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중순 RUSI 홈페이지에 올라온 잭 와틀링(Jack Watling)과 닉 레이놀즈(Nick Reynolds)의 칼럼을 번역해 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역량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으니 "이거다!" 싶은 설이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만 와틀링과 레이놀즈의 분석은 진지하게 읽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이 글의 결론도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원조를 해 주어야 한다는 '매우 뻔한' 이야기 입니다. 모두가 잘 아는 이야기이지만 실행하기는 어려운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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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2024년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추구할 목표, 그리고 러시아의 역량
우크라이나를 지배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막아내려면 기본적으로 러시아가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러시아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역량이 얼마나 되는지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 전쟁이 진행 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승리 공식에 관해 여러가지 설이 나왔었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 수뇌부는 승리를 어떻게 해서 달성할 것인지 명확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은) 러시아의 의도와 역량을 설명하려고 하며, 러시아가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서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들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킨다는 전략적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이제 러시아는 승리를 향해 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최근 러시아 협상단이 제시한 항복 조건을 보면 우크라이나는 지금 러시아군이 점령한 영토를 할양하고 여기에 더해 하르키우, 또는 오데사까지 할양하라는 내용이 있다. 또 나토에 가입해서는 안되며, 우크라이나 정부 수반은 러시아가 동의한 인물을 앉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가 양보했다는 내용은 고작 우크라이나의 남은 지역이 유럽연합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 뿐이다.
러시아가 이런 결과를 달성하려는 과정은 세 단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첫 번째 단계는 우크라이나의 전 전선에 걸쳐 압박을 계속해 우크라이나군의 탄약과 예비 병력을 고갈시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러시아의 정보 기관들은 우크라이나의 협력국들이 군사 원조를 지속하려는 의지를 꺾는 임무를 수행한다. 군사원조가 심각하게 줄어들어서 우크라이나의 탄약 재고가 고갈된다면, 러시아는 전장에서 큰 성과를 얻기 위해 대규모 공세 작전을 (설사 느리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개시할 의도이다. 공세 작전에서 성과를 거두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가 내건 항복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다. 러시아군의 병력 보충과 산업 역량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간 계획은 2026년까지 승리를 달성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성공을 거둘 경우 러시아의 목표가 확대되고,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및 나토와 체결한 모든 중요한 합의사항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러시아가 협상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해도 그 다음에 우크라이나의 나머지 영토를 물리적으로 점령하거나 과감하게 또 다른 지역에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러시아의 군사적 역량
2023년 초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군은 조직력이 심각하게 와해되어 있었고 규모는 360,000명 가량이었다. 2023년 6월 우크라이나군이 공세를 개시했을때 러시아군은 410,000명 가량으로 증강됐고 조직력도 훨씬 강화됐다. 2023년 여름 기간 중 러시아군은 국경 지대와 점령 지역에 여러개의 훈련 연대를 창설했다. 그리고 바그너 그룹이 반란을 일으킨 뒤에는 군을 통일화 하려 하면서 용병에 의존하던 경향에서 탈피했다. 2024년 초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 배치된 러시아군 작전집단의 규모는 470,000명 규모이다.
러시아군은 대대급 이상의 제대를 전통적인 소련식 편제로 되돌려 연대, 사단, 제병협동군 순으로 재편했다. 하지만 연대급 이하는 크게 다르다. 대대는 전선대대(Line Battalions)와 돌격대대(Storm Battalions)로 구성되어 소규모로 분산해서 싸우는 중대 집단으로 작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경향은 전장의 환경에 적응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규모 부대를 조율할 수 있는 훈련된 장교가 부족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현재 러시아군 초급장교의 상당수는 사병에서 진급해 축약된 간부 훈련 과정을 이수하고 임관하고 있다. 심한 경우에는 2개월간의 교육만 받고 임관한다.
러시아군은 꾸준히 많은 손실을 입고 있지만 병력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군은 작전을 대규모로 전개하면서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는 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 러시아군 부대는 편제의 30% 수준의 손실을 입으면 전투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아 최전선에서 빠져 재편성에 들어간다. 러시아군은 현재 대규모 공세를 하는 대신 영토를 점령하고 고수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군에게 작은 피해를 꾸준히 입히는 소규모 공격을 가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런 방법으로 여러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아직 목표로 한 150만명의 병력을 확보하지는 못 했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군 모병관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싸울 계약병의 85%를 모집했다. 그래서 러시아 정부는 2025년 까지도 현재 수준의 소모를 감당할 수 있다고 믿는다.
