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해군의 전반적인 상황은 1880년대가 될 때 까지도 나아지지 않았다.
1879년 칠레는 페루와 볼리비아를 상대로 전쟁을 시작했고 해상에서 잇달아 승리를 거두었다. 미국은 페루에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고 페루의 패전이 확실해졌기 때문에 칠레 정부에 휴전을 요청하기 위해서 발파라이소(Valparaiso)에 해군 사절단을 파견했다.
그러나 미 해군 태평양전대가 수 척의 구식 목조전함만을 보유하고 있었던 반면 칠레 해군은 영국에서 건조한 12인치 장갑과 후미장전식 포를 갖춘 두 척의 전함을 포함해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군함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칠레는 미국의 개입이 뜬금없고 주제 넘는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뒤에 한 (미국)하원의원에 따르면 “(사절단을 이끈) 제독에게 미국이 쓸데없이 참견한다면 미국 함대를 바닷속에 처 넣겠다”고 말했다 한다. 한 함장은 이 말에 크게 분노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칠레가 옆 동네와의 싱거운 싸움에서 승리한 것 가지고 미국의 강력한 힘에 맞설 수 있을것이라 기고만장해 하다니!”
물론 이 함장이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미국과 칠레가 전쟁에 돌입하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보잘 것 없는 미국 함대는 끝장이 났을 것이고 그럴 경우 지상전의 결과는 별 의미가 없게 될 것이었다.
Stephen Howarth, 『To shining Sea : A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Navy 1775~1998』, University of Oklahoma Press, 1999, p.223
과연, 시정잡배의 가랑이 밑을 기었다는 한신의 고사를 떠오르게 하는 훈훈한 옛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