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틴 플레샤코프는 “짜르의 마지막 함대(Tsar’s Last Armada)”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작가입니다. 짜르의 마지막 함대가 국내에서 호평을 받았기 때문에 플레샤코프의 비교적 최근 저작인 독소전 첫 10일간의 긴박한 상황을 다룬 이 책 “Stalin’s Folly : The Tragic First Ten Days of WW II on the Eastern Front”도 번역되지 않을까 기대해 봤는데 아직까지 특별한 소식이 없는 걸로 봐서는 당분간 소개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짜르의 마지막 함대는 매우 재미있고 약간의 감동을 주는 좋은 책 이었습니다.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춘 소설과 같은 이야기 전개는 책의 장점이었습니다. 독자와의 소통에서 성공했다고 평가해야 되려나요?
그런데 Stalin’s Folly는 짜르의 마지막 함대와는 이야기 구조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소련 수뇌부가 독일의 기습에 허둥대면서 대 재앙을 초래한 독소전 첫 10일간을 다루는 만큼 완결된 이야기 보다는 여운이 남는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10일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물론 1장과 2장에서 1941년 1~2월의 사건에 대해서도 다루긴 합니다) 이야기의 밀도가 높고 전개가 더 빠르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특별히 새로운 자료를 발굴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독소전에 대한 기존의 유명한 저작들을 읽으신 분들에게는 매력없는 책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책이 재미있긴 했지만 동시에 조금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남서전선군의 8군단 잔존 병력이 독일군의 포위망을 벗어나기 위해 행군을 시작하는 부분에서 끝납니다. 안개로 뒤덮인 호밀밭을 따라 붉은기를 든 정치위원이 이끄는 패잔병들이 일렬 종대로 행군 광경을 묘사한 마지막 단락은 패잔병들의 암울한 심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 매우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 소련측의 입장에서만 사건을 묘사하고 있어 다소 아쉽다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만 그 덕에 더욱 더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방식으로 독일측의 시각을 다룬 그 유명한 카렐의 Unternehmen Barbarossa가 있군요.
국내에 꼭 번역됐으면 싶은 책 입니다. 역사에 관심있으신 분들이라면 매우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작 “짜르의 마지막 함대”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