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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30일 일요일

의욕상실

무장친위대 출신의 군사 저술가인 빌헬름 티케(Wilhelm Tieke)는 2차대전에 관한 출중한 저작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많은 분들이 잘 아시는 SS 2기갑군단사가 있지요. 티케는 자신이 실제 참전자이다 보니 전쟁의 다양한 측면을 잘 이해하고 있고 그래서 더 훌륭한 저술가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티케는 베를린 전투를 다룬 저작, Das Ende zwischen Oder und Elbe : Der Kampf um Berlin 1945에서 전쟁중에 생산된 문서자료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하나 하고 있습니다.

베를린을 둘러싼 최후의 전투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책이 나와 있지만 그 대부분은 아돌프 히틀러와 수상관저를 둘러싼 사건들을 다루었을 뿐이다. 전선에서 벌어진 혼란스러운 전투를 시간의 경과에 따라 치밀하게 다룬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는데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나는 이것을 해 보기로 했다.

얼마전 미국에서 프라이부르크(Freiburg)에 있는 연방문서보관소-군사분과(Bundesarchiv-Militärarchiv)에 반환한 바익셀 집단군(Heeresgruppe Weichsel)과 그 집단군에 배속된 야전군의 자료들은 큰 도움이 되었으며 이 책에 광범위하게 인용되었다. 이렇게 해서 전투의 경과를 하루 단위로 서술할 수 있었으며 여기에 참전 군인들의 구술자료가 추가되었다. (독일과 소련) 양측의 지휘관들과 병사들이 공식적으로 또는 비공식적으로 남긴 회고록과 기록들도 도움이 되었다.

그렇지만 기록들이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저작도  완벽하게 정확하다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보면, 특히 전쟁 말기의 군부대 일지들(Kriegstagebücher)의 경우 허위로 기록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보니 “적의 완강한 저항에도 역습에 성공했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 역습 같은 것은 시작도 하지 않은 일도 있었다.

Wilhelm Tieke, Das Ende zwischen Oder und Elbe : Der Kampf um Berlin 1945(Motorbuch Verlag, 2.auflage, 1992), s.9

무장친위대 조차도 전쟁 말기에는 죽기가 싫어서 하지도 않은 공격을 했다는 허위보고를 하는 경우가 꽤 있다는 이야기죠. 사실 이런 종류의 군대 비화는 어느 나라나 다 있습니다만. 하여튼 티케는 역사서술에 있어 아주 중요한 문제 한가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자료에 대한 충실한 검토와 비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