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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3일 일요일

전후 러시아군의 전력 복구에 대한 예측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러시아는 소모전으로 우크라이나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도네츠크 등 동부전선에서는 2024년 하반기 들어 러시아군이 전술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으며 이 추세로 나가게 된다면 작전적인 성공도 거둘지 모른다는 불안한 예측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군사원조는 우크라이나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군사원조가 계속 이 추세로 이어진다면 우크라이나가 2023년 여름과 같은 대공세를 펼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정전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고 미국 대통령후보인 트럼프는 즉각 정전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전후 정세에 따라 러시아가 전쟁을 다시 시작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니 평화는 요원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전후 러시아가 군사력을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된 연구들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미국 전략예산평가연구소(CSBA, Center for Strategic and Budgetary Assessments)에서 2024년 3월에 낸 More of the same?: The Future of the Russian Military and its Ability to Change,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Chatham House, the Royal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에서 2024년 7월에 낸 Assessing Russian Plans for Military Regeneration, 카네기국제평화대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에서 2024년 9월에 낸 Russian Military Reconstitution: 2030 Pathways and Prospects 등을 읽어 봤는데 전반적으로 전쟁이 끝나더라도 러시아군이 효율적인 군대로 탈바꿈하기는 어렵고 수년간 전쟁에서 입은 피해를 복구하는데 주력해야 할 걸로 평가합니다. 아직 전쟁이 종결되지 않았고 전후의 국제관계가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경향을 바탕으로 추론을 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미국 CSBA의 보고서 저자는 Katherine K. Elgin입니다. 이 보고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된 뒤 러시아가 군사력 재건을 시도하면서 안보적 위협으로 남겠지만 큰 혁신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 국가지도층, 특히 군지도층이 현재 러시아군이 처한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할 능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전략사상 때문에 이번 전쟁에서 드러난 작전적, 전술적 문제는 외면하고 전략적인 측면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하위 제대에 자율성을 거의 부여하지 않는 군사문화를 가지고 있고 푸틴 시기의 개혁도 이때문에 실패한 전례가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지금까지 그래왔듯 러시아의 경직된 관료주의 때문에 대규모 개혁은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러시아 군부 엘리트층은 개혁에 저항할 걸로 보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러시아의 고질적인 부정부패 문제가 있습니다. 필자인 Elgin은 러시아의 지도층도 부정부패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부정부패를 근본적으로 근절하는건 불가능하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므로 전후에 개혁을 시도한다고 한들 전쟁 이전의 궤적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 연구는 그런 사례 중 하나로 전쟁 이전 세르듀코프 국방장관과 그 후임인 쇼이구의 개혁을 들고 있습니다. 세르듀코프와 쇼이구 시기 러시아는 국방개혁에 많은 자원을 투입했고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지만 러시아의 부정부패와 경직된 관료 체제 등 본질적인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합니다. 

