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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6일 월요일

『6.25전쟁 미 공군 항공전사』가 다시 번역되었습니다

 


얼마전 공군본부에서 로버트 퍼트렐(Robert F. Futrell)The United States Air Force in Korea, 1950-1953을 다시 번역해서 6.25전쟁 미 공군 항공전사』라는 제목으로 간행했습니다. 이번 번역본은 1988년에 나온 개정판을 저본(底本)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어판이 새로 나왔으니 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조금 이야기 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미국 공군의 작전을 연대기 순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공식 역사서의 틀을 따라가고 있지요. 그래서 전쟁의 주요 국면마다 미국 공군 수뇌부와 극동공군 사령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고 어떻게 행동했는지 파악하는데 유용합니다. 중요한 점은 이 책이 한국전쟁시기 공군의 작전을 다루고 있다는 점 입니다. 미국 공군은 1947년 육군에서 독립한 신생 병종입니다. 한국전쟁은 미국 공군이 독자적인 병종으로 수행한 첫 번째 전쟁입니다. 퍼트렐은 미국 극동공군이 극동군사령부 예하의 전력으로 통합작전의 틀 내에서 공군의 구상을 어떻게 관철시켰는지를 잘 서술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초기 북한군 후방에 대한 항공차단작전 수행을 위해 근접항공지원을 더 선호한 육군지휘관들(맥아더와 워커, 알몬드)을 극동공군 사령관 스트레이트마이어 장군과 제5공군 사령관 패트리지 장군이 설득하는 과정이 대표적입니다. 미국 공군의 관점에서 집필된 공간사인 만큼 합동군이라는 체제하에서 자군의 논리를 어떻게 관철시켰는가를 중요시 하는 것 같습니다. 합동작전의 틀 내에서 미국 공군이 해군 및 해병항공대 전력과 어떻게 작전을 조율했는지 보여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1951년 추계전역에서 해병대가 해병항공대의 근접지원을 독점하면서 육군에 비해 과도한근접지원을 받게 되자 육군의 리지웨이 장군이 형평성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한 점이 대표적입니다. 이 책은 합동군 체제인 미군의 일부인 미국 공군이 합동작전의 경험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다음으로 흥미로운 점은 세계적 냉전하에서 한국전쟁의 위치를 보여주는 서술입니다. 저자는 미국 극동공군이 전쟁 발발 이전부터 상대적으로 전략적 우선순위가 낮은 동아시아에 배치되어 있었던 까닭에 충분한 전력을 갖추지 못하고 전쟁에 참여한 점을 지적합니다. 이런 문제점은 전쟁 내내 계속됐습니다. 저자가 잘 지적하고 있듯 유럽 주둔 미국공군의 증강이 최우선 순위였기 때문에 미국극동공군, 그 중에서도 한국전선을 담당한 미국 제5공군은 격전의 와중에서도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제5공군이 한국전선의 제공권을 장악하는데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 공군의 강력함을 과시하는 서술이 인상적입니다. 이건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기도 하죠. 저자 퍼트렐은 미국 극동공군이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저술하고 있습니다. 비록 미국 공군의 공식 역사서이지만 서술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정치적으로 무승부를 낼 수 밖에 없었던 제한전에서 미국 공군이 실질적 승리를 거뒀음을 보여주려는 서술입니다. 미국의 압도적인 공군력이 공산측의 전쟁 수행 의지를 꺾은 것은 냉전 이후 스탈린과 김일성 회담 녹취록들이 공개되면서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퍼트렐은 휴전회담이 진행되면서 공산측을 압박하기 위해 수행된 폭격작전이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그리고 공산군이 이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잘 서술하고 있습니다. 1952년 이후 중공군의 방공망이 강화되면서 미국 공군의 작전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있습니다.(이 점은 중국측에서 자국의 승리를 주장할 때 내세우는 단골 소재이기도 합니다.) 물론 미국 공군이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폭격을 통해 공산측을 협상장으로 끌어냈음을 강조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 1951년 이후 미그 앨리에서 전개된 공중전의 양상입니다. 저자는 미국 공군이 실질적으로 승리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F-86MiG-15의 대결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전쟁 당시에도 유엔군은 승리하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미국 공군의 F-86 부대가 공중전에서 거둔 전과를 선전의 소재로 적극 활용했습니다. 물론 미국 공군의 F-86이 공산군의 MiG-15에 대해 우세한 전과를 거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소련측 자료가 공개되면서 실제로 미국 공군이 생각한 것 만큼 압도적인 승리가 아니었던 게 드러났지요. 이렇게 미국측 자료에만 의존해 집필되다 보니 현재 시각에서 약간 부정확한 서술이 보이는건 아쉬운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미국 공군의 입장을 대변하는 저작이다 보니 전쟁 기간 중 미국 공군의 폭격으로 발생한 민간인 피해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점은 김태우의 『폭격』 같은 연구들이 나오면서 극복됐습니다. 민간인 피해를 외면하는 점은 이 책이 냉전시대에 미국 군부의 입장을 대변해 집필됐다는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다행스럽게도 오늘날 우리는 이런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런 몇가지 단점이 있지만 훌륭한 저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오래전에 집필되어 현재의 시각에서는 다소 아쉽지만 그럼에도 오늘날에도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 입니다. 다만 비매품으로 간행되었다 보니 편하게 구하지 못하는 점이 단점입니다.


