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로 에바 破 10회차 관람을 마쳤습니다. 이제 급한불은 거의 다 끄고 약간 여유가 생겼으니 내일 모레는 중앙시네마에서 느긋하게 서와 파를 동시 관람할 계획입니다.
이번 破에서 제가 가장 집중해서 본 부분은 초호기가 제10사도(TV판의 제르엘)를 격파하는 장면이었습니다. TV판과 유사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부분이 많아 흥미롭더군요. 물론 빔을 발사하며 제르엘을 쪼개버리는(!!!) 초호기의 박력넘치는 전투장면도 큰 화면으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몇번을 반복해서 봐도 근사했습니다.
제가 제르엘과의 전투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제가 처음으로 본 에반게리온이 바로 19회의 대 제르엘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에반게리온에 빠진 친구가 재미있다면서 한번 보길권하며 보여준게 19회였고 저는 처음 본 순간 충격(!!!)에 빠졌습니다. 제르엘을 쓰러트린 초호기가 안광을 번득이고 기괴한 소리를 지르면서 네 발로 돌진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제르엘을 말 그대로 산채로 뜯어먹는 장면은 어떠한 공포영화의 장면보다도 소름끼쳤고 여기서 받은 강렬한 인상은 한동안 머리에서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처음 봤을 때는 너무나 암울하고 비장한 분위기 때문에 한 다음화 정도에 끝나는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레이는 우울한 혼잣말을 되뇌며 자폭을 하고 아스카는 절박한 상태에서 필사적으로 싸우지만 제르엘에게 일방적으로 패배를 당하게 되죠. 게다가 본부가 박살났으니 처음 보는 입장에서는 마지막화가 아닌가 착각하게 만들수 밖에 없었습니다. 보고 나서야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만.
그래서 에반게리온을 즐겨보게 만든 계기가 바로 제19화였던 셈 입니다.
그리고 거의 15년이 다 되어 훨씬 세련된 기술로 다시 만들어진 제르엘과의 전투를 커다란 화면으로 보게 되니 묘한 감정이 듭니다. 초호기와 제르엘의 전투는 분명 더 박진감 넘치고 호쾌하게 변화했지만 처음 봤을때 만큼의 강렬한 충격은 주지 못했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아쉽다고 해야 겠군요.
하지만 제르엘이 발령소의 메인스크린을 부수며 난입했을 때 미사토의 얼굴 표정만큼은 신극장판의 압승입니다. 아무래도 작화의 우월함이란;;; 말 그대로 사도의 침입을 허용한 데 대한 분노+마지막 방어선이 돌파당했다는 절망+이제 죽게생겼다(!)는 공포 등이 모두 나타나는 오묘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끄는 구석이 있는 표정이지요. DVD가 나오면 그 장면을 캡쳐해 바탕화면으로 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