 영국 왕립국제문세연구소의 보고서는 저스틴 브롱크(Justin Bronk), 롭 리(Rob Lee) 등 저명한 분석가 여러명이 공동으로 집필했습니다. 이 두명 외에 공동저자로 마티외 불레그(Mathieu Boulègeu), 캐롤리나 허드(Karolina Hird), 재클린 커(Jaclyn Kerr), 마이클 피터슨(Michael B. Petersen) 등의 러시아 군사연구자들이 참여해 러시아군의 지휘통제체계 및 인력구조, 지상군, 공군, 해군, 비대칭전력, 군산복합체 등 주제별로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지휘통제체계 및 인적 자원 문제는 캐롤리나 허드가 집필했습니다. 허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잃고 있는 인력은 '숫자상'으로 충분히 보충하고 있지만 질적 수준이 낮기 때문에 작전적인 수준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의 개별 부대 단위에서는 전훈을 잘 분석해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사례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러시아군의 질이 낮아 성과가 확산되지 못한다고 봅니다. 특히 현재 대부분의 러시아군 부대들은 질이 떨어지는 병력으로 소모적인 보병 전투만을 벌이고 있어서 효율적인 제병협동 작전에 필요한 경험을 축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개혁에 나선다면 방심할 수 없다고 평가합니다. 
 러시아 지상군에 대한 분석은 롭 리가 집필했습니다. 롭 리 또한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러시아군의 질적 문제를 지적합니다. 공수군이나 해군보병대 같이 상대적으로 수준이 양호한 부대도 있지만 대부분의 지상군 부대는 질이 너무 낮아서 실질적인 보병 작전은 소수의 돌격부대에 의존하고 있다는 겁니다. 러시아 지상군의 포병 전력은 가장 높게 평가합니다. 포병의 숫자와 포탄의 양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쟁 경험을 쌓으면서 표적 획득 및 타격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입니다. 특수전부대와 미사일 전력을 통한 종심타격 능력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합니다. 하지만 러시아 지상군의 전투력 회복 여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에 달려있다고 지적합니다. 전쟁이 오래 계속되어 지금과 같은 소모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만큼 전력을 회복하는게 어려워집니다. 또 전쟁에 너무나 많은 장비를 잃었기 때문에 향후 숫적인 전력 증강을 위해 T-72 계열과 BMP-3 같은 기존 장비의 생산에 주력하고 아르마타와 같은 신형 장비 도입은 더 지연될 걸로 예측합니다. 
 러시아 공군 부분은 저스틴 브롱크가 담당했습니다. 브롱크는 러시아 공군을 크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지상군은 최소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는 성과를 내고 있는데 러시아 공군은 전쟁이 시작되고 2년이 넘도록 우크라이나 영공에서 이렇다 할 항공작전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러시아 공군은 수십년 동안 지상관제소의 관제와 사전에 계획된 경직된 계획에 따라 작전하는 관행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미래에도 큰 발전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러시아 공군은 미래에 Su-57과 같은 진보된 항공기를 대량으로 도입하려고 시도는 하겠지만 러시아의 경제 력과 서방의 경제제재 때문에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걸로 전망합니다. 브롱크는 서방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건 러시아의 지상방공전력에 그칠 걸로 봅니다. 
 러시아 해군은 마이클 피터슨이 집필했습니다. 피터슨은 러시아 해군이 지금까지 졸전을 거듭해 왔지만 과소평가를 해서는 안된다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이 지금까지 잘 싸워왔지만 우크라이나군에게 격침된 러시아해군 함선 중 '모스크바'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주력함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러시아해군은 여전히 원양에서 작전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향후 전력 증강에는 어려움이 있을 걸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먼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큰 피해를 입은 지상군과 공군 등 다른 병종과 자원 경쟁을 해야 합니다. 또 러시아의 조선산업이 쇠퇴한 점도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입니다. 
 러시아의 비대칭전력에 대한 부분은 재클린 커가 집필했습니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쟁'의 일환으로 지금까지 러시아가 수행한 사이버 여론공작 등은 지금까지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러시아는 위에서 아래로의 상명하달식 문화를 가지고 있고 민간 부문이 취약하기 때문에 한계를 안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군산복합체에 대해서는 마티외 불레그가 집필했습니다. 러시아의 군산복합체는 미래에 러시아의 군사적 부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 입니다. 불레그는 지금까지 수년간 계속된 서방의 경제제재로 러시아의 군산복합체는 큰 타격을 받았으며 당분간 계속해서 쇠퇴할 거라고 전망합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보고서는 지난 9월에 공개됐습니다. 필자는 카네기국제평화재단에서 러시아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다라 마시코(Dara Massicot)와 국제정치컨설팅 기업인 Oxford Analytica의 러시아 경제전문가 리처드 코놀리(Richard Connolly) 두 사람입니다. 
 전후 군대를 재건하는데 고려할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인력 문제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된 이후 러시아군이 어떻게 인력을 수급할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군의 급여는 전쟁 전에 비해 크게 높아졌고 이 덕분에 모병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는 국방예산이 삭감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군대의 급여 수준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처럼 대량으로 소모할 낮은 수준의 보병을 충원할 것이 아니라면 높은 급여를 지급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전후에 러시아군이 얻을 수 있는 인력은 매우 수준이 낮은 인력일 겁니다. 게다가 과거의 전쟁과 달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매우 많은 사람이 군에 입대했기 때문에 러시아 군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점도 문제로 꼽습니다. 게다라 러시아는 근본적으로 인구 구조가 썩 좋지 않으므로 미래로 갈 수록 병력 수급이 어려워 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현재 러시아 정부는 전후에도 2022년 보다는 더 많은 군대를 확보하려 한다는 정황이 있으므로 향후 러시아 정부가 인력 획득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지 궁금합니다. 
 장비 획득 문제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입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지금 러시아는 손실을 메꾸기 위해 비축물자 재생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신규생산의 비중은 낮습니다. 전쟁이 일어난 이후 신규생산을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서방의 경제제재 등으로 인해 큰 성과는 보고 있지 못 합니다. 러시아가 경제제재로 군용장비 생산에 필요한 전자부품을 획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노동력 문제도 있습니다. 노동력 문제는 군병력 획득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기본적인 인구구조가 문제입니다. 또 러시아는 여성 노동력을 중공업에 투입하지 않는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전후 러시아의 경제와 국가재정 문제가 있습니다. 러시아는 장기전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 수립한 국가재정 계획을 대폭 수정하고 국가 지출을 크게 늘렸습니다. 러시아가 현재 수준의 재정지출만으로 전쟁을 잘 수행해 온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러시아가 전쟁에서 입은 막대한 인적-물적 손실을 보충하고 군사력을 증강하기 위해서는 현재 수준의 재정지출만으로 부족합니다. 러시아가 군사력을 보다 급속히 증강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급증시킨다면 소련 시기 보다 훨씬 더 경제가 군사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세편의 보고서 모두 러시아와 러시아군의 미래에 대해서 부정적인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만 가지고 판단하면 충분히 합리적인 예측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러시아가 전쟁에 승리한다고 해도 군사력을 복구하는데는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24년 7월 14일 일요일