2017년 7월 13일 목요일

1952년 9월 4일 스탈린-펑더화이-김일성 회담



이 글은 Cold War International History Project Bulletin 14-15 합본호 378~381쪽에 실린 1952년 9월 4일 스탈린, 펑더화이, 김일성 회담 녹취록의 영역본입니다. 한국전쟁 중반기 공산군 수뇌부의 시각과 몇가지 갈등 요인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자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전황이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중국-북한측과 이를 의심하는 소련쪽의 신경전이 재미있습니다.


**********


스탈린 동지와 김일성 동지, 펑더화이 동지의 회담 녹취록


1952년 9월 4일


기타 참석자
우리측: 몰로토프 동지, 말렌코프 동지, 미코얀 동지, 베리야 동지, 불가닌 동지, 카가노비치 동지
중국과 북조선측: 저우언라이 동지, 천윈陳雲 동지, 리푸춘李富春 동지, 장웬티안張聞天 동지, 박헌영 동지.
통역: 문, 스저師哲, 페도렌코




스탈린: 조선 인민들의 사기는 어떻습니까?


김일성: 높습니다.


스탈린: 박헌영 동지도 같은 생각입니까?


박헌영: 그렇습니다. 높습니다.


스탈린: 군대는 어떻습니까?


김일성: 군대도 사기가 높습니다.


스탈린: 펑더화이 동지는 어찌 생각하시오?


펑더화이: 좋습니다.


김일성: 전반적인 정세는 유리합니다. 적의 폭격을 제외하면 그렇습니다.


스탈린: 전투기사단은 있습니까?


김일성: 1개 사단이 있습니다.


스탈린: 중국은 공군을 투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겁니다. 그렇게 한다면 의용군이 아니라 중국 정부가 직접 개입한 것이라고 여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의용군이 자체적인 공군력을 갖출리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런 행동이 민주진영에 유리하겠습니까? 내 개인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누락) 선언하는 것은 불리한 행동입니다. 전쟁은 군대가 있어야 치를 수 있습니다. 김일성 동지는 조선인으로 구성된 항공부대가 있어야 합니다.


김일성: 장비만 있다면 항공사단을 1~2개 편성할 수 있습니다.


스탈린: 조선 인민이 전쟁으로 고통을 받고있고 영웅적인 인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 인민이 고통을 받고 있으니 우리 소련군 1~2개 사단을 해체해서 장비를 양도할 생각이 있습니다.


김일성: 감사드립니다.


스탈린: 전투기 사단이 1개 있다고 했지요?


김일성: 그렇습니다.


스탈린: 다른 부대의 조종사들을 전환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김일성: 아직 훈련중인 항공사단이 하나 더 있습니다.


스탈린: 항공사단을 1~3개 정도 편성할 수 있는 장비를 제공할 수 있소.


김일성: 그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할 수 있을 겁니다.


스탈린: 좋습니다. 3개 항공사단을 편성할 수 있는 장비를 주겠소. 또 필요로 하는건 없습니까?


김일성: 적의 공습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어서 대공포 부대를 조직해야 겠습니다. 얼마전 5개 대공포 연대를 편성할 수 있는 장비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10개 연대분의 장비가 필요합니다. 스탈린 동지께는 5개 연대 분 장비를 부탁드렸고 마오쩌둥 동지께도 5개 연대분의 장비를 부탁드렸습니다. 마오쩌둥은 현재 중국 정부는 그럴 능력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스탈린 동지께서 대공포 연대 10개분의 장비를 원조해주셨으면 합니다.


스탈린: 지상군은 어느정도요?


김일성: 18개 사단입니다.


스탈린: 포병은 어느정도요?


김일성: 포병은 몇개 연대밖에 없고 장비도 부족합니다.


스탈린: 우리 소련군은 1개 사단에 포병연대가 2개입니다. 중국군도 마찬가지이고. 조선인민군의 편제는 어떻소?


김일성: 우리 군대의 편제도 동일합니다.


스탈린: 필요한게 있으면 목록을 주시오.


김일성: 목록을 작성해 놓았습니다.


스탈린: 박격포는 있소?


김일성: 그렇습니다. 122mm 입니다.(영어 번역문에 122mm로 되어 있습니다.)


스탈린: 조선에 대공포연대 10개분의 장비를 원조하겠소.


김일성: 스탈린 동지. 감사합니다. 우리 지상군은 122mm 곡사포를 비롯해 여러 장비가 부족합니다. 추가로 원조를 부탁드립니다.


스탈린: 또 부족한게 뭐가 있소?


