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새로운 사료가 꾸준히 공개되고 기존에 공개된 사료에
대한 분석이 심화되면서 제2차세계대전 시기 러시아 전선에 대한 연구는 크게 발전했습니다. 냉전시대에 독일이나 소련 어느 한쪽에 편향된 연구가 이루어졌던 것과 비교했을 때 큰 발전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료 활용에 있어 문제를 보이는 저작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2차문헌을 비판 없이 인용하는 경우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요. 1944년
러시아전선 하계전역을 분석한 찰스 딕(Charles J. Dick)의 From Defeat to Victory: The Eastern Front, Summer 1944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딕은 바그라티온 작전 직전 소련군과 독일군의 전력비가 병력에 있어서 2.5:1,
박격포와 다련장포를 포병전력은 2.9:1, 기갑전력은 4.3:1,
항공전력은 6.3:1로 소련군이 우세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1) 이 통계는 소련의 제2차대전 공간사에서 제시한 것 입니다. 소련측의 주장은 꽤 오랫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딕이 From Defeat to Victory: The Eastern Front, Summer 1944의 바그라티온 작전 부분을 쓰면서 인용한 자료 중에는 게르트 니폴트의 Mittlere
Ostfront Juni’44의 영어번역본인 Battle for White Russia가
있습니다. 니폴트는 이 연구에서 소련 공간사의 통계를 인용하고 있습니다.2) 니폴트가 소련 공간사의 잘못된 통계를 인용한 이유는 확실치 않으나 연구가 나왔을 당시인 1985년에는 중부집단군의 전체 전력을 집계할 만큼 사료 분석이 되어 있지 않아 소련 공간사의 통계를 인용한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니폴트가 이 연구에서 제시하고 있는 독일군의 전력 통계는 당시 사료의 한계 때문에
불완전 합니다. 제4군과 제9군의 전력 통계를 제시하고 있는데 제4군은 병력 및 장비 통계를 제시하고
있지만 제9군은 병력 통계만 제시하고 있습니다.3)
물론 소련 공간사의 통계는 틀린 것 입니다
. 역시 딕이 인용하고 있는
소련군 총참모부의 작전연구 영어번역본인
Belorussia 1944: The Soviet General
Staff Study는 바그라티온 작전 직전 독일 중부집단군의 총 병력이
1,036,760명
, 야포
7,760문
, 대공포
2,320문
, 전차
800대
, 돌격포
530대
, 항공기
1,000~1,300대라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4) 소련 자료에
실려있는 양군의 전력비는 바로 이 통계를 기반으로 한 것 입니다
. 소련군 4개 전선군의 총병력 250만에 독일 중부집단군 1백만명으로 2.5:1의 병력비가 나온다는 계산입니다. 그러나 1944년 6월 1일 기준으로 독일 중부집단군 총병력이 578,225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바그라티온 작전 직전 독일 중부집단군 병력이 1백만명을 넘었다는 소련측의 추산은 크게 잘못되었음 알 수 있습니다.5) 소련측 통계는 양군의 기갑전력 비율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과장하고 있습니다.
※바그라티온 작전 직전 독일 중부집단군의 기갑전력에 대해서는 "바그라티온 작전 당시 독일중부집단군 소속 사단급 부대들의 기갑 및 대전차전력"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독일측 사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보다
정확한 전력비는 칼
-하인츠 프리저의 연구에 실려 있습니다
. 프리저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바그라티온 작전 직전 소련군과 독일군의 전력비는 병력에서
3.7:1, 기갑전력
8.2:1, 포병전력
9.4:1, 항공전력
10.5:1로 소련군이 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6)
딕이 훨씬 정확한 프리저의 통계를 인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확한 소련 공간사의 통계를 인용해 독일군의
전력을 과장한 이유는 의문입니다
. 그는 바그라티온 작전 당시 독일군의 손실 통계는 프리저의 연구에서
인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7) 이런 식으로 양군의 전력비를 부정확하게 평가하면 제대로 된 작전 연구를
할 수 없습니다
. 독일군의 전력을 과장하는 서술은 자연히 소련군의 전투 효율성을 과장하는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 2018년에 썼던
“러시아
연구자의 '최신 연구'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이고르 네볼신의 사례”에서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만
, 최근에 나오는 연구 중에서도 냉전 시기 소련에서 제기한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인용하는 사례가 간혹 발견됩니다
. 군사사
, 특히 작전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교차검증과 문헌 비판이 필수적이라 하겠습니다
.
1)
Charles J. Dick, From Defeat
to Victory: The Eastern Front, Summer 1944 Decisive and Indecisive Military Operation,
Vol. 2 (Lawrence: University Press of Kansas, 2016) p.99.
2)
Gerd Niepold, Mittlere
Ostfront Juni’ 44, (Hamburg: Mittler und Sohn, 1985), p.55. 니폴트의 연구에서 소련 자료를 인용해 정리한 전력비는 병력 2.5:1, 포병 2.9:1, 기갑 4.3:1, 항공기 4.5:1로 소련군이
우세했다고 되어 있음.
3)
Niepold.,
Ibid., pp.35~36.
4)
David M. Glantz and Harold S.
Orenstein, Belorussia 1944: The Soviet General Staff Study (London:
Frank Cass, 2001), p.6.
5) Walter S. Dunn, Jr., Soviet Blitzkrieg: The Battle for White Russia, 1944 (Boulder: Lynne Riuenner Publishers, 2000), p.61.
6)
Karl-Heinz Frieser, “Der
Zusammenbruch der Heeresgruppe Mitte im Sommer 1944“, Das Deutsche Reich und
der Zweite Weltkrieg 8L: Die Ostfront 1943/44, Der Krieg im Osten und an den Nebenfronten
(München: Deutsche Verlags-Anstalt, 2011), p.534. 전투병력 1,254,399:336,573, 전차
2,715:118, 자주포 1,355:277, 야포 24,383:2,589, 항공기 6,334:602. 프리저는 독일 제3기갑군, 제9군, 제4군의 전투병력과 같은 구역에 투입된 소련군 전투병력을 기준으로 양측 전력비를 계산하였음.
7)
Dick, Ibid., p.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