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SS? You SS?”
하이트(Heinz Heidt)는 겁에 질려 뒤를 돌아봤다. 그는 자기 뒤에 있는 미군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하이트는 자신으로부터 불과 수 미터 떨어진 곳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미군 병사는 위장포를 덮은 철모를 쓰고 털 달린 가죽 자켓과 위장무늬 바지를 입었고 아주 검은 장화를 신고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탄환이 끼워진 탄띠를 걸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군 병사의 길다란 소총은 하이트가 아니라 슈타이어에 타고 있는 검은색 전차병 유니폼을 입은 젊은 소위를 겨누고 있었다. 하이트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발 앞으로 나가 학교에서 배운 서투른 영어로 말했다.
“No SS! Armoured Division! Panzer Troopers wear black uniform too.( SS 아니에요! 기갑사단! 전차부대도 검은 유니폼을 입어요!)”
그리고 제복의 오른쪽 가슴에 달린 독수리 문장을 가리키며 계속 말했다.
“육군은 독수리를 가슴에만 달아요! SS처럼 팔에도 달진 않아요!”
미군 병사는 씨익 하며 미소를 지었다.
“It’s OK. Boy.”
미군 병사는 소위를 겨눴던 총을 거두고 가늠쇠를 쓰다듬으며 주위의 포로들에게 말했다.
“If I see SS, I kill them all.(SS가 눈에 띄면 모조리 죽여버린다)”
위험 천만한 순간이 지나가자 미군 병사는 포로들에게 친절하게 대했다. 그는 총을 치운 뒤 포로들에게 카멜 담배와 껌을 나눠줬다.
Guido Knopp, Die Gefangenen, (Goldmann Verlag, 2005), s.265.
전쟁이 끝날 무렵에 SS라고 하면 미군이건 소련군이건 간에 좋은 꼴을 못 당했다고 하지요. 종종 SS가 아닌 병사들도 SS로 오인받아 사살되는 경우가 비일 비재했던 모양입니다. 전에 인용했었던 Hungary at War에는 헝가리군 포로들이 무장친위대로 오인돼 소련군에게 학살당했다는 증언도 실려 있지요. 전쟁 말기에 재수없게 SS로 편입된 병사들은 얼떨결에 공공의 적이 됐을 테니 얼마나 황당하고 억울했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군요.
참전자들의 이런 저런 증언을 듣다 보면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사람의 운명이 갈리는 것은 순식간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