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흥미롭게 읽었던 책의 후속작이 나온다면 항상 기대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작이 좋았다고 후속작도 좋으란 법은 없지요. Robert Forczyk의 Tank Warfare on the Eastern Front 1943-1945: Red Steamroller (Pen and Sword, 2016)는 딱 그런 경우입니다. 전작인 Tank Warfare on the Eastern Front 1941-1942: Schwerpunkt (Pen and Sword, 2014)가 매우 재미있어서 기대를 했으나 아마존 서평 부터 심상치 않더니 정말 실망스럽군요.
이 책의 단점은 이렇습니다.
1. 서술의 불균형.
- 제목은 Tank Warfare on the Eastern Front 1943~1945라고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1943년'에 대부분의 서술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제가 읽은 E-Book 기준으로 1943년도의 작전을 다루는 부분은 14쪽 부터 199쪽까지 인데, 1944년 1월 부터 8월까지의 작전을 서술하는데는 216~252쪽, 1944년 9월 부터 1945년 5월까지의 작전은 252~255쪽만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전쟁 말기의 작전을 불과 4쪽만 가지고 대충 서술하고 넘어가는데서는 거의 황당함을 느낄 지경입니다. 물론 저자가 1943년 이후의 작전은 중요성이 덜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으나 그럴 거라면 애시당초 책을 1943년의 기갑작전에 집중해서 썼어야 한다고 봅니다.
2. 매우 제한적인 1차사료 활용
- 이 책의 주석만으로 판단하면 1차사료 활용이 전작에 비해 격감했습니다. 대부분의 주석이 2차사료를 출처로 하고 있습니다. 전작의 경우도 1차사료 활용이 미국에 소장중인 독일 노획문서에 한정된다는 한계가 있긴 했습니다만 이 책은 독일 노획문서 조차도 그리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아 보입니다.
사료 활용면에서 이렇다 할 장점이 없으니 책의 내용도 매우 평이하고 결론도 평이합니다. '독일이 연료 소모가 큰 중전차 생산에 집중한 것은 패착이다' '무장친위대와 공군이 많은 자원을 소모해 육군 기갑전력의 증강을 방해했다' '히틀러가 조장한 비효율적 관료제가 독일 군수산업에 악영향을 끼쳤다'와 같은 주장은 합리적이지만 기존의 연구자들도 충분히 지적해 온 문제입니다. 기존의 주장만을 답습하는데 그친다면 이 책의 의의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 지 회의적이군요.
다만 1943년과 1944년 초의 기갑작전이 잘 정리된 점은 충분한 장점입니다. 저는 뭔가 좀 새로운 내용이 없을까 기대해서 실망했지만, 개설서라는 측면에서는 무난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작에 비해서는 확실히 실망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