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왕님이 쓰신 글을 읽고 나니 생각나는 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놈.
서평은 책을 살 때 선택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만 언제나 만족할만한 기준이 되지는 못 합니다. 특히 일반독자의 서평은 더욱 더 그렇습니다.
“The GI Offensive in Europe : The Triumph of American Infantry Divisions, 1941~1945”라는 문제의 서적도 아마존의 독자서평을 보고 혹해서 산 책 중 하나입니다. 이 책은 표지에서부터 뭔가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책 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책은 대한민국 같은 제 3세계 후진국에서나 볼법한 싸구려 애국심을 학술적인척 하면서 팔아먹는 아주 고약한 책이 되겠습니다. 상국에서 조차 이런 저급한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외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Peter R. Mansoor는 서문에서 Dupuy, van Creveld 등의 군사사가들이 주장한 독일국방군의 전술적 우수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과연 독일군의 전술적 능력은 미군의 그것보다 우수했는가? 정말 미군은 행정적으로만 우수한 “회계사 군대”였고 독일군에 비해 전투력이 떨어졌는가? 저자는 이런 문제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당히 외칩니다.
“나의 GI는 이러지 않아~”
그렇다면 정말로 Mansoor의 GI는 그러지 않았을까요?
Mansoor의 책을 읽고서는 도저히 그런 생각이 나지가 않습니다. 아니 주장을 했으면 증명을 해야지 이게 뭐하자는 짓이란 말입니까!
물론 Mansoor의 연구가 아주 형편없는 저질은 아닙니다. 그의 연구는 상당한 1차 사료에 근거하고 있으며 매우 재미있고 읽을만한 부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저자 자신이 서문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을 전혀 내놓고 있지 않다는 것 입니다.
즉 미군이 독일군 보다 종합적인 전투력에서 우수했다는 근거를 내놓아야 할 텐데 그것을 못하고 있다는 점 입니다. Mansoor의 글을 읽으면 미군의 전투력이 꾸준히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것은 독일군이 전성기였을 당시의 전투력을 능가했는가 하는 문제와는 별개의 것 입니다. Mansoor가 들고 있는 많은 전투사례들은 독일군이 그야말로 붕괴 직전의 빈사상태에 이른 1944년 겨울과 1945년의 것들이니 제대로 된 비교라고는 할 수 없는 것 입니다.
한마디로 이 책은 특별히 시간이 남아돌거나 돈이 남아돌거나 하지 않는 이상 읽을만한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에 실린 많은 내용들은 미국의 시각에서 바라본 다른 훌륭한 저작들에 다 나와있으며 인용하는 자료들도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나름대로 재미있는 부분도 있지만 정작 주장하는 핵심에 대해서는 변죽만 울리고 있으니 좋은 책이 되긴 처음부터 글러먹었다고 해야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