다.
 
지금이라도 충격 완화를 위한 조치를 취한다면 사상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모든 건물의 지하실을 잭, 버팀목, 철제 빔으로 보강하고, 3,257개소의 공식 대피소에 필수품을 비축하고 표지판도 눈에 더 잘 띄게 만들어야 한다. 이왕이면 전쟁이 터지기 전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수도권에서 이동시키는 쪽이 좋다.(수도권의 인구 2천만명, 혹은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지금 보다 20마일만 남쪽에 거주해도 위협이 격감한다.) 미국은 북한을 공습할 것에 대비해 강력한 대포병 사격능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간 한국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국의 수도권이 피해를 입는다고 해서 미국과 다른 동맹국들의 국익에 해를 끼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북한은 이미 미사일을 활발히 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이란에 많은 양의 미사일을 팔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법이 있는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실행하는게 어렵다는 또다른 주장은 설득력이 더 떨어진다. 북한의 핵시설을 파괴하려면 수천 소티 이상의 폭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져있거나 추정되는 북한의 핵시설을 모두 합쳐봐야 몇개 되지 않으며 상당수는 소규모 시설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군사 작전계획이라면 이정도 시설을 타격하는데 수천 소티 이상의 폭격을 할당하지 않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미국 군부는 여러 차례 합리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왔다. 미국 공군은 단 한차례의 폭격은 반대하면서 대안으로 적 방공망의 완전한 제압을 주장해왔다. 문제가 되는 목표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가 되는 국가의 모든 방공 레이더, 지대공 미사일, 비행장, 전투기를 파괴해 미군 조종사들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기괴한 주장이다. 북한이 보유한 레이더, 미사일, 비행기는 한심할 정도로 노후화되어 있다. 북한의 골동품에 대한 대응책은 수십년 전에 만들어졌다. 미국 공군의 주장은 단지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대는 핑계에 불과하다. 제한적인 공습을 할 경우 손수레 한 두개 정도는 파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이동식 발사대에 탑재된 핵미사일이 없다.
 
북한에 대한 폭격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이유 중 그나마 합리적인 것은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미국에 맞서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 때문은 아니다. 중국이 북한을 항상 감싸고 돈다는 주장은 이미 유효하지 않다. 물론 중국은 북한이 멸망해 미군이 압록강의 국경지대로 밀고 들어올 가능성은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가장 강력한 경제 제재를 지지했다. 제재조치에는 사실상의 석유 금수가 들어있는데 이것은 전쟁 상태에서 취하는 행동이나 마찬가지이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중국의 입장이 변화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폭격할 때 중국이 북한을 지원해 참전한다는 주장은 귀담아 들을 가치도 없다.
 
중국의 입장 변화로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하나 늘었다. 북한의 핵무기 획득은 매우 위험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면 북한 정권은 무너지고 북한은 중국의 속국이 된다는 예측이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한국에 대한 영향력도 강화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일부 한국 정치인들은 미국 의 후원을 받는 것 보다 중국을 선호한다는 주장이 있다. 중국이 한반도를 장악하면 일본의 안보는 취약해 지고 미국의 태평양 패권도 약화될 것이다. 이론상 북한이 미국의 공격을 받아 혼란에 빠지면 한반도를 통일하고 미국은 주한미군을 북진시키는 대신 훨씬 남쪽으로 이동시켜 중국의 우려를 잠재우면 된다. 하지만 이런 계획을 실행하기는 어렵다. 특히 한국 정부와 국민은 서독이 동독에 대해 취했던 것 처럼 가난한 북한인들과 경제적 부를 나눌 생각이 없다.
 