러시아군의 전투 장비를 보면 약 4,780문의 야포(이중 20%가 자주포), 1,130문의 다연장로켓포, 2,060대의 전차, 그리고 7,080대의 기타 장갑차량(주로 MT-LB, BMP, BTR)이 있다. 약 290대의 헬리콥터(이 중 110대가 공격헬리콥터)와 310대의 제트기가 이를 지원한다. 이런 무기체계들은 탄약이 부족해서 운용에 제약을 받고 있다. 특히 220mm 다연장로켓체계와 들쑥날쑥한 152mm 탄약 보급이 큰 문제다. 고속 제트기와 같은 일부 무기체계는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숙련된 조종사가 많지 않아서 제약이 있다. 러시아 공군의 조종사 손실은 Il-20과 A-50U의 장비 운용요원까지 포함하면 159명인데, 러시아 항공우주군 비행부대의 들쑥날쑥한 비행시간을 고려하면 심각한 역량 손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항공우주군은 꾸준히 상당한 규모의 소티를 하면서 항공기 탑재 무기를 발사하고 있다. 종합하자면, 우크라이나군이 꾸준히 상당한 수준의 소모를 강요하는한 러시아군의 질적 수준은 향상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러시아군은 2024년 내내 지속적으로 공격 템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산업 역량
현재 진행중인 작전을 지원할 러시아의 산업 역량을 보자. 러시아는 방위 산업을 상당한 수준으로 동원했다. 기존에 있던 시설의 작업 교대를 늘리고 생산 라인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가동을 중단했던 시설도 다시 가동을 시켰다. 이렇게 해서 생산량이 크게 늘어났다. 예를들면, 러시아는 연간 1,5000대의 전차와 3,000여대의 다양한 기갑차량을 군대에 공급했다. 미사일 생산도 유사하게 늘어났다. 2023년 초 러시아는 9M723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한달에 6발 생산했고 재고량은 50발 수준이었다. 2024년 초가 되자 러시아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매달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 사용량은 2023년 여름 이래 꾸준히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9M723 탄도미사일과 9M727 순항미사일을 합치면 재고량도 200발로 늘어났다. Kh-101과 같은 핵심적인 미사일의 재고량도 유사하게 늘어난 것이 관측되었다.
이런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산업 생산력은 지속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심각한 한계에 봉착했다. 예를들어 전차와 기갑차량은 80%가 신규상산이 아니라 기존 재고를 재생해 현대화한 것이다. 현재 비축되어 있는 장비의 숫자를 고려하면 러시아는 2024년 동안에는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2025년이 되면 상태가 더 좋지 않은 장비까지 재생해야 할 것이며 2026년 즈음이 되면 비축된 장비를 거의 소모할 것이다. 재생 차량이 줄어들면서 신규 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여유 설비는 생기겠지만 러시아군에 공급할 수 있는 장비의 숫자는 심각하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미사일과 같은 러시아군의 복잡한 무기체계는 또 다른 약점이 있다. 이런 무기들은 서방에서 생산한 부품에 의존한다. 러시아는 일관성이 없고 느슨한 서방의 제재를 파고들어 필수적인 부품들을 지속적으로 획득할 수 있었지만 러시아 군수 산업을 겨냥한 일관성 있는 제재는 공급망을 무너트릴 수 있다. 현재의 결함 투성이 제재만으로도 러시아 군수 산업이 치르는 부품 비용은 30%나 증가했다. 그리고 러시아 군수산업은 대체할 부품을 획득하기 위해 투자를 했음에도 부품 공급을 늘리지 못하고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데 급급하다.
하지만 러시아의 가장 심각한 한계는 탄약 생산인 듯 하다. 러시아 국방부는 2025년에 더 많은 영토를 점령하려는 열망을 현실화 하기 위해 2024년에 400만발의 152mm 포탄과 160만발의 122mm 포탄을 러시아에서 생산하거나 다른 곳에서 획득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군수산업계는 2023년에 100만발이었던 152mm 포탄 생산량을 2024년에는 130만발 까지 늘릴 수 있으나 122mm 포탄 생산량은 800,000발에 불과할 것이라고 러시아 국방부에 보고했다. 뿐만아니라 러시아 국방부는 5년 이상의 리드타임을 고려해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고 원자재 조달에 추가 투자를 하지 않는 이상 향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단기적으로 러시아가 지금 남아있는 대부분 상태가 좋지않은 300만발의 비축 탄약을 끌어 써야만 러시아군의 적절한 보급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는 탄약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벨라루스, 이란, 북한, 시리아 등과 공급 및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시리아는 완제품 상태의 포탄이 아니라 포탄 껍질만 공급할 수 있을 듯 하다. 북한에서 조달한 약 200만발의 122mm 포탄이 2024년도에는 러시아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2025년에 예상되는 152mm 포탄의 심각한 부족을 벌충할 수는 없다. 러시아의 전체적인 포병 탄약 생산량은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다연장 포탄을 포함해 연간 300만발 정도에서 정체될 듯 하다.
결 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가들이 우크라이나군에 충분한 지원을 하지 못한다면 러시아의 승리 공식은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협력국들이 우크라이나군에 충분한 탄약과 훈련 지원을 계속해 준다면 2024년에 있을 러시아의 공격을 둔화시킬 수 있을것이며 이렇게 되면 러시아는 2025년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러시아가 공세에 필요한 군대의 질적 향상을 이룩하지 못해 2025년에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전망을 한다면 2026년에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2026년 이후에는 소모로 인해 러시아군의 전투력이 물질적인 면에서 악화되고 러시아의 산업도 충분히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러시아의 전망은 시간이 흐를수록 나빠질 것이다. 러시아의 산업에 타격을 주려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가들이 러시아의 군수산업 동원 역량을 목표로 하는 조치들을 시행하는데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감안하더라도 이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2025년까지 우크라이나가 저항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러시아의 승리 공식이 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러시아군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해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질적으로 압도할 수 있도록 충분한 동원 체계를 구축할 시간과 훈련 체계를 제공해야 한다. 러시아의 입지를 꾸준히 위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서 러시아가 협상을 모색하고,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종전 조건을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건 중요하다. 러시아가 추구하는 전쟁의 방향에 따라갈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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