김일성: 공병 부대와 통신 부대의 장비가 부족합니다. 너무 부족합니다. 항공기도 부족합니다. 우리는 장비와 물자가 부족합니다. 물자가 부족해서 한달 내에 122mm 포탄 생산을 중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스탈린: 필요한 물자 목록을 주시오.


김일성: 목록을 작성해 놓았습니다.


스탈린: 식량 상황은 어떻습니까? 빵이랑 쌀 말이요.


김일성: 올해는 작황이 좋습니다. 하지만 내년은 어떨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마오쩌둥 동지가 의류와 식량 원조를 약속하셨습니다.


스탈린: 조선 인민들은 밀가루도 먹습니까? 아니면 그냥 밥만 먹습니까?


김일성: 스탈린 동지께서는 우리가 어려움에 처해있을때 5만톤의 식량을 원조해 주셨습니다. 우리 인민들도 밀가루를 좋아합니다. 우리 인민들은 직면한 문제를 극복하면서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데 급급합니다. 하지만 운송 수단이 턱없이 부족하고 우리 힘으로는 극복할 능력이 없습니다. 자동차와 트랙터, 화학 비료를 원조해 주셨으면 합니다.


스탈린: 필요한 목록을 주시오. 중국과 조선 동지들이 미국과 휴전협상을 진행하는데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데 사실입니까?


김일성: 제가 알기론 심각한 의견 충돌은 없습니다. 중국 동지들이 제안한 협상안에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민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고려해서 최대한 빨리 휴전협상을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중국 동지들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스탈린: 그 문제는 중국 대표단과 논의했습니다. 중국 대표단은 미국이 제안한 포로송환 조건이 동의하지 않으며 우리의 조건을 관철해야 한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만약 미국이 중국군과 조선인민군 포로의 20%를 돌려보내지 않으면 그들이 풀려날 때 까지 미국 포로의 10%를 억류하자고 합니다. 아니면 같은 비율의 미군 포로를 억류하자고도 합니다. 그렇게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포로문제를 타결하고 휴전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습니다. 석방되지 않은 포로들은 휴전이 성립되고 적대행위가 중단된 뒤에도 협상을 할 수 있을겁니다. 동지는 이 문제를 어찌 생각하는지 모르겠소만 포로문제야 말로 우리의 입장이 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겁니다. 미국은 중국군과 조선인민군 포로의 20%는 송환을 거부한다고 주장할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믿을 수 없다고 하면 됩니다. 이렇게 20%의 포로를 문제삼는 동안 60%는 송환이 될 겁니다. 이게 중요합니다.
중국동지들은 지금 상황에서는 새로운 제안을 할 필요가 없으며 미국이 새로운 제안을 할 때 까지 기다려서 우리쪽에서 수정안을 내놓자고 합니다. 이에 관해 알고 있습니까?


김일성: 마오쩌둥 동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스탈린: 마오 동지가 뭐라고 합디까?


김일성: 마오쩌둥 동지께서 몇가지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는 포로를 모두 석방하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휴전협상을 먼저 타결하고 포로 문제를 상의하는 것 입니다. 세번째는 아군 포로들이 억류되어 있는 만큼 그에 해당하는 수의 적 포로를 억류하는 것 입니다. 포로문제에 있어서 마오쩌둥 동지의 시각은 스탈린 동지의 시각과 같습니다. 이 세가지 대안은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포로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기 위해 스탈린 동지의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다.


스탈린: 나는 당분간 포로를 모두 송환하라고 주장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게 통하지 않으면 송환을 거부하는 20%의 포로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방안을 바꾸자는게 아니라 경우에 따라 태도를 바꿔보자는 겁니다. 처음에는 모든 포로를 송환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다음에는 적의 포로 20%를 석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겁니다. 물론 다른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우리가 새로운 제안을 하거나 미국이 새로운 제안을 할 때 까지 시간을 버는게 괜찮겠는가? 포로 교환을 완료할 것을 주장하고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를 관망해야 합니다.
두번째 안은 김일성 동지와 동지의 투쟁에 유리합니다. 적이 아군 포로 20%를 석방하지 않는다면 적군 포로 20%를 석방하지 않으면 됩니다. 두번째 안을 택한다면 미국의 국론이 분열될 겁니다. 포로를 석방하고 전쟁을 그만두자는 움직임이 일어날 겁니다. 이렇게 되면 당신이 유리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나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미국인들은 전투에서 어떻게 싸웁니까? 잘 싸웁디까?


펑더화이: 미군은 사기가 낮은게 약점입니다.


스탈린: 미국내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하니 그럴겁니다. 미군이 어떻게 싸우는지 알고 싶군요. 정신력입니까? 전술입니까? 아니면 물량입니까?


펑더화이: 1952년 1월 부터 2월 사이에 미군은 200번 이상의 공세를 취했지만 고작 1%만 승리했습니다. 반면 우리는 겨우 30번의 공세를 취해서 80~90%의 승률을 보였습니다.