현재 미국 군부는 선제 타격이라는 옵션을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이 운용 단계에 이르기 전에 미국이 행동을 취한다면 세계를 북한의 핵 위협으로 부터 구할 수 있다.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이 핵무기를 보유했지만 재앙을 초래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북한과 달리 안정적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인도나 이스라엘, 파키스탄 외교관들은 마약을 팔거나 위조 지폐를 유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 국가는 많은 위기 상황을 겪었고 전쟁까지 치렀지만 김정은 처럼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공언하지도 않았다. 북한은 이들과 다르다. 미국은 더 늦기 전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2016년 7월 9일 토요일

[번역글]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놀랄만한 일도, 도발적인 일도 아니다

어떤 분이 브루킹스 연구소 홈페이지에 실린 조나단 폴락(Jonathan D. Pollack)의 South Korea’s THAAD decision: Neither a surprise nor a provocation(2016. 7. 8)이란 글을 소개해 주셔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꽤 재미있어서 급히 번역을 해 봤습니다. 번역에 대한 지적 환영합니다.




조나단 폴락

미국과 대한민국 정부는 오늘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말 전력화를 목표로 한반도에 고고도종말단계미사일요격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이하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아직 세부적인 사항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이번 결정은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또한 그 배치 목적도 매우 명백하다. 
공동성명에서 상세하게 밝힌바와 같이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한국의 기간시설과 시민들을 방어하고, 또 한편으로 한미동맹을 뒷받침 하는 핵심적인 군사적 역량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사드가 대한민국이 처한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취약성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여전히 부족한 한국의 방공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보강할 수 있으며, 미국의 훨씬 강력한 방공 및 미사일 방어 능력과도 연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를 가볍게 결정한 것이 아니다. 최근 수년간 한국의 전략문제 전문가들은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에 대해 격렬하게 논쟁을 벌여왔는데, 한국 군부와 정치 지도층은 이 문제를 매우 신중하게 추진해 왔다. 올해 1월 초 북한이 네 번째 핵실험을 감행하고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하고 나서야 박근혜 행정부는 사드 미사일 1개 포대를 ‘가능한 조속히’ 배치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한다는데 합의했다. 4월 이후로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가속화 하는 것이 명백해 지면서 북한의 행동에 대한 유효한 대응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오늘의 공동성명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정부는 사드에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 미사일을 탐지하고 요격하여 자국의 억지능력을 무력화 하려는 미국의 사악한 전략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은 사드에 부속된 레이시온의 레이더 체계의 기술적 한계나 개선점을 이것을 제작한 회사가 주장하는 것 이상으로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를 배치할 경우 한반도의 비핵화와 핵무기 위협의 감소라는 훨씬 큰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계획을 확대하고 다각화 했기 때문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결정이 내려지게 된 것이다. 북한이 군사적인 노력에 박차를 가하지 않았다면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방향으로 나갔을지는 극히 의심스럽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또한 중국은 한국 정부를 모호하게 협박한다면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 계획을 철회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이것은 미사일 방어를 강화하려는 한국 정부의 의지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협력을 더욱 심화해 나갈 것이다. 중국은 한국 정부의 결정에 불만을 가지고 있으나 이것은 전적으로 모든 적절한 수단을 동원해 핵심적 이익을 지키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주권에 속한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행동하지 않는가. 
한국의 고위 관료들은 중국과의 회견에서 거듭하여 사드 배치는 한국의 핵심적인 국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양보할 수 없는 유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혀왔다. 한국측은 중국의 전략적 형평성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앞으로도 사드 배치 계획이 진전되는 것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염두에 둘 것이다.
동시에 한국과 미국은 사드를 배치하는 목적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겠다는 뜻이 있음을 중국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사드는 전적으로 한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며, 전적으로 남북간의 문제일 것이며, 또한 북한을 제외한 다른 어떤 국가를 겨냥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자국의 세력권에 대한 미국의 군사 전략을 갈수록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이 공개적으로 보증을 해도 이를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중국 당국자들과 전략 분석가들은 사드 배치를 결정한 원인이 무엇인가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도 중국의 골칫거리가 아닌가. 
지금 처럼 한반도의 안정을 위태롭게 하는 문제에 대한 은밀하고 비공개적인 대화가 필요한 때도 없었다. 미국과 한국은 이와 같은 대화를 준비해야 한다. 중국이 대화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2014년 7월 5일 토요일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핵무기 사용계획에 대한 어떤 제독의 비판