에스토니아 해외정보국이 추정하는 러시아의 군수산업 역량

발트 3국과 폴란드는 러시아와 소련의 침략으로 재난을 겪은 역사가 길다보니 러시아의 위협에 매우 민감합니다. 이 네 나라의 러시아군 연구는 수준이 높아서 참고할 가치가 있습니다. 올해 1월 에스토니아 해외정보국에서 발표한 보고서 "International Security and Estonia 2024"는 러시아의 군수산업 역량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1. 포병 탄약 생산 능력

 이 보고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포병 탄약 사용량은 감소 추세라고 평가합니다. 2022년 봄 러시아가 도네츠크-루한스크 방면에서 공세를 감행했을 때는 하루에 평균 60,000발의 탄약을 소모했으나 2023년 하반기 이후로는 하루 평균 10,000발에서 15,000발 수준으로 격감했다고 평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초 기준으로 러시아군은 하루에 우크라이나군에 비해 3배에서 4배 더 많은 포병탄약을 사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중요한건 러시아의 탄약 생산능력입니다. 이 보고서 또한 러시아의 탄약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2022년에는 포병탄약을 약 1백만발 신규생산하거나 재생했으나 2023년에는 350만발로 증가했고, 2024년에는 450만발로 늘어나리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2. 기갑차량 생산 능력