스탈린: 구체적으로 어떻게 승리한겁니까?


펑더화이: 아군은 적의 1개 소대나 1개 중대 정도를 섬멸하는걸 목표로 했습니다.


스탈린: 김일성 동지도 동의하시오?


김일성: 물론입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스탈린: 미군의 방어진지는 강력합니까?


펑더화이: 최근 적은 방어진지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마찬가지로 방어진지를 강화했습니다. 미군의 야전 축성은 우리보다 취약하지만 건설자재는 훨씬 좋습니다.


스탈린: 적의 방어선은 어느 정도 요새화 되어 있습니까?


펑더화이: 방어선이 3중으로 되어 있습니다.


스탈린: 아군은 어떻소?


펑더화이: 제2선까지만 요새화 되어 있습니다. 제3선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스탈린: 지뢰지대를 구축했습니까?


펑더화이: 지뢰와 철조망이 부족합니다. 적의 물자를 노획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탈린: 우리는 대조국전쟁 당시 지뢰를 대량으로 사용했습니다. 아군은 지뢰지대를 표시한 특수한 지도를 이용했습니다. 지뢰를 사용하지 않고 전쟁을 할 수는 없습니다.


펑더화이: 아군 진지와 적군 진지는 매우 가깝게 붙어있습니다. 보통 300~500미터 정도입니다.


스탈린: 지나치게 전방으로 진출했군요.


펑더화이: 지난 4월 이래 아군이 꾸준히 진격했기 때문입니다.


스탈린: 각 방어선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됩니까?


펑더화이: 지형에 따라 다르지만 가깝게 붙어있습니다. 일부 지역은 각 방어선간의 거리가 좁습니다. 하지만 어떤 지역은 방어선간의 거리가 20km 정도 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강화 콘크리트로 방어진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스탈린: 참호선도 구축하고 있습니까?


펑더화이: 그렇습니다.


말렌코프: 그럼 아군 포로가 적군 보다 더 많은 이유는 뭡니까?


펑더화이: 전반적으로 보면 우리가 더 많은 포로를 잡았습니다.


스탈린: 중국군과 조선인민군 포로가 몇명입니까?


펑더화이: 우리쪽 추산으로는 중국군 포로가 12,000명 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군 포로를 20,000명 잡았다고 주장합니다. 조선인민군 포로가 많은 이유는 1951년 10월 이전에 많은 수가 생포됐기 때문입니다. 미군은 공세 중 조선인민군의 예비 여단에서 많은 포로를 잡았습니다. 중국 인민지원군이 참전한 뒤 총 12,000명의 적을 생포했습니다. 이중 8,000명이 미군입니다. 이승만 군대로 부터 잡은 포로는 40,000명 입니다. 하지만 생활 환경이 열악해서 외국인 포로 중 많은 수가 사망했습니다.


김일성: 우리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포로 12,000명 중 4,416명이 미국 이외의 국가 출신입니다. 미군 포로 중 300명이 조종사이고 그 중 30명이 장교입니다. 남조선 군대의 포로 중 27,000명은 조선인민군에 편입시켰습니다. 인민군에 편입시킨 포로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말렌코프: 중국의용군을 교대로 순환 투입하고 있습니까?


펑더화이: 그렇습니다.


말렌코프: 그렇다면 중국의용군 사단들은 훈련할 시간이 있다는 뜻이군요?


펑더화이: 그렇습니다. 1953년 8월까지 현재 조선에 있는 의용군 사단을 모두 교대할 예정입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모든 지휘관들을 교대로 조선 전선에 참전할 수 있도록 할 것 입니다.


스탈린: 카츄사 로켓포도 가지고 있습니까?


펑더화이: 전선에 1개 사단을 배치했고 다른 사단은 후방에 배치했습니다.


스탈린: 후방에 빨치산도 활동하고 있습니까?


김일성: 그렇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지만 활동하고 있습니다.


스탈린: 포로 중에 일본군도 있습니까?


펑더화이: 일본계 미국인 뿐입니다.


말렌코프: 미군이 북조선을 폭격할때 격추한 비행기가 많지 않은건 어떻게 설명할겁니까?


펑더화이: 우리가 평가하기로는 격추한 적기가 많습니다. 전쟁이 시작된 이래 미국 비행기 5,800대를 격추했습니다.


스탈린: 중국 조종사들을 어떻게 제트 전투기에 적응시킬 겁니까?


펑더화이: 중국 조종사들은 소련 조종사들이 지휘해야만 전투에 참가합니다.


스탈린: 왜  그럽니까? 뭘 두려워 합니까?


펑더화이: 우리 조종사들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다만 편대를 짜서 비행하지를 못합니다.