1960년대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전쟁계획을 보다보면 미국과 NATO만큼이나 핵무기의 대량 사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게 섬뜩합니다. 예방공격을 위한 계획들을 보면 전술핵은 물론 전략로켓군도 동원되는 점이 눈에 띄는데 그 결과를 어떻게 감당하려 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이 점에서는 미국과 NATO의 계획도 마찬가지 이긴 합니다만.) 이런 정신나간 계획에 대해서는 당대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던 모양입니다. 예전에 언급했었던 서독 국방장관 슈트라우스의 발언에 나타난 것 처럼 핵무기라는 존재는 당대의 전략가들을 꽤 곤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소련해군의 데레뱐코 제독이 당서기장 흐루쇼프에게 보낸 서한은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소련 군인들이 핵무기 사용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단 한가지 사안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핵무기에 환상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미래에 살아갈 행성은 어디이며, 이들이 군대를 보내 영토를 정복하려고 계획하는 곳은 어디입니까? 핵무기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이것이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핵무기에 환상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그들이 우리 군대를 어떤 혼란에 빠트릴지 알고는 있을까요? [중략]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군대가 전쟁 초기에 추구해야 할 전략적인 목표는 아군, 특히 공수부대와 차량화 부대를 활용한 신속한 돌파와 공격을 통해 서유럽 중부에 있는 침략국가들의 영토를 점령하고 신속하게 대서양까지 진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군이 진격하게 될 전 전선에 걸쳐 방사능으로 토지와 물, 공기가 오염된 장벽을 만들겠다는 자들은 정말 어리석기 그지없습니다. 아군이 하루에 최대 100km를 진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공격 자체가 좌절될 수도 있습니다. 서유럽과 같이 좁은 지역에서 핵무기를 이렇게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방사능에 오염된 수백만의 민간인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서풍으로 인해 우리의 군대와 소련의 우랄 지역에 이르는 사회주의 국가의 인민들까지 수십년 동안 방사능 오염에 시달리게 될 것 입니다. [중략] 핵미사일을 이용해서 승리하겠다는 생각은 집어치워야 합니다. 핵무기에 환상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나름대로 전략적인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현대 전쟁의 다양한 양상과 방법을 좌우할 수는 없습니다. 

콘스탄틴 데레뱐코Константин И Деревянко 제독이 1961년 8월 1일 흐루쇼프에게 보낸 서한 

Matthias Uhl, ‘Soviet and Warsaw Pact Military Strategy from Stalin to Brezhnev : The Transformation from “Strategic Defense” to “Unlimited Nuclear War”, 1945-1968’, Blueprint for Battle : Planning for War in Central Europe, 1948~1968(University Press of Kentucky, 2012), p.40

2014년 3월 21일 금요일

Journal of Slavic Military Studies 27권 1호 특집

 Journal of Slavic Military Studies의 최신호인 제27권 1호를 훑어보는 중 입니다. 최근 러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에 대한 특집호로 구성되어 제2차 세계대전사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는게 유감입니다. 3월에 출간되다 보니 최근 전개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문제는 다루지 못했지만 이것은 아마 여름에 나올 제2호에서 다루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27권 1호에는 다음과 같은 일곱편의 논문이 실려 있습니다.


Roger N. McDermott, “The Brain of the Russian Army: Futuristic Visions Tethered by the Past”

Jacob W. Kipp, “‘Smart’ Defense From New Threats: Future War From a Russian Perspective: Back to the Future After the War on Terror”

Daniel Goure, “Moscow’s Visions of Future War: So Many Conflict Scenarios So Little Time, Money and Forces”

Timothy Thomas, “Russia’s Information Warfare Strategy: Can the Nation Cope in Future Conflicts?”