 러시아의 기갑차량 생산 능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위협적으로 평가합니다. 러시아의 기갑차량 손실이 너무 심각하다 보니 현재 역량을 파괴된 차량을 수리하거나 치장물자를 재생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봅니다. 러시아 정부에서는 2026년까지 치장물자 2,000대를 재생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목표는 달성 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경제제재로 인해서 전차에 사용할 부품이 부족하다는 점, 러시아가 품질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생산한 기갑차량의 성능이 들쑥날쑥하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식 차량들을 계속 재생해서 숫적으로는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포병 탄약과 기갑차량 등 두 분야에 대해서만 분석을 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역량이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건 다른 서방국가의 분석과 동일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장기전으로 가게 되면 우크라이나가 불리하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장기전 상황에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러 경제제재의 한계와 대안을 모색하는 RUSI의 보고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반 이상을 넘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가고 있다는건 이제 모두가 인정하는 현실입니다.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의 여러 측면이 재평가 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군대는 전쟁 전에 예상했던 것 보다도 훨씬 엉망이지만 러시아의 경제는 예상 외로 장기전에 잘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2022년 이래 러시아에 추가로 가해진 경제제재들이 당초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RUSI의 와틀링(Jack Watling)과 서머빌(Gary Somerville)은 올해 6월 대러 경제제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경제제재의 효율성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보고서 "A Methodology for Degrading the Arms of the Russian Federation"을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무기 생산량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군의 주력 화포인 152mm 구경 곡사포 포탄 생산량은 2022년 25만발에서 2023년에는 1백만발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2024년에는 132만발 이상이 될 걸로 추정됩니다. 122mm 로켓탄 생산량은 2023년에 33,000발이었으나 2024년에는 50만발 이상으로 늘어날 걸로 예상됩니다. 220mm 로켓탄은 2023년 2,800발에서 2024년에는 17,000발 이상이 될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더 우려스러운 일은 수입하는 부품을 필요로 하는 유도무기의 생산량도 늘어났다는 사실입니다. Kh-101 미사일은 2022년에 56기를 생산했지만 2023년에는 420기 이상을 생산한 걸로 추정됩니다. 러시아군의 주력 전술탄도미사일인 9M723 미사일은 2023년 초 재고가 고작 50기였고 월간 생산량은 12기 남짓이었습니다. 현재는 생산량이 월 36기 가량으로 증가했다고 추정됩니다. 러시아가 이란에서 도입한 샤헤드-136 드론은 한달에 무려 250기나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갑차량의 신규 생산도 증가추세로 추정됩니다. BMP-3의 신규생산은 2023년 1/4분기에 100대 가량이었는데 2/4분기에는 108대로 늘어났고 3/4분기에는 120대, 4/4분기에는 135대로 완만하게 증가한 걸로 추정됩니다. 물론 경제제재가 무용지물은 아닙니다. 현재 러시아가 생산중인 티그르-M 전술차량은 전쟁 이전에 생산한 모델들과 비교했을때 화생방 방호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습니다. 또 현재 러시아에서 재생하고 있는 전차들은 중국이나 벨라루스를 통해 도입한 관측장비를 탑재하고 있는데 이것은 전쟁 전 프랑스에서 수입하던 것 보다 성능이 낙후된 물건입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다양한 방법으로 경제제재를 우회하면서 러시아의 군수산업 역량에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제재대상이 아닌 외국의 친러 인사를 통해 법인을 설립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재를 우회해 왔습니다. 심지어 러시아의 정보총국 요원으로 의심되는 이고르 예블레프가 금수품목인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수입한 사건도 있습니다. 러시아가 생산한 샤헤드-136 드론에 대한민국 기업인 하이텍의 필리핀 공장에서 생산한 서보 모터가 사용된 사실이 밝혀 이를 차단한 일도 있었습니다. 란셋 드론에도 대한민국 기업인 원우 엔지니어링의 카메라가 사용됐습니다.


 이 연구는 효율적인 경제제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러시아군에 드론을 납품하는 잘라 항공그룹을 예시로 들어 러시아의 해외 공급망 차단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제재를 우회하는 방식을 고도화 할 수록 경제제재도 더욱 더 촘촘하게 수행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전쟁이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단기간 내에 러시아의 군수 생산 능력에 타격을 주기 어렵다는건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군사작전이 장기화 되는 만큼 후방의 러시아 군수 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경제제재도 더욱 더 정교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보고서의 필자가 지적하는 것 처럼 러시아 보다 경제력이 약한 이란 조차 수년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버텨내고 있는데, 이란 보다 경제력이 월등한 러시아의 군수 산업이 단기간에 붕괴할 거로 기대하는건 힘듭니다. 이 장기전의 끝이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2024년 7월 7일 일요일

The Battle for Kyiv : The Fight for Ukraine's Capital




  통계에 기반한 군사작전 연구로 유명한 드퓨이 연구소(The Dupuy Institute) 소장 크리스토퍼 로렌스(Christopher A. Lawrence)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국면을 다룬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드퓨이 연구소의 설립자 드퓨이는 신뢰할 수 있는 통계가 충분하지 않으면 연구를 피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의 후계자라고 할 수 있는 로렌스는 좀 과감한 선택을 했습니다. 러시아는 물론 우크라이나쪽의 통계도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된 자료만 가지고 작전을 분석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로렌스의 시도는 나쁘지는 않은 듯 합니다. 물론 추후 신뢰할 수 있는 자료가 공개된다면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해야 겠지요.