스탈린: 조종 훈련을 더 시켜야 겠군요. 일단 비행을 해야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소련 조종사들도 출격을 기피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행을 시작하면서 점차 조종하는 법을 배워나갔습니다. 지금 우리는 조종사를 평가할때 비행시간을 따집니다. 조종시간이 많으면 기장을 줍니다. 비행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실전을 해야 진짜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중국 조종사들도 출격하는걸 겁내면 안됩니다. 대신 조종하는 것을 집에 있는 것 처럼 편하게 여겨야 합니다. 야간 비행도 교육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공군을 육성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포상과 훈장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중국군은 훈장이나 기장이 있습니까?


펑더화이: 아직 없습니다. 내년 쯤 도입하려고 생각합니다.


스탈린: 그러면 안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중국군은 무정부주의자들 처럼 훈장과 기장을 무시하는 것 같습니다. 장성 계급도 없다지요? 훈장과 기장, 계급이 공산주의의 원칙에 반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계급 체계, 휘장, 포상 체계는 군대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게 없으면 진짜 군대가 아닙니다. 소련의 빨치산이 그런 식으로 운영됐지요. 우리 빨치산은 내전에 승리하고 미제국주의 군대를 몰아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군 계급도 없고 휘장이나 훈장도 없었습니다. 이건 잘못된 관행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세요. 장교단을 세심하게 육성해야 합니다. 장교들에게 봉급을 주는 등의 관리를 해야 합니다. 핵심은 장교단을 유지하고 관리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환경을 조성해 군사전문가로 키우는 것 입니다.

2016년 9월 29일 목요일

한국전쟁 시기 공산군의 F-86 운용?


정보문서들을 읽다 보면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이런 이야기 중에는 나중에 사실로 드러난 것도 많고, 단순한 착오나 역정보로 드러나는 경우도 많지요. 아래에서 인용하는 미공군 정보보고의 진위는 제가 아직 확인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꽤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생각되어 소개를 해 봅니다.


적군이 F-86 기종을 운용할 가능성

(1952년) 9월 26일 15시 30분경 정주(定州) 남서쪽 5마일 지점 상공 22,000피트에서 두 대의 F-86이 적대적인 F-86 한대로 부터 사격을 받았다. 피해는 없었다. 
이 두대의 F-86은 같은 날 15시 35분경 순천(順川) 서쪽 5마일 지점 상공 28,000피트에서 다시 적대적인 F-86 한대로 부터 공격을 받았다. 아군을 공격한 항공기에는 뚜렷한 표식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조직에 속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아군의 F-86한대가 오른쪽 주익에 경미한 손상을 입었다. 두 차례의 공격 모두 같은 F-86이 한 것으로 추정된다. 

9월 29일 13시 45분경 신의주 동쪽 30마일 지점에서 본대와 떨어져 비행 중이던 한 대의 F-86은 후방에서 접근 중이던 두 대의 F-86과 합류하려다가 선두에 있던 F-86이 기종을 알 수 없는 항공기에 사격을 가하는 것을 목격했다. 같은 시각 아군의 F-86한대는 두 대의 F-86으로 부터 공격받고 있다는 보고를 했다. 아군의 손실은 없었다. 

극동공군사령부 정보참모부는 과거에도 적대적인 F-86으로 부터 공격받았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초의 보고는 1952년 2월 3일에 있었다. 

공군본부 정보참모부의 평가: 9월 18일에 전투 지역에 있던 한대의 T-6과, 같은 지역에 있던 네 대의 F-80은 공격을 가하지 않는 한 대의 F-84와 조우했다. 직후 검증을 거친 결과 그 시각 해당 장소에는 아군의 F-84가 없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같은날 아군의 F-86 한대가 구성(龜城) 상공에서 두 대의 F-80을 목격했다. 직후 제5공군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그 시각 해당 장소에는 아군의 F-80이 없었다. 그러므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 입증하거나 이 정보가 잘못됐다는 점을 밝힐 수 없는 이상, 공산군 측이 소수의 F-80, F-84, F-86을 재생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난 2년간의 전쟁으로 적군의 점령지역에 많은 수의 해당 기종이 추락했기 때문에, 아군의 기종을 재생하는데 충분한 부품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Directorate of Intelligence USAF, Daily Korean Resume”(1952. 10. 1), Record Group 341: Records of Headquarters U.S. Air Force (Air Staff), 1934 - 2004, Records of the Office of the Director of Intelligence, Office of the Deputy Chief of Staff, Operations 1942~56. p.2,


2013년 9월 26일 목요일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 박물관 - 6 : Steven F. Udvar-Hazy Center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 박물관 - 1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 박물관 - 2
Me 262에 대한 미군 시험조종사들의 평가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 박물관 - 3 : Steven F. Udvar-Hazy Center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 박물관 - 4 : Steven F. Udvar-Hazy Center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 박물관 사진을 마저 올립니다. 엉덩이에서 불을 뿜는 변태 비행기들은 제 취향이 아니라서(!) 간단하게 넘어가겠습니다. 여긴 빨리 정리하고 전함 사진이나 올려야죠.


일단 이 박물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건 한덩치 하는 SR-71입니다.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제트파이어로 나온 덕분에 비행기 옆에서 트랜스포머의 해당 장면을 반복해서 틀어주더군요.