Alexander Golts, “Reform: The End of the First Phase—Will There Be a Second?”

Keir Giles, “A New Phase in Russian Military Transformation”

Dmitry (Dima) Adamsky, “If War Comes Tomorrow: Russian Thinking About ‘Regional Nuclear Deterrence’”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논문을 조금 소개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논문인 로저 맥더못Roger N. McDermott의 “The Brain of the Russian Army: Futuristic Visions Tethered by the Past”는 러시아의 국방개혁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혁의 몇가지 측면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비판적인 경향이 강한 글 입니다.
 필자는 근본적으로 러시아 국방부의 기획 수립 능력 자체에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특히 소련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러시아군의 폐쇄성과 형편없는 통계 조사 능력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러한 사례의 하나로 러시아 국방부가 군 연금 대상자 통계조차 똑바로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합니다. 2006년에 러시아군이 작성한 통계에서는 2011년까지 연금 지원 대상자가 24,000명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2011년이 되자 연금 지원 대상자는 45,000명이 더 늘어났다고 합니다.1) 필자는 빈약한 통계 조사 능력과 같은 부실한 기반에 의거해 수립하는 계획이 제대로 추진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통계 자료를 획득할 수 없으니 연구조사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은 타당한 결론입니다.
 러시아군의 행정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례로 드는 것 중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황당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러시아의 국방개혁의 목표 중 하나는 장교단을 축소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2010년까지도 감축 목표에 전역자로 인한 자연 감소를 반영하지 않고 있었다고 합니다.2) 이쯤 되면 주먹구구식이라고 비난을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입니다. 필자는 국방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획 능력을 결여한 러시아 국방부가 러시아군 총참모부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그러한 사례 중 하나로 병력 운용의 문제를 들고 있습니다. 러시아 육군이 사단체제에서 여단체제로 개편되면서 전투 준비태세가 강화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12개월 징집병과 지원병으로 구성된 러시아군의 전투 준비태세는 의심스러운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필자는 러시아 국방부가 기획능력의 난맥상을 감추기 위해서 새로운 여단체제의 효율성을 과대선전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3)
 이같은 문제점은 장교에 대한 인사 정책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필자는 러시아군이 2008년에 장교의 숫자를 35만5명에서 15만명으로 감축하기로 한 결정이 체계적인 기획의 결과물이 아니라 단지 “외국 군대의 장교 비율을 참고해서” 장교의 숫자를 총 병력의 15%로 한다는 목표에 따라 설정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15만명으로의 감축을 시작한 2008년 부터 장교 감축의 목표를 22만명으로 재조정한 2011년 까지 장교를 감축하면서 일어난 주먹구구식의 행정 사례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읽다보니 너무 황당한 내용이라서 제가 오독을 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장교 숫자를 감축해야 한다는 이유로 2년 동안 간부후보생을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애교일 정도입니다.4) 그리고 육군을 여단 체제로 개편하면서 이에 걸맞는 장교 교육 체계는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실제로 2009년도에는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여단장 보직에 대령을 임용하기 위해 여러명의 대령을 면접한 결과 후보자로 올라온 대령의 대부분이 여단을 지휘할 능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5) 제가 조지아 전쟁 시기에 썼던 “소련-러시아 장교단의 붕괴와 그 후유증, 1987~”이라는 글에서 이야기 했던 것 처럼 여전히 장교단 붕괴의 여파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다음으로는 러시아군의 여단 편제 개편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는데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지상군의 여단 대부분이 편제 미달이다.
2. 지원병과 징집병에 혼재되어 있어 전투 준비태세가 부족하다.
3. 대부분의 여단이 여전히 구식장비로 무장하고 있으며 신형장비의 도입이 지지부진하다.
4. 장교단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5. 지휘부의 능력이 부족하며 특히 대대급으로 내려가면 문제가 심각하다.
6. 유능한 부사관이 부족하다.6)

