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태) 특사는 20여년 동안 계속 아침 저녁으로 아령 운동을 한다고 했다. 마닐라 시절에도 아령을 구하여 어김없이 그 운동을 계속하였다. 그래서인지 당시 57세인 그는 30대인 나보다 건강하고 단단했다.
“김 변호사, 기운이 있으면 내 배를 한 번 힘껏 쳐 보시오.”
나는 몇 차례 망설이다 힘껏 그의 배를 쳐 보았다. 과연 변 특사의 배는 시멘트 벽과 같았다.
그런데 그의 배 못지않게 그가 자랑하는 것이 그의 콧수염이다. 그러나 그 수염 때문에 봉변을 당한 일이 있었다. 그 사건은 백화점 앞에서 벌어졌다. 몇 가지 물건을 사 가지고 내가 막 백화점 문을 나서는데, 먼저 나간 변 특사가 사람들에게 포위당해 있었다. 형세가 험악해 보였다. 변 특사는 나에게 “이들이 나를 일본 장교로 아는 모양이야”라고 말했다. 필리핀 사람들은 변 특사를 콧수염 때문에 일본인으로 오인하고 있었다.
사람의 수가 불어나면서 분위기는 자꾸만 험악해지는 것 이었다. 나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내가 가지고 있던 마닐라 신문이 생각났다. 그 신문에는 우리의 기사와 함께 사진이 실려 있었다. 나는 모여드는 필리핀 사람들에게 그 신문을 보이면서, “보시오, 우리가 바로 여기 실린 한국 대표요”하고 말했다.
그제야 팔을 휘두르며 욕설을 하던 그들은 물러서고, 그중 한 사람이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필리핀 사람들은 2차대전 당시에 겪은 일본군에 대한 증오심을 몇 해가 지나도록 잊지 않고 있었다.
김용식, 『새벽의 약속 : 김용식 외교 33년』, (김영사, 1993), 40~41쪽
이래서 깔끔하게 면도를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