제트파이어 영감! 아니 SR-71 입니다.

제트기는 취향이 아니지만 폭탄을 주렁 주렁 매단 F-105는 제트기 치곤 마음에 들었습니다. 286시절 즐겨하던 게임 선더치프의 영향인지도 모르겠군요.

F-105

역시 베트남 전쟁 아이템(!)인 UH-34도 그럭 저럭 반갑습니다. 풀메탈자켓에서 이 헬리콥터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는데 정말 못생겼습니다.

베트남 전쟁 초기에 사용된 UH-34입니다.

그리고 요즘 말 많은 그녀석. X-35B입니다. 이 녀석의 독특한 엔진도 함께 전시해 놓았습니다.

X-35B
A-6

F-4 팬텀. 여기 전시된 녀석은 S형 입니다.

크루세이더는 에어리어 88의 한장면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정찰형인 RF-8이더군요. 쩝.

하필이면 정찰기라니!

F-14는 어릴때 꽤 좋아했던 비행기인데 나이를 먹고 엉덩이에서 불을 뿜는 물건들에 대한 관심이 식어서 그런지 그저 그랬습니다.

F-14

박물관에 민간 항공기도 많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이 박물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전시물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2012년 9월 4일 화요일

항공모함의 효용에 대한 최근 미국의 논의

얼마전 포린 폴리시 인터넷판에 올라온 로버트 해딕Robert Haddick의 글, “Shipping Out : Are aircraft carriers becoming obsolete?”을 읽고나서 몇가지 잡생각을 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감축에 따라 국방비도 크게 감축되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많은 예산을 잡아먹는 항공모함의 효용성에 대한 논의가 있는 모양입니다. 막대한 유지비가 소요되는데다가 고속의 장거리 대함미사일의 발전 때문에 갈수록 작전에 제약을 받게될테니 “값싼” 다른 대안을 찾아봐야 하는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것 입니다. 특히 최대의 가상적인 중국은 접근거부전략을 취하면서 대함미사일을 중시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는데 이 경우 항공모함 항공단의 주 용도인 지상타격은 꽤 곤란해 질 수 있습니다. 항공모함이 항공기들의 작전범위 내에서 미사일 때문에 활동의 제약을 받게된다면 그야말로 돈낭비가 되겠지요. 특히 항공모함은 미국의 강력함을 상징하는 정치적 자산이기도 한데 싸구려 미사일 몇발 때문에 써먹을 수 없다면 미국의 정치적 위신이 실추될 수도 있습니다.(이건 꽤 심각한 타격이 되겠지요.)

재미있게도 이런 상황에서 항공모함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미국 공군의 B-1이나 B-52 같은 장거리폭격기들이 매력적인 대안으로 비춰지는 모양입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드러난 것 처럼 긴 항속거리와 많은 탑재량을 가진 장거리폭격기는 새로운 전장 환경에 잘 맞는 유용한 무기였습니다. 신속대응이 가능하면서도 항공모함에 비하면 ‘저렴한’ 무기체계라는 점에서 예산에 신경을 쓰는 정치인들의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 입니다.

이 상황은 마치 트루먼 행정부에서 ‘제독의 반란’이 일어날 당시의 상황과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트루먼 행정부도 국방예산 삭감을 추진하면서 비용이 많이드는 항공모함 중심의 해군 보다는 B-36으로 대표되는 장거리폭격기와 핵무기를 중심으로 한 국방정책을 취하려 했지요. 똑같은 상황은 아닙니다만 예산감축이 필요한 상황에서 장거리폭격기가 항공모함의 대안으로 비춰지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2012년 5월 1일 화요일

[번역글] 미국방부를 갉아먹은 비행기(The Jet That Ate the Pentagon)

F-35 계획은 이미 오래전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소비하며 수렁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이제 F-35 계획을 취소하자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6일 포린 폴리시 인터넷판에 실린 휠러Winslow Wheeler의글, 미국방부를 갉아먹은 비행기(The Jet That Ate the Pentagon) 또한 이 계획의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 중 하나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계획에 반대하는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지난 1월에 번역했던 “어째서 파네타의 국방부가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가?”와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윈슬로 휠러

미국은 차세대, 즉 5세대의 공대공, 공대지 전투항공기에 대한 옹호의 목소리에 떠밀려 F-35 통합타격전투기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F-35는 레이더에 거의 포착되지 않으며 어떠한 미래의 전장도 장악할 수 있다고 선전되면서 미공군과 해군, 해병대와 9개국에 달하는 해외 동맹국이 보유한 대부분의 전투용항공기를 대체하여 향후 55년간 일선에 머무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비용이 소요된 이 계획이 재난에 빠졌다는 것은 지금 모두가 알고 있다.