 2011년에 편성된 우주-방공군Воздушно-космическая оборона에 대해서도 상당히 비판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제가 정말 모르는 부분이니 생략하겠습니다.(;;;;)


 두번째 논문으로 실린 제이콥 킵Jacob W. Kipp“Smart’ Defense From New Threats: Future War From a Russian Perspective: Back to the Future After the War on Terror”는 소련 붕괴이후 러시아 군부의 미래전에 대한 전망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비록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이전에 쓰여진 글이기는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접하고 보니 이해가 잘 가는 글 입니다. 냉전 이후 러시아를 둘러싼 안보정세의 변화를 러시아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잘 설명해 주는 글 입니다. 이 글은 별도로 소개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언제 번역할 시간이 나면 좋겠군요.


세번째 논문인 다니엘 고어Daniel Goure의  “Moscow’s Visions of Future War: So Many Conflict Scenarios So Little Time, Money and Forces”도 꽤 재미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읽다 보면 러시아라는 나라는 석유를 가진 북한 같다는 인상을 받게됩니다(.....) 이 글에서는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대한 인식과 이에 대한 대응, 그 한계에 대해 평가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소련이 붕괴한 이후 경제적, 군사적인 몰락에 따른 트라우마로 러시아 지도층이 안보문제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며 때로는 피해망상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진단합니다. 이때문에 20년이 지난 지금도 기존의 세력권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고 보는 것 입니다.7) 이러한 설명을 받아들이면 현재 러시아 지도층의 생각은 1차대전 직후의 독일 지도층과 유사해 보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러시아 지도층은 나토의 동진을 러시아에 대한 최대의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과거 소련의 세력권에 있던 지역들이 러시아와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게다가 미국과 비교했을때 상대적으로 러시아의 국력은 열세하고 경제력과 인구 같은 치명적인 문제들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러시아 내부에서는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가 러시아를 미국 경제에 종속된 자원 수출국으로 전락시키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상당하다고 지적합니다. 푸틴 집권 이후 러시아 지도층이 보여주고 있는 강경한 태도는 러시아가 처한 전략적인 열세를 정치-군사적으로 만회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 입니다.8)
 그리고 이와 같은 맥락에서 러시아의 핵전력이 중요하게 다루어 집니다. 전략핵무기는 러시아가 서방, 특히 미국과 전략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9) 이것은 전략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전술적인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1980년대 이래로 미국에게 큰 격차로 뒤지고 있는 재래식 정밀유도무기의 열세를 메울 대안이 바로 전술핵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여전히 전술핵 사용을 상정한 훈련을 활발히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10) 또한 핵무기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항할 경제적인 수단이기도 합니다. 푸틴이 밝힌 것 처럼 러시아가 자체적으로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지 않고 미국과의 핵경쟁을 하려면 더 많은 핵투발 수단을 보유하는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11)
 재래식 전쟁에 있어서는 러시아가 “세력권”으로 인식하는 지역에 대한 미국-나토의 제한적인 침공을 저지하는 양상의 분쟁을 예상하는 모양입니다. 동시에 서방과의 재래식 전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네트워크 중심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테러전과 사이버전에 관한 내용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분야가 아니어서 생략합니다.


 네번째 글인 티모시 토마스Timothy Thomas“Russia’s Information Warfare Strategy: Can the Nation Cope in Future Conflicts?”는 러시아의 정보전, 사이버전 능력에 대해 다루는 부분인데 아직 읽지 않았습니다.