 이 연구는 총 22개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장의 분량이 많지 않아서 호흡이 짧고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1장 부터 5장 까지는 전쟁의 배경을 간략히 다루고 있습니다. 1장은 고대 시대 부터 소련이 붕괴할 때 까지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2장은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뒤 부터 푸틴이 전면전을 결심할 때 까지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러시아의 크름반도 침공과 돈바스 전쟁을 잘 분석했습니다. 필자는 돈바스 전쟁 당시 러시아군의 작전에 깊은 인상을 받은 미군이 러시아군의 역량을 과대평가해 미국의 고위 정책결정권자들에게 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3장은 침공 직전 러시아군의 국경지대 집결과 이에 대한 서방의 분석을 다루고 있습니다. 로렌스는 본인 또한 2022년 2월 초 까지도 러시아군의 침공을 확신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러시아군이 충분한 병력을 동원하지 못하고 기상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면전을 일으켰다고 지적합니다. 또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들이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를 과소평가해 키이우가 개전 후 72시간 내로 함락될 거라는 잘못된 예측을 했다고 비판합니다. 4장은 전쟁 직전 우크라이나군의 전력과 전투서열을 분석하는 내용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의 부대별 장비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큰 도움이 됩니다. 5장은 전쟁 직전 러시아군의 전력과 전투서열을 분석하는 내용입니다. 


 6장 부터 17장 까지는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이 시작되어 러시아군이 주도권을 쥐고 공세를 한 3월 말 까지의 상황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역시 호스토멜 공항을 둘러싼 공방전을 다룬 7장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듯 이 전투야 말로 개전 초 키이우의 운명을 가르고 러시아의 전략을 수포로 만든 결정적인 전투였습니다. 필자는 호스토멜 공항을 강습한 부대를 지원하기 위해 벨라루스에서 출동한 제5근위전차여단과 제76근위공중강습사단의 엉성한 행군 계획때문에 두 부대가 42km가 넘는 차량 정체를 일으키고 예정보다 늦게 호스토멜에 도착한 점을 지적합니다. 호스토멜 방면으로 진격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에 대해 압도적인 숫적 우세를 확보하지 못한데다 작전 계획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짰다고 비판합니다. 11장은 개전 초기 항공작전을 분석하고 있는데 충분한 자료가 없어서 그런지 너무 소략합니다. 15장은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조기에 점령하는데 실패한 뒤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공세를 재개한 3월 10일 부터 3월 말 까지의 작전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포위하기 위해 키이우 서쪽 마카리우 방면으로 공격한 작전이 실패하는 과정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18장 부터 22장 까지는 결론입니다. 18장에서는 초기 작전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이 입은 피해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장비 손실에 대해서는 아직 공신력 있는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유명한 Oryx의 집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인명피해에 대한 통계도 마찬가지로 불완전합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부가 2022년 3월 12일 이후 우크라이나군의 인명 손실을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19장은 러시아군이 키이우와 하르키우 방면 작전을 중단하고 철수하기 시작한 3월 말 부터 4월 초의 상황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러시아 제90근위전차사단이 퇴각 과정에서 막대한 장비를 상실하고 와해되는 과정을 잘 분석했습니다. 20장은 초기 작전에서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보여준 성과를 평가하는 내용입니다. 필자는 비록 한계가 없지는 않으나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의 군 개혁이 성과를 거두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21장은 전쟁 초기 단계의 작전에서 도출한 교훈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러시아군이 충분한 전력 우위를 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세를 감행했고 보병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특히 이 장에서 주목할 내용은 러시아의 군사사교육에 대한 비판입니다. 로렌스는 러시아가 제1차세계대전에서 얻은 교훈을 취사선택했지만 제2차세계대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문제점을 전혀 개선하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제2차세계대전에 승리했기 때문에 수준 낮은 징집병에 의존하는 소모전 방식을 21세기까지 고수했고 그 결과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의 실패로 이어졌다는 비판입니다. 필자는 러시아의 제2차세계대전 연구는 충분한 자료에 기반하지 못햇기 때문에 전훈을 분석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비판합니다. 소련과 러시아는 엉터리 연구로 전훈을 분석하고 소련군의 역량을 과대평가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문제점을 직시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이 연구는 아직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집필했기 때문에 한계가 많습니다. 특히 러시아에 관한 내용은 여러모로 미흡해 보입니다. 몇몇 작전에서는 러시아군의 전투 서열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되어 있는 자료만 가지고 이 정도의 연구를 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 합니다. 추천합니다.



2024년 4월 1일 월요일

밀리터리 밸런스 2024년도 판에서 추정한 러시아군 기갑차량 현황

 

밀리터리 밸런스 2023년도 판에서 추정한 러시아군 기갑차량 현황


밀리터리 밸런스 2024년도판의 러시아 부분을 읽었습니다. IISS에서 추정한 내용을 보면 러시아군이 보유한 기갑차량 숫자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지만 2023년판에서 평가한 내용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완만해 졌습니다.

