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경제 성장에 힘입어 1897-98, 1910-11 회계연도에 재정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11년의 리비아 침공과 지올리티(Giovanni Giolitti)의 사회 개혁은 국가 재정을 적자로 돌려놓았다. 이탈리아는 1915년에야 참전했지만 1914년부터 전쟁에 대비해 군비 증강을 하면서 재정 적자 구조가 더 악화됐다. 즉, 이탈리아는 전쟁에 참전하기 3년 전부터 사실상 전시 경제 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이탈리아는 프랑스나 독일과 비슷하게 전쟁 이전 쌓인 채무가 재정을 심하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전쟁에 돌입했다.
Hew Strachan, Financing the First World War, p.92
이탈리아는 1914년 8월 까지도 양호한 재정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1915년 4월 참전하기 전부터 외환보유고가 감소하고 있었다. 전쟁 발발로 주요 교전국들의 수입이 증가하면서 이탈리아는 처음으로 수출이 수입을 능가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교역 규모는 감소했으며 얼마 안되는 무역 흑자 조차 비가시적인 부문의 손실을 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탈리아의 주요 외화 획득 수단이었던 관광산업은 전쟁 발발과 동시에 붕괴돼 버렸다. 더 심각했던 것은 해외의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외환의 감소였다. 1913년에 해외 거주자의 본국 송금은 8억2800만 리라 였는데 1915년에는 4억9700만 리라로 격감했으며 1913년의 화폐 가치로 계산하면 3억9000만 리라에 불과했다. 가장 크게 감소한 것은 미국으로 부터의 송금이었으며 이로 인한 적자는 대미 수출에서 발생한 흑자를 압도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1915년 가을부터 미국 시장에 국채를 유통시켰으나 이탈리아 국채는 다른 교전국의 국채보다 인기가 없었고 1915년 10월까지 2500만 달러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ibid p.185
어떻게 이런 나라가 1930년대까지 강대국 대접을 받았는지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잘 아시다 시피 전쟁 이전 이탈리아가 가장 재정적으로 의존하던 국가는 프랑스였습니다. 이탈리아가 영국과 프랑스 측에 설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원인이 프랑스가 이탈리아의 재정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었다고 하죠. 그리고 전쟁이 발발한 다음 프랑스가 재정적으로 곤란에 빠지자 영국이 그 위치를 차지하고 마침내는 미국에 의존하게 됩니다.
남의 돈이 없으면 전쟁도 못 하면서 강대국 시늉을 해야 되는 국가라니, 너무 슬프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