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11일 화요일
주취폭력-3
주취폭력
주취폭력-2
"마을에는 흥남서 철수해온 미병(美兵)들이 들어서 여러가지 불안한 공기를 자아내고 있다. 부흥동과 치일동에서 부녀를 강간한 사건이 생겼고 아랫마을에는 여자를 내어주지 않는다 해서 무고한 백성을 쏘아 죽인 사건이 생겼다. 젊은 여자들은 모두 산중으로 피란가고 있다.
낮에 희준의 집에 미군이 왔다는 급보가 있어서 나가보았더니 술취한 병정 둘이 바케츠에 막걸리를 하나 가득 담아가지고 와선 혼자 있는 종수(從嫂)씨에게 먹으라고 자꾸 권하고, 내가 가니 내 앞으로 술 바케츠를 들이밀고 먹으라기에 좀 먹는 시늉을 해보이고 차워서 많이는 먹지 못하겠다는 거며, 이 집은 여염집이니 나가달라는 말을 했너니 "이놈, 너는 인민군이 아니냐, 이런 놈은 죽여버려야 되겠다"하고 총을 내 가슴패기에 들이대어서 절그럭거리고 탄환을 잰다. 그의 혀 꼬부라진 취한 목소리에 탄환을 재는 소리가 겹쳐져서 가슴이 섬찟하였으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국립대학의 교수다" 했더니 다른 한놈이 그 총을 빼앗아 들고 함께 나가버린다.
이런 외군(外軍)이라도 제발 오래오래 계셔주시옵서서 하고 비대발괄해야할 대한민국의 처지다.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없도록 인민공화국이 만들어버린 것이다. 아아, 어디에 가면 진정한 우리의 조국이 있을 것인가.
서울대학교 김성칠 교수의 1950년 12월 28일 일기
김성칠 지음/정병준 해제, 『역사 앞에서: 한 사학자의 6ㆍ25일기』 (개정판, 창비, 2009), 321~3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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