 

먼저 러시아군의 전차에 대한 추정치를 보겠습니다.

 

밀리터리 밸런스의 러시아군 전차 추정치

 

차종

2022

2023

2024

2023

대비

육군

T-55A

0

0

30

+30

T-62

0

150

200

+50

T-64A/BV

0

0

100

+100

T-72A/AV

0

0

300

-100

T-72B/BA

650

400

T-72B3

850

500

650

-100

T-72B3M

530

250

T-80BV/U

310

100

150

+50

T-80BVM

170

100

100

0

T-90A

350

200

100

-100

T-90M

67

100

120

+20

합계

2,927

1,800

1,750

-50

해군보병대

T-72B

50

170

100

-70

T-72B3

150

T-72B3M

30

T-80BV

50

50

100

+50

T-80BVM

50

합계

330

220

200

-20

공수군

T-72B3

150

50

50

0

T-72B3M

10

합계

160

50

50

0

치장물자

T-62

0

5,000

4,000

-1,000

T-72, T-72A/B

7,000

T-80B/BV/U

3,000

T-90

200

합계

10,200

5,000

4,000

-1,000

전차 총계

13,617

7,070

6,000

-1,070

 

 전체적으로 보면 전차의 총 숫자는 완만하게 감소했지만 질적인 악화가 두드러지게 눈에 띕니다. 2023년판에 들어가지 않았던 T-55가 현역으로 집계되었고 T-62의 숫자도 50대 증가했습니다. 2023년판에 없었던 T-72A도 집계에 들어가 있습니다. T-72B3 계열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T-90M20대 증가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에서 완전한 신규생산이라고 볼 수 있는 전차는 T-90M 뿐입니다.

 

밀리터리 밸런스의 러시아군 보병전투차 추정치

 

차종

2022

2023

2024

2023

대비

육군

BMP-1

450

500

800

+300

BMP-1AM

20

BMP-2

2,900

2,350

2,100

-250

BMP-2M

70

BMP-3/3M

640

400

350

-50

BTR-80A

100

100

100

0

BTR-82A/AM

1,000

800

700

-100

합계

5,180

4,150

4,050

-100

해군보병대

BMP-2

400

300

300

0

BMP-3

80

70

70

0

BMP-3F

40

40

40

0

BTR-82A

740

600

600

0

합계

1,260

1,010

1,010

0

공수군

BTR-82AM

130

120

120

0

BMD-2

1,000

600

500

-100

BMD-4M

351

250

200

-50

합계

1,481

970

820

-150

치장물자

BMP-1

7,000

4,000

2,800

-1,200

BMP-2

1,500

합계

8,500

4,000

2,800

-1,200

보병전투차 총계

16,421

10,130

8,680

-1,450

 

 보병전투차 또한 전차와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숫적인 감소세는 완만하지만 질적인 악화가 눈에 띕니다. BMP-1 계열 차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해군보병대 보유 차량에 대한 평가는 전년도와 동일한데 어째서 전년도와 동일하게 평가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밀리터리 밸런스의 러시아군 보병수송장갑차 추정치

 

차종

2022

2023

2024

2023

대비

육군

BMO-T

미상

미상

미상

미상

MT-LB

3,500

3,000

2,500

-550

MT-LB VM1K

50

50

BTR-60

800

800

800

0

BTR-70

200

200

200

0

BTR-80

1,500

1,300

1,200

-100

타이푼-K 4x4

미상

미상

미상

미상

타이푼-K 6x6

미상

미상

미상

미상

합계

6,050+α

5,350+α

4,700+α

-650+α

해군보병대

MT-LB

300

250

250

0

BTR-80

100

50

50

0

합계

400

300

300

0

공수군

BTR-D

700

700

550

-150

BTR-MDM

122

100

90

-10

타이푼-VDV

미상

미상

미상

미상

합계

822+α

700+α

640+α

-160+α

치장물자

MT-LB

2,000

2,000

1,000

-1,000

BTR-60/70

4,000

4,000

1,300

-2,700

합계

6,000

6,000

2,300

-3,700

장갑차 총계

13,272+α

12,350+α

7,940+α

-4,410+α

 

 보병수송차를 보면 치장물자가 급속히 감소한게 눈에 띕니다.

 

 일단 IISS를 비롯한 서방측 기관들이 평가한 것이 대체로 맞다고 한다면 러시아군의 기갑전력은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2022년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는게 어려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