 다섯번째 글은 알렉산더 골츠Alexander Golts의 “Reform: The End of the First Phase—Will There Be a Second?”입니다. 이글은 메르베데프가 집권하던 시기에 진행된 군사개혁을 평가하고 현재 푸틴 정권하에서 진행되는 군사개혁을 전망하는 내용인데 첫번째 글과 비슷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 글에서 지적하고 있는 러시아군의 문제점은 첫번째 글에서 지적했던 내용들과 겹치는게 많습니다.
 먼저  현재 러시아의 징병제에 대한 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러시아는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징집 가능한 인적자원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만18세의 남성은 2011년에 648,000명이었지만 2015년에는 592,00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고 합니다. 인구 구조상 유지하기가 곤란하다는 이야기지요. 게다가 징집 기간이 12개월 밖에 안되는 것도 문제로 꼽고 있습니다. 6개월 단위로 신병들이 교체되는데 이런 상태로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지장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게다가 러시아 정부와 군부에서는 징집병과 지원병의 비율을 조정하는 문제에 있어 상당한 혼란을 보여왔습니다. 장기적으로 지원병의 비율을 늘릴 계획이라곤 하지만 세르듀코프가 국방부 장관으로 있던 시기에 보여준 난맥상을 볼 때 계속해서 징집병 위주의 군대로 갈 수 도 있다는 지적입니다.12) 그리고 러시아의 경제력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필자는 현재 러시아의 경제 수준으로는 쇼이구가 국방부장관에 임명된 뒤 제시한 71만명 수준의 병력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가 현재 GDP의 3~4%를 국방비에 투입할 경우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병력을 50~60만명 수준으로 평가합니다.13)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이 경제력에 비해 과도한 병력 규모를 유지하려 하는 이유는 고위 장교단의 관료주의적 발상에 기인한다고 봅니다.14)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군요. 그리고 지원병에 대한 처우도 썩 좋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425,000명의 지원병을 확보하는 계획도 실패할 것으로 봅니다. 실제로 2003~2008년 기간 동안 추진된140,000명의 지원병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러시아의 지원병 중에서 3년간의 복무기간을 마친 뒤 복무기간 연장에 동의하는 인원은 전체의 3분의 1남짓에 불과하다고 합니다.15) 장교와 부사관의 자질 향상 및 충원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민군관계에 대한 지적도 있는데 이건 이야기가 더 길어질 것 같으니 생략하겠습니다.
 

 여섯번째 글인 케어 자일스Keir Giles “A New Phase in Russian Military Transformation”는 맥더못이나 골츠와 달리 러시아의 국방개혁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2008년 부터 2010년까지 상당한 혼란이 있었지만 2011년 부터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으며 현재의 푸틴 정권도 국방개혁에 힘을 실어주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러시아의 방위산업과 무기 획득 체계의 개선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다만 러시아군의 병력 구조 문제나 군 간부단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이 없다는 점이 조금 의문입니다.


 마지막 글인 드미트리 아담스키Dmitry (Dima) Adamsky“If War Comes Tomorrow: Russian Thinking About ‘Regional Nuclear Deterrence’”는 아직 읽지를 않았습니다.


 꽤 흥미로운 특집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글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올 여름에 나오게 될 27권 2호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크게 다루지 않을까 싶으니 목을 빼고 기다려 봐야 겠습니다.


1) Roger N. McDermott, “The Brain of the Russian Army: Futuristic Visions Tethered by the Past”, The Journal of Slavic Military Studies, 27-1(2014), p.16.
2) ibid., p.18.
3) ibid., p.19.
4) ibid., p.25.
5) ibid., p.27.
6) ibid., pp.29~30.
7) Daniel Goure, “Moscow’s Visions of Future War: So Many Conflict Scenarios So Little Time, Money and Forces” The Journal of Slavic Military Studies, 27-1(2014), p.69.
8) ibid., pp.71~72.
9) ibid., p.75.
10) ibid., p.81~82.
11) ibid., p.85~86.
12) Alexander Golts, “Reform: The End of the First Phase—Will There Be a Second?”, The Journal of Slavic Military Studies, 27-1(2014), pp.134~135.
13) ibid., p.135.
14) ibid., p.136.
15) ibid., p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