4월에 미국방부는 F-35의 도입비용에 2억8900만 달러를 더 추가했는데 이것은 계속된 비용 증가 중 가장 최근의 것이다. 그리고 이 계획은 미국방부의 국방조달계획 중 38%라는 어처구니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게다가 그 비용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F-35 계획의 문제점은 각 정당의 지도급 인사들이 미국방부에 지출 삭감을 요청하기 위해서 요청한 것에서 잘 드러나는데, 하원의 프랭크Barney Frank(민주당, 메사추세츠) 의원, 상원의 코번Tom Coburn(공화당, 오클라호마) 의원, 오바마 대통령의 재정 책임과 개혁에 관한 국가위원회National Commission on Fiscal Responsibility and Reform, 그리고 상원의 도미니치Pete Domenici(공화당, 뉴멕시코) 의원과 의회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 및 대통령실 행정관리예산국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의 국장을 지낸 리블린Alice Rivlin 등의 예산전문가들이 그러하다.

이것은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 미국방부의 모든 계획에서 가장 기본적인 3대 요소인 비용, 일정, 그리고 성능의 측면에서 F-35 계획은 근본적인 문제를 보이고 있으며 계속해서 심각해지고 있다. 가장 먼저 정치인들이 계속해서 엄격한 국방비용지출을 이야기 하는 상황에서 특히 중요한 요소인 비용문제를 살펴보면 F-35는 말그대로 용납될 수가 없다. 원래 이 비행기는 비용절감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었으나 지난 10년간 심각한 비용 상승으로 계획이 몸살을 앓아왔다. 지난해 미국방부의 수뇌부는 의회에서 획득비용이 또다시 16%나느 상승해서 2,457대를 획득하는데 3283억달러에서 3794억 달러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걱정을 마시라, 국방부에서는 비용증가를 억제하겠노라고 공언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올해 2월 조달비용은 또다시 4%가 증가해 3957억 달러가 되었고 4월에도 또다시 뛰어올랐다. 비용증가가 여기서 멈출것이라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 연방회계국의 보고에 따르면 시험계획은 이제 겨우 20% 완료되었을 뿐이며 더 심각한 시험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정리해보면 이 계획의 비용은 2001년 처음 예상했던 2265억달러에서 75%나 증가했는데 원래의 계획은 2,866대를 도입하는 것 이었다.

초기 시험이 완료되면 2019년 이전까지 수백대의 F-35가 생산될 것이다. 그 이후에 발견될 피치 못할 결함을 수정하기 위한 추가 비용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시험에 사용된 비용 5억3400만 달러보다 많을 것은 확실하다. 총 대당계획비용은 현재 F-35 한대에 1억6100만달러에 달하는데 이것도 단지 일시적인 잠정에 불과하다. 새로운 예산 제한이 국방부에 타격을 끼치게 될 2013년 초까지 예상되는 또다른 비용상승을 감안하면 F-35는 더 큰 타격을 받게 되어 도입 대수가 줄어들게 될 것이며 이렇게 되면 대당 비용도 더 늘어날 것이다.

비용에 대해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도록 하자. F-35의 비용은 위에서 언급한 3957억 달러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이것은 순수하게 현재 기준에서 도입비용만을 예측한 것이지 F-35의 전체 운용에 소요될 비용은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예상치로는 운영과 지원에 1조1천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며 도입비용을 합하면 총 1조5천억 달러에 달할 것이다. 이것은 스페인의 연간 GDP보다도 더 많은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예측조차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이다. F-35는 F-16을 운영하는 것 보다 단지 42% 정도만 더 비쌀것이라고 예상되고 있지만 F-35는 훨씬 복잡한 기종이다. F-35를 제외한 다른 “제5세대” 항공기로서 역시 같은 회사가 제작한 F-22는 몇몇 측면에서는 F-35 보다 덜 복잡하지만 2010년 기준으로 시간당 운영비용이 F-16의 세배에 달했다. 아주 보수적으로 추산하더라도 F-35의 운영 및 지원비용은 F-16의 두배는 될 것이다.

F-35의 가격은 이미 감당할 수 없을 수준이 되었지만 오직 한 방향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바로 위로! F-35는 비싸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일정까지 초과했다. 최초의 계획에서는 F-35의 초도물량이 2010년까지는 전력화 되도록 되어있었다. 그 다음에는 첫 배치를 2012년으로 늦췄다. 가장 최근 군에서는 배치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청문회에서 비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새로운 목표는 2019년이다. 거의 10년이나 늦춰진 것이다.

F-35의 성능이 압도적이라면 비용 초과와 시간지연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도 않다. 설사 F-35가 초기에 제시된 성능을 달성한다 하더라도 엄청나게 실망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그 성능 조차 내지 못 할 것이다. F-35가 그저그런 성능을 낼것이라는 점은 왜 이것을 용납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한동안 획득할 수 없을 것인지를 말해준다.

필자는 F-16, A-10과 같은 매우 성공적인 항공기의 개발을 담당했던 이들을 포함한 항공기 전문가들과 국방부에서 수십년간 조달분야의 경험을 쌓고 F-35 계획의 초기 단계를 직접 지켜보았던 조달분야의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눈 결과 F-35의 문제는 근본적인 단계(very DNA)부터 예정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F-35의 기원은 1980년대 말, 약삭빠른 혁신으로 과도한 명성을 얻었던 국방부 산하기관인 방위고등연구기획국DARPA,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에 서 비롯되었다. 이 계획은 STOVL , 즉 초단거리이륙 및 수직착륙 능력을 갖추고 초음속으로 비행할 수 있는 항공기에 대한 제안에서 발전한 것이다. 이 기종에 대한 요구사항으로는 짧고 뭉툭하며 단발 엔진을 가진 기체와 날렵하며 긴, 그리고 일반적으로 쌍발엔진이 가진 강력한 추력을 가진 기체가 동시에 제기되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기 미국방부는 이미 절충적인 설계 개념에다가 이 기종이 제공전투기는 물론 폭격도 할 수 있는 다목적 항공기가 되어야 한다는 요구사항을 추가해서 어려움에 봉착하게 만들었다. 이 요구사항은 융통성과 경량화, 그리고 더 많은 탑재량 사이의 절충점을 더 맞추기 어렵게 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기의 관료들은 ‘스텔스’ 기능을 추가해서 공기역학적인 요구사항과 유지에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레이더 반사를 낮추는 표면 코팅이 더해졌다. 또한 탑재하는 미사일과 폭탄의 레이더 탐지를 피하기 위해서 기본 중량과 항력을 늘리는 두개의 무장창을 추가했다. 최종적으로 국방부는 각군이 공동으로 운용하도록 하여 공군, 해병대, 그리고 해군의 크게 다른, 게다가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 더 많은 절충을 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역시 클린턴 행정부 시기에 이 계획을 옹호하는 집단은 매우 “병행적인” 도입 전략을 고안했다. 이것은 시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수백대의 F-35를 생산하고, 재정 및 정치적인 뒷받침을 받도록 하는 것 이었다.

이 기괴하기 짝이없는 가망없는 계획은 이미 수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게다가 시험비행의 80%가 아직 남아있다. 날아다니는 피아노와 같은, F-35는 공대공 모드에서는 F-16의 민첩성을 따라가지 못하며 지상공격 모드에서는 F-15E의 작전범위와 장착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심지어 교전중인 지상부대에 대한 저고도 근접항공지원 임무에서는 A-10과도 비교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 더 끔찍한 것은 F-35는 복잡해서 정비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즉시 사용하기에 제약이 많다보니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혹은 임무만큼 중요한 조종사의 훈련을 위해 빈번하게 출동할 수 없을 것이란 점이다. F-35와 가장 비슷한 항공기인 F-22의 경우 완전히 운용가능한 상태에서 한달에 겨우 평균 15시간을 비행할 수 있을 뿐이다.(F-22는 2011년에 거의 5개월간 비행을 못했기 때문에 비행시간은 훨씬 줄었다.)

이러한 평범한 성능은 F-35가 가진 “5세대”의 특징으로 가장 두드러진 “스텔스” 기능으로도 상쇄할 수가 없다. 흔히 “스텔스”는 레이더에 전혀 포착되지 않는다고 여기지만 이것은 특정 각도에서 몇몇 레이더의 탐지 거리를 제한하는 것에 불과하다. 달리말하면 일부 구식 기종을 포함한 몇몇 레이더는 “스텔스”특성을 가진 항공기를 꽤 먼거리에서 탐지해낼 수 있으며 심지어 민감한 레이더는 F-35를 특정 각도에서 포착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점을 확실하게 보여준 사례는 1999년 코소보 전쟁에서 일어났는데 이 당시 1960년대의 구식 소련 레이더와 미사일이 “스텔스기”인 F-117을 한 대 격추했으며 또 다른 한대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결론은 이렇다. F- 35는 옹호하는 집단에서 주장하는 것 처럼 엄청나지 않다. F-35의 성능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며 몇몇 측면에서는 오히려 퇴보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문제점은 설계와 합쳐저서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고칠수도 없는 수준이 되었다.

파네타 국방부장관과 미국의 각 군, 그리고 의화가 사실을 똑바로 봐야 할 때가 왔다. F-35의 성능은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그저 그런 수준이며 이 계획은 하드웨어의 변경이나 예산 통제 같은 것을 결합한다고 하더라도 바로잡을 수가 없다. F-35에 대해 취해야 할 단 한가지 조치는 바로 이것이다. 때려치우는 것이다(Junk it). 미국의 공군과 해군, 해병대 항공대는 훨씬 나은 비행기를 가질 자격이 있으며 납세자들은 훨씬 더 싼 비행기를 가질 자격이 있다. 쓰레기통이 앞에 있다.

F-35 계획은 어떻게 될까요? 매몰비용 때문에 어쩔수 없이 계속 가게 될지, 아니면 미군 역사상 가장 처참하게 실패한 조달사례로서 역사에 남을